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리안을 본 적 있니?
《몬드리안을 본 적 있니?》│알렉산드로 산나 글│출판사 톡
독서부 김현주
나는 그림을 참 좋아한다. 잘 그리지 못해서 끊임없이 동경하는 영역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러 번 미술학원 문턱을 넘나들면서도 무수히 많은 날을 선 긋기만 하면서 보낸 걸 보면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보통은 맛집을 찾고 관광지를 검색하는데 난 미술 서적만 7~8권을 읽었던 것 같다. 미술관을 발이 닳도록 돌아다니면서도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림은 그냥 있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의미가 뭔지, 상징하는 게 어떤 건지, 숨겨진 의도는 없는지 분석하면서 보는 일은 피곤하다. 그래서인지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그림을 더 잘 즐기는지도 모른다.
『몬드리안을 본 적이 있니?』를 읽으면 추상화라는 어려운 설명보다 그림으로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민한 작가의 배려가 보인다. 문득 이 책을 보는 부모는 책이 어렵다고 할 것 같다. 막연하게 느끼는 추상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가 아닐까?
작품을 두고 설명하는 형식은 도록에만 두고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줄 때는 이 책처럼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그러면 자기 나름의 기준도 생길 수 있고 취향을 가질 수도 있다. 좋은 그림을 보라고 강요하는 순간 아이든, 어른이든 이미 그림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난 그림을 강요하는 건 마음을 제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그저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미술관의 예절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아이가 어릴 때 대구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을 가지고 하는 수업을 들었는데 작품에 올라가기도 하고 만져 보기도 하고 따라 그리기도 하면서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많이 줄였던 것 같다.
유명 화가의 작품도 좋지만 작은 화랑의 다양한 작품들, 신진 작가들의 새로운 세계를 보는 것 또한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사고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평소와 다른 것을 접하는 자극은 나이 들어가는 사람에게도 좋다고 하니 나의 뇌를 위해 열심히 보러 다녀야겠다.
나는 그림의 색감을 먼저 보는 편이다. 몬드리안의 그리드로 구성된 대표작품들보다 다른 작품들이 더 좋다. 원색보다는 몽환적인 색이 편안하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내가 유럽의 미술관을 쭉 둘러보고 반했던 작가는 파울 클레다. 퇴폐미술이라고 오해받을 때도 있었지만 작품의 색감은 나로 하여금 흥분을 일으킬 때도 있고 위로가 돼주기도 한다.
작가가 말했다. 아이의 그림이 예술의 태초라고 할 수 있다고 어른이 간섭하지 않는다면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미술학원을 보내 기교를 배우고 기법을 터득하는 것보다 떠오르는 것을 제한받지 않고 마음껏 그려낼 수 있도록 두는 게 더 좋은 미술교육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아이의 그림에 감동한 적이 다 있을 것이다.
오늘 그림책을 봤을 때 그저 무너뜨리는 파괴의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파괴를 알려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형태의 일탈이 아니라 규칙이 있고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MZ세대도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지,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인스타 자랑이 아닌 나를 채우는 도구로 미술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오롯이 빠져 즐겨보는 경험은 나의 발걸음을 스스로 응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