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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인천공항에서 11월 1일 경희가.. |
대합실에 앉아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엽서에 적어본다.
기장을 따라 일렬로 내려가는 스튜디어스의 모습을 보니, 창공을 날아다니는 저들의 직업이 문득 부러워진다.
홍콩공항. 두번째 보딩카드를 받기 위해 트랜짓구역에서 네팔항공을 찾으나 찾을 수가 없다. 보통 2시간전에 안내 표시판 교체를 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뛰지 않는다. 이럴때 제일 좋은 방법은 안내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지. 안내원에서 다가가 항공표를 보여주고 로얄네팔항공사가 어느 코너에 위치해 있는지 물어보니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티켓을 교부 받아 짐을 챙겨 이동하면서 무심코 티켓을 보니 게이트NO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문의해 보니 죄송하다면서 케이트NO을 확인한 후 33번이라고 메모해 준다.
출국장으로 들어와 아이쇼핑을 즐기다가 게이트 위치를 확인한 후 편안한 곳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등산화를 벗고 편히 앉아 메모도 해보고 음악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방송을 통해 계속적으로 흘러 나오는 말들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는 앉지만 나에게는 그런 방송조차 왠지 정답기만 한 시간이다. 네팔항공은 연착되는 경우가 거의 80%라고 하던데 왠지 이번에는 시간에 맞춰 탑승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일정 내내 아무일 없이 잘 지냈다 와서면 하는 바램이다.
카두만두행 게이트로 이동해 쉬고 있는데, 여행객 한 여자애가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낸다. 터키에서 왔는데 이번 비행기로 카두만두로 간다고 한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나눈다. 짧은 언어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는게 신기하다. 여행객이라는 동질감이 더욱 더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것 같다. 짧은 영어실력이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자기가 오히려 한국어를 몰라 미안하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첫 만남이라 더욱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연착하지 않을 것 같았던 비행기가 끝내 말썽이다. 오후 2시 출발이었으나 연착되어 오후 3:10분에 이륙을 시작한다. 카두만두 드디어 가는구나 싶다.
한국시간으로 오후 8:30. 기내에 진동하는 요리 냄새로 인해 나의 배는 야단법석이다. 메뉴가 토스트와 치킨라이스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사람은 그래도 힘인데 하면서 치킨라이스로 주문했는데 아침,점심 모두 치킨만 먹다 보니 느~끼하다. 벌써부터 시뻘건 고추장이 생각 나는데 어쩌면 좋으냐~~~
혼자 외지로 떠난 여행이라서 그런지 많은 생각들이 든다. 많은 생각이야 해 봤자 모두 나에 대한 생각들이지만 앞으로의 생활,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하면서 반드시 정리하고 와야 되는 것들, 능력만 있다면 평생 이렇게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고 싶다.ㅎㅎㅎ
창문밖으로 석양이지는 광경이 아름답다. 원색의 파란 하늘과 붉게 물든 노을이 대조를 이루어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뿐, 너무 아쉽게도 빨리 지나가고 어느새 어둠이 모든 것들을 삼켜 버린다. 기내안도 어둠이 찾아오고…. 지루해 하다가 어느새 잠든다.
카두만두 도착. 비행기가 15분 연착이다. 1층으로 내려와 짐을 찾기 위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양쪽으로 호객군들이 공항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배낭을 잡고 흥정한다. 그런 풍경들을 뒤로 한 채 빠져 나와 류배상님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지나언니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도착한 류아저씨네 집. 이층으로 이루어진 집이 아담하다. 전화를 빌려 집에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화고, 정원으로 나와 강가라는 강아지와 시간을 보낸다. 동네 누구네 집 개가 짓기 시작하자 온동네 개들이 함께 짖어대기 시작한다. 우리네 시골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류아저씨는 몇 번 이메일을 통해 인사를 나누었고, 지나언니는 이곳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어색함 없이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것처럼 두분 모두 편히 대해주시고 그런 두분이 나 또한 편하다.조금 있다 류배상님과 뚱바 한잔하기로 한다. 말로만 듣던 뚱바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놀려갔다 온 하영이(류아저씨 딸)가 환영의 의미로 스카프를 목에 걸어준다. 따뜻한 작은 배려 하나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순간이다. 난 아무런 선물을 준비해 오지 못해 미안했다.
잠시후 류배상님과 함께 시끔한 김치에 뚱바를 마신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손수 담았다는 김치데 맛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따근따근하게 잘 데워진 정기장판에 누워 일찍 잠을 청해본다. 말로만 듣던 뚱바는 우리나라 막걸리 맛과 비슷하다. 기장을 발효해서 컵에 넣어 더운 물을 부어 우러낸 술로써 빨대로 빨아 먹는데 맛이 깔끔해서 좋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잠이 안온다. 긴장감 때문일까
11월 2일 (카트만두 -> Lukla 루크라 (2840m) -> Monjo 몬조 (2835m))
히말라야 품속으로…
잠도 잘 자고 상쾌한 아침이다. 찬물로 아침 사워를 마친 후 다시 짐을 재 점검해 본다. 카두만두에서 경비행기로 루크라까지 간다. 가는길에 히말라야 산맥이 훤히 보인다고 하던데 오늘 그 광경을 볼 수 있을까.(비행기 좌석을 왼쪽으로 잡아야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침 먹고 곧 있으면 출발이다.
류아저씨의 집이 위치한 곳은 자칼르타. 네팔에서는 부유층이 거주하는 곳이란다. 시내는 시끄러워 싫고 이곳이 좀 비싼 편이지만 조용하고 한적해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좋다고 한다.
카두만두 국내선공항. 비행기가 출발시간이 다되었지만 아직 갈수 있을지 아님 못갈지는 기다려 봐야 된다고 한다. 이곳 네팔에서는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면서 조바심 갖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려라고 한다. 어제 갑자기 비행기 시간이 앞당겨졌다는 연락을 받고 불이나게 서둘려 나왔는데 연착이라고 하니, 그것도 정확한 시간 없이 기다리라고 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탄 경비행기 |
아저씨 말대로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오늘 제발 갈수 있길 바라면서 시간을 보냈다. 화장실이 급해 화장실을 갔는데, 헉~ 이건 칸막이도 없고 그냥 바닥에 변기만 나란히 넷개가 놓여져 있는데 그곳에서 볼일을 봐야 된다. 급한지라 앞뒤 생각할 형편도 아니다. (^@.@^)
우리가 탑승할 shangrt-ra Air 비행기는 7:40분 출발이었지만 10:40분 탑승을 시작한다. 왼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빨리 줄을 찾아 선다. 조그만 경비행를 보니 꼭 놀이동산 와서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다. 드디어 비행기가 날기 시작하고 얼마 뒤 끊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 멋있다. 창문 넘어 보이는 설산을 사진기에 담아본다.
11:30 루크라 도착
비행기가 도착하자 모여든 포터들, 핀죠아저씨와의 흥정이 시작되고, 우리 일정내내 우리의 짐을 맡아 줄 40대 아저씨 한분과 10대 후반의 청년 두명을 구했다. 모두다 선한 눈망울을 지니고 있어 마음에 든다.
12:10 점심식사. 점심식사로 달밧을 먹는데 류아저씨 '네팔식으로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야!' 하시면서 손 씻고 와서 손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신다. 허탈한 성격의 소요자인 것 같다. 점심식사후 마을을 빠져 나오면서 은마를 사 먹는다. 귤처럼 새콤달콤하다. 마을을 빠져 나와 얼마 되지 않아 탑을 만들고 계신 인도 승려분 한분을 만난다. 홀로 작은탑을 세우고 계셨는데 간식으로 가지고 나온 수쟈티(버터차)와 삶은 감자를 나눠 주신다. 감자가 맛있다. 가는 길에 먹으라면서 몇 개의 감자를 챙겨주시는 승려분의 배려에 함께 합장을 하며 작별 인사를 건낸다.
Sagarmatha National Park Entrance |
가는길 류아저씨는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천천히~~)' 당부 또 당부하신다. 빨리 걷지 말고 천천히 애가가 걸음을 배우듯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가라고 하신다. 즐거운 트래킹을 와서 특히 한국사람들 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빨리 하다가 고소 적응이 안되어 고생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면서, 천천히 천천히 가라고 당부에 당부를 아끼지 않으신다.
몬죠를 지나다 보면 체크포스터를 지난다. 경찰들이 군복을 입고 총을 소지하고 있다. 관리사무소에 들러 간단히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티켓을 구매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18:10 도착 몬죠
2인 1실인 롯지(Monju guest house)가 생각보다 깨끗하다. 늦은 시간이라 마을 어귀에 위치한 롯지을 잡고 짐을 푼다. 저녁으로 맥주, 뽁음밥, 감자까지 먹고, 휴식으로 찌야(우유에 홍차, 설탕을 넣어 만든 차다.)와 코코넛(이곳에서 인기가 좋은 비스켓이다. 우리 나라 과자 맛과 비교도 안되지만 그래도 이 산속에서 먹는 비스켓의 맛은 일품이다.)을 먹으면서 오늘 일정도 정리하고 서로 담화를 나눈다.
이곳 사람들은 힐러리를 우상처럼 받든다고 한다. 힐러리가 학교며 병원 여러가지 시설들을 짓어 주었고, 이곳 사람들을 위해 많은 봉사활동 및 시설설립을 지원해 주어 이곳 사람들에게는 신 다음 받들어 모시는 것이 힐러리라고 한다. 여기 이곳 사람들은 저 아래 혼란한 정치나 경제에는 관심이 없다. 돈, 명예, 권세를 쫓아가는 요즈음 시대에 오히려 이곳에 있는 저들이 더 행복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행복이란? 자기자신을 받아 들이는 마음에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장시간 걸어서 인지 아님 긴장감이 풀러서인지, 피곤함이 밀려든다. 침낭속에 들어가니 그냥 샤르르 잠들 것 같다. 오늘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해보면서 내일 고소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오늘밤 숙면을 기대해 본다(8:40)
한참을 잔 것 같아 일어나니 지나언니도 잠이 안오는 것 같다. 시간을 물어보니 이제 12:10분이란다.
한판 한장으로 막혀져 있는 롯지는 옆방의 기침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온다. 그 기침소리는 새벽녁까지 계속 이어지고, 새벽 4시경 다시 한번 일어나 앉아다가 잠든다.
11월 3일 (몬조 - Jorsale 죠르살레 (2740m) - Namche 남체 (3440m))
급하게 서둘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새벽 5:45분. 일어나니 새벽녁에 꾼 꿈생각에 마음이 뒤숭숭해 진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보이고, 내가 빙벽하는 것도 위험을 만나 가도 가도 끊없는 길을 걷고 또 걷고 있는데, 상황이 또다시 바뀌고, 뒤죽박죽 나중에는 어떤 형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든 것들이 잘 해결된 꿈이였던 것 같다. 어린시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이다. 내가 할아버지의 눈을 감겨드렸는데, 집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 몇십년 동안 한번도 나타나지 않으시다가 왜 오늘 같은 날 꿈에 보이실까? 별별 생각을 다 하다가 그냥 날 보살펴주시려나 보다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니 찝찝한 꿈자리가 편안해진다.
밖으로 나와 마당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앞을 보니, 설산 정상부분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적당히 쌀쌀한 공기, 앞에 보이는 설산의 아름다움 히말라야 언저리가 맞구나 싶다.
6시 50분 짐정리, 7시 아침식사로 덴뚝(일종의 수제비. 밀가루+배추)을 시켜 먹는데 보기 보다 맛있다. 점심식사를 위해 감자를 주문해 넣어간다. 오늘 일정이 시작되었다.
가는 도중 길거리 가게에 도너츠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가게에 들러 잠시 쉬었다 간다. 들어간 김에 콩,감자,도너츠 시켜 먹는다. 가게라고 해 봤자 나무탁자에 의자가 몇 개 놓여져 있는 것이 전부다. 조그만한 아궁이가 만들어져 있고 불을 피워 모든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마침 차를 마시고 있는 일본인아저씨가 팁까지 얹어 계산해 주시자 주인아저머니도 기분이 좋아서 인지 우리에게도 후덕한 인심을 베풀어 주신다. 많은 양의 음식 서비스를 받게 되어 기분이 좋다. 기기다가 차까지 공짜로 내어 주시니 횡재한 셈이다.
남체로 가는길 출렁다리에서 |
남체로 향하는 도중 오르막길에서 내려오는 한국인을 만난다. 거여동 사신다고 하시면서 이곳 이국땅에서 한국인을 만나니 너무 반갑다면 좋아 하신다. 서로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라면서 헤어진다. 정말 이국땅에서 한국인을 만나다는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어제 류아저씨의 말대로 서둘러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걷는다.
오후 2시 남체 도착. 시장이 섰다. 보따리, 보따리 풀어 놓은 시장판. 보는 눈이 즐거워 진다. 핀조아저씨 양말씨는 양말을 빨아 몬조롯지에 그냥 늘어놓고 왔다면서 양말을 구입하시고, 나는 미쳐 챙겨오지 못한 손수건을 구입한다. 가장 갚고 싶었던 것은 보석상자였는데 250루피라서 그만 두었다. 타멜 지역에 가면 70루피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것도 아니라서 내려가서 구입하기로 했다. 이리저리 남체 구경에 여념이 없다. 이곳까지 인터넷 PC방이 들어와 있다. 20세기 현대문명이 이곳까지 뻗쳐 있다는 생각이 드는 유일한 증거인 것 같다. 히말라야와 인터넷 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3:20 숙소를 잡았다. 1층이 숙소이며, 2층은 식당으로 된 전망이 좋은 롯지다. 남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지 않다. 개스가 몰려와 남체를 한순간에 삼켜 버리는가 하며, 어느새 빠져나가 또다시 눈을 즐겁게 해주기를 반복한다. 공기가 차다.
짐을 풀어 놓고 Hot shower라는 글을 보고 샤워를 하고 싶다는 지나언니가 먼저 씻으려 간다. 샤워도중 물이 끊겨 핀죠아저씨가 아주머니께 이야기 해서 다시 물을 부어주는 해프닝이 발생하고, 난 도중 물이 끊겨 나오지 않을까봐 빨리 머리만 후다닥 감고 나와야 했다. 씻고 나오니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천천히 2층 식당으로 올라오니 난로불 덕분에 식당안이 훈훈하다. 머리를 감고 나서인지 조금 춥다고 하니 주인장 할머니는 난로에 마른쇠똥을 더 넣어 주신다. 감사했다. 쇠똥타는 냄새 또한 일반 장작타는 냄새처럼 구수한줄은 처음 알았다.
더운물 한통에 100루피란다 쿡~~ 몰랐다 그렇게 비싸줄은 몰랐다. 지나언니와 나 둘이 서로 마주보며 뻘쭘해 씩 웃었다.
남 체 |
남체는 개스에 쌓여다 벗겨졌다는 반복하다 결국에는 개스에 하얗게 뒤덮혀 버린다.이틀째다 류아저씨와 이번 트래킹을 계획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녁식사후 식탁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롯지 주인할머니도 그동안 적절했는지 우리에게 이런저런 자랑거리를 늘어 놓으신다. 할머니가 아래 롯지 운영중일때(지금은 그 롯지가 없다.) 지미카다 전미대통령이 할머니 롯지를 방문해 화재가 되었단다. 그때 지미카다 대통령 음식은 할머니만 가져다 드릴 수 있었다면서 자랑하신다. 다녀간 이후 그때의 기념으로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보내주시고 하고, 다른 이들을 많이 소개해 롯지에 들리지만, 오는 사람들마다 그때의 롯지가격으로 알고와서 곤란한 경우가 한 두번 아니었다고 한다. 이야기 하시는 할머니의 제스처, 표정하나 하나가 너무 재미있다. 할머니는 셀파어로 이야기 하시고 옆에서 핀죠아저씨가 통역사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류아저씨는 내년에는 캉첸중가로 갈 계획이란다. 또 다시 함께 가자고 하지만, 내년 내가 캉첸중가로 떠날 수 있을까? 여건만 된다면 또 한번의 여행을 꿈꾸고 싶다. 지나언니가 근무했던 부산에서의 호텔이야기도 재미있다.
내일은 쿰중까지 간다고 한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롯지에서 두번째 밤을 맞이한다. 어둠이 내려 앉은 남체 여기가 남체가 맞나 싶다. 널판지만 생각했던 숙소였는데 푹신한 메트리스 까지 깔리 침대라니 너무 호화롭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나언니랑 불을 끄면 잘 것 같아서 불을 켜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결혼, 시댁, 언니의 유럽여행이야기 등등… 두분이 어떻게 만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왠지 수많은 수연들이 담겨져 있을 것 같아 물어보기가 그렇다. 현재시간 8시다. 서울은 11시 16분. 처음 트래킹을 시작할 때 하루가 지나고 집에 가고 싶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하루 하루 흘러가는 이 순간 순간들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화장실 갔다 지나 언니가 안개에 쌓인 남체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짙은 개스 때문에 별들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아름다운 밤안개의 풍경을 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두번째 접어드는 밤인데 너무 편안해서 좋다.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을 기획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개 짓는 소리에 잠을 청해본다.
11월 4일 (남체 - Shyangboche 상보체 (3720m) - Khumjung 쿰중 (3780m))
네팔리 소녀들의 맑은 그 눈빛
아침으로 죽과 삶은 간자는 먹는데 죽은 좀 짜다. 10시 출발
남체언덕에 올라 |
언덕에 올라서니 남체마을 전체가 훤히 내려다 보이다. 이곳에서 셀파아저씨들과 함께 위에 올라 사진촬영 배경이 멋있다 포터들과 한컷.
12시 상보체에 도착.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 상보체는 옛날 공항자리터가 왼쪽아래 터에 자리잡고 있다. 롯지에 들러 과자와 차를 마신다. 라라라는 과자는 어린시절 즐겨먹던 삼양라면 맛과 흡사하다. 한숨 자서면 좋겠다. 졸음이 밀려온다. 고도가 있어 그런지 온도가 많이 내려가 있다.
또다시 걷는다. 먹고 걷고 먹고 걷고 이곳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는 먹고 걷는 일뿐이다. 다른 모든 사소한 생각들은 저절로 접어지게 된다.
쿰중입구에서 만난 네팔리 |
오후 1:30 쿰중 도착. 쿵줌 입구에서 이곳 네팔리들 어린이들을 만났다. 새까맣게 탄 얼굴, 추위에 턴 손이지만 그들의 까만 눈동자는 어떤 보석보다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하고 깨끗하게 느껴졌던 그들의 눈빛이 트래킹내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오후 2시 마을 입구에 있는 히든플레스롯지를 잡았다. 조금 시끄러웠던 남체보다 조용한 쿰중이 더 마음에 든다. 마을 자체가 너무 평화롭다.
우리가 잡은 롯지에서 조금 더 내려가 에베레스트 베이커리 카페에서 뺭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빵맛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3700이 넘는 이곳에서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호사로운 생활인 것 같다. 카페에는 우리외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자리잡고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고 있다.
4:10 롯지로 돌아오데 약간 춥다. 돌아온 롯지 주인이 난로에 불을 피워 주신다. 모두들 오늘 일과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핀죠아저씨는 집에 계신 언니께 전화을 하고, 나도 집에 전화 해 보고 싶었지만 참을란다. 여행의 목적 그 모든 것을 잊고 그냥 지내고 싶다.
롯지를 나와 반팔에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세수하니 모두들 뜨아해 하는 표정이다. 상쾌하고 좋기만 한데..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하고 있다 같이 하려고 했는데 끼워 주지 않네..후후.. 롯지 안으로 들어오니 온기로 인해 후끈하다.
식당에서 달밧 2개, 밥하나를 추가해 양푼이를 빌려 고추장을 풀어 쓱쓱 비벼 저녁식사를 한다. 꿀맛이다. 롯지 주인아주마가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지 쳐다보고 가신다. 류아저씨가 코리아 스타일하면서 아주머니께 한마디 건내시자 씩 웃으면서 가신다. 식사후 차한잔을 마신 뒤 식당에 앉아 놀고 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우리 밖에 없다. 전기값, 난로연료 때문에 눈치가 보여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고 숙소로 올라온다.
지나언니는 많이 춥다고 한다. 산도 처음이고 트래킹이 처음인 지나언니는 몸 컨디션이 별로 좋지 못한갑다. 난 생각보다 좋은 환경과 무엇보다도 신경 쓰였던 고소증세도 없고 했어 좋다.
11월 5일 (쿰중 - Phortse Tenga 포르체텡가 (3680m) - Dole 돌레 (4200m))
무겁게 짊어지고 가지 말고 떨쳐버리고 가자.
5시 45분 일어나 지나언니랑 화장실 가는데, 언니는 간밤에 추워서 잠을 못잤다고 한다. 간밤에 내린 서리로 인해 쿰중 마을이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다. 아름답다. 다시 들어와 누웠다가 6시 30분에 일어나 짐 정리를 한다. 더 자고 싶었지만 옆방의 소리, 왔다 갔다 하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6:45분 식당으로 내려와 식빵에 짜이 한잔을 마신다. 이 아늑함이 좋다.
8시 출발 날씨가 매우 쌀쌀하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쿰중마을을 돌아나와 쭉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엄청난 계단 이 계단을 에고메아리 계단이라고 한다. 계단을 다 올라서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9:20) 지나언니가 좀 힘들어 한다. 햇살 때문에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한다.
몽라에 들러 차한잔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한다.
12:50 포르체탱가 도착.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점심 메뉴가 라면이라서 너무 좋다. 지나 언니는 몸이 좀 괜찮아 졌나 보다. 난 오는 길에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니만 목도 쇄하고 배도 고프다. 선그라스를 끼고 왔더니만 머리가 아프다. 계곡의 물소리가 웅장하게 들러온다. 모두들 찌아 한잔을 마시지만 난 냉수로 대신 한다. 션크림을 바르려고 두껑을 열어보니 압력때문인지 줄줄 흘려 나온다.
핀죠아저씨 말에 의하며 아저씨는 어릴적에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어려워 시골 고등학교에서 졸업하기가 10:1이었는데 요즈음은 10:9란다.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그만큼 쉬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해 비해 학교 수강료로 3개월에 700루피 냈으나 요즈음에는 1개월에 700-800루피정도로 올라다고 한다.
돌 레 |
정오가 지나 구름때가 산자락으로 밀려든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피로가 조금 밀려온다. 여기에서 돌레까지 포터 걸음으로는 1:30~2:00걸린다 하니 우리는 넉넉하게 4시간 정도 잡아야겠다. 이제 또다시 출발이다.(13:40) 한국시간은 4:47분 이번 여행길 엄마에게서 선물로 받은 시계가 바로 한국시간을 알려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불어대는 바람에 먼지가 흩날린다. 몸 속 구석구석까지 바람이 찾아와 먼지를 쌓아 놓고 간다. 털어내며 또다시 쌓이고 쌓여 털어내기를 멈추어야했다. 떨쳐 버리자고 모두 잊고 지내자고 떠나온 길인데 오늘 따라 더욱 더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돌레 도착 16:40
돌레까지 오는데 추워서 멈춰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쉬엄쉬엄 걸어야 했다. 입구에서 롯지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왜 그리 반갑던지 그 어느때 보다 마을이 반가웠다. 짐들을 풀어 놓고 나서 식당으로 들어와 과일캔을 하나을 나눠 먹는데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핀죠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미지근한 물에 세수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상큼할 수가 없다. 약간은 이곳에서 더운물 세수가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건이 허락되는 곳에서만이라도 더운물로 씻을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롯지안 한쪽에는 외국인들이 카드 놀이 중이고, 계란후라이 냄새가 넘쳐나고, 우리는 저녁으로 달밧을 주문해 고추장으로 쓰싹 비벼 먹는다. 3인분 주문했는데 양이 많아서 작은 공기에 밥을 덜어야 했으며, 그것도 많아서 나중에는 남은 비빕밥을 4등분해서 각자 배분량을 먹어야 했다. 고추장에 비벼낸 따끈따근한 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또한 롯지 주인아주머니의 후한 인심덕에 기분까지 좋다.
따뜻한 난로불이 좋다. 류아저씨는 핀죠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서 내일 일정루트를 조절 중이고,지나언니와 난 양치질 하려고 밖에 나갔는데 별들이 반짝반짝 한다. 트래킹후 별다운 별을 보기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타멜에서 뚱바 한잔을 마시면서 임현단선생님이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트래킹 가면 밤에 춥다고 롯지에만 있지 말고 잠시 나와 밤하늘에 수놓아져 있는 별들을 꼭 보라> 고 하셨다. 정말 아름답다. 물로 양치질을 하는데 이빨이 시릴 정도지만 그래도 지금 이순간이 마냥 좋다. 뿜어져 나오는 입김 또한 재미있어 여러 번 뿜어 본다.
식당안으로 들어오니 훈훈하다. 오늘 벌써 4일이 지났다. 일정중 1/4가 지난 것이다. 시간은 어김 없이 흐르나 보다. 류아저씨 '내년 이맘때는 어디에 있겠는가?' 하시는 질문에 '글쎄요.'라고 대답한다. 정말 내년 이맘때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내년에 또 네팔을 찾을 수 있을까? 많이 추운지 외국인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우리 모두 추우니 식당안에 모여 다 함께 자는건 어떻겠냐? 한다. 모두들 웃음으로 받아 넘기시고. 몸도 훈훈해지고 배고품도 달래지고 서서히 잠이란 놈이 찾아온다. 이 긴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 좋다. 오늘도 롯지에서 하루를 마감해 본다
11월 6일 (돌레 -> Machhermo 마체르모 (4410m) -> Phang 팡 (4480m))
고소가 이런 것일까?
새벽 2:30분 깨어 지나언니와 화장실을 다녀왔다. 덕분에 별똥을 보았다. 행운이었다. 아! 별동이다 라는 외침 때문에 소원은 나중에 빌었다. '경희 삶이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푹 잤다. 6시 10분 기상. 날씨가 갈수록 쌀쌀해진다.
아침에 짐을 정리하면서 카고백에서 잠바하나를 꺼내 내 배낭에 넣어더니 배낭이 불룩하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 몰골이 말이 아니다. 7시 출발이라고 했는데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늘이 벌써 11월 6일 이라나 떠난지 5일째다. 아직까지는 모든 여행이 순탄하다. 단지 지나언니 컨디션이 조금 저조한데다가 감기기운이 겹쳐 조금 걱정된다. 잠자고 나면 괜찮아 진다고 말했지만 몸이 많이 피곤한지라 조금 걱정이다. 오늘 하루도 파이팅을 외쳐본다
8:10분 출발
아침으로 토스트와 찌야를 먹는다. 구운 식빵이 바싹바싹 맛있다. 토스트와 함께 나온 잼은 꼭 우리 나라 제리 같다. 그래도 단맛이 느껴지는지라 맛있게 먹는다. 핀죠아저씨 덕분에 찌야를 리필로 한잔 더 마시고 출발한다. 우리와 함께 출발하는 트래커들이 많다.
돌레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앉아 휴식을 취한다.(9:00) 설산이 코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름답다. 지나언니는 오늘도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속도가 늦다. 류아저씨도 언니랑 함께 보조를 맞춰 걷는다. 두분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지는 반면 많은 사연들이 있는 것 같다.
두번째 휴식 햇살이 내리쬐는 언덕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9:40. 뒤에 오는 지나언니와 류아저씨 약 30분 가량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핀죠아저씨가 앞장서 갔는데 따라간다고 발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시간도 많고 해서 잠시 눈을 붙히고 일어난다.
11:50 Luza 도착. 롯지에 앉아 쉬고 있으니 지나언니와 류아저씨가 도착하고, 롯지 안에 하나남아 있는 과일캔과, 감자, 코코넛비스켓을 사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피곤하다. 밖에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14:00 Machhermo에 도착. 고소가 오는지 머리가 조금 띵하다. 잠시 누워 본다. 간단히 간식을먹고 출발한다. 햇살이 빨리 사라지고 구름이 끼여서면 좋겠다. 내려 쬐는 햇살이 오늘따라 신경 쓰인다.
길위의 수많은 발자국들. 많은 이들이 지나간 흔적위에 내 발자국도 남겠지. 언젠가는 다른 이들의 발자국에 묻혀 사라지겠지 하면서 걷고 또 걷는다. 두통이 심해 선글라스를 벋어야 했다. 선글라스를 벋자 두통은 좀 나아졌으나 여전히 머리는 조금 띵하다. 따뜻한 곳에 누워 잠이나 자서면 좋겠다.
4:00 Phang 도착
롯지에도 어느새 어둠이 찾아든다. 지는 황혼이 아름답다. 식당 안 연료로 넣은 야크똥 타 들어가는 냄새가 심하고, 한쪽켠에 외국인 한명이 고속적응이 잘 안되었는지 괴로워한다. 우리는 저녁밥으로 감자국을 끊여먹기 위해 롯지 아주머니랑 주방을 잠시 이용할 수 있도록 협상중. 다행이도 아주머니가 허락해 주어 오늘 저녁은 감자국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저녁으로 류아저씨가 주방장 핀죠아저씨가 보조주방을 맡고 두분이서 뚜딱 뚜딱하더니 어느새 맛있는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
얼큰한 감자국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머리 아픈게 싹가신다. 식사후 레몬차 한잔에 피로를 풀어본다. 저녁먹고 난후 이어지는 대화는 언제나 재미있다. 오늘도 류아저씨의 즐거운 입담으로 시간 가는줄 모른다.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 나온다. 동국탐사이야기, 즐거웠던일, 무서웠던 사건들 등등…
20:10분이 되자 식당에 있던 여행객들이 각자방으로 들어가고 오늘 또 우리만 남았다. 밤일 길어 새벽에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될 수 있으면 늦게 자야 한다. 다른 팀의 가이드 아저씨 한분과 우리팀만 난로불가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웃음바다가 지속된다.하하하 잠이 스르르 밀려온다
20:40 잠자리에 든다
합판으로 만들어진 롯지는 잠자다가 뒤척거리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지나언니는 피곤했는지 바로 잠자리에 들고 코까지 곤다. 나도 어느새 잠속으로…
11월 7일 (팡 -> Gokyo 고쿄 (4790m))
별이 쏟아진다! 수만개의 별, 별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새벽 2:30분 지나언니가 화장실 가자고 해서 나왔다. 희뿌연 하늘속에 산이 우뚝 쏟아 있다. 들어와 다시 잠속으로 6:10분에 얼어나 7:10분까지 뒤척이다가 침낭 밖으로 나왔다. 아침메뉴는 지나언니 목이 많이 안 좋아 애채죽으로 한다.
8:40 출발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이다. 바람도 조금씩 불어 쌀쌀하다. 계곡옆으로 쭉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바위에는 얼음이 얼어 있고 3시간후면이면 고교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12시면 고교리에 가 있을까?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될 것 같다. 속도가 느리다. 어차피 오늘중으로만 들어가면 되니깐 바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일찍 도착하면 뭐하지? 머리를 못 감은지 4일째. 찬물이라도 좋으니 머리를 감고 싶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 길가 조그만한 바위에서 외국인 2명이 암벽등반 포즈를 취한다. 선인에서 선배님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11:10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물이 정말 에메랄드 빛이다. 여름이라면 발이라도 함 담가 볼텐데, 손만 호수에 담가 본다. 차갑다. 핀죠아저씨랑 앉아 뒤에 오는 류아저씨와 지나언니를 기다린다.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숨 잤다. 일어나 보아도 아직 후미팀은 보이지 않는다.(11:40) 한참을 기다렸다 저 뒤 류아저씨의 주황색 모자가 보인다. 기다려다 함께 가려고 했지만 추워서 기다릴 수가 없다. 걸음을 빨리 해본다. 얼었던 몸이 녹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춥다. 추위로 인해 가슴이 알려온다.
고교라고 환영하는 문구가 마을 입구에 새겨져 있다. 다왔다고 좋아 했는데 롯지는 보이지 않는다. 힘이 쭉 빠진다. 그렇게 걸어 30분여분 가다 보니 또 다른 호수가 나오기 시작하고 고교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반갑던지. 12:40분 도착
롯지를 잡아 바로 식당으로 들어간다. 구름이 잔뜩 긴 하늘을 보면서 몇몇 가이드 아저씨들이 눈이 내릴 것 같단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고, 창문 너머 저 멀리 지나언니와 류아저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롯지 안으로 들어온 두분. 많이 지쳐보인다.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일정데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지만 내리는 눈이 싫지만은 않다. 모두들 눈이 내린다고 좋아한다. 눈은 어느새 소복이 쌓여가고 우리는 모두들 시골마을에 눈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모여든 여행객들처럼 모두가 정답게 느껴진다. 점심으로 라라, 레몬티, 삶은 감자를 주문해 먹고 머리가 아파 방으로 내려와 잠을 청해본다.(15:30)
포근하다. 어떻게 잤는지… 17:20분 눈을 뜬다. 밖에는 아직 눈발이 휘날리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누워있다가 화장실을 참다 참다 안되어 일어난다. 슬슬 배도 고프고.. 온세상이 눈으로 덮혀 아늑하고 조용하게 느껴진다. 화장실 가는 길에 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내일 일정은 어떻게 될까? 식당에 들어서니 핀죠아저씨가 따뜻한 자리를 양보해 주신다. 모두들 추울텐데 고맙지만 사양한다.
고교에는 포터들의 잠자리가 여의치 않아(비싼 가격 때문에) 다시 마체르모까지 내려갔다 오겠다고 한다. 알고 보니 팡에서도 그런 사정이 있어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다고 한다. 너무 먼거리고 하여 류아저씨가 따로 숙박료를 지불해 주기로 하였다. 저렇게 고생해 번돈을 가족들을 위해 쓰는가 하면 젊은이들은 저축하지 않고 술마시고 엉뚱한 곳에 돈을 다 소비해 버리고 또다시 포터일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어렵게 번 돈인데…
트래킹 도중 도중 짐을 과하게 메고 가는 포터들을 가끔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과한 짐을 지게 고용한 외국인들을 원망했으나 알고 보니 트래킹 회사를 통해 고용된 포터들이라 회사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많은 양의 짐을 지게 한단다. 너무 했다 싶다.
저녁 19:00 뽁음밥, 감자뽁음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의외로 맛있다. 후식으로 레몬차 한잔 맛있다. 독일에서 온 트래커 두분, 핀죠아저씨, 포터아저씨들이 신이 나서 노래를 주고 받거니 한다. 분위기가 흥겹다. 속이 별로 좋지 못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고교리에 올라왔다 갔다 온다. 왕복 4시간이면 충분할거라고 한다 몸이 안좋아 지는 것 같아 좀 걱정이 된다.
방으로 내려와 일찍 잠든다. 새벽녁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왔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리던 눈은 멈추었고, 올려다 본 하늘은 주먹만한 별들이 휘청인다. 수만개의 별들.. 또 그 크기는 어떻한가, 너무 많은 별들이 떠 있어 별자리 찾기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다. 별이 쏟아진다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고교의 밤하늘은 너무나 화려했다. 트래킹내내 잊지 못했다.
고교리를 오르는 Dudh Pokhari 배경으로길 |
11월 8일 (고쿄 - GokyoRi 고쿄리 (5360m) - Dragnag 드락낙 (4700m))
새벽을 가르며 올랐던 고교리
5:30 옆방에서 류아저씨 '아줌마들'하고 부르는 소리에 일어났다. 짐정리한 후 짜이 한잔을 마시고 고교리로 출발한다.(6:20) 눈이 내려서 그런지 바람도 없고 온세상이 하얗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교리로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3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여명이 점차 밝아옴에 따라 우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션크림을 바르고 햇살과 눈 반사광에 대한 대비를 한다. 처음 출발할때 저기까지야 하면서 만만하게 본게 나의 실수다. 해가 뜨오면서 점차 바람도 거세진다. 어느 포터 한분이 그렇게 느리게 걸어서는 우리를 보고 정상까지 못간다. 우리가 그렇게 보였나. 그 말에 지나언니 열받아 열심히 오른다. 정상은 바로 앞인데 가도 가도 끝없다. 심호흡이 저절로 이루어지면서 한발짝 한발짝 올라간다. 도중 류아저씨가 멋진 호수와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신다. 파란 호수, 눈으로 인해 온통 햐얀 고쿄마을 힘들지만 멋진 풍경에 잠시나마 기쁨이 탄성을 질러본다.
고교리 정상에서 이번여행을 함께한 일행들 |
드디어 정상이다. 기쁘기 그지없다. 정상 30분을 남겨두고는 정말 힘들었다. 멋진 설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멋지게 찍고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앉아 잠시 휴식 취한 후 내려온다.10:10정상
10:45분 하산시작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렵게 올라서 그런지 너무 흐뭇하다.
12:10 롯지 도착
점심으로 얼큰한 라면으로 땀한번 빼고 나니 피로가 쫙풀린다. 드락낙에서 오는 포터들의 말에 의하면 날씨가 안좋아 몇몇팀들은 촐라패스를 넘지 못하고 다시 드락낙에서 내려왔다고 하지만, 우리는 일정대로 드락낙로 출발한다. 바람도 세차고 간혹가다 눈발도 휘날린다.
13:00 눈발 때문에 걸음을 빨리 해본다. 숨이 차다. 춥기도 하고, 다시 심호흡. 지나언니와 류아저씨는 뒤로 쳐지고 핀죠아저씨와 포터 아저씨들과 걷는다. 오늘 새벽 고코리를 올라왔다 그런지 덜 힘들다. 단지 손이 시럽고 전기가 짜리 짜리 통하는 느낌이 간혹있다. 이것도 고소의 일종인가? 내려가면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을 것 같다.
빙하를 건너면서 |
한참을 가다 보니 눈발도 조금씩 누그려 지고 사막을 연상케 하는 넓은 모래인 지대가 나온다. 핀죠아저씨와 각각 사진 한장씩 찍고 나서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깊이를 알수 없는 호수와 사막 같은 모래인 지대. 처음 보는 풍경이라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필름을 깔아 끼우고,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서 뒤 사람들을 기다리다 앞으로 30분정도 가면 드락낙이이 나온다고 한다.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워 본다. (15:15) 지나언니와 류아저씨가 조금 있다 도착하고 가는길을 재촉해 본다.
15:50 오늘의 목적지인 드락낙 도착. 생각했던 것 보다 롯지들이 적다. 반면에 캠핑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때 보다 많다.
쵸라뷰 롯지안. 롯지에 들어가니 그대로 뻗었다. 왜그리 허리가 아픈지 롯지 침대에 뻗어 한참을 누워 있다가 한기가 돌아 식당으로 나왔다. 추운데 난로의 온기는 희미하다. 복숭아,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뜨거운 물 한잔을 주문한다. 그나마 뜨거운 물이 들어가니 몸이 그런데로 좀 낫다. 그것도 잠시 다시 찾아온 한기 오돌오돌 떨린다. 조금 있으니 난로에 불을 피워주나 불이 잘 안붙어 식당안은 연기가 가득하다. 불이 잘 안 붙자 롯지 주인이 기름을 갔다 붓는데 기름을 불다가 불이 붙어 머리까지 태울뻔했다. 몸이 점점 따뜻해져 간다. 난로가에 앉아 젖은 양말을 말려본다,
캠핑하는 사람들이 롯지 식당안을 가득 메우고 있어 시끄럽다. 다른 이들이 캠팽하는데 왜 롯지를 사용하느냐 하는 불만을 표시하지만, 롯지 주인은 그런 말들을 그냥 지나친다. 난 롯지 주인이 이해 타산 없는 마음이 느껴져 좋기만 한데..
내일은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밖 캠핑장에는 포터와 트래커들의 흥거운 노래가 이어진다. 저녁 식사 후 머리가 조금 아파 미리 게보린 한알을 먹는다. 잠을 푹 자야 내일 일정이 순조롭지 하는 생각에 먹었는데 머리 아픈 건 좀 나아 졌지만 잠이 안와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든다.
11월 9일 (드락낙 - ChoLa Pass 촐라패스 (5330m) - Dzonglha 종나 (4830m))
촐라패스를 넘는길 한발 한발마다 내뿜는 심호흡
5:30분 기상하여 짐정리를 한다. 6시 떠나기로 했으나 늦어져 코코넛 비스켓과 짜이 한잔을마시고 출발 6:30분. 날씨가 어제보다 따뜻하다. 심호흡을 해가며 천천히 오른다. 촐라패스가 보이는 능선에서 휴식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간단히 행동식도 먹는다.(8:45) 배가 무지 고프다.
11:00 올라온 핀죠아저씨가 뒤에 오는 두분을 위해 내려가신다. 많이 지쳐있는 지나언니에게류아저씨가 격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감정이 많이 격했는지 지나언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힘들어 하는 지나언니를 위해 핀죠아저씨가 배낭 들어 준다고 하니 류아저씨 말리신다. 지나언니도 기분이 상했는지 거절하고 한참을 실랑이 중이다.
지나언니와 함께 보조를 맞춰가기 위해 휴식을 취한다. 바위가 차가워 엉덩이가 시리다. 촐라패스로 오르는 길 지나언니는 아무런 말이 없다. 류아저씨의 농담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촐라패스 오르는 길 류아저씨께서 '산은 항상 경건망동하면 안된다. 산을 올를 때 그 산이 허락해 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으때도 있으며, 설사 허락을 한다해도 경거망동 하지 말고 항상 겸손해야 된다'고 한다. 정말 오늘의 날씨가 너무 좋다 . 마음속으로 히말라야신들에게 감사드려 본다.
12:40 촐라패스. 입구부터 거대한 빙하가 아가리를 쫙 벌리고 있다. 빙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선글라스를 벗으니 눈이 부셔 바로 다시 껴야 했다.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을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머리가 조금 아파 게보린 한알을 먹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는지 기분이 상쾌해 진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볼펜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점심으로 싸온 감자와 코코넛을 먹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너무 너무 멋지다. 촐라패스를 지날때의 그 기분 정말 끝내준다. 빙하 내리막에서는 다행이 비닐이 배낭에 있어 꺼내 미끄럼을 타면서 신나게 내려왔다.
촐라패스 |
촐라패스 |
촐라패스 오르는 길만큼 내려오는 길 또한 길다. 빙하를 가로질러 내려와 끝없이 이어진 돌길 내리막 내려오면서 왜 그리 도봉산이 생각나는지 아마도 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15:50 종낙에 도착. 롯지방이 좋다. 천정에 자연광선이 들어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뒤에 오는 지나언니가 좀 걱정이다. 핀죠아저씨가 뜨거운 차한잔을 만들어 뒤 후미를 마중나간다. 블랙커피 한잔을 시켜 마신다. 일주일 만에 마시는 커피다. 그 진한 향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16:30 후미팀 도착. 지나언니께 '빨리 왔네요'하고 말을 건내니 '내가 비리비리 한 줄 알아'하시면서 농담을 하신다. 기분이 나아져 다행이다 싶다. 류아저씨가 가져온 알파인미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그냥 뜨거운 물만 붓으면 25~30분 뒤면 맛있는 밥이 그냥 된다. 고추장에 다른 찬없이 그냥 고추장이 비벼만 먹어도 그 어느 진수성찬보다 맛있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저녁시간이 되니 롯지 주인이 식사 주문을 받으려 다닌다. 미리 먹은 저녁탓에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피자 주분을 하고 류아저씨의 화려한 소흑산도, 동굴탐험에 얽힌 귀신이랴기, 강원도 구릉산, 쇼생크탈출의 영화이야기 너무나도 재미있는 화재거리가 이어진다. 모두들 오늘의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어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트래킹에서 어려운 코스는 다 지나온 셈이다. 지도를 펴 놓고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일정중 절반이 이미 지나갔다. 칼라파타르, ABC베이스캠프만 갔다오면 그다음부터는 하산길에 가까운 일정들만 남아 있다. 이제서야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8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두통도 깔끔히 사라지고 호흡 또한 좋다. 내일은 9시경에 출발한다고 하니 시간적으로 여유롭다. 오늘밤 잠도 잘 올 것 같다. 오늘도 무사히 롯지에 도착해 이글을 쓰게 되어 너무 감사드린다.
저녁 20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11시경 깨어나 이리저러 뒤척덕 거리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다새벽녁이 되어야 겨우 잠들수 있었다.
11월 10일 (종나 - Lobuche 로부제 (4910m) - Gorak Shep 고락셉 (5140m))
봄날 소풍 가는 기분으로..
새벽 6:30분 화장실 다녀와 계속 자다가 류아저씨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 짐정리를 서두른다.(7:00)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고 일정을 점검해 본다.
로부제 가는길 |
10:10 길을 잘못 들어 내려왔다가 올라가야 했다. 포터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아저씨가 가르쳐줘 알았다. 핀죠아저씨의 통역에 의하면 포터 아저씨들이 혹시나 해서 길에 메모를 해 두었다는데, 메모는 봤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지나쳐었다. 지나언니는 '나만 힘내서 가면 오늘 코락셉까지 가는 것 문제 없겠네' 하면서 웃는다. 브레드피트 닮은 외국인 두분이 지나가면서 자기들도 오늘 고락셉까지 간다면서 인사를 건낸다.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강을 가로 질로 쭉 이어진 길. 오늘은 꼭 봄날 같다.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밤새 얼어있던 강물도 녹아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11:30 로부제 도착. 류아저씨 말대로 다른 지역보다 까마귀들이 유난히 많다. 햇살이 쫙 내리쬐는 롯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롯지안이 훌륭하다. 지금까지의 롯지랑 비교해보면 호텔수준이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 레몬티 한잔을 마시면서 뒤에 오는 류지나 포터아저씨들을 기다려본다.
12:10 후미팀 도착. 지나언니가 많이 지쳐 보인다. 점심으로 감자뽁음, 뽁음밥 먹고 모두들 배가 고파던지 라라와 레몬티를 시켜 후식으로 먹어 치운다.
로부제에서 오늘은 숙박을 잡기가 어렵다 모든 롯지들이 다 찼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또 한번 계획을 수정해 본다. 오늘 고락셉까지 가고 내일 아침 칼라파타르, ABC베이스 캠프까지 갔다가 로부제로 이동하기로 결정. 다음날 내려오면 숙소가 없을 것 같아 미리 예약하고 선금 50%을 지급하고 떠난다. 지나언니랑 보조를 맞춰 걷는다. 그렇게 걷는 우리를 보고 심리적으로 압박이 될수 있으니 우리 페이스에 맞춰 먼저 가라고 권하신다. 핀죠아저씨랑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면서 먼저 걷는다.
14:10 우리 셀파아저씨들이 쉬고 있어 함께 앉았다. 오늘 일정에 절반 정도 온거란다.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 기쁘다. 10분정도 앉아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쉬엄쉬엄 걸기도 하고 심호흡도 해 가면서…
15:00 다시 포터들과 휴식. 굽어진 길을 돌며 보일 것 같은 고락셉. 몇차례의 기대와 실망을반복하고 나서야 드디어 시야에 들어온 고락셉 너무 반갑다. 3:50 칼라파타르, 에베레스트 능선이 보인다 기쁘면서도 왠지 내일 저기까지만 가면 다시 되돌아 가야 된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 든다.
고락셉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산 |
롯지안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 롯지안은 발 디딜틈 없이 복잡다. 홍차한잔으로 몸을 녹여본다. 오는길 모래바람에 장난 아니었다. 잠바며 배낭이며 모두 싹싹 털어내야 했다. 내일 에베레스트베이스 캠프 가는데 머리는 못 감을 망정 세수는 하고 올라야겠기에 세수를 한다. 상쾌하다. 물의 소중함을 또 한번 느낀다. 1리터 뜨거운 물이 50루피란다. 16:40 후미팀 도착. 훈훈한 롯지안에서 모두들 언 몸을 녹여본다. 모두 점심때 먹은 뽁은밥이 안좋았다면서 한마디씩 한다. 나도 속이 느끼해서 혼났는데…
조금뒤 에베레스트 배경으로 멋진 일몰이 연출되자 롯지 안에 갑자기 어수선해진다. 창가로 다가가는가 하면, 밖으로 나가 그 광경을 필름속에 담아 보느라고 야단들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둠 순식간에 찾아온다. 저녁은 셀르드, 달밧, 삶은감자로 저녁을먹는데 별 생각이 없어 먹는둥 마는둥하다. 차 한잔 마시고 앉아 있으니 낮에 본 브레드피트 닮은 아저씨들이 옆자리로 와 인사를 건낸다. 영어만 수준급이라면 작전 들어가 보는 건데 아쉽다.ㅎㅎㅎ 칼라파타르에서 내려온 외국분이 한국이 한분이 내려온다고 해서 이곳에서 한국분을 만나나 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일본인이었다.
내일 칼라파타르에서의 멋진 일출을 기대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19:00)
푹 잤고 일어나 시간을 보니 22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새벽 5시까지 어떻게 견디나? 잠이 안와 3~4번은 일어나 앉았다 누웠다 했다.
11월 11일 (고락셉 - KalaPatthar 칼라파타르 - (5550m) - 고락셉 - Everest Base Camp (5364m) - Lobuche 로부제 (4910m))
손이 시러워 꽁! 발이 시러워 꽁!
5시 일어나 짐들을 챙겨 나온다.
5:20분 출발. 새벽 별들이 아름답다. 맑은 공기로 인해 달빛과 별빛만으로도 랜턴 없이 오를 수 있다.
바람도 별로 없는데 날씨는 쌀쌀하다. 손발 모두 시리다. 비벼보고 꼼지락 거리면서 발을 움직여보지만 발이 시리기는 마찬가지다. 빨리 해가 뜨서면 좋겠다. 빤짝거리던 별들도 6시가 가까워지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손과 발은 더욱더 차가워 진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 마다 혹시나 동상에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발을 꼼지락 거려본다. 동인 터 오자 봉우리 봉우리 마다 햇살이 찾아 든다. 내가 있는 곳에도 빨리 해가 들어서며 하는 바람뿐이다.
7:30 드디어 칼라파타르 정상에 도착. 이곳에도 햇살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손과 발이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도 춥다. 그 정상 부근 평지에 앉아 간단히 간식을 먹는다. 가져온 물은 얼어 마시지 못했다. 힘들게 올라온 지나언니, 한쪽에 웅크리고 가만히 있으니 류아저씨 체온저하가 걱정되나 보다. 하기 싫다는 언니를 하나둘 하나둘 하면서 운동을 시킨다. 사진 찍고 조금 휴식을 취한후 하산을 시작한다.(8:15)
너덜 바위지대를 30분이나 하산 했다. 직사광선으로 인해 눈이 피로했으나, 입김으로 인해 뿌여진 선글라스를 벗어야 했다. '어 배상이형'어디선가 나타나신 류아저씨 3년 후배분. '저기 아줌마 같이 내려오는 폼 보니 배상이형 같던데.'하시는 말에 얼마나 웃었던지. 내려오는 길에 그분 외에도 한국산악회에서 오셨다는 한국인 4~5분 정도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면서 지나 친다.
9:10 하산종료
롯지안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지금 이렇게 피곤한데 오후에 베이스캠프를 갔다 올 수 있을까 걱정된다. 따뜻한 홍차 한잔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마신다. 한시간 가량 휴식을 취하고 베이스 캠프로 출발한다. 지나언니는 아침보다 컨디션이 조금 좋은 것 같다.
지나언니, 류아저씨, 핀죠아저씨, 포터2분, 나 이렇게 산보 가듯이 쉬엄쉬엄 걷는다. 난 저위 보이는 캠프가 베이스캠프인줄 알았는데 알고 하이캠프란다. 바라본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 그야 말로 썰렁하다. 바로 코앞에 있어 내려가면 다 온건데, 그런 썰렁한 베이스캠프를 바라보니 가고자 하는 마음이 싹 없어진다. 기대했던 베이스 캠프가 생각 의외라서 조금 허탈했다. 내려가지 않고 이곳에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해살이 너무 따뜻하다. 포터들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계속 노래를 중얼댄다. 션크림 마르고 모자 눌러쓰고 그것도 모자라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갈리고 다녔는데 이 강렬한 햇살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사이 얼굴이 많이 타다.
고락셉으로 돌아오니 14:30분이다. 칼라파타르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한국산악회들이 마당에 자리를 잡고 계신다. 방으로 들어가 배낭 정리를 한 후 식당으로 와 점심식사를 한다. 한국산악회사람들이 단무지, 고추장, 장아찌까지 건내줘 맛있는 점심식사를 한다. 덕분에 즐거운 담화까지 나눈다. 오징어까지 얻어 먹고 나서 로부제으로 내려가면 어느 롯지에 카고백 맡겨 놓고 왔는데 카고백 찾아서 그기에 들어 있는 총각김치 내어 먹으란다. 흠~ 빨리 로부제으로 내려가고 싶다. 총각김치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16:00 한국산악회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화고 우리는 로부제 출발한다. 쉬엄 쉬엄 천천히 걷는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아쉽다.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보고 뒤돌아 보면서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롯지에 도착하기전에 벌써 해가 진다. 설산 뒤로 이어지는 시뻘건 일몰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붉은 노을, 그 노을 빛에 닿구어진 쇠덩이 같은 바위, 산중턱으로 밀려드는 구름때, 지나언니 말대로 그림엽서에서나 본 그런 풍경들이 이어진다.
어느새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빛나고, 주위의 설산들은 달빛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빛낸다. 18:10 롯지 도착 벌써 어두워졌다. 오늘도 로부제 롯지안은 사람들로 인해 시끄럽다. 늦게 도착했지만 우리는 올라가기전 미리 예약을 해 놓은 상태라 숙박걱정은 없다.
식당안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는 다른 곳으로 옮겨 맥주와 수쿠티(물소를 말린 것)을 시켜 먹는다. 이제는 하산길이라 알코올을 섭취해도 괜찮다고 하신다. 시원한 맥주 너무 좋다. 따뜻한 난로가에 앉아 내일 일정에 대한 이야기, 지금까지의 여행을 자축해본다. 허름한 롯지식당 갑자기 전원이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불이 꺼져 버린다. 양초를 켜 놓고 조금 더 앉아 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해본다(20:00)
큰방. 지금까지의 롯지들에 비해 너무 훌륭하다. 지나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다. 감기기운이 조금 느껴진다.
11월 12일 (로부제 - Pheriche 페리체 (4270m) - Tengboche 탕보체 (3860m) - Phunki Tenga 푼키텐가 (3250m))
하산길이 시작되다.
7:15 핀죠아저씨가 깨운다. 일어나 지나언니랑 침낭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와서 일어나라는 소리에 일어나 짐정리 한다.8:15 아침으로 식빵 짜이한잔을 시켰는데, 짜이는 맛이 없어 먹지 못했고 물로 대신한다.
하 산 길 |
8:30 페르체로 출발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된다. 발걸음이 가볍다. 두글라에 도착하기전 산에서 운명을 달리 하신분들의 무덤이 있는 초리텐지역을 지난다.잠깐 동안 마음속으로 그들의 위해 묵념을 해본다. 두글라에서 강물을 건너야 했는데, 아슬아슬한 통나무 다리 건너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 하산길은 거의 내리막길이다. 페르체에 다 도착했을 때 내리막길은 거의 끝나고 평지 길이 나온다다. 마을 사이사이로 계곡물이 평화롭게 흐른다
11:00 페르체 도착 롯지에서 시원한 맥주을 맛본다. 점심을 먹고 비행기 예약변경 때문에 루크라로 전화해 보지만 전화가 잘 되지 않는다. 탕보체에서 다시 해 볼수 밖에… 12:00 탕보체로 출발. 핀죠아저씨는 비행기 예약 때문에 먼저 내려가고 우리는 쉬엄쉬엄 걷는다.
탕보체에서 |
16:00 탕보체 도착
탕보체의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휴식을 취한후 걸음을 서둘러본다. 이곳 탕보체는 바람이 많이 불어 한겨울에는 엄청춥다고 한다. 내려가는 길 경사가 무척이나 심하다.
17:20 푼키텐카 도착. 먼저 내려간 포터 아저씨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이곳에서 자야 하는데 더 갈수도 없고.. 30분 정도 고민하고 있는데 내려간 포터아저씨들이 올라온다. 저 아래 롯지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한다. 롯지가 바로 계곡옆에 위치해 있어 무척이나 좋다. 롯지를 이용하는 손님도 우리 밖에 없어 더욱 더 좋다.
짐을 풀고 류아저씨 후배분이 꺼내놓은 고추장에 멸치을 찍어 창을 마셔본다. 저녁으로 야채비밥을 먹고 수크티도 주문해 배 불리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20:30 적당한 알코올 기운 피로함이 겹쳐 모처럼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
11월 13일 (푼키텐가 - Namche 남체 (3440m) - Lukla 루크라 (2840m))
원점으로 돌아가는 중
5:10 류아저씨 옆방에서 벽을 빡빡 긁으면서 일어나라고 깨운다. 밖으로 나오니 상쾌하다. 희미한 달 옆에 남아 있는 샛별. 보고 있잖니 왠지 섭섭함이 전해져 온다.
6:00 날이 밝아오자 우리도 출발한다.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었지만 힘들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혼자 걸어보고 싶어 걸음을 빨리해 본다. 너무 빨리 걸어나 후미팀들이 보이지 않고, 길가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내려오는 도중 몇번을 쉬어보고 되돌아 보지만 후미팀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 괜히 걱정이 된다. 안되겠다 싶어 작정하고 기다리는데 한 40분가량 지나니 핀죠아저씨 보인다. 함께 남체까지 쉬엄쉬엄 걷는다.
8:45 남체 도착
또다시 보는 남체의 풍경 새롭다.
들어간 롯지안. 굴뚝이 따로 없어 연기가 식당안에 가득해 눈이 따갑다. 부엌안에는 수크티를 말리기위에 아궁이 위에 줄을 걸어 줄줄이 늘어 놓았다. 아주머니 수크티 손질하시다가 옆롯지로 건너가 수다 중이시다. 아궁이에 올려진 압력밥솥에는 김이 나기 시작했는데 올 생각을 안하신다. 밥 냄새를 맡고 있으니 배가 고파온다. 핀죠아저씨는 전화하러 가시고 난 식당에 앉아 메모를 해 본다. 메모장이 너덜 너덜 한다.
10:15 후미팀들이 보이지 않아 핀죠아저씨와 함께 마을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보이지 않는다. 길이 어긋날 수도 있으니 그냥 롯지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시간이 좀 지나 류아저씨와 지나언니도 도착. 모두들 여행이 끝나 집으로 돌아 간다고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이번 여행이 끝이자 또다시 시작되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카두만두로 돌아가 짐정리를 한 후 안나프르나를 보기 위해 포카라로 갈 계획이다. 내일이면 카두만두에 도착해 류아저씨 집에서 이번 여행에 대한 이야기 나누고 있겠지.
지나언니는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과 내리막길이 힘들다고 한다.
몬죠 체크포스터를 지나기전 마을 어귀에 물이 펑펑 흘러 나온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동안씻지 못해도 얼굴도 씻고, 양치질도 하고 머리도 말끔이 감아 본다. 류아저씨의 말을 밀리자면 바람이 머리속으로 쏭쏭 들어온다고 한다. 8일동안 못 감은 머리라서 여러 번 감아야 했다. 상쾌하기 그지없다. 지나언니를 위해 머리를 먼저 감은 류아저씨와 지나언니는 루크라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내려간다. 우리도 잠시 뒤 출발.
15:00 박딩에 도착하여 음료수 마시고 있으니 뒤에서 나타나시는 류아저씨와 지나언니 먼저 내려 간줄 알았는데 뒤에 계셨나 보다. 모두들 함께 휴식을 취해본다. 행복하다. 지나언니는 오늘 먹은게 잘못되었는지 설사를 만나 오는 도중 고생했다고 한다. 메모를 하기 위해 메모장을 꺼내는데 벌써 여러 페이지가 넘어갔다. 이 작은 메모장에 많은 추억거리가 기록되어 간다.
17:30 루크라 도착. 다이라는 명절 때문에 시내가 떠들썩하다. 롯지를 잡고 시원한 물 한잔과 맥주 한잔을 마신다. 롯지식당안은 아일랜드피크 등반성공을 자축하는 팀으로 인해 축제분위기다.
우리도 맥주와 스쿠티를 시켜놓고 이번 트래킹을 아무탈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기쁨의 건배를 들어 본다. 포터아저씨, 든든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 류아저씨와 핀죠아저씨. 잠잘때나 새벽녁 화장실 갈 때 언제나 벗이 되어준 지나언니, 너무 너무 감사하다. 처음 일정보다 3일정도 앞당겨져지만 포터들에게는 3일 비용을 지급해 주는 걸로 감사의 뜻을 대신하기로 한다.
20:30 피곤한지라 골아 떨어진다.
11월 13일 (루크라 - Kathmandu 카트만두 (1350m))
히말랴야를 뒤로 하면서…
6:20 일어나 짐을 패킹하고 7:00 롯지 나선다.
루크라 공항. 많은 여행객들로 인해 북쩍된다. 드디로 카두만두로 항공기를 보니 드디어 카두만두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네팔의 느긋함이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7:30분 체크하기로 한 항공기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덕분에 가까운 롯지에 들러 아침으로 라면과, 창, 스쿠티를 먹는다. 2잔의 창이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ㅎㅎ
이번 여행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눈물이 맺힌다. 짧지 않은 13박 14일을 결코 잊지 못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해 이름 석자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세사람. 이번 여행을 하면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새 그들은 나와 몇 년간 함께 해온 듯한 느낌을 함께 공유한다. 이런 생각은 나만 드는 걸까? 나 혼자라도 어떻냐? 내가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을…
줄울 길게 늘어선 행렬들 그들은 과연 이 히말라야을 걷으면서 무엇을 얻어가는 것일까? 난 또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마음에 담고 가는 것일까? 이번 여행은 그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어, 그냥 떠나 부딪혀 보자였다. 계획하면서부터 시작된 막연한 두려움 이제는 그 두려움을 모두 떨쳐 보내고 간다. 또다시 시작되는 나의 여행에 파이팅을 외쳐 보면서..
그런데 우리를 태울 항공기는 언제쯤 올까?
졸립다. 대합실에 앉아 한숨 잔다. '아 샹크라 비행기다.'라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활주로로 비행기가 들어오고 있다. 게이트를 빠져나와 모두들 기념으로 한장의 사진을 찍는다. 짐들이 실리고, 우리가 탄 비행기는 활주로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저 멀리 뒤로 희말라야 설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렇게 쳐다보며 잠들었는데 비행기가 기웃둥 하는가 싶더니 깨어보니 벌써 카두만두 공항이다.
[ 메모장에 고스란이 남겨져 있던 글들을 3년이 지난 지금에야 꺼내 글로 옮겨본다. 메모를 하면서 내 자신과 스스로 약속했다. 네팔이 지독하게 그리울 때 그때 글을 적어 보면서 그때의 일들을 기억해야지 하면서… 류아저씨가 그랬다. 네팔을 다녀가 사람은 80%가 네팔향수병에 걸린다고… 언제가는 또 다시 그곳을 발을 수 있겠지라면서 3년이라는 세월동안 그곳을 잊어 본적이 없다. 2004년 11월 지나언니와 약속하고 그곳에 가기로 했지만 가지 못하고, 이글을 적으면서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이번에 가지 못한 여행을 대신 해본다. 그립다. 그곳 네팔이…….. 2004.11.어느날...] . 淸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