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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성(城)은 철혈사자성(鐵血獅子城)이고, 2교는 황룡교(黃龍敎)와 웅랑교(熊狼敎)의 절대쌍교(絶對雙敎)다. 3보(堡)는 주작보(朱雀堡), 현무보(玄武堡), 천묘보(天猫堡)로 나뉜다. 천하13파(天下十三派)는 백록파(白鹿派), 하란파(夏卵派), 태백파(太白派), 북청파(北淸派), 거금파(巨金派), 천은파(天銀派), 나이파(挪移派) 내파(乃派), 북산파(北山派), 가야파(伽倻派), 황토문(黃土門), 연화사(蓮花寺), 포태방(泡太幇), 풍방(風幇)이다. 24세가(二十四世家)는 강무세가(姜武世家), 앙신단가(央信檀家), 서궁세가(西宮世家), 남궁세가(南宮世家), 남예일족(南禮一族), 철권포가(鐵拳包家), 만금종가(萬金宗家), 의백최가(義白崔家), 북지박가(北智朴家), 용천이가(龍泉李家), 온성상문(溫星象門), 경흥천가(敬興天家), 평북방문(平北方門), 유포지문(流布知門), 남주죽문(南州竹門), 무산초가(武山超家), 고창골문(高唱骨門), 달피세가(達陂世家), 대연가(大燕家), 백의성가(白衣星家), 천의가(天醫家), 해황가(海皇家), 중주궁가(中主宮家), 등평육가(騰平陸家)다. 또한 군소 방파의 연합체인 구중천(九重天)과 천하련(天下聯), 천지회(天地會)들의 단체가 있다.
“현 무림을 지배하는 세력은 크게 1성, 2교, 3보의 수인가와 13파 24세가의 인가로 나뉜다. 거기에 숨어 있는 세력들이 합쳐지면 셀 수 없이 많은 방파들이 무림에 있다. 우리 검부는 솔직히 13파 중 하나인 북청파의 세력 안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 함관검부가 북청파 계열은 아니다.”
석(石)자 항렬의 검부 1대 제자들은 대사형인 천석(泉石)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은 북청파 장문인 처우자가 선사와의 관계 때문에 우리를 돌봐주고 있지만, 처우자 노사께서 일선에서 물러나시면 우리 검부와 동인성의 패자인 북청파의 관계는 필히 재설정될 것이다.”
“으음~!”
그것은 어쩌면 북청파와의 교류를 꺼려했던, 여기 모인 2대 제자들의 업(業)인지도 몰랐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북청파의 같은 나이 또래의 문하보다 검부 1대 제자들의 자질이 떨어지는 축에 속했다. 전통(傳統)이나 무공의 위력 종류도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재산의 넉넉함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제야 실감하는 것이지만, 검부는 거대한 강호라는 대해(大海)의 일엽편주에 불과했다. 동인검협 조식이 없는 검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하루에도 천하의 수많은 문파와 무맥이 끓기고 다시 개파된다. 언제 무슨 일로 검부가 사라질지 모른다. 검부를 지키려면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키우는 도리밖에 없다. 그리고 당분간은 처우자 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
“그러나 우리 검부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나 다름없다. 그 말은 이제 시작이란 말이다. 천하에 일대(1대??)에 모든 것이 갖춰진 문파는 없다. 우리에겐 천하를 오시할 만한 무공은 없다. 그러나 선사께서 남기신 유운검법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정종무공이다. 우리는 이 부운검법을 씨앗 삼아 더 많은 결실을 얻어내야 한다.”
“부주 사형, 사형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우리는 약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증명하려 합니다.”
“지석의 말대로다.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무거운 분위기가 장내를 지배하자 천성이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만석(萬石)이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러나저러나, 현석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지?”
“해노가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형!”
“그렇습니다. 제가 가끔 그 녀석에게 찾아가보는데 얌전히 지내고 있더군요. 그곳에서도 수련을 쉬지 않고 유운삼재검법부터 착실하게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그 녀석, 철들었군.”
“그러게 말이야!”
“해노가 그 녀석을 따라가는 바람에 밥 짓는 사람이 없어져 그게 불편하군. 해노가 지은 밥이 맛있었는데….”
먹을 것에 집착 강한 포석의 투덜거림은 모든 사형제들의 입가에 쓴웃음을 짓게 했다.
***
현석은 오늘도 유운삼재검을 수련했다. 그러나 현석은 아직 젊었다. 더딘 진보는 현석의 생각에 자신의 무공이 퇴보했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오운검이나 복운검 같은 다음 단계의 검을 수련하기도 했다. 라혼이 그런 현석을 조용히 불렀다.
“현석아!”
“예? 할아버지.”
“너는 검의 기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글쎄요? 우웅~! 검은 마음입니다.”
―따콩!
“아야!”
현석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할아버지의 꿀밤에 매우 아프다는 듯 엄살을 피웠다.
“네놈이 깨닫지 못한, 알 수 없는 말은 하지 마라! 검의 기본이란 치기, 찌르기, 베기다! 바로 삼재검의 태산압정, 선인지로, 횡소천군이다.”
“….”
“그 외의 모든 검로는 바로 그 세 가지 기본기의 연장일 뿐이다. 그래서 모든 검가들이 자신들만의 오의를 담은 삼재검을 기본으로 익히는 것이다. 네가 전에 네 태사부의 마지막 검이 깨달음의 무공이라고 되물었었다. 너는 스스로 찾은 답을 왜 다른 답을 찾아 떠나려 하느냐?”
현석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에 비로소 한 가닥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삼재검을 다시 수련하는 것은 부운(浮雲)을 검에 담으려 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삼재검에 담지도 못하면서 오운검과 복운검의 형(形)만 따라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생각에 잠긴 현석에게 라혼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사실 나는 네 태사부가 보여준 무공밖에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네 태사부가 깨달은 부운의 도리밖에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 부운에 대한 나의 깨달음이 네 태사부의 그것과 같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운심법의 오의는 네 태사부의 깨달음과 가장 많이 닮아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의문나는 것이 생기면 네 태사부가 남긴 부운심법을 되뇌거라!”
“소손,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현석은 새로운 마음으로 검에 부운(浮雲)의 오의(奧意)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현석은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너무도 답답해 심마(心魔)에 들기 직전,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폭포가 하얗게 얼어붙은 대관폭포로 갔다.
“할아버지?”
“오르거라!”
“예?”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곤 등을 돌리며 종종걸음으로 그동안 기거하던 움막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현석은 그렇게 망연히 거대한 폭포수가 얼어 빙벽(氷壁)을 만든 대관폭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저것이 내 마음속의 벽이라 생각하고 한번 넘어보는 거야!”
그렇게 현석의 빙벽 오르기 수련은 시작되었다. 현석이 그렇게 한참 얼어붙은 대관폭포를 오를 무렵 라혼은 한 가지 심공(心功) 수련을 시작했다.
“광무자는 역시 이곳 출신이었어. 다른 존재에게 한 가지를 가르치면 가르친 자는 열 가지를 배운다는 이곳 격언은 옳은 말이야! 그 친구도 내게 여러 가지를 보여주며 가르친 대가로 죽음의 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이겠지?”
라혼은 어떤 경로로 해서 시드그람 대륙으로 흘러들었는지 모르지만 광무자(狂武子)라는 기인(奇人)의 마법서(?)를 얻은 적이 있었다. 라혼은 광무자를 통해 마나(Mana)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했다. 그래서 언젠가 이곳 칸 대륙으로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자신을 이곳까지 이르게 한 모양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할 정도로 얻은 것이 많았다.
“일반적인 이곳의 내가심법(內家心法)으로는 거의 죽은 상태의 이 육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서쪽 시드그람 대륙의 마법사들이 운용하는 마나를 이용하면 몸을 재생(再生)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나 운용이 익숙해지면 이공간(異空間) 에텔 스페이스(Ether space)도 사용할 수 있게 될 거야! 이제야 길이 보이는군.”
라혼은 죽은 나무토막과 같은 육신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보이자 외부 마나를 이용하는 마법사의 마나 운용을 바탕으로 한 라혼만의 심공(心功)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라혼은 이미 1서클 마스터에 2서클 유저의 매직 유저이므로 외부 마나를 운용하는 데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굳을 대로 굳은 육신의 혈맥(血脈)과 근골(筋骨)은 심공을 운용할 때 라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마치 막혀 있는 혈관을 억지로 쑤시는 그런 고통이었다. 그러나 라혼은 무리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막힌 혈맥을 뚫고 근골을 재생시켜갔다.
***
―쏴아아아아아….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겨울이 가고 포근한 봄기운에 녹아내린 대관폭포는 이제 그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뼛골이 시린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았건만 천근 물줄기 아래 한 청년이 파리한 입술을 한 채 가부좌 위에 검을 올려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폭포 아래 못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깊은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찌르고, 베고, 치고를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물을 거스르지 않고, 물결에 흐름에 검로를 맡기며 매번 새로운 자세로 검을 휘둘렀다.
‘유운(流雲)이란, 거스르지 않는 것, 유운검의 위력은 대단치 않다고 여겼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유운검은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유운검을 수련하는 자는 대단하다. 거스르지 않으려면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흐름을 읽으려면 항상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마음을 얼굴이 비치는 물과 같이, 이 한마디가 유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야, 나는 검에 마음을 실을 수 있게 되었구나!’
현석은 물에서 나왔다. 겨우내 진정한 수련다운 수련을 한 현석의 모습은 한층 성숙해 있었다. 이제는 앳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차분한 한 명의 수도자(修道者)의 기도를 지니게 되었다.
“현석아!”
“예, 할아버지!”
“곧 100일이 다 되어가는구나!”
“할아버지, 저는 이곳에서 좀더 수련을 하렵니다.”
라혼은 현석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겨우 검을 잡았다 말할 수 있다.”
“예!”
“너는 이제야 흐름을 알고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법을 배웠다. 여기까지가 네 태사부의 가르침이다. 이제 네 태사부의 가르침을 이해했으니 다음은 흐름을 끊고, 거스르고, 바꾸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네 태사부는 그것을 오운(五雲)이라 했고, 복운(復雲)이라 했다. 다섯 구름과 돌아오는 구름.”
“….”
“그것은 바로, 할 줄 알게 됐으니 이용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럼 제 유운검은 완성되지 않은 겁니까?”
―딱!
“아야!”
라혼은 여전히 엄살을 피우는 현석에게 말했다.
“네 태사부도 스스로 유운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제 겨우 유운검에 입문한 네가 완성을 운운하느냐!”
“유운검법이 완성되지 않았다고요?”
“그렇다! 아쉽게도 네 태사부는 심법엔 조예가 없었다. 궁극적으로 자연의 흐름을 뜻대로 제어해야 하는 유운검법에 적당한 내력을 받쳐주는 내공심법이 부재한 이상 유운검법은 미완의 검법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자연의 흐름을 제어하는 심법이라고요?”
“유운(流雲), 말 그대로 흐르는 구름은 바람에 거스르지 않는다. 그러나 남음이 있으면 모자람이 있고, 거스르지 않음이 있으면 거스름도 있다. 네 태사부는 거스르지 않는 유운이 있으면 거스르는 검이 있어야 검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럼 흐름을 제어하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네 검의 진보!”
“예? 진보요.”
“그것은 유운의 완성이 아니라 네 검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검부에 네 깨달음을 남길 수도 있겠지!”
라혼의 마지막 말은 현석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목표로 다가왔다. 완성된 무공 자체가 하나의 문파요, 방파다. 세상에 이름이 나고, 안 나고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검의 완성이란 목표와 여력이 있다면 약간의 깨달음을 검부에 남기는 것이다. 백일근신을 끝내고 검부로 돌아온 현석은 그전과 같은 일상적인 수련과 2대 제자들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냈고, 라혼도 다시 불목하니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석의 사형제들은 달라진 현석의 기도에 내심 놀랐다. 현석은 이제 귀여운 막내가 아니라, 한 사람의 검인(劍人)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철들었군. 우리 막내가?”
“좋지 뭐! 이제 간식 빼앗길 일이 없어졌으니….”
그러면서 포석은 방에 숨겨놓은 간식거리를 가지러 갔다. 만석(萬石)과 술을 한잔하려는데 안주거리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만석은 아랫마을에서 구해온 화주(火酒)를 꺼내놓고 안주거리를 가지러 간 포석을 기다렸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비명 소리뿐이었다.
“이노무, 자식들! 감히 사숙의 간식을 훔쳐 먹어!”
“으악! 잘못했어요! 조금만 맛본다는 것이 애들이 몰려와서….”
“어딜 도망가. 내 오늘 너희들의 주리를 틀어 존장의 도를 세우리라! 이리 안 와?”
“간식거리 때문에 미래의 천하제일검의 꿈을 접을 수는 없어요. 사숙이 먼저 진정하세요!”
“진정? 진정 좋아하네. 가위 발차기~!”
“으악! 사부님~!”
―퍼버버버버벅!
2대 제자들은 아직 막내 사숙인 현석이 왜 검부 제일의 신법의 달인이 되었는지 몰랐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노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만석은 안주를 포기하고 광분하는 멧돼지에게 몰매 맞는 2대 제자들을 안주 삼아 홀로 화주를 홀짝였다.
“허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일세.”
등장인물이 현석에서 2대 제자들로 바뀌었지만 예전엔 이런 비슷한 상황을 심심치 않게 본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