[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37년 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이 폐암,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그 후 전 세계 65개국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했고, 한국도 2009년부터 모든 제품에 석면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2027년을 목표로 각 학교에서 석면제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학생들 건강이 가장 밀접한 학교에서 석면 제거 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왜’에서는 학교 석면 해제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석면이 검출된 천장재 (사진=연합뉴스)
유초중고 10곳 중 3곳은 아직 석면 교실
학교에서 석면 제거는 2015년부터 시작됐는데요. 8년이 흘렀지만, 학교 10곳 중 3곳(2022년 8월 말 기준)은 여전히 석면 교실입니다. 이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수치인데요. 전국 유·초중고 2만587곳 중 6636곳(32.3%)이 석면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본지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에 석면제거 현황에 대해 문의했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만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에 정보공개청구 전 문 의원의 자료가 최신이라 해당 정보로 우선 갈음하겠습니다.
지역별 석면 제거 필요학교(30%이상)를 보면 △경남이 751(45%) △서울 932곳(44%) △대전 229곳(41%) △충북 307곳(38%) △경북 614곳(37%) △전남 505곳(37%) △충남 435곳(35%) △경기 1494곳(32%) △울산 132곳(3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여전히 많은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특히 학교 수가 많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는 석면 제거로 인한 문제가 심심치 않게 뉴스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의 한 학교의 경우 석면을 해제하는 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됐는데요. 석면을 걸러내는 특수 진공청소기를 쓰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올해 석면제거사업 학교 중 단 2곳만 포함돼 비판이 일었습니다. 나머지 12개 학교는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대구지역 한 교실에서 천장에 붙은 텍스를 떼 내고, 무석면 친환경 텍스로 교체하는 장면.
사진은 2019년 모습 (사진=대구시교육청)
학교 석면 해제 지지부진한 이유는 '예산과 업체수급' 문제
그럼 석면 제거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아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예산’입니다. 석면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인데요. 시사저널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학교 석면 제거를 위한 예산으로 약 5500억원을 편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예산은 30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마련했다는 겁니다. 즉 예산 문제로 인해 석면제거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예컨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석면관련 예산은 △2020년 620억에서 △2021년 545억원 △2022년 1634억원 △2023년 1612억원(연부액) 중 709억원이 편성됐습니다. 나머지 903억원은 2024년에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제거가 더딘 이유에는 예산도 무관치 않다”며 “정부에서 편성하는 예산에 한계가 있고 각 교육청이 일부 마련하다 보니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석면 제거 업체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보통 석면제거는 방학 때만 할 수 있는데, 그 기간에 석면제거 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석면공사를 겨울방학에 한다”며 “매년 200여개 학교에서 석면제거 공사가 이뤄지는데, 그 이유가 200여개가 최대치고, 업체를 구하기 어렵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제거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선호하는 공사가 아니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며 “2027년까지 제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참고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질병이 발병하기까지 긴 잠복기간이 있기 때문에 사전예방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유해물질에 취약한 어린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