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고사의 펌프(히11:6)
`아말고사'라고 불리우는 사막의 한복판, 풀 한포기 없는 죽음의 땅에 녹슨 펌프 하나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펌프 손잡이에는 조그만 깡통이 하나 매달려 있었고 깡통 속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 펌프는 현재 아무 이상없이 물을 뿜어낼 수 있는 완전한 상태입니다. 지하의 물도 풍부하고 수질도 음료수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이 펌프를 사용하려고 하실 땐 펌프에 물을 적셔야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펌프를 가동할 수 있을 만큼의 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펌프 곁에 있는 흰 바윗돌을 들어내면 그 밑에 물이 들어 있는 병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뚜껑을 잘 닫아 두었습니다. 이 물은 겨우 펌프를 적셔 줄 만큼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먼저 이 병속의 물을 4분의 1만 부어 펌프안에 있는 가죽을 적시도록 한 후에 나머지 물을 부어 넣으며 힘있게 펌프질을 하시면 당신이 필요한대로 얼마든지 물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물을 다 길은 후에는 내가 했던 것과 같이 다시 병에 물을 채우고 뚜껑을 잘 닫은 뒤에 처음 놓였던 바위밑에 넣고 편지와 깡통도 손잡이에 달아 놓으십시오. 만일 우선 목이 마르다고 병속의 물을 마셔버리거나 물을 얻은 다음 귀찮아서 병속의 물을 다시 채워놓지 않으면 이 펌프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IMF의 한파는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남아 있다. 목이 마르다고 사막 한 가운데 있는 펌프를 보고 헐레벌떡 뛰어와 깡통속에 써 있는 편지를 보고서도 그 내용을 까마득히 잊어버린 채 펌프를 적셔야 할 물병의 물을 혼자 마셔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좀더 냉정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편지에 쓰여진 내용대로만 지키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겁지겁 당황하기 때문에 땅속에 무진장 묻혀있는 지하수를 퍼올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젊은 청년이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거리를 방황하다가 그만 허기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교회입구에 주저앉아 구걸을 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예배를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떤 중년부부를 발견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한끼 밥 사먹을 돈만 달라고 애원을 했다.
남편과 함께 구걸하는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년여인은 두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 희망을 갖고 일어나세요. 여기 두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을 드릴테니 한끼는 젊은이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주세요.?
젊은 청년은 우선 가까운 빵집으로 달려가 한끼 먹을 빵을 사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을 때 빵집 유리창에 늙은 노인의 창백한 모습이 비쳐 남은 한끼 분량의 빵을 사서 밖에 있는 노파에게 전해주었더니 노파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 빵의 절반을 쪼개어 종이에 싸는 것이었다.
청년은 노인에게 나중에 먹기 위해서 절반의 빵을 종이에 싸는 걸로 생각을 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노인은 건너편 길가로 나가더니 신문팔이 소년에게 종이에 싼 절반의 빵을 갖다주며 먹으라 했고, 신문팔이 소년이 빵을 먹으려 할 때 집 잃은 개 한 마리가 소년의 턱밑에 꼬리를 치며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은 노인으로부터 받은 빵을 절반으로 나누어 개에게 주었고 남은 절반의 빵으로 굶주린 배를 채웠던 것이다.
이 광경을 끝까지 지켜 본 젊은 청년은 새로운 용기를 갖고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대로 하기 위해서 우선 길 잃은 개의 목에 적힌 주소를 찾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닌 끝에 급기야 주인을 찾아 주었고, 그 일이 인연이 되어 개 주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별 채용이 되어 일자리를 찾게 되었던 것이다.
남을 위한 배려와 희생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김철수(국제아동문학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