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싣고 싶은 시조 · 1
독립 장르가 된 시조
김우연
(시조시인·문학평론가)
1. 문학진흥법 개정
문학진흥법 일부 개정안 제2조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2021.5.18.)하고, 이제 시조는 문학의 독립 장르가 되었다.(시행일 2021.11.19.) 시의 하위 갈래에서 문학의 독립된 장르가 된 만큼 교과서에서부터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시조시인들은 더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앞으로 시조 관련 연재의 참고 문헌으로는 『한국현대시조대사전』(한국시조시인협회 편저, 2021),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단시조’』 및 『교과서에 실어도 좋을 ‘연시조’』(김민정 엮음, 2022), 『한국현대시선집 해돋이』 외(김민정 엮음/ 번역 우형숙 · 박향선 2019), 그리고 개인 시조집, 잡지, 동인지 등을 참고로 할 것이다.
2. 조주환 시조시인
백초(白初) 조주환(曺柱煥) 시인은 1946년 영천 화남면에서 출생하였으며, 1976년「길목」으로 월간문학신인상 입상 및 1977년「대왕암」으로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하였다. 그는 한평생 시조라는 외길을 걸어왔는데, 5권의 시집, 641편을 묶어서 ≪조주환 시조전집≫(도서출판 경남,2021)을 발간하였다. 현대 최초의 대하서사시조집인 『사할린 민들레』(혜화당, 1991)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을 1,226수로 펼친 불후의 명저이다.
푸른 유리컵 같은 저 동해의 자궁을 열고
몇 조각 뼈로 태어난 백두의 핏줄 독도가 산다.
수줍은 태초의 햇살이
맨 처음 닿는 곳.
해협 밖 미친 바람이 제 뿌리를 흔들 때는
시퍼런 힘줄을 떠는 겨울 바다의 등뼈
결연히 창검을 세운다.
그 실존의 한 끝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혈육들이 잠든 밤
거친 풍랑에 꺼질 듯 깜박이다
가끔은 고독에 깎이며
소금꽃을 꺾어 문다
-「독도」전문(제3시집 『독도』. 2005)
1997년 『문학사상』 1월호에 발표한 것이다. 이 시를 발표할 당시 일본은 1998년 1월에는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으며, 우리는 굴욕적인 신한일어업협정을 1998년 9월에 맺고 독도를 중간 수역에 포함하였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은 지금도 진행 중인데, 독도는 우리가 지켜야 할 성스러운 우리 땅임을 노래하고 있다.
오늘 이곳에 와 신의 손자국을 본다.
아직 다 끊지 않은
저 우주의 탯줄과 실밥
속 깊은 남해의 자궁을
갈꽃들이 쓸고 있는,
갯벌에 손을 담가도 닿을 수 없는 그 속
몇 겁을 굽이쳐와 갈숲이 된 수백만 평
비릿한 원시의 바람만
그 속내를 짐작할 뿐,
해와 달 별빛이 숨어 몸을 푸는 그 숲속에
작은 게 발자국 따라 ‘물의 피가 흐른다’
수시로 양수가 터지고 새 생명이 꿈틀댄다.
수천수만의 철새와 저 갈숲의 아우성들
연신 셔터를 눌러 갯내음까지 다 가둬도
저물녘 머물던 노을에
내 온몸이 다 젖었다
-「순천만 갈숲」전문(제5시집『순천말 갈숲』)
이 시는 생태시조로서 순천만 갈대숲의 싱싱한 생명력을 잘 묘사하였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 인간은 끝내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육신은 늙어가도 대자연은 변함없이 싱싱한 것이기에 “오늘 이곳에 와 신의 손자국을 본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화자는 “저물녘 머물던 노을에/ 내 온몸이 다 젖었다”라며 자연의 대생명에 완전 동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