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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50리 박 성 호 남한 최대의 산인 지리산 종주를 하기 위해 혼자서 서울을 떠난 것은 6월 5일 밤 11시 50분, 진주행 통일호가 서울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밤은 점점 깊어갔다. 지리산이 초행인 나는 단기간의 등반으로 남한에서 덩치가 가장 큰 지리산을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정신적 부담을 느끼며 머리속으로 계획을 계속 점검하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먼저 지리산은 행정구역상으로 3개도(전남, 전북, 경남), 5개군(구례, 남원, 함양, 산청, 하동)을 포용하고 있을뿐 아니라 서쪽 노고단에서부터 동쪽의 천왕봉을 잇는 주능선은 약 45Km의 장대한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칠성봉,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중봉, 써래봉등 해발 1,500m급 이상의 고봉만도 10여개나 다투어 그 위세를 자랑하고 있으며 또한 천왕일출, 반야낙조, 연하선경등 손꼽는 지리7경 이외에도 수림지대와 고원지대가 어우러져 있다. 계곡에는 불일, 구룡, 무재치기, 칠선, 가내소, 법천, 용추등 지리산 7대 폭포와 많은 담과 소를 이루는 명소가 수없이 있고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등 거찰을 비롯하여 많은 사찰과 명승지가 있는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명은 두류산, 방장산이라고도 불리워 졌다는데 이성계가 왕위를 찬탈할 야심으로 기도를 올렸더니 백두산, 금강산과는 달리 지리산의 산신만은 이를 승락하지 않았다고 하여 지혜와 다르다는 뜻으로 지리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일찌기 중국 사람들은 영주산, 봉래산과 더불어 이 산을 동양의 삼신산이라고 불러 불로장생케 하는 불로초가 있는 것으로 믿어 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일의 산행을 위해 애써 잠을 청했지만 자꾸만 지리산의 위용을 상상하게 만든다. 6월 6일, 0시 50분 열차는 구례역에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 화엄사에 도착하여 2박 3일간의 식량및 각종 장비의 무게가 30kg이 넘지만 새벽공기를 마시고 나니 가볍게 느껴진다. 노고단을 향하여 출발할려니 젊은 남녀가 보여 함께 등반하자고 하니 좋아하면서 우선 아침식사부터 해결하기 로 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민박집이 보여 마당에서 아침을 해먹었으면 한다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이왕이면 식당에 들어와 해먹으라고 하지만 사양하고 우리는 간단하게 청요리인 떡라면으로 해결하고 보니 서로 인사가 없었다면서 늑살좋은 젊은 친구가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 김종석, 고향은 제주도라면서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가을에 입대한다며 조그마한 무역회사에 근무한다고 한다. 재학중엔 축구, 농구, 야구등 여러가지 운동을 했다면서 자랑한다. 그리고 김원정, 전문학교 졸업반이고 산악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면서 매주 인수봉(암벽)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각자 인사가 오고간 사이 오랫동안 함께 산행을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친숙해 있었다. 노고단까지 약 10Km가 되는 거리를 할 수 없이 버스로 성삼재까지 가기로 하고 몸을 실었다. 08:00 이윽고 성삼재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촬영을 끝내고 노고단으로 향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산장주변엔 야영텐트가 약 30동가량 보인다. 모두들 산행준비에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상쾌하게 보인다. 노고단(1507m)은 반야봉(1733m), 천왕봉(1915m)과 더불어 지리산의 3단의 하나이다. 또한 세석평전, 덕평평전과 함께 고원지대에 펼쳐져 있는 3대 평원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76년 상무대에서 국방의무를 하고 있을때 헬기로 잠깐 들려본 노고단, 그때는 대피소 정도이었으나 현재는 2층 벽돌 건물로 제법 산장의 역활을 하고 있는 노고단 산장을 떠나 점심장소인 뱀사골 산장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날씨는 쾌청, 우리는 단숨에 노고단 고개마루까지 올라갔다. 반야봉의 아름다운 모습이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돼지령을 지나면서 보니 피아골의 계곡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피아골을 빠지는 길목을 지나 임걸령에 도착하여 생수도 한모금 할겸 휴식을 취하고 노루목 고개에 올라섰다. 반야봉 등산로와 갈라지는 길목이다. 전망좋은 암봉에 올라 당귀차로 목을 축여보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가자 반야봉으로. 반야봉에 도착하니 천왕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그러나 너무나 보기 흉한 것은 성삼재로 오르는 관광도로의 붉은 흙을 바라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앞선다. 꼭 저렇게 하여야 되는가.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을…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에 도착하여 안내표지판을 보니 산장은 헬기장이 있는 능선안부로부터 200m쯤 뱀사골로 내려간 곳에 있다. 우리는 산장을 향해 급경사길을 내려갔다. 산장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준비에 바쁘게 움직인다. 우리는 아침을 청요리로 했으니 점심은 한정식으로 준비했다. 그래도 젊은 남녀가 있어 그런지 나는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라고 한다. 정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 식사가 끝나자 가파른 경사길을 되짚어 오르기 시작하여 다시 능선에 올라섰다. 우리는 동쪽 오르막 능선길을 따라 토끼봉(1533m)으로 향했다. 서쪽으로는 여성의 둔부를 닮았다고 하는 매력적인 반야봉, 동쪽으로는 명선봉, 벽소령, 덕평봉, 세석평전 그리고 천왕봉까지 지리산맥이 한눈에 펼쳐진다. 총각샘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면서 늑살좋은 총각이 아가씨보고 총각샘에서 목욕제계하라고 농담을 하면서 다음은 처녀샘에 가면 총각인 자기가 목욕제계 하겠다면서 목청껏 칠갑산을 부르고 있으니 주위에서 박수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오늘의 야영지인 연하천을 향해 출발했다. 총각샘으로부터 2km 지점, 명선봉 삼각고지 사이에는 아름다운 능선길과 돌길이 번갈아 이어졌다. 북쪽으로는 크게 뻗은 능선을 가로질러 넘어 300m 정도 쭉 내려가니 왼쪽으로 연하천 산장과 야영장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17:30분, 텐트를 치고 빨리 머리를 눕히자고 하면서 서둘러 야영준비를 했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누우니 젊은 친구가 피로회복 방법이라며 맨손체조를 시작하면서 따라 하라고 하여 15분 정도 하다 그만 꿈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아침을 우거지 된장국으로 해결하고 형제봉(1442m)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벽소령에 도착하여 간식으로 쵸코렛과 비스켓으로 배낭무게를 저울눈금 하나정도 줄였다. 안내판을 바라보니 '노고단 26km, 세석 10km', 2일째 숙영지로 장터목 산장으로 정했으므로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선비샘을 지나 칠선봉에 오르니 멀리 영신봉(1652m)이 보이면서 설악산의 오밀조밀한 봉우리를 보는듯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신봉 오르막에서 바라보니 멀리 천왕봉과 고사목지대 그리고 그 밑에 우리의 목적지인 장터목 산장이 아스라이 보인다. 지리산 종주가 처음인 우리는 도중에 여러가지 농담과 김종석군의 늑살좋은 재치에 간식도 종종 얻어먹게 되고 김원정양의 애교에 힘드는줄 모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세석평전 해발 1600m급의 고지대에 펼쳐진 두루30리의 광활한 초원지대로 백만평의 평전이 온통 철쭉으로 덮여있다. 꼭 외국영화의 한 장면으로 빠져드는 기분에 젖어 있다. 해마다 철쭉꽃이 만개하는 5월말이 되면 진주산악회 주최로 전국의 산악인이 모여 철쭉제를 지낸다고 산장에서 자랑한다. 우리는 점심을 세석에서 매식으로 마쳤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날은 특히 점심을 잘 먹어야 된다면서 여유있게 김치찌게로 해결하고 돌밭길을 올라 촛대봉(1705m)에 도착하여 영화속의 주인공이라도 된듯이 포즈를 취해가며 촬영을 했다. 삼신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이 가까워 졌으니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마지막 숙영지인 장터목까지는 6km가 남았고 몸은 피로하고 마음만 즐겁고 바쁘다. 장터목 산장이 내려다 보이는 마지막 산등에 닿으니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중산리 쪽에서 세찬 바람이 검은 구름을 밀어 올린다. 그러나 백무동쪽은 쾌청하여 산장으로 들까 망서리고 있는 사이 순간 검은구름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거림지구 쪽으로 천왕봉 신령님이 쫓아버린다. 서둘러 야영준비를 끝내고 마지막 저녁이라면서 원정양이 카레라이스를 준비했다. 잠자리서 또 어제와 같이 맨손체조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 꿈속으로 들면서 제발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길 빌었다. 6월 8일 아침. 오늘은 지리산 마지막 산행인 천왕봉을 정복하는 날이다. 역시 날씨는 맑음. 가파른 돌길을 오르자 더넓은 고사목군이 나타났다. 제석봉(1806m)은 역대왕들이 지리산에서 산제를 지내던 제석단이 있었던 봉우리라고 전날 산장에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고사목군은 버러지같은 인간의 방화로 억지로 말라죽어 생긴 인위적인 횡사목을 바라보며 오르는 동안 어느덧 통천문에 닿았다. 사진한장을 찍고 철계단을 올라 숨가쁘게 천왕봉 등선을 오르니 정상 바로밑 바위에 '천주'라고 음각된 글귀가 보였다. 천왕봉은 곧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 '기둥'이라는 의미라며 해석한다. 마침내 천왕봉(1915m)에 우뚝 섰다. 정복시간 10:00 정각, 장터목으로부터 1시간정도, 거리 3km, 멀리 서쪽 끝 노고단으로부터 천왕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그동안 땀흘려 밟고 걸어온 고봉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고 있어 보인다. 정말 우직할 정도로 큰 산이었다. 산속에 산이 있고 계곡 속에 계곡이 있었다. 중간 중간에 힘있게 솟아오르는 수정같이 맑은 샘, 이 충일한 만족감! 정말 장쾌한 산행이었다. 남원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칠성계곡으로 내려갔다. 추성마을에 도착하여 지리산 맑은물로 빚은 막걸리로 목을 추기니 이젠 정말 지리산 신선이 된 것만 같다. 남원에서 18:25분, 서울행 무궁화 열차에 몸을 의지하니 열차는 남원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지리산, 과연 산 중의 산이었다. 아울러 끝까지 동행해준 김종석군과 김원정양에게 감사드리면서 잠을 청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