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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타고 오른 대승폭 원종민 [이글은 1988년 4월에 쓰여 졌으나 맑은뵈 15호 원고마감에 늦어 이제 싣게 되었음] 졸업후 직장을 얻어 업무에 시달리고 잠에 슛기다 보니 산을 가까이 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휴일에는 처자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 발을 묶어 놓고 한다. 한때는 걸을대나, 식사할대나, 공부할깨나, 자나깨나 온통산과 청악에 대한 생각 분이었으며 - 내머리의 주기억 장치속에 산이 상주해 있었다. - 그토록 모든 것을 산에 건 듯이 설쳐대며, 때로는 능력에 못 미치는 등반을 꿈꾸고 했던 때는 바로 엊그제 였고, 그 동지들은 열정이 식어가기는커녕 그 행위의 차원을 높여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보조기억장치에서 산에 관한 메모리를 주기억장치로 꺼내올 상태가 되었으니... 가끔이나마 이러한 자신을 산과 팀에 대한 정신적 배신이 아니냐고 질책도 해보지만 마음속의 다짐으로만 맴돌다 만다. 그러나 빙벽등반에 대한 감격들은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낙엽들은 이미 덜어진지 오래고 새벽 출근길에는 제법 손이 시렵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줘지고 손목에서 힘이 절도 있게 끊어지는 손짖을 하고 잇다. 기온이 좀 더 떨어지길 애타게 기다리지만 좀처럼 추워지지 않는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온실효과인가 지랄인가 때문에 해가 바뀔수록 겨울은 따뜻해 지기만 한다. 도대체 과학자, 기상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러다가는 몇 년 못가 빙벽등반을 하기 위해 시베리아나 북극을 찾아 갈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다락에 쳐 박엇던 빙벽등반 장비를 꺼내 정리를 한다. 안전밸트는 빙벽등반에 적합하도록 구조를 바꾼다. 피피와 햄머걸이도 달고 확보슬링도 바꾸어 안전밸트에 직접 매듭을 한다. 안쪽으로 휘어진 빨래판 아이젠의 프론트도 오른조과 왼족을 바꾸어 정상으로 복구한다. 아이스 햄머의 픽크는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스윙도 몇번 해 본다. 사실은 11월부터 운동을 한다는 각오를 했지만 실행한 것은 한가지도 없다. '잠자기'와 '운동하기'중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 고민하지도 않고 두가지를 선택대상으로 삼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체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구곡폭 정도는 무리없이 리드할 수 있겠지" 걱정스럴울 때마다 이런식의 자기 합리화를 일 삼는다. 동지들은 한껏 절정에 달해 가고 있는 빙벽등반 테크닉을 구사하며 종선형님의 베스타를 이용한 막강한 기동력으로 토왕과 구곡을 주름 잡는다. 나의 시간과 실력으로는 그 대열에 낄 수 없다. 동지들과 어울려 테크닉의 탈바꿈을 거듭하며 기뻐하던 때가 불과 2년전 이건만 나의 몸은 그 껍질을 도로 뒤집어 쓰고도 부족해 복부의 피하지방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구곡을 날 듯이 오르내리는 동지들의 테크닉에 감탄하며 마치 낙오병과 같은 소외감에 젖다가 결국 여러가닥중 먼저 내려 오는 동아줄에 몸을 묶는다. 어느날, 며칠전부터 굳은 각오를 하고 구곡을 찾았다. 한번 세컨드로 몸을 풀고 톱으로 오르라는 종선형님의 권유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선다. 완경사를 부드럽고 재빠른 스텝으로 오르고 이어지는 직벽도 주저없이 시원스럽게 오른다. 첫 번째 스나그를 설치하며 혹시 남이 볼까 벌렁이는 심장과 가빠지는 숨을 참고 축인다. 출발전에는 참다 못해 쪅번을 크게 헐덕인다. (우라질!) 구곡의 핵심부분을 몇 스텝 박력있게 차고 오른다. 수직을 넘기도 전에 힘이 쭉 빠진다. 바로 머리위에 쉴수 있는 스텐스가 있는데 지금 멈추지 않으면 추락할 것 같다. 바들거리며 간신히 피피를 아이스햄머에 걸고 매달린다. 아까 좀 더 쉬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 바로 발밑에 있는 스나그를 쳐다보며 한심스럽게 또 하나나를 설치하고 올라 온 시간보다 더 많은 휴식을 한다. 승권형과 병모가 대승폭을 두 번째로 올랐다. 자신들이 두 번째 등반이라는 착각속에 M.C산악회 형님들이 제3등을 이룬다. M.C형님들은 대단한 분들이다. 뒷전에서 후배들의 지원이나 해줄 나이인데 놀라운 등반을 계속하는 M.C형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김운회, 강희윤씨등은 토왕폭 등반을 마치고 곧바로 대승폭으로 달려가 제4등을 마치고 돌아왔다. 대승을 선등하지 못한 운회씨는 구정대 대승폭등반을 계획하고 구곡의오버행만을 찾아 오르며 칼을 간다. 명식이형은 구곡에서 낙빙을 맞아 얼굴을 실로 꼬매는 불상사를 당했지만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대승등반을 위한 훈련에 열중한다. 구정 다음날(1988년 2월 19일) 아침 일찍 대승으로 출발해 저낭대에 오르니 M.C산악회의용기혐님과 제상형님이 대승폭에 매달려 있다. 흉직한 오버행, 잡아 먹을 듯이 버티고 있는 수직의 고드름 기둥, 이 엄청난 위압감은 덩치만 큰 토왕폭에 비할바가 아니다. 용기형님의 동작 하나 하나에 머리가 쭈삣거린다. 스나그도 알차게 박히지 않고 허당속에 힘없이 박힌다. 용기형님과 제상형님은 오버행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왼쪽의바위면을 이용하여 침니등반 자세로 오른다. 암리 생각해 보아도 나는 스스로 오르지 못할 것 같다. 포기하고 등반에 빠지려 하지만 희윤씨의 줄다리기 작전에 말려 같이 대승폭 스타트 지점으로 하강하고 만다. 가가이 가니 대승폭은더욱 위압적이다. 토왕폭은 가까이 가면 쉬워 보이는데 그 반대이다. 12시가 가가울 무렵 떡으로 요기를 하고 운회씨가 먼저 오버행 밑의 기존하켄쪽으로 오른다. 하켄에 확보하지 않고 어름에 스나그를 2개 설치하낟. 이어 명식이형이 톱으로 오버행쪽으로 진입하나. 진정 완벽한 오버행이다. 천정의 길이는 1m를 넘는 듯 하다. 명식이형은 오버행 바로 밑에 스나그를 2개 설치하고 오버행 정면을 거구로 매달려 돌파하는 아이스 쇼를 연출한다. 이어 운회씨가 오버행을 가볍게 꺽고 곧바로 톱으로 바뀌 직벽으로 오른다. 내 차례가 왔다. 오버행 밑으로 어깨가 천정에 닿을 때까지 파고 든다. 오른팔을 바깥쪽으로 뻗어 보이지 않는 오버행위로 손목의 힘만을 이용 허밍버드 아이스 햄머를 찍었다. 단 한번에 단단히 박힌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 다리를 곧게펴서 버팅긴 다음 몸을 바깥쪽으로 내민다. 이제야 얼굴이 바깥으로 나와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왼손도 오른손과 같은 위치에 햄머를 박았다. 몸은 완전히 하늘쪽으로 뒤닙혔다. 왼발의 프론트 포인트를 오버행 윗쪽으로 옮겨 걸친다. 올륚발도 걸치려고 발을 허리위치로 올려 보지만 5cm 정도 모자란다. 평소 가랭이짓기 훈련을 하였으면 유용했으리라 생각하며 몸을 글어 올리며 반동을 이용 오른발을 오버행 끝에 간신이 걸친다. 몸은 쪼그려 앉아 두 팔을 들고 벌서는 자세가 되었다. 히도 빠질 만큼 빠지고 자세가 괴상하니 다리로 일어 설 수 없었고, 필힘으로도 끌어 올리지 못하겠다. 아무리 힘을 줘봐도 몸은 꼼작을 하지 않는다. 바로 위에 있는 명식이형에게 "앙카"를 외치자 꾸중과 자일 텐션이 함께 전달된다. 당겨지는 힘을 이용 올라서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카라비너를 조작할 힘도 없이 손이 굳어 있다. 희윤씨는 간단히 오버행을 넘는다. 벌서 운회씨는 등반을 마쳤고, 명식이형이 오른 다음, 나와 희윤씨가 나란히 오른다. 이렇게 살벌한 직벽은 처음이다. 다행히도 아이스햄머는 단 한번의 스윙으로 든든히 박힌다. 몇미터를 수직의 빙벽등반퀮르 만끼하며 오르지만 온 힘을 다 사용하고 말았다. 다리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서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빙벽등반에서 정지 동작시 팔힘을 사용해 매달린 적은 없다. 팔힘은 약간의 자세유지를 위해 사용했고 체중은 완전히 두발의 프론트에 집중시켰다. 그런데 이곳은 어찌나 경사가 심한지 팔힘으로 체중을 잡아 주지 않으면 서 있을 수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햄머를 잡을 힘도 몸을 끌어 올릴 힘도 없다. 다행이 두자루의 햄머가 든든히 박혀 피피를 거어 쉬고 싶지만 출반전에 명식이형께 빌려 드렸다. 건너편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계신 종선형님께 자일을 고정시켜 줄 것을 전했지만 고정된 80m 자일은 늘어 나기만 한다. 몸이 자구 밑으로 내려간다. 아! 왜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늘어나는 자일을 가라 계속 내려 갈 수 없기에 햄머를 밑으로 내려 찍는다. 이제는 늘어나지 않겠지 하고 매달리면 또 내려간다. 함정에 바진 짐스의 소리와도 같이 "고정"을 울부짖는다. 등반전 불가능하리라는 판단은 정확했다. '역시 등반에 관한 나의 판단은 정확해'라는 자기 만족감과 동시에 '출발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번개같이 교차한다. 위에 있는 동지들은 이렇게 불쌍한 나의상황을 모른단 말인가? 차라리 떨어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깜짝 놀라 자신을 호되게 꾸짓고 정신을 가다듬어 처절하게 두레박을 요청한다.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가동된다. 아마 같이 출발한 희윤씨가 완료하고 가세해서 끌어 올리나 보다. 고마운 동지들! 건너편의 종선형님은 사진촬영에 열중이다. 이 비참한 모습을 영원히 간직하려나 보다. 엘리베이터의 승차감을 즐기며 올라 가고 있는데, 위를 보니 나의 몸통만한 날카로운 고드름을 향해 내가 돌진하고 있었다. 이대로 상승하다가는 고드름에 꽂힐 것이다. 다행이 피한다 해도 자일이 걸려 엘리베이터진로가 막힐 것이다. 설상가상이란 이런 경우구나! 판단은 빨리 내려졌다. 내 몸통만한 고드름을 내가 제거하기로. 아! 나만 믿고 있는 나만의 신이시어! 어찌하여 내게 이렇게 가혹한 상황을 주시나이까? 재수가 없는 날이다. 나한테 곧장 떨어질 것을 빤히 알면서 스스로 낙빙을 시켜야 하는 기막히고 비참한과제가 내 위에 있다. 아랬배에 힘을 주고 고드름의중심부를 햄머로 단 한방을 찍자 마자 몸둥아리 만한 고드름이 내 머리위로 떨어진다. 피한다고 했지만 왼쪽어깨를 얻어 맞고 말았다. 대포알을 어깨로 받은 듯한 충격이다. 하늘에 노란 물감을 풀어 놓았다. 정신이 아득한 낭떨어지로 떨어지고, 한참후에 식은 땀이 비오듯 한다. 건너편에서 종선형님과 종선형님의 형님, 혜영이, 현옥이가 생사를 확인하는 소리를 지른다. 엘리베이터는 드디어 제코스를 잡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경사가 완만해 지고 체력도 회복된 듯 하여 가동을 멈출 것을 요청했다. 위의 동지들은 "영차"를 외치고 있다. 등반이 아닌 탑승을 마쳤다. 4명이 대승폭 오르기에 소요한 시간은 2시간 40분 나는 대승폭 등반 전가지 빙벽에서 슬립하거나 추락한 적이 없다. 또한 내몸을 생각대로 움직여 보지 못한 적도 없다. 이 비참한 경험을 주의깊게 받아 들이고 싶다. 알량한 체력으로('89년초) 대승폭을 오른 사람은 모두 11명으로 기록에 남겨져 있다. 그중 마지막 사람은 필자인데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