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의 장소
교육출판부 유미정
스마트폰의 위력은 대단하다. 짧은 시간 안에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도 읽지 않는다. 더 효율적인 방법을 검색으로 알아본다. 책모임이 아니면 책을 자주 찾지 않는다. 세상도 변하고 도서관의 기능도 변했다. 그래도 도서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남아 있다.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청소년기에 도서관을 찾았다. 공부는 핑계고 친구들과 신나는 수다 장소다. 대출도 했다. 그냥 단순히 재미있는 책을 골랐다. 새벽까지 다 읽고 잤다. 늦잠을 자고, 학교를 향해 막 뛰어갔다.
대학생이 되었다고 대학도서관을 찾았다. 시간 때우기에 좋다. 원서도 대출해 봤다. 그냥 들고 다녀봤다. 여름방학 전의 도서관이 생각난다. 나름 전공 공부한다고 의자에 붙어 있었다. 밤늦게 도서관 나설 때 그 하늘이 참 예뻤다.
엄마가 되고 딸들과 함께 도서관에 짬짬이 간다. 어제도 시내에서 딸들과 먹고 놀다가 도서관에 갔다. 편하게 책도 읽고, 조용히 수다도 떨고, 몰래 간식도 먹었다. 그러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왔다. 소소하게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