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다 보니...’
1 부, '마지막 여행'에서의 귀국길
'평생 잊지 못 할 식사’
'살다 보니...'
1부, '마지막 여행'에서의 귀국길
'평생 잊지 못할 식사'
"내일이 '세상의 종말'이라도 됩니까? 왜 이리, 비싼 음식을 이렇게나 많이 준비했답니까?"
누가 듣더라도 고분고분하고 상냥한 어투의 말은 아니었고, 아무에게나 쉽게 할 수 있는 말도 아니었다. 더구나 한국인 남자가 지구 반대편, 유라시아 대륙 끄트머리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지방의 한 식탁에서 노부부에게 했던 말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퉁명스런 어조이기도 했다.
요즘 해물 요리가 워낙 비싼데, 그런 고급 요리를 순서대로 세 번씩이나 푸짐하게 내오니... 어찌 아니 좋을 것이며, 고마움을 넘어 황송하기까지 했지만,
'아이, 이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비싼 요리들을 준비했다지? 이걸 먹고 세상 끝내자는 것도 아니고......' 하는 기가 막힌 심정에 이 인야는,
그렇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에밀리아(Emilia)' '미겔(Miguel)' 부부에게 던졌던 한 마디였다.
60대 후반의 한국인 '이 인야'와 갈리시아에서 평생을 살아온 또래의 '꾸꼬(Cuco)' '아델라(Adela)' 부부가 에밀리아의 집 거실(식당)에 들어선 지 약 30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어쩌면 그쪽으로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고 여겼던 '남미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여기 갈리시아에 들렀다가, 이틀 뒤 한국으로 돌아가는 인야를 위한 '송별회'를 에밀리아가 극구 마련한 자리였는데,
마침 인야가 꾸꼬 부부 집에 머물고 있었기에 세 사람을 한꺼번에 초대한 상황이었다.
세 사람이 식당에 들어서자, 정갈하게 차려진 탁자 한쪽에 하몬 세라노(jamón serrano), 먹기 좋게 잘린 치즈(queso), 그리고 이쑤시개가 꽂힌 올리브(aceituna) 접시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집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맞춰 내놓았던 듯, 올리브엔 촉촉한 물기가 반짝이고도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두 노인네가 그 식사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인야, 알바리뇨(Albariño, 갈리시아 백포도주) 한 잔 해야지?" 하면서,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이 인야에게 와인병을 들어 보이는 에밀리아에게, 인야는 손사래를 치며,
"아, 그건... 조금 있다가요. 우린, 그저께 밤 다른 송별회에서 과음을 해서요......" 그렇게 사양을 하면서도 인사치레로,
"우선......" 하고 하몬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으면서, 그 옆에 있던 올리브도 하나 집었다.
그러자 아델라가,
"아이, 말도 마세요. 에밀리아!" 하면서 떠들썩했던 지난 송별회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먹성 좋은 꾸꼬도 인야와 마찬가지로 입맛이 없는지, 썩 달갑지만은 않은 손길로... 치즈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러자 미겔이,
"꾸꼬, 자네는 또 왜 그래?" 하고 조용히 묻자,
"그저께 밤, 우리 집에 열아홉 명이 모였지 않았겠어요?" 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인야는 저쪽에 앉고, 두 분은 여기에 앉아요." 하고 자리를 지정해 주었고, 말수가 적은 미겔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먼저 앉자, 나머지 세 사람도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에밀리아는 투명한 살빛의 새우찜과 주황빛 네꼬라(nécora, 갈리시아 연안에서 잡히는 게의 일종으로 맛이 아주 좋다) 찜이 가득 담긴 쟁반 두 개를 내왔는데,
그때부터였다.
사실 인야가 보기에는, 그 중 하나만으로도 다섯이 먹기엔 훌륭하고도 남을 만한 음식이자 양이었다. 두 쟁반 가득 담긴 음식을 보자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새우를 썩 좋아하지 않기에, 인야는 상대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네꼬라 한 마리를 자신의 접시에 옮겨 담았다.
그런 다음 우선 남방 소매를 걷어 올린 뒤, 게딱지를 손으로 벗기니... 그 안에는 황금색의 고소한 장이 가득했다.
이쑤시개를 집어 게딱지 속에 끼어 있던 장을 긁어 먹은 뒤 이제는 본체를 반으로 잘랐는데, 살을 발라 먹기가 쉽지 않을 터라... 인야는 고개를 갸웃하면서까지 게살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야가 그 일에 집중하느라 식탁의 대화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여인인 아델라와 에밀리아 사이에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사돈 지간이자 이웃이며 친구인 그들은 마을 성당 미사와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예고(gallego, 갈리시아어)로 나누고 있던 반면, 세 남정네들은 각자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고 있었다.
미겔 역시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었고, 꾸꼬의 앞 접시에는 새우 껍데기가 쌓여갔다.
그제야 인야는 직접 알바리뇨 한 잔을 따라, 천천히 들이켰다.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코끝을 톡 쏘는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에밀리아와 아델라는 어느새 에밀리아의 독일 '함부르크(Hamburg)'에 사는 자식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먹는 속도가 제일 느렸던 인야가 겨우 네꼬라 한 마리를 발라 먹은 뒤 손을 씻고 오자, 기다렸다는 듯 에밀리아가 일어나... 이번엔 인야가 제일 좋아하는 '바지락 요리(almejas)' 한 대접을 내오는 것이었다.
입을 활짝 벌린 바지락들 위로 에밀리아 특유의 손맛이 밴 반지르르한 양념 국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으로 집어 껍질째 쪽 쪽 빨아먹고 싶을 만큼 때깔 고운 바지락들이 '바지락 바지락~' 노래라도 부르듯 대접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떫떠름했던 입맛의 인야도 침을 삼킬 정도의 맛있는 음식이었는데도, 동시에,
'아니, 또 나오는 거야?' 하면서, 역시, '에밀리아가 이런 걸 다 장만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는, 제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도 않을 듯한 기분에...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두 부부에게,
'이 세상이 내일 끝나느냐?'고 내뱉었던 핀잔 조의 공박이었던 것이다.
사실 인야는 약간 짜증이 난 상태이기도 했다.
"야, 이 맛있는 요리들이 한꺼번에 다 나오다니!" 하고 좋아했지만,
스페인에 오기 직전 '남미 여행'을 할 당시에는 기본적인 식사마저 아껴 먹어야 했던 자신의 처지와 겹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산해진미면 뭐 해? 배가 불러 먹을 수도 없는데......' 하는 불만으로 이미 심사가 꼬여 있었던 것 역시 속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꾸꼬'와 '아델라' 부부도 킥킥대면서,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 인야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눈짓까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특히 아델라는,
"인야, 우리는 비싸서 당신에게 잘 해줄 수 없는 고급 요린데... 이런 기회에 맘껏 먹어 보지 그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잖아?"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게다가 미겔(Miguel)까지도,
'거 봐, 내가 뭐랬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머금었는데,
(인야는 이 집에서 식사를 한두 번 한 것이 아니었기에, 부부간에 식사 준비를 하며 주고받았을 이야기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으로, 그 역시 사실이었다.)
당사자인 에밀리아는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그런 말 할 건 없고, 어서 맛있게 먹기나 해요.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 하며 어머니나 누님 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니 인야는 또,
'이 정성 가득한 훌륭한 음식들만 봐도, 정말 평생 한두 번 받아볼까 말까 한 역대급 식사 초대네......' 말로 다 할 수 없을 황송함과 함께,
'아, 저분은 나에겐 누구이기에, 그리고 나는 저분께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깊은 마음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걸까?' 하는 절절한 감동도 받고 있었다.
물론 에밀리아의 그런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아는 아델라는 집을 출발하면서도,
"인야, 우리... 에밀리아의 집 식사 초대를 꼭 가야만 할까?" 하고 머뭇거리면서 연거푸 우려를 표했었다. 그러니까 그 초대에 흔쾌히 갈 입장만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는데,
평소에도 에밀리아가 식사 초대를 하려고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아델라는 가급적 초대 자체를 못 하게 미리 선수를 치곤 했지만, 이번은 그럴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인야가 그 얼마 전에 바르셀로나에 들렀을 때도 '마놀로(Manolo, 아델라의 오빠)' '까르멘(Carmen, 에밀리아의 조카)' 부부의 집에 머물고 있었기에, 에밀리아는 조카(언니의 딸) 까르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인야의 송별회 초대'를 거듭 강조해 왔던 터라... 이번 식사에 특히 더 신경을 썼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거부할 수조차 없는 자리였던 것으로, 게다가 이제는 말 그대로 떠나는 마당이라... 그런 초대를 사양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누구보다도 이 인야 역시 에밀리아에게 그런 노고를 끼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지만, 어찌 그 마음까지를 무시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인야의 마음이었다.
에밀리아에 대한 고마움은 고마움대로, 애틋한 감정은 또 따로... 다른 집이라면 몰라도 에밀리아의 초대에는 기꺼이 응하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아델라의 우려에 무조건 동조할 수만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인야의 속마음에는 에밀리아의 따뜻한 정을 더 느껴보고 싶은 이중성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설령 노인네에게 그런 노고를 끼친다 해도, 에밀리아 본인이 직접 식사 한 끼라도 해서 나에게 먹이고 싶은 기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 역시 강했던 것이다.
에밀리아의 자신에 대한 정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선 '애틋한 사랑의 교환'이었고, 인야가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더구나 국적도, 인종도 다른, 유라시아 대륙 양 끝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그런 감정이 싹터서 이렇게 발전했는지는 인야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누구도 둘 사이에는 끼어들 수 없는 성역 같은 것이 존재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식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인야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바지락 요리를 바게트에 적셔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터질 지경이었는데...
에밀리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엔 오븐에 잘 구운 연어 한 쟁반을 내오는 거 아닌가. 토마토와 양파 샐러드 한 대접과 함께.
그러자 꾸꼬와 아델라는 인야의 입에서 또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인야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만 가로저으면서... 샐러드를 조금 덜어 자신의 접시에 담았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거둘 수는 없었는데, 옆에 앉은 아델라가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게 무슨 뜻인 줄을 잘 알면서 움찔했던 인야는,
"푸후흐흐…"
여전히 웃음을 참으며 토마토를 자르고 있었고,
앞에 앉은 미겔도 슬쩍 에밀리아의 눈치를 살피더니, 인야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자신의 알바리뇨 잔을 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이 집의 식사는 손이 큰 에밀리아가 군주이기도 했고, 식사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왜냐하면 에밀리아가 이번엔, 우유에 레몬 등을 첨가한 '해산물 먹은 뒤 소화제'(digestivo de marisco)라는 음료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갈리시아에 와서 많은 사람들 집에서 식사를 해왔던 인야였지만, 이 음료는 처음이었고, 이름도 생소했다.
얼른 맛을 본 아델라가,
"어쩜,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어요? 에밀리아!" 하고 깜짝 놀랄 만큼, 인야가 느끼기에도 산뜻하고 맛있는 음료였다. 얄쌍한 유리잔에 빨대까지 꽂아 내온 음료는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식사는 잠시 소강상태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 사이에 인야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고 거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아!"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밀리아가 이번에는 연한 갈색으로 잘 구워진 닭다리 요리(pollo asado)를 내오는 거 아닌가.
그러자 이제는 아델라까지,
"또요?" 하고 소리치며 놀랐고,
초대된 세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도 있었는데...
인야는 항복을 선언하듯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나에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이제 끝!" 하고, 아예 선언까지 해버렸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아니, 누구... 먹지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있나?' 하고 여전히 고개까지 흔들고 있었다.
그러자 에밀리아는,
"인야! 당신은 해물 조금 먹은 것 빼고는,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왜 이리 호들갑이야?" 하고 눈을 흘겼지만,
"나한테 지금 똥배가 나오려고 한단 말예욧!" 하고 인야도 자신의 아랫배를 앞으로 내밀었는데,
꾸꼬는 그런 인야를 보고 죽는다고 웃었고, 미겔은 여전히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정말 인야는 그 뒤로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런 뒤에야 후식이 나왔는데, 초콜릿으로 덮인 케이크와 함께 커피도 준비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에밀리아는,
"인야, 당신은 커피를 안 마시니까... 오루호(orujo) 한 잔 해야지?" 하고 여전히 성화를 부렸지만,
"그저께 밤 꾸꼬네 송별회에서 너무 마셔서, 오늘은... 도무지 못 마실 것 같아요." 하고 손사래를 쳐서야,
오루호 병을 거두는 에밀리아였다.
물론 이 집에 올 때마다 인야는 이런 식으로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았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정말... 역대급 식사 대접이었다.
그런데 그래봤자, 그 식사에서 그들이 먹은 음식은 준비된 양의 30%나 될까 말까 했다. 그러다 보니 인야는 이제,
'아이, 저 남은 음식을 두 노부부가 치우려면 몇 날 며칠은 걸리겠네......' 하는 안타까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 그나저나... 내가 스페인과 인연을 맺고 많은 스페인 사람들의 축제에 참여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나만을 위한 정성스러운 음식 초대는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에밀리아와 미겔 두 부부가 80이 넘은 노인들이라,
'이분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건강하게 사실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서글픔도 함께 한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나서 식탁을 정리하니 금방 끝나긴 했다.
다른 날 같았다면 노부부가 인야에게 '도미노 게임'을 하자고 했을 텐데, 오늘은 꾸꼬 부부가 있어선지... '카드놀이'를 하자고 했다.
그렇잖아도 너무 지쳐 있었던 인야는,
"저는 카드놀이를 할 줄 모르니, 좀 쉬어야겠어요." 하자,
"그럼 인야, 방에 들어가 눈 좀 붙이지?" 하는 에밀리아의 말에,
"그냥, 여기 소파에서 좀 누워있을게요." 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인야는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붙였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금방 잠이 들어준 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그들의 웃는 소리에 이내 깨고 말았는데, 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흠, 갈리시아에 비가 오지 않아 모두들 걱정이 심하던데, 다행이구나......' 하면서도,
'내가 이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와서, 무슨 인연으로... 특히 이들 가예고(Gallego, 갈리시아 사람)들과 이렇게 지지고 볶으며 지내는지...... 생각해 보면, 신기하기도 또 아련하기도 하구나......' 하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좋았다.
그렇게 너무나도 감동적인 송별회를 마친 뒤, 두 부부의 따뜻한 포옹을 받으며 마지막 작별을 나누고 나오면서 인야는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다시 이 집에 이런 식사를 하러 오게 될까? 글쎄,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이번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분들을 온전한 지금의 상태로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저분들 살아생전에 내가 다시 갈리시아에 온다는 보장도 없고,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겨 다시 여기에 못 올 수도 있을 터라... 그게 확실할 거야......'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꾸꼬의 차에 오르면서는,
"아, 오늘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식사'를 한 것 같아......" 혼잣말처럼 했는데,
"나도 인야, 당신 말에 동감해." 하고 아델라가 대답한 반면, 꾸꼬는,
"인야, 왜... 다시는 갈리시아에 안 올 사람처럼 말하는 거야?" 하고 눈을 흘기면서 차의 시동을 거는 것이었다.
그리고 꾸꼬 집에 도착한 뒤,
인야는 오늘 식사 때 찍었던 핸드폰의 사진을, '마드리드(Madrid)'에 있는 '산티아고(Santiago)'와 '바르셀로나(Barcelona)'에 있는 '까르멘(Carmen)'에게 보내면서는...
'아, 나와 이들과의 관계가 예삿일일 수는 없는데...... 우리 모두가 거의 70대에 들어섰거나 이미 70을 넘긴 상태라, 앞으로 보게 될 날도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다는 얘긴데... 그 소중하고 아까운 이야기를 어떻게 한다지?'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