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제도는 기원전 약 2000∼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가진 파라오들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 세금 징수관을 임명하고 집집마다 방문해 서민들이 소비하는 식용기름에 대해 세금을 매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세금을 낼 수 없었던 서민들은 세금이 붙지 않는 기름찌꺼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고대 그리스에서는 항시 거두는 세금은 없는 대신 전쟁 기간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있었다.
근대사회의 세금제도는 고대 로마제국의 조세제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로마시대 아우구스티누스 황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조세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앙 정부가 아닌 각 지방 행정관으로 하여금 세금을 거둬들이도록 했다. 그러나 성서에 나타난 인물 가운데 한사람인 마태오와 관련한 기록에서 보듯, 세리의 횡포는 일반인들이 적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현대에 이르러 영국이나 프랑스조차 로마제국의 조세제도를 모방했을 정도로 이들은 훌륭한 체제를 갖췄다. 영국은 로마제국의 통치에서 벗어난 후에도 이러한 조세제도를 유지했다. 특히 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 제도를 수립해 귀족들이 일반 평민들보다 더욱 많은 세금을 냈다.
미국의 조세제도는 영국의 제도를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미국은 건국 초기 프랑스와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비를 마련키 위해 1812년에 처음으로 조세제도를 시행했다. 이후 링컨 대통령에 의해서 남북전쟁 전비 충당을 위한 세법을 마련했다. 당시 세법은 국민의 저항은커녕 뜨거운 애국심에 호소한 압도적인 지지와 여론 속에서 제정되었다고 한다. 연간소득 600달러의 이상인 자에게는 3%, 1만달러 이상은 5%의 소득세가 부과됐다. 전쟁 후에도 건전한 재정을 이루기 위해 한시적인 소득세 제도를 영구화하는 움직임이 추진됐지만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폐지됐다가 1913년에 이르러서야 제16차 수정헌법을 통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연방 소득세법을 제정케 됐다. 초창기 세법은 14페이지에 불과했고 신고서도 단 1페이지에 불과했다. 또 당시 대부분의 미국 국민 소득은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해 일부 고소득자들의 납세 의무를 유도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세율과 세금은 무거워졌고 납세대상자가 늘어나다 보니 전문적으로 세금만 거두어들이는 국세청(IRS)이 생겨났다.
오늘날 IRS의 연간 예산은 80억달러에 이르고 직원만 해도 14만명에 이르는 등 그 규모는 미국 기업으로 치면 36번째에 이르는 대규모 집단으로 엄청난 양의 국가 재정을 소모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국세청의 국력 소모와 지나친 비대화를 비난하지만 국세청은 일부 납세자들이 납세의 의무를 소홀히하고 더욱 지능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면서 소득, 수입원을 감추기 때문에 감사관과 수사관을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의 요원보다 더 많이 고용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세금 보고서를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의 세금 신고서는 사생활 보호법으로 인해 공개가 금지되고 있지만 사회 고위인사들의 그것은 공적인 기록으로 공개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2년도 개인 세금 신고서를 통해 월급 39만7000달러와 이자, 배당금소득 43만6000달러 등 총 85만6000달러의 소득을 신고하고 비영리 단체에 약 7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보고하면서 딸 2명을 포함, 총 4식구의 세금으로 약 26만8000달러를 납부했다. 이들은 자신의 소득의 10% 안팎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나 고위층으로서 납세와 기부금 등 현대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최근 한 조사에서 짧은 이민역사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경제적 도약을 보이고 있다는 미국내 한인들의 가구당 소득수준이 평균 2만6500달러로 발표됐다. 연방정부가 제시한 빈곤 수준을 간신히 넘었지만 소수계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낮은 것이라는 이 보고서의 결과는 동포들에겐 참으로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급차와 비싼주택을 선호하고 또 소비생활 수준이 어느 이민자들에 못지 않은 동포들의 소득수준이 미국민의 평균이하일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시민의 평균치에는 무려 1만달러 이상 낮다는 사실은 실망을 넘어 충격에 가까운 일이다. 높은 교육열과 경제적인 잠재력 등에 반비례한 동포들의 소득수준은 상당 부분 과소평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곳에 정착한 생활인, 시민으로서 이 땅은 내 땅, 내 나라, 나의 후손들이 살아야 할 곳임을 자각하고 현대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차치하더라도 평범한 국민으로서 기본 의무인 성실한 납세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