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읽는 힘
- 제60회 도서관주간과 두 번째 도서관의 날을 축하하고,
도서관을 가꾸는 모든 이들께 감사하며
그 도서관은________ 감동이었어
일상에서 만난 예술 같은 유럽의 도서관 이야기를 담은 책, 『그 도서관은 감동이었어』 의 프롤로그를 보면 네덜란드와 인근 유럽국가 도서관을 갈 때마다 “여긴 도서관이 아니라 예술이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고 합니다. 도서관을 가장 강력한 사회적 인프라로 본 신경미 작가는 유럽의 도서관 건축이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행복한 공간을 지었다고 말합니다. 일상에 들어온 예술 같은 도서관 여행이 즐겁고 행복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도서관 여행도 즐겁고 행복했는지 돌아봅니다. 이 책은 재생 건축물로서의 도서관을 탐색하기도 하고, 공간의 위대한 힘과 기능을 경험할 수 있는 도서관 여행에서 행복한 공간과 공간 디자인의 목적을, 누가 공간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또한 도서관에서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과 민주사회의 미래를 내다봅니다.
도서관 산책자
건축물로서의 우리나라 도서관을 찾아 나선 『도서관 산책자』는 강예린·이치훈, 두 책벌레 건축가가 함께 걷고 기록한 책의 집 이야기입니다. 도서관주간 행사로 강예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를 초빙한 열린 도서관(서울 일원동 소재)에 다녀왔습니다. 강예린 교수는 모든 건축물 중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은 건축물이 도서관이고, 이는 도서관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역할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예린 교수의 강의는 『그 도서관은 감동이었어』에서 신경미 작가가 말한 행복한 공간과 공간 디자인의 목적을, 누가 공간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이 돋보인 도서관은 영국 런던의 ‘idea STORE(아이디어 스토어)’로, 도서관인데 도서관이란 명칭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아이디어 스토어의 철학이 장볼 때 옆에 있는 도서관이라 마켓과 근접해 있거나 아예 마켓 안에 입주하여 가볍게 파 한 단 사듯 정보를 쉽게 얻는 도서관을 만들고,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도서관을 생각했습니다. 옷 팔고, 정보 팔고, 취업 정보를 알려주는 실험적인 아이디어 스토어가 2~3년 전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런던의 여러 곳에 생겨났고, 10년 만에 영국 도서관의 철학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아이디어 스토어의 도입을 고려했다가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고양시에서 아이디어 스토어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요?
『도서관 산책자』는 술술 읽히고 흥미로워서 오랜만에 밤새워 읽었습니다.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건립과정의 감동적인 사연과 제주 여행자를 위한 달리도서관의 건립과정, 구글북스라이브러리프로젝트 및 현재 연희동으로 옮긴 SF&판타지 도서관 이야기까지 알차게 담아낸 덕분에 도서관을 보는 시야를 한층 넓혀줍니다. 『도서관 산책자』는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유용한 책이지만, 독자로서의 바람은 내년이 지나기 전에 도서관이 살아 있음을 확신시켜줄 『도서관 산책자2』를 기대해봅니다.
도서관은 살아 있다
열린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여 읽게 된 도서관 여행자의 『도서관은 살아 있다』는 미국의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지금은 사서가 부러워하는 도서관 이용자가 쓴 책입니다. 도서관 사서의 생생한 일상과 시끄럽게 살아 있는 도서관 이야기, 무엇보다 도서관에 관한 다채로운 책과 영화에 흥미진진하고 가슴 찡한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저자인 도서관 여행자는 도서관을 짓는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동사들로 캘리포니아의 맨해튼비치 공공도서관 계단 벽의 문구를 소개합니다.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관찰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 창작하고, 만들고, 경험하고, 묻고, 토론하고, 검색하고, 찾고, 쉬다.”
이 다양한 동사 중에서 저는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동사와 그리고 “창작하고, 토론하고, 쉬다”에 별표를 치고 싶습니다. 최근 들어 자주 방문하는 행신도서관에는 2층 종합자료실 입구 안쪽에 고양작가코너가 있습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고양시 거주 작가는 140여 명으로 확인됩니다. 2024년 고양시 거주 작가 현황은 찾을 수가 없었고, 최근 행신도서관 고양작가코너에는 김중혁, 은희경, 황석영 작가 책이 비치되었습니다. 명망 있는 고양시 거주 작가를 뒤이을 ‘창작 도서관’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공공도서관 어디에도 창작자들이 모여 도움을 주고받으며 협업할 공간은 물론 저녁 6시 이후 노트북으로 글 쓸 공간이 없습니다. 글과 미디어 창작자를 위한 장서 구비 및 협업과 개별 창작공간이 있는 ‘창작 도서관’이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적합한 위치로는 행신어린이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 현재 방치되어 있는 우체국 자리를 제안합니다.
도서관주간과 도서관의 날
1964년 이래 한국도서관협회가 주도하여 추진한 도서관과 독서문화 캠페인 도서관주간은 올해로 제60회를 맞았습니다. 2021년 도서관법 개정으로 도서관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도서관주간의 첫날인 4월 12일을 법정기념일 도서관의 날로, 그로부터 1주간을 도서관주간으로 정했습니다. 첫 번째 도서관의 날을 기념한 2023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두 번째 도서관의 날입니다. 도서관을 아끼는 이용자로서 안타까운 일은 제41대 서혜란 관장 퇴임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장 자리가 1년 8개월째 공석이라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적임자 없음”을 핑계대지 말고, 개방형 직위 관장으로 국민이 환영할만한 분을 속히 임명하여 국가도서관 정책의 공백을 메워주기를 고대합니다.
지켜져야 할 도서관법과 사서가 갖춰야 할 행정능력
서울 신문의 임창용 논설위원은 “尹정부 사전에 ‘도서관’은 없나(2023.12.15.)”라는 글에서 도서관법에 공공도서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수시로 무시된다고 썼습니다. 시군구, 교육청 등 공공도서관 설립·운영 주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반직 공무원에게 관장 직을 맡깁니다. 국가 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내 공공도서관 297곳 가운데 152곳(51.1%)의 관장이 사서 자격증이 없고, 학교 역시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학교도서관진흥법(학진법)에는 학교당 1명 이상의 사서교사나 사서를 두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심지어 공익요원이 대신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국립중앙도서관 최초의 여성 관장이자 사서 출신 두 번째 관장으로 퇴임한 서혜란 관장은 후배 사서들에게 당부합니다. 관장의 직책은 전문 사서로서의 역량을 기본으로 조직 관리, 정부 및 국회와 관계 맺기, 예산 확보 등의 다양한 정책 역량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다이어트 클럽
한뫼 도서관에서는 2024년 도서관주간 환경연계 독서 프로그램으로 고양시민 대상의 플라스틱 쓰레기 다이어트 클럽을 모집하고, 신작 소설 『봇로스 리포트』와 환경에세이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의 최정화 작가를 강사로 모셨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을 더 빛나게 해줄 훌륭한 자료와 프로그램들이 도서관에 있으니 당신의 내일이 빛날 수 있게 활용하라는 2024년 도서관의 날·도서관주간 공식 주제인 “도서관, 당신의 내일을 소장 중입니다.”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강좌입니다.
1주차의 시작인 4월 17일에는 최정화 작가의 가방 속 물건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준 공짜 다이어리, 현재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스티커를 끼운 휴대폰, 대략 100번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적인 효과가 있다는 텀블러와 일반 동전지갑, 씻은 바셀린 통에 든 립 밤, 축농증을 위한 손수건, 포장되지 않은 종이테이프, 과일과 야채를 담기 위한 신문지, 길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사료가 든 유리병, 휴대폰 충전기, 펜, 식사를 못해 사먹고 남은 에그 샌드위치 플라스틱과 포장지, 영수증과 제가 드린 시민기자 명함, 사서에게 받아 비닐 포장이 된 하루 견과 등을 소개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어떤 책을 썼다고 말하는 것보다 가방 속의 물건이 자신을 더 잘 표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으로, 작가의 제안을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생물이나 무생물 앞에 꾸며주는 말을 넣어 별명을 지었습니다. 늘 푸른 소나무, 땅을 일구는 지렁이, 흔들리는 소나무, 밝은 기차화통, 떼구루루 솔방울, 행복을 꿈꾸는 실버훈 등 삶의 연륜과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참 시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쓰레기 가계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 사용한 쓰레기 중 줄일 수 있는 것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 줄이기 어려운 것을 나누었습니다. 음식 만들 때 비닐장갑 대신 손을 깨끗이 씻겠다거나 청소할 때 편리한 물티슈는 이제부터 아껴 쓰겠다, 하지만 플라스틱과 비닐이 매일 나오는 두부는 포기 못하겠다는 등 쓰레기 배출에 대한 각오와 어려운 사연을 발표하며 마쳤습니다.
“도서관을 읽는 힘”을 기획하며
한뫼 도서관에서 뵙고 잠깐이지만 말씀을 나눈 장애인 사서보조 선생님, 다양하고 심도 깊은 도서관이야기를 전해준 공무직 선생님, 진솔한 이야기로 사서직 공무원의 보람과 노고를 들려준 두 분의 주무관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선생님들과 미화 선생님, 경비 선생님과 직원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도서관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고양시가 다시 한 번 도서관에 대한 정책과 도서관 직원들의 복지 및 근무 환경에 깊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처우를 개선해주길 바랍니다.
꿈꿀 권리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이 쓴 『꿈꿀 권리』의 프롤로그 마지막 장으로, 끝까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도서관의 공공성과 개방성, 이용자의 자율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함께 되새기려 합니다.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는 한 마디로 비로소 알았다. 책을 건넨다는 건 존엄함에 말을 거는 일이었다. 지금 그가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언제든 그 책을 펼쳐 읽을 ‘수도’ 있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의 잠재력과 배움과 꿈에 응원을 건네는 일이었다.”
◆ 사부작사부작 웹진 4월호, 도서관을 읽는 힘 바로가기
https://goyanglearn.net/masil/masil.html?bmain=view&uid=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