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머리에
디카시의 매혹
디카시라는 이름의 새로운 문예 장르가 출범한 지 햇수로 30년에 이른다. 그동안 이 유다른 ‘시놀이’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창작자와 독자를 생산하고, 이제는 해외로 전파되어 새 얼굴의 문화 한류(韓流)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현란한 영상문화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형식으로서, 사진과 시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축약된 예술적 성취를 견인한다.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순간 포착의 사진을 찍고, 거기에 촌철살인의 짧은 시를 덧붙이며, SNS를 통해 동호인 상호 간에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경험을 이토록 쉽게 누릴 수 있다. 그러기에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이제껏 수천 년의 전통을 가진 문자 시와 다르다는 뜻이며, ‘디카시는 디카시다’라는 언표(言表)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디카시는 우리 삶의 빛나는 쉼표에 해당한다. 해독이 어려워서 독자들과 먼 거리에 있는 시, 읽는 기쁨이나 감동과 동떨어진 시를 버리고, 몸에 맞는 옷처럼 편안하고 보람 있는 문학적 체험을 지향한다. 이러한 멀티 언어예술은, 유사한 창작의 방식들이 있었을망정 한 세대 전만 해도 구체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바야흐로 디카시의 세상이다. 너도나도 별다른 준비 없이 이 대열에 합류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자연히 디카시의 이론이나 창작방법에 대한 강론에 목마르게 된다. 기실 디카시는 복잡한 이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방법을 몰라서 잘 못 쓰는 것이 아니다. 각기의 사진과 시를 안목 있고 수준 높게 발굴하는 기량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에 ‘디카시를 쓰기는 쉽다, 그러나 잘 쓰기는 어렵다’라는 수사(修辭)가 등장한다. 바로 이 디카시 잘 쓰는 법에 관한 정색(正色)의 교본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디카시, 이렇게 읽고 쓴다’라는 제호의 이 책은, 그와 같은 디카시 창작방법론의 요구에 부응하자는 의미를 가졌다. 그러므로 정연한 논리의 전개보다는, 디카시 현장의 실전적(實戰的) 경험을 함께 나누는 방향을 선택했다. 1부 ‘디카시 세계로의 길’은 디카시의 포괄적 개념에 대한 접근을, 2부 ‘새 문예 장르 새 평설’에서는 디카시에 관한 핵심적 논의들을 수록했다. 그리고 3부 ‘디카시 비평의 범례’는 디카시 해명과 비평의 사례들을, 4부 ‘디카시 강론의 실제’는 PPT 교안을 통한 디카시 강의 현장의 면모와 지상 갤러리 형식으로 좋은 디카시의 실상을 담았다.
지금까지 10여 권의 문학평론집을 상재한 필자로서는, 이를테면 첫 디카시 이론서이자 평론집 성격의 책을 내놓는 터여서 새삼 가슴 벅찬 감회가 있다. 앞으로도 필자는 창작과 비평을 병행하면서, 더 정연한 창작 이론을 궁구해 나가려 한다. 부족한 대로 이 책이 디카시에 입문하기를 원하거나, 그동안 디카시를 써 오면서 이론적 근거를 찾았거나, 아니면 다른 이들의 디카시 창작 및 비평을 참고하고자 했던 독자들과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이렇게 한 권의 소담스러운 단행본으로 묶어준 도서출판 작가에 깊이 감사드린다.
2023년 봄
김종회
2024.8.11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