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국가 그리스에서 선거 득표율 10%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스 공산당 강령은, 니코스 자카리아디스의 기속위임·의행합일 노선과 니코스 풀란차스의 자유위임 대의제 노선의 투쟁에서 전자가 승리한 결과다 ft. 윤소영의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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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정된 그리스 공산당 강령의 변천사는 1918년 창당 이래 100년에 걸친 사상 투쟁의 결과이다. 이 사상투쟁사를 상징하는 두 인물이 있다.
(1) 기속위임·의행합일 노선을 대표하는 니코스 자카리아디스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이 시작된 소련 제20차 당 대회 이후, 그리스 공산당이 수정주의로 사상적 전향을 하면서 이에 반대했던 그는 당 서기직에서 실각되었다. 이후 1956년 소련 공산당에 의해 유배되어 1962년 시베리아에서 오랜 고립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그리스 공산당은 붕괴의 원인을 수정주의에 있다고 판단하고 수정주의 노선을 철회하였다. 2011년 자카리아디스를 복권시킨 데 이어, 2013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마르크스주의 정치의 원칙인 기속위임·의행합일을 내용으로 하는 강령을 발표하였다.
자카리아디스로 상징되는, 수정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지켜낸 이 노선을 압축하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원칙 없는 민주주의는 수정주의라는 독약뿐이다." ("Democracy without principles is the poison of revisionism.")
(2) 자유위임 대의제 노선을 대표하는 니코스 풀란차스
그는 프랑스 유학 중 알튀세르 그룹과 교류하면서 비합법 그리스 공산당에 입당하였고, 스스로 밝혔듯이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정치이론을 내세우며 그리스 공산당에서 그리스 공산당(국내파)를 분리시켰다. 당시 그리스 공산당(국내파)가 다수파였고 기존 그리스 공산당은 소수파였다.
풀란차스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스탈린주의라고 명확히 규정하며 대의제 민주주의를 끝까지 고수하였다. 또한 스스로 밝혔듯이 이탈리아 공산당의 잉그라오 좌파와 같은 노선이었다.
1974년 그리스의 '이승만·박정희'격인 신민주당의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가 그리스 공산당을 합법화한 이후, 그리스 공산당과 그리스 공산당(국내파)은 과거 불법 시절 함께 활동하던 합법 정당 EDA와 공동으로 선거에 출마하여 9.36%의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1977년 선거에서 풀란차스와 그리스 공산당(국내파)는 그리스 공산당과 결별하여 여러 소규모 좌파들과 연합, '진보좌파연합'을 결성하여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다수파인 국내파 없이 치른 선거에서 그리스 공산당은 9%를 득표한 반면, 각종 좌파 세력을 총망라한 진보좌파연합은 고작 2.72%를 얻는 데 그쳤다. (이 선거에서 PASOK이 25%를 득표하며 그리스 양당제의 서막이 열렸다.)
풀란차스는 자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대의제 민주주의 노선의 패배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1979년 아테네에서 창문 밖으로 책들과 자신의 원고들을 던져버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풀란차스는 기속위임·의행합일을 철저히 거부하고, 대중운동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와 결합한 대의제 민주주의로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노선을 끝까지 견지하였다. 이 노선은 네오그람시주의와 맞닿아 있으며 사회운동 정당론의 이론적 출발점 중 하나이다.
그리스 공산당(국내파)는 이후 해산을 거쳐 이합집산을 반복한 끝에 시리자를 탄생시켰다. 여기까지 오면, 그리스 공산당이 왜 시리자와 협력하지 않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풀란차스와 그리스 공산당(국내파)의 노선은, 선거 패배 이후 그가 거듭 강조한 다음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
"사회주의는 민주적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다." ("Socialism will be democratic, or it will not be at all." / "Le socialisme sera démocratique ou il ne sera pas.")
단, 여기서 민주주의란 기속위임·의행합일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오로지 자유위임에 기반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의미했다.
(3) 한국에서 윤소영의 이론은 불필요했다
풀란차스는 이미 1970년대에 알튀세르 이론과 잉그라오 좌파를 결합하여 '평의회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완성하고 이를 서너 권의 책으로 정리한 바 있다. 윤소영이 굳이 알튀세르를 끌어들여 수십권의 책으로 '독자적 이론'을 새로 구축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리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생을 즐길 시간을 빼앗았다.
이러한 맥락을 알지 못하면, 윤소영과 손절하더라도 '윤소영 없는 윤소영주의'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윤소영과 사회진보연대가 근래 들어 '자유주의'를 거듭 들고 나오는 것은, 기속위임·의행합일이 아닌 자유위임의 대의제만을 진정한 민주주의로 보는 노선을 끝까지 관철해왔다는 사상적 일관성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4) 현재의 그리스
자유민주주의 국가 그리스에서 1974년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가 그리스 공산당을 합법화한 이후, 그리스 공산당은 2013년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명시한 강령을 내놓았다. 그리고 현재는 선거에서 10%의 굳건한 부동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풀란차스의 자유위임 대의제 사상에 뿌리를 둔 시리자는 2015년 집권 후 국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긴축 반대 민의를 저버리고 긴축정책을 수용하면서 급격히 몰락하였고, 그리스 정치는 신민주당과 PASOK의 양당 구도로 복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은 시리자 몰락 이후 오히려 지지 기반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그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할만큼 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그리스 공산당."
덧.
한국에서 시리자에게서 좌파의 미래를 보았던 그 많던 이들은 어디로 갔나? 다들 알고 있지 않나. 시리자를 과도하게 찬양했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단 한번도 반성도 없이(자아 비판라는 거창한 말 쓸 필요 없다고 본다. 그냥 개인적 양심과 의식에서라도 하면 되는 것이니까. 이런 반성은 틀린 주장을 했던 이의 다음 의견을 듣게 만들어준다. ) 미제 사회주의(Socialism made in USA)인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 전도사로 활동하시거나 또 뭔가 '미래'를 발견한 것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
마르크스주의 정치 - 기속위임에 의한 의행합일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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