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혼’의 수양벚꽃 마중하는 호젓한 꽃길, 국립서울현충원
4월의 국립서울현충원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노란 산수유에 이어 개나리가 현충천 일대를 뒤덮고, 4월 중순 전후로는 완연한 벚꽃 세상이다. 서울에 여의도 윤중로와 양재천 등이 벚꽃 나들이 명소로 알려졌지만, 현충원은 호젓한 벚꽃 산책으로 세인의 발걸음을 이끈다. 나라를 위해 꽃잎처럼 스러져간 선열의 뜻을 되새기며, 요란하거나 북적이지 않게 봄을 음미할 수 있다.
현충원 정문부터 현충탑까지 이어지는 겨레얼마당 주변으로 4월이면 벚꽃이 연분홍빛 수를 놓는다. 현충원의 벚꽃은 나뭇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수양벚꽃이다. 우리나라 벚꽃 명소의 수종이 대부분 왕벚나무인 데 반해 이곳 수양벚나무는 양옆으로 길게 가지를 내리며 차분한 모습으로 찾는 이들을 맞는다.
현충원벚꽃
수양벚나무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주로 자생하는 벚나무다. 조선 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겪은 효종이 북벌 계획의 일환으로 활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양벚나무를 심었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그런 점에서 수양벚꽃은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헌신한 호국 선열의 정신과 현충원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수양버들아래서
현충원 전역에서 진행되는 벚꽃행사 역시 호국의 뜻을 담아낸다. 국방부 특별 군악·의장대의 퍼레이드와 전통 무예 시범이 곁들여진다. 국방부 교향악대의 야외 음악회와 어린이 음악대의 야외 공연도 진행된다. 시화전, 안보 사진전 등 잔잔한 볼거리와 함께 스토리가 있는 호국탐방길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어우러진다. 벚꽃행사 기간에 현충원은 밤 9시까지 연장 개장한다.
의장대행사
현충원의 꽃 감상은 다른 꽃 축제와 분명 차이가 난다. 현충원에 들어서면 꽃시계 너머 아련하게 자리한 현충문을 응시하며 현충탑을 방문한다. 현충탑에서 호국 선열의 나라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 뒤 꽃 산책에 나선다. 현충탑 내부 위패봉안관에는 한국전쟁 당시 시신을 찾지 못한 10만여 병사의 위패가 모셔졌다.
현충탑
베트남전 사령관으로 참전했다가 지난해 부하 사병들의 묘역에 함께 묻힌 채명신 장군의 묘소를 지나면 산수유길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연결되는 아람길은 현충원의 봄이 가장 먼저 깃드는 길이다. 채명신 장군 묘소를 지나 위로 걷다 보면 애국지사, 임시정부요인 묘역, 무후선열제단이 있으며 이곳에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을 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모시고 있다.
현충탑내부동상
애국지사 묘역에는 신돌석 평민 의병장 등 212위, 임시정부요인 묘역에는 박은식 임시정부 2대 대통령 등 18위, 그리고 무후선열제단에는 유관순 열사 등 133위의 후손이 없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모셔져 있다.
충열대
대한독립군무명용사위령탑을 지나면 현충원의 이색적인 모습도 간간이 드러난다. 산책하는 주민을 위한 약수터가 있고,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작은 사찰인 호국지장사, 연못 공작지도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호국지장사
호국지장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들렀다가 절이 아니면 자신이 묻히고 싶어 했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공작지
현충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국가원수묘역이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김영삼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묘소등이 장군묘역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자리한다. 전직 대통령의 묘소는 그 규모나 유명 인사들이 보낸 화환보다 방명록에 쓰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민초의 글귀가 뭉클하게 와 닿는다.
이승만대통령묘소
박정희대통령묘소
김영삼대통령묘역
김대중대통령묘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충원 일대는 고요한 산책로가 에워싸고 있다. 흑석통문, 상도통문, 사당통문 등이 현충원 뒤쪽으로 이어지며 동작 충효로, 호국탐방로, 하늘길 등으로 연결된다. 사당통문과 닿아 있는 솔냇길은 차량 출입 금지 구역이라 호젓함이 더한다.
장군묘역
현충원 봄꽃 산책은 수충교, 정난교, 정국교로 이어지는 현충천 주변으로 개나리가 핀다. 현충지 옆으로는 유품전시관과 사진전시관이 마련되어 호국 선열이 남긴 당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현충원 봄꽃 나들이는 지하철로 쉽게 닿을 수 있다는 것도 반갑다. 4호선과 9호선 동작역이 연결되는데, 벚꽃 시즌이라도 인파와 난전으로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 묘소 앞에는 1년 내내 헌화된 꽃이 있지만, 봄날 흩날리는 꽃잎이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치던 길이라면 그 꽃잎을 꼬마들 손에 쥐여주며 선열의 충혼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단 현충원 곳곳에 붙은 ‘이곳은 유원지가 아닙니다’라는 푯말의 의미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구사랑리딩의 주안점은 수양버들벚꽃길 걷는것도 필수이지만 이 어지러운 세상에
나라를 위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대통령묘역을 찾아 충혼의 시간을 갖는 시간이 되었음합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
참 이쁘네요
수고에 감사 드립니다
총각시절에 가본 대통령묘역
그때랑 지금은 너무나 만히 달라 있네요
가만히 앉아서 잘 보았습니다
추억을 소환해 봅니다~^^
일단 답사를 갔지만
대통령묘역을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는데~
그날은 꼭 뵙고 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