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44주년 4람4랑 전국회원연수’를 다녀와서
독서부 이해나
첫아이 ‘수연’이가 돌이 되었을 때, 시댁에서 돌잔치 장소로 웨딩홀을 예약했어요. 당황한 저는 친정엄마께 전화해서 “부끄럽다. 돌잔치를 왜 하냐” 투덜댔지요. 친정어머니께서는 “뭐든 안 하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낫다. 엄마들 모여 돌잔치 이야기 할 때 꿀 먹은 벙어리 안 되려면 너도 돌잔치 해봐라” 하셨어요. 그리고 돌잔치를 했는데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요. 그 뒤로 저는 ‘무조건적인 경험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전국회원연수도 마찬가지였어요. 단체생활이 두렵고 낯선 사람이 두렵고, 수련원에서 1박이라니 불편한 잠자리에 고생길이 훤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 한 몸 희생하면 내 아이 수연, 태양이에게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겨줄 수 있을 것 같아 용기 내어 두 아이 데리고 회원 연수를 갔어요.
두둥! 2024년 7월6일이 되었어요. 단체여행 성지인 반월당에 우리가 탈 관광버스가 벌써 기다리고 있었어요. 기사님이 친절하셨어요. 이번 여행은 순조로울 것 같다는 예감에 기분이 좋았어요. 단체여행의 즐거움 ‘함께 노래 부르며 마이크로 자기 소개하기’, 앞뒤로 다정한 손으로 주고 받는 버스표 간식들, ‘우리는 그냥 관광객들이 아니에요. 나름 교양있는 시민단체 어린이도서연구회라고요^^’ 신나게 ‘강아지 똥’ 노래도 함께 불렀어요. 회원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을 보니 흐뭇하고 감사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충남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짐을 풀고 강당에 가보니 만주며, 수건이며, 그립톡까지 선물을 잔뜩 줍니다. 대구지회만 잘나고 열심히 하는 줄 알았더니, 지부 소개 테이블에 있는 전국 각 지역 어도연 회원들의 열정이 가득 담긴 전시물들이 서로 ‘내가 최고다’ 서로 뽐내고 있어서 웃음이 나왔어요. 그래도 우리 대구경부지부 소개 테이블이 제일 멋스럽게 보이니 지역감정은 이래서 생기나 봅니다.^^
강당에서 치러진 여러 행사들은 제가 왜 어린이 도서연구회 전국회원연수를 왔는지 알게 해주었어요. 여기 안 왔으면 못 뵈었을 이사장님과 자문 위원장님을 뵐 수 있었고, 신입 때부터 말로만 듣던 ‘빛그림자 책읽어주기’ 공연도 보았어요. 우리 지회 이양미씨가 책읽어주기활동부문 버뜸상을 받을 때는 어린이 도서연구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것 같아 감동스러운 마음에 함께 울컥했어요. 전국 각 지부의 활동을 소개한 영상과 12개 지부의 다양한 소개를 보면서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자부심이란 ‘자기 자신 또는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이고 유의어로는 ‘긍지, 보람, 자긍심’이 있습니다. 바로 이 마음이 우리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이 10년 20년 ‘내돈내산’으로 꾸준히 활동하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음날 몽실이로 나선 현숙씨를 보면서 초기 대구지회부터 지금까지, 온화한 미소와 어도연을 향한 단단한 마음을 가진 분이시니 ‘몽실이’의 헌신적 사랑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몽실이를 뽑고 나니 곧 헤어질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제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섭섭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엄마한테 100짜리 시험지 들고 집으로 달려가는 마음처럼 모인 우리 회원들에게 서로 자랑한 다음에는 잘했어, 최고다 서로 안아주고 웃어주는 소통의 시간이 필요한데 벌써 헤어져야 한다니, 이제 서로 얼굴이 보여 대화 좀 하려니 헤어져야 한다니 너무 아쉬웠어요.
그리고 저같이 묻어가며 즐거운 것만 누리는 회원이 있는 반면,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온 마음과 신경을 쏟아 부어 연수를 준비한 임원 분들은 헤어질 때가 되니 그동안 쌓아두었던 긴장감이 풀려 모두 몸살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대표님과 현정씨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까지 끌어내는 모습이어서 미안했어요. 이 미안함을 꼭 갚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그리고 아들 태양이가 목메던 어도연 도서 목록 퀴즈에 답을 척척 말해주던 우리 지회 회원들의 스마트함도 연수 후기 기록에 남기고 싶습니다. 회원연수가 아니면 함께 밤을 보내며 술잔을 기울이며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서로 울컥하는 그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을 겁니다.
후기를 마무리하며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추억을 주고자 참여했는데, 아이들 보다 제가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서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어린이 책을 4랑하는 4람들이 모인 어린이도서연구회 44주년을 축하하며, 저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어도연 회원이라서 기쁩니다. 그리고 풍성한 잔치에 초대 받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만난다면 어도연 회원으로서 다른 회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금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모두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