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자기 딸을 남의 집 하녀로 팔기도 했고, 첩이나 아내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6년간 종살이가 끝나면 7년째는 풀려났지만, 여자는 그 집에서 평생 살아야 했습니다. 이는 여자를 차별해서가 아닙니다. 본문의 여종은 집안일만 하는 단순 하녀가 아니라, 주인의 아내나 첩으로 간 종을 말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마음에 안 들 수 있습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에게 도로 팔거나 아예 상종을 안 하고 무관심하기 쉽습니다. 첩으로 데려왔으면서 잠자리도 안 할 바에야 애초에 데려오질 말았어야죠. 데려왔으면 남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합니다. 그게 싫으면 속량, 곧 그녀의 몸값을 누구에게도 받지 않고 풀어주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건 아까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몰래라도 외국인에게 도로 팔려고 할 수 있는데, 하나님이 그걸 막으십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해줘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만약 주인이 자기 아들에게 첩이나 아내로 주려고 여종을 샀다면, 그녀를 자기 딸 같이 대우하라고도 하십니다. 친정에 갈 수도 없고, 자기편이 없는 거 같은 곳에서, 주인이 그 여종을 딸처럼 대해주고 친정아버지처럼 되어준다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습니까? 또, 다른 여자를 새 아내로 데려왔더라도, 먼저 아내로 맞은 여종에게 할 도리를 하라고 하십니다. 먹을 거, 입을 거 끊어지지 않게 챙겨주고 살게 해주라고 하십니다. 거기에 더해서, 이혼할 게 아니라면, 그녀도 엄연한 아내이므로 남편으로서 부부관계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십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싫으면 몸값 없이 그녀를 풀어줘서 새 인생을 살도록 해주라고 하십니다. 복지사회도 아닌 그 시절, 이름 모를 첩이나 아내로 팔려 온 여종도 하나님은 이토록 세밀하게 살피십니다.
7년이 되면 종을 풀어주라는 명령은 출애굽기 23장에 나오는 안식년과 연관이 있습니다. 6년 농사짓고 7년째는 농사짓지 말고 땅을 가만히 내버려 두라는 게 안식년입니다. 그해 농사를 안 지으니깐, 종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일손 모자라서 농사짓지 못하는 일이 없을 거고, 비료도 없던 그 시절에 땅이 쉬므로 이듬해 더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안식년 때 밭에서 나는 거는 누구나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7년째 노예에서 풀려난 종이나 나그네가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었어요. 만약 종이 나가는 첫해랑 안식년이 맞물리면, 종은 먹고살 걱정을 덜 할 겁니다.
이렇게 노예를 대우하려면 주인에게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저렇게 순종하면 복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또, 그 믿음은 자기가 손해 볼 것도 감수하는 자기희생을 요구합니다. 하나님이 참으로 섬세하고 약자를 돌보시는 전문가가 아니십니까! 여종같이 힘없고 약한 자의 말 못할 사연까지 충분히 아시고, 그 마음을 읽으십니다. 우리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됩시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과 우리 손이 닿은 모든 일에 하나님이 복 주시기를 기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