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호랭이
호랭이 오대산에서 찐(?)드기 에게 혼났슈.
호랭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다.
이번구간은 대관령 목장의 광활한 초지 이국적인 풍치를 느낄수 있고
또한 노인봉 산장의 기인 성량수씨를 만날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대간갈날을 다른때보다 더 기다린것 같다.
오후5시 출발 김해 노고지리님과 구룡령에서 만나기로 하고 힘차게 애마를 달려간다.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운두령에서 노고지리님과 합류 구룡령에 도착하니 밤10시다.
호랭이 겔로퍼를 구룡령에 주차하고 노고지리님의 차로 횡계로 이동 늦은 저녁식사후
근처여관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3시 기상 간단한 식사후 완전무장 대관령에
도착하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새벽 5시 드디어 출발이다.
국사 성황당을 지나 중계소에 오르니 벌써 일출이 끝났다.
조금만 일찍 올걸...
선자령을 지나니 정말로 광활한 초지가 펼쳐진다.
저 초지위 언덕에 그림같은 통나무 집을 짓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노고지리님의 말씀이다.
말 한필 있으면 더 좋겠죠 하니 씨익 웃는다.
정말로 이런곳에서 살고 싶다.
한참을 가다보니 뒤따라오던 노고지리님 "멧돼지'다 한다.
잽싸게 그자리에 앉아 몸을 낮추고 앞을 보니 커다란 멧돼지 한마리가
덤불쪽으로 이동한다.
노고지리님 비디오 촬영을 위해 덤불쪽으로 가서
멧돼지를 몰아보니 벌써 숨어 버렸다.
하기사 지놈들이 호랭이가 왔는데 안숨고 배겨.
아깝다, 호랭이 멋진 점심식사를... 쩝 ~쩝
초지위 언덕을 올라 가면서도 내심 멧돼지가 보고싶어(?) 뒤돌아 보니 저아래
쪽으로 멧돼지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간다.
그것도 한마리가 아닌 두마리가
에 ~고 아까워라.....
동해 전망대에 올라 동해를 바라보니 바다는 안보이고 구름만 자욱하다.
하늘나라가 이렇게 생겼겠지 생각하고 간단히 휴식을 취하며 요기를 한다.
저멀리 황병산이 보인다.
목장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안개가 갑자기 몰려들며 시야가 가려진다..
길을 따라 한참 가다보니 표지기는 안보이고 커다란 축사와 인부들의 숙소로
쓰여진듯한 아파트가 안개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이런 길을 잘못들었네"
지도를 펴들고 나침판을 들고 방향을 보니 한참을 내려왔다.
다시 방향을 잡고 동쪽으로 한참을 이동하니 반가운 표지기들이 반긴다.
매봉을 거쳐 소황병산을 오르니 저멀리 노인봉이 보인다.
그아래 희미하게 노인봉 산장도 보이고..
갈길도 멀지않고 주변의 경치가 너무 좋아 널찍한 바위에 올라 등산화를 벗고
누워 한참을 누워서 오수를 즐긴다.
점심을 먹기도 어중간 해서 그냥 출발이다.
천천히 약 한시간정도 이동을 했을까
드디어 노인봉 산장이다.
산장에 들어서자 삽살개가 우리를 반긴다.
안으로 들어서니 노인봉의 기인 성량수씨가 오수를 즐기다 우리를 보고 반긴다.
평소에 궁금한점, 백두대간 마라톤종주 등 대화를 하다보니 금방 친해지며
형님 동생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점심 겸 저녁으로 찌개를 끓여 가지고간 소주 4홉 두병을 금방 마셔버린다.
노고지리님은 술을 전혀 못하기에 성량수씨와 둘이 나눠마시고 부족하여
산장에 있는 누룩주도 거의 바닥을 내고 잠이든다.
(소문에 듣자하니 소주 10병도 거뜬히 해결한다 했는데 기인도 별거 아니구먼..)
한참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문이 부서질듯 두드리며 일어나라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다.
"더 자도 되는데"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려니 옆에 와서 일어나라고 성화다.
할수없이 일어나서 배낭꾸리고 준비해서 출발 할려니...
노인봉 기인 "왈" 잠깐 와서 해장술 한잔 하란다.
"이런 괴물이 있나"
어제 그렇게 먹고 새벽 한시에 해장술이라니...
정신을 못차려 극구 사양을 하니 "호의를 무시한다"느니 하며 ....
어쩔수 없이 한잔 마신다.
사약을 마셔도 이것보다는 맛있을 것이다...
세상에 대간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해봤지만 이런일은 도대체가...
그 새벽에 장장 "세시간을 붙잡혀 술을 마시다가" 나중에는 도저히 안되서
배낭을 메고 도망쳐 나와 노고지리님에게 가자고 소리치나 노고지리님도
붙잡혀 못나오고 있다..
그래도 "노고지리님은 술을 안먹었으니 따라오겠지"하고
겨우 진고개길을 찾아 내려오는데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남을 가다보니 옆에서 커다란 짐승발자욱 소리가 들린다.
뒷머리가 바짝 선다.
그자리에 멈춰서 손전등을 꺼내고,
주머니칼을 꺼내 꽉 움켜지고 소리를 "꽥" 지른다.
그 소리에 놀랬던지 발자욱 소리가 빨라지며 멀어진다.
아무렴 그렇지 호랭이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그래도 호랭인데...
겨우 진고개로 내려서서 쉬고 있노라니 저멀리 노고지리님이 뛰어오고 있다.
숨을 몰아 쉬며 하는말 오대산 진드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노인봉 찐드기에 붙잡혀 죽는줄 알았다" 한다.
웃을수도 없고 울을수도 없고 갈길이 걱정이다.
동대산을 향해 한참을 올라 중간 지점에 올라서니 뒤따라오던 노고지님의 놀랜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니 이게 웬일 노인봉 기인께서 뒤에서 웃고 있는게 아닌가..
아~ 이 ~ 고
또다시 붙잡혀 약30분간 이야기를 듣는다.
물좀 달라하여 날진1리터 물병을 건네주니 한모금 마시고
"물은 뭐하러 이렇게 무겁게 들고다녀" 하며
물을 바닥에 쏟아 부어버린다.
하도 기가 막히고 화가나서 물병을 빼앗아 보니 빈병이다.
또다시 애꿏은 노고지리님은 볼모가 되고 나는 출발이다.
"얼마나 산을 잘타는지는 몰라도 한번 쫓아 와봐라"
"그래도 내가 백두대간 호랭이다"
오기가 발동하여 있는힘을 다하여 올라가니 동대산 정상이다.
쉬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대로 진행이다.
얼마를 갔는지 모른다.
뱃속에 있는 내용물(?)을 토하며 토하며 ...
이건 대간길이 아니고 바로 지옥길이다.
얼마나 왔는지 두로봉 정상이다.
진드기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제는 지쳐서 힘이 없다.
머리도 아프고...
바닥에 누워 한시간 이상 있었을까..
식수는 바닥이다.
버리지만 않았어도 신배령 까지는 갈수있는데
정상에서 북대사 쪽으로 800미터나 내려가서
물을 떠올려니 이건 ..ㅆ ㅣ ㅂ ㅓ ㄹ
노고지리님이 도착했다..
노고지리님 숨을 몰아 쉬며 말을 못한다.
뱃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않고 아무생각도 없다.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조차도 머리가 아프다.
공교롭게도 둘다 머리가 깨지는것처럼 아프다.
그래도 가야 한다.
가다보니 신배령이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노고지리형님 라면이라도 먹고 가지유" .. 하니
라면 보다 커피를 진하게 먹고 가자한다.
라면을 끓여 먹으려니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다.
몇번 먹고 젓가락을 내려 놓고 "나 그만 먹을겨"...하니
내도 그만 먹을 란다. 한다
그리고 거피믹스를 진하게 타먹으면 머리가 안아플지 모르니 먹어보자한다.
좋다. 머리만 안아프면 쥐약인들 못먹으리..
진한 커피 한잔 마시고 나니 진짜루 머리가 개운하다.
어떻게 인월봉이며 용복산을 올라왔는지 모르겠다..
이제 저멀리 약수산이 보이며 약수산 아래 구룡령 도로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기어서가 아닌 철조망 침투를 해서라도, 아니 눈을 감고라도 갈수있다.
갑자기 생각이 난다.
화령재부터 늘재까지 장장 18시간 이상을 사타구니가 다 쓸려서 한 발자욱 옮기기도
어려워서 고생한적도 있는데 지금은 그래도 30%의 에너지는 남아있는데 ...
약수산 아래에서 잠시 쉬면서 맛없는 빵하나 입에 문다.
산 아래에서 이런거 먹으라면 절대루 안먹느다... 맹세코
왜 맛없으니까.
지금은 왜 먹어 ?
안죽을라구...
크 크 크
간사한지고...
약수산 정상이다.
지나온길이 꿈만 같다..
막걸리, 누룩주, 앞으로 이런거 먹는사람은 찐드기로 보겠다..
내림길이 험하고 가파러도
지금껏 온길에 비하면 비단길 아닌가???
호랭이 겔로퍼가 보인다.
아무 걱정이 없다.
안방 호랭이에게 전화한다..
걱정을 많이 했는가
많이 한것같다...
마누라 딸내미들 얼굴이 보고 싶다.
가고 싶어도 지치고 졸려서 못가겠다.
에라 자고 가자..
첫댓글 매니아는 매니아여..... 미치지 않고선 어케 그럴수가? 그럴수가! 있갓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