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Eureka)! 한탄바이러스! 의 발견비사",
이평우 박사의 육필을 앞으로 10회에 걸처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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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Eureka)! 한탄바이러스! 1/10
1976년이 막 시작되던 1월 중순경의 어느 늦은 밤, 한탄바이러스는 나의 작은 실험실 현미경 아래에서 두터운 너울을 걷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기실은 요 몇 주 전부터 이미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었지만 그 땐 다만 내가 그 실체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평우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
<프롤로그>
모든 발견은 그 발견의 인류사적 의의가 크건 작건 간에 발견자의 숨은 노력과 발견 순간의 잊지 못할 환희의 감회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것이 우리 과학도들이 자연을 탐구하며 얻어진 과학사의 새로운 발견이란다면 그 과정에서 겪었을 노고와 감회는 한 개인의 체험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하나의 공통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여기 감히 두서없이 그 얘기를 적는다.
1976년 1월 중순경 아침의 이른 시각. 응달진 화단 가장자리엔 아직 잔설이 희끗희끗 남아 있는 정초의 교정은 고즈넉함 속에 한겨울의 청량한 냉기를 머금고 이제 막 깨어나고 있었다. 앙상한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제법 고색이 깃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륜동 교사의 2층짜리 본관 건물로부터 그 뒤편에 숨은 듯 납작 엎디어 있는 허름한 창고처럼 생긴 미생물학교실의 단층 별관건물까지는 아취 형 본관 입구에서는 지척이었다.
여느 아침 출근 때와는 달리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나는 그 곳 별관건물의 두 번째 방 회색 낡은 문의 턱 없이 둔중한 철제 빗장을 따고 들어섰다. 여기가 실험실이 딸린 내 연구실이다. 약 1.5평 크기의 사무실. 실험노트며 참고문헌들이 가지런히 놓인 책상머리 한 켠에서 박제 장수하늘소가 유리 상자 속에서 긴 뿔을 쳐들고 여느 때처럼 나를 맞는다. 생물학과 동물분류실의 어떤 후배가 내게 선물로 가져다 준 것인데, 그 그로테스크한 형상이 노상 내방객들의 눈길을 잡아두곤 했었다.
사무실을 지나 다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약 3평 남짓 크기의 실험실이다. 찻간처럼 기다란 방의 좌우 창쪽으로 목제 실험대가 마주 놓여 있고, 그렇잖아도 비좁은 통로 한 가운데에는 창밖으로 연통을 낸 소형 석유난로 한대가 차지하고 있다. 사동 아이가 아직 불을 지피질 않아 방 안은 썰렁하다. 실험실 맨 끝 쪽 검은 장막 (veil)이 드리워진 반 평 남짓한 공간이 형광현미경실이다. 말이 현미경실이지 그 곳은 연전에 미국 육군전염병연구소의 장비 지원으로 들어온 형광현미경을 설치하기 위해 급조된 곳으로서 인조 대리석 실험대를 새로이 축조하고 차광을 위해 장막을 드리운 반 평짜리 어설픈 공간이었다.
반쯤 열린 장막 사이로 독일제 라이츠 형광현미경과 둥근 나무의자 (stool)가 들여다보였다. 어제 밤 이 반 평짜리 어두운 공간에서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았던 가슴 벅찬 환희의 감회가 되살아났다. 태고부터 이제까지 굳게 잠겨 있던 비밀의 방의 빗장을 내 손으로 풀었다는 기쁨과 경외심이 교차되는 벅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이 좁은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였던 어제 밤 그 감동의 순간은 내 일생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체험이었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몇 굽이의 험로를 넘어야 했던가! 돌이켜 생각하니 이제까지 겪었던 숱한 일들이 결승점에 이르기 위한 한판 장애물 경기처럼 느껴지면서 출발점부터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의 기억들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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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수/이평우
일전에 나눈 통화의 답신이오.
위 長文의 글은 한탄바이러스 발견 전후의 기록으로 상세한 당시의 회고록이외다.
어디에 투고한 적이 없는 글이라 과학부 기자들도 피상적으로만 알뿐 자세한 당시의 정황은 모를게요.
2026.5.11
첫댓글 이평우 박사님 심교수에게 애기 들었습니다. 올리신글 전부 읽었어요.박사님의 글을 읽고 그 유명한 한타바이라스를 실제로 찾아낸 분이 이호왕교수 가 아니라 실제로 실험하고 찾아낸 이가 박사님인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존경합니다. 혹시 백영호(고대 생물학과 64학번? 국립의료원 세균과 근무)아시는가요? 한때 같이 근무한적 있어요. 중간 중간에 교수님의 글에 댓글을 쓰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