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신입 날개들의 이야기
신입 날개 이은지
잘 알다시피 우리에게는 날개가 없다. 영영 하늘을 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몸짓이 있다고 믿는다. 그 몸짓은 서로에게 시원한 바람이 되어줄 수 있다. 넘어가지 않던 누군가의 책장을 넘길 수도 있다. 우리의 몸짓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하늘을 날지 못해도 그것대로 멋진 일이구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개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열권씩 빌려와 혼자 열심히 읽곤 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혼자 좋아하는 일은 조금 헛헛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묵묵히 좋아하다가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알게 되고 가입하게 된 후 나는 환호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를 말했을 때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신입 교육을 받으면서 그림책뿐만 아니라 동화 또한 좋아하게 되었다. 상반기에 읽었던 한국 근대 동화들은 처음에는 많이 접해보지 못한 동화들이라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지만, 읽어보지 못했기에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동화의 재미와 가치를 알 수 있었다. 하반기에 읽었던 한국 현대 동화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일상 하나하나가 동화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열정적인 수지씨, 차분한 선아씨, 다정한 잔디씨, 밝은 순란씨. 우리는 날개가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의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매주 신입을 참관하러 와주신 선배님들의 환대로 우리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다. 동화가 좋아서 시작한 모임에서 동화 같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내년에는 저녁반이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상반기부터 시작된 저녁반에 대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근무로 인해 참석이 어려운 회원들에게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의견을 제안하고 현실이 될 수 있게 노력해주신 수지씨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저녁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어주시고 들어주셨던 회원분들께 감사드린다. 신입 교육 과정을 서로 도우며 지나온 신입 날개에게도 감사드린다.
우리는 날개 없는 날개들이다. 그러나 헛헛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만이 펼칠 수 있는 몸짓이 서로에게 깃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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