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얘기 좀 하자” 메신저로 목숨 구해
<앵커 멘트>
요즘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메신저 이용하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이 메신저가 두 청년의 목숨을 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한 경찰관이 메신저를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청년과 계속 대화를 나눴고, 결국엔 이들의 위치를 찾아내 구조할 수 있었던 건데요.
김기흥 기자, 스마트한 세상이 가져다준 소중한 성과라고 해야 할까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이 카카오톡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심지어 보이스피싱에 카카오톡이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경찰관의 기지와 발빠른 대응에 이 모바일 메신저가 결합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요.
긴박했던 지난 13일 오전 울산으로 가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오전 10시 35분쯤 112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구에 사는 50살 김 모 씨였는데요.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서 살기 싫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성진(경사/울산지방경찰청 112센터) : "'아빠 안녕히 계세요.'라는 문자가 와서 지금 아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셔서 112신고 센터로 전화를 주신 겁니다. "
절박한 마음으로 신고를 했지만 정작 아들이 살고 있는 곳을 모르고 있던 김 씨.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대학생인 김 군이 학교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그것만으로 김 군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진경(경위/울산 무거지구대) : "그 당시 상황은 위치가 부정확해서 과학대 후문, 원룸 일대가 된 거죠."
경찰은 인근 지구대의 지원까지 받아 많은 인력을 동원했지만 김 군을 찾지 못해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진경(경위/울산 무거지구대) : "여기 있는 순찰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옥동 지구대하고 전 부근 순찰차는 다 지원요청을 한 거죠."
이때, 112센터에 근무하는 이성진 경사가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뒤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할 때 사용하던 카카오톡을 이용해 보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이성진(경사/울산지방경찰청 112센터) :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을 구조할 수 있겠구나. 아니면 이 사람이 정말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저희들이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이용을 하는 상태였습니다."
이 경사는 김 군을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하고 친한 사람인 양 말을 걸었는데요.
김 군은 '울산집입니다. 이제 몇 분 안 남았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경사는 끈질기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인터뷰> 이성진(경사/울산지방경찰청 112센터) : "나도 젊은 나이에 힘들고 한 적도 많았고 잘못된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고, 지금 지나고 보니 그때 잘못된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식의 카카오톡 문자를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자 이 경사는 김 군에게 현재의 위치를 물었고, 답변을 통해 김군이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시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들에게 정확한 위치가 전달됐고, 신고 접수 20분 만에 김 군이 있는 원룸을 찾아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진경(경위/울산 무거지구대) : "발견했을 당시에는 소주병이 늘어져 있었고, 번개탄 25장을 피워서 밑에 연기가 자욱한 상태로 방에 깔려서 상당히 어두운 그런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한 명을 구조하고 또 보니까 한 명이 더 있어서 밖으로 이동시켜서 인공호흡을 하고..."
현장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됐는데요.
조금만 시간이 더 지체됐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울산대병원 관계자 : "일산화탄소 중독이 강력히 의심된다고 해서 119구급차를 타고 내원했습니다. 두 분 중에 한 사람은 의식이 왔을 때부터 명료했고요. 나머지 한 분은 의식이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기면 상태라고. 다행히 생체 징후는 다 안정적이었고요."
경찰의 빠른 대처로 위기를 넘긴 두 사람은 병원에서 고농도 산소치료 등을 받고 현재 건강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고 합니다.
이처럼 카카오톡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부산에서 한 여대생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자살하려던 10대 2명의 생명을 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자살을 막은 여대생의 기지와 노력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녹취> 부산 동래경찰서 관계자 : "그 여대생이 카카오톡을 하면서 그 애들이 자살을 하려고 하니까 경찰에 신고한 뒤에 (카카오톡을 통해) 대구 모 초등학교 다닌다는 학생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바로 학교하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자살을) 예방한 그런 사례지요."
당시 그녀는 우연히 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려다 의심스러운 댓글을 발견하고 그 댓글의 주인을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예 (카카오톡으로 자살 막은 대학생) : "같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해서 나도 자살을 할 거다. 그러니까 우리 계획을 정확하게 잡고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이름도 서로서로 알고 그렇게 해야지 신뢰가 쌓이지 않느냐 이렇게 설득을 해서..."
이 씨는 자살을 시도하려던 학생과 비슷한 고통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절박한 상황을 모른 척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영예 (카카오톡으로 자살 막은 대학생) : "예전에 학교폭력을 당했었기 때문에 그 심정을 굉장히 잘 알거든요."
다행히 이 씨를 통해 목숨을 이어가게 된 아이는 이제 밝은 미래를 꿈꾸는 학생이 되었다는데요.
진심어린 공감과 이해로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뿌리칠 수 있게 해준 이들에게도 행복의 울림은 큰 듯 했습니다.
<인터뷰> 이성진(경사/울산지방경찰청 112센터) : "한창때인 이제 막 (인생이) 시작되는 젊은 남자 두 명을 살렸다면 살린 건데, 살려서 다시 한 번 더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솔직히 기분이 좋고 뿌듯하고 그렇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절박한 상황에서 건네진 따뜻한 이해의 한 마디가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