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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매너
서대원 지음
글로벌 매너를 갖추기 위한 기본 Ⅰ
영어에 기죽지 말자
사람들은 흔히 직업 외교관으로 일해 온 내 경력, 그것도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영어를 무척이나 잘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물론 대부분의 외교관들이 일반인들보다 영어를 잘하기는 한다. 사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해외 각국을 대표하는 외교단이나 또는 쉴 새 없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손님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업무 시간에만 만나는 게 아니라 칵테일파티, 만찬, 갈라 콘서트, 리셉션 등의 다양한 업무 외적인 행사에서도 만나야 하니 영어를 입에 달고 살게 마련이다.
하지만 외교관들 중 몇 명이나 이런 미팅이나 행사에 심적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을까. 아마도 예상했던 것보다 숫자가 적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잦다고는 하지만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처음 만나 말문을 트는 게 누구에겐들 쉽겠는가. 리셉션 현장에서 만난 외교관들에게 집과 리셉션 장소 둘 중 있고 싶은 곳을 고르라 하면 아마도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집을 고를 것이다. 외교관들이라 해서 영어는 여전히 제2외국어이며, 그 점은 독자 여러분들과 마찬가지이다. 최근 들어 유년시절을 영어권 국가에서 보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젊은 외교관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외교관 숫자에 비하면 이들 ‘네이티브 스피커 외교관’들은 지극히 소수일 뿐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외국을 무대로 생활하는 외교관조차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으니 일반인들이야말로 어떨 것인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서는 늘 당당하라
1998년 유엔 차석대사로 뉴욕서 근무하던 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80여개 회원국에서 유엔으로 파견된 각국 외교관들의 영어 구사력이었다. 유럽,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거의 전 세계에서 모인 외교관들이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어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다들 문법이 완벽하거나 막힘없이 영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외교관들을 포함한 한국인들은 왜 그만큼 당당하지 못할까? 우리 능력이 그들보다 엄청나게 부족하거나 지적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내가 오랜 경험 끝에 찾은 답은 바로 ‘두려움’이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남들 앞에서 영어를 하기에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다. 안타깝게도 바로 이 ‘두려움’에 의한 영어 공포증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우리보다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나라 사람들보다도 발언을 당당하게 하지 못한다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개개인이 국제무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언제까지나 무대 뒤에 숨어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무대 앞으로 나와야 한다. 무대 앞으로 나오려면 공포증을 없애야 할 텐데, 그렇다면 이 공포증은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우리가 영어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가 영어라는 외국어 자체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 예로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어떤 대학 강의실을 가 봐도 학생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면 학생 한 명 한 명이 독특하면서도 기발한 생각을 내놓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럴싸한 견해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말하는 자세,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그들은 남에게 끌려 다니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제3자가 공식적으로 소개를 시켜주기 전까지는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나누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면, 커피숍이나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콘서트 현장, 공원 벤치와 같이 가지각색의 장소에서 사람들이 만나서 인사하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망설임이 없으며, 또한 대화의 소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일상적인 소재와 같이 가까운 데서부터 찾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하는 게 어렵지, 말문을 트고 나면 그 다음은 생각보다 쉽다. 좀 더 용기를 내자. 일상생활에서 대화 콘텐츠를 발굴하면서 거기에 맞는 영어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자. 일단 시작해서 자신감이 생기고, 게다가 좋은 매너까지 갖춘다면 나 자신이 바로 ‘일등상품’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매너를 갖추기 위한 기본 Ⅱ
최고급이 최상은 아니다
명품 상표 중에 영국의 버버리(Burberry)가 있다. 디자인이 무척 보수적이라서 30년 전과 지금의 디자인이 별로 다르지 않다. 아마도 비싸게 산 걸 몇 십 년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비싼 옷을 입고 비싼 핸드백을 든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 더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다. 낡고 오래되었더라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걸 찾아서 입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에 돈을 쓰기보다 차라리 운동을 하고 책을 읽어 교양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글로벌 교양을 쌓아가는 일을 10년, 20년 동안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비록 명품 옷을 입지 않아도, 비싼 핸드백을 들지 않아도 맵시가 난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품격과 품위는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서 우러나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텅 빈 사람보다는 속이 꽉 찬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실례로 세계적인 갑부인 워렌 버핏이 평소에 명품 브랜드 정장을 입고 다닌다거나 값비싼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부자여도 소박하게 입고 다닌다. 워렌 버핏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 7억 원 정도라고 한다. 또 청바지 패션으로 유명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를 보라. 이처럼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의 공통점은 실용적이고 검소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3배나 높은 네덜란드에선 시내에서 고급 승용차를 보기 힘들고 거리를 누비는 차의 주종은 소형차다. 그러나 그 사람들 집에 가보면 고급 승용차보다 비싼 그림이나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이게 문화의 힘이고 글로벌 기준에 맞춰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일 것이다. 이제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삶의 방향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라
자세, 표정 등에서 흘러나오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때로는 말보다 더 큰 표현력을 발휘한다. 그래서 해외에서 활동하려면 제스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동행할 때에도 그 사람을 대할 때의 표정이나, 동작, 자세, 시선 등의 처리를 잘해야 한다. 그런 세련된 매너를 갖추면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활동하게 된다. 이때 강조해두고 싶은 점은 한국인의 몸에 밴 지나친 겸손은 매너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강조하지만 서양에서는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너무 겸손하여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지 않거나 또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자신의 집을 누추하다고 표현하거나 저녁식사에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시라고 하는 것은 서양인들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한다. 물론 서양인들도 겸손은 존중해 주지만 그 경계는 분명하다. 서양인들의 겸손은 예의바름이고 동등한 입장에서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다. 서양인들에게 지나치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품격과 교양을 갖춘 테이블 매너와 대화법 Ⅰ
꼭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식사 매너
식사 매너에 대해서 그 누구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실수가 사람을 우습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 식사 매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해두면 식사 매너에서 커다란 실수는 피할 수 있다:
주인의 역할과 손님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호스트인 경우, 본님과 속도를 맞추어 가며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부분의 남자들이 빨리 먹는 편인데, 여성과 함께 식사를 할 때에는 여성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 예의이다. 남자가 다 먹고 나면 여자는 더 먹고 싶지만 포기하고 그만 먹는 편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가 호스트인 경우, 손님 중에서 제일 늦게 먹는 손님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좋다.
식사 도중에는 가급적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한다. 화장실은 식사 전에 미리 갔다 오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서양식은 빵을 손으로 먹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양의 고급 식당 중에는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가 무척 좁아서 서로 붙어 앉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도중에 일어나려면 옆 테이블에 폐를 끼치게 된다. 우리는 고급식당일수록 별실이 많지만, 서양의 고급식당은 대개 별실이 없다. 몇 십 명이 모인 파티라면 모를까 서양 사람은 별실을 선호하지 않다. 온갖 장식과 그림에 음악이 흐르는 메인 홀을 놔두고 좁고 막힌 공간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별실을 찾는다면 일식당이나 중식당에 가는 편이 낫다.
입에 음식이 있는 상태로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더라도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말하는 장면이 흔히 있는데, 글로벌 무대에서는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입에 넣은 채로 말을 하다보면 음식이 튀어나오기가 쉽기 때문이다. 음식이 입안에 있는데 상대가 질문을 해서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입에 있는 음식을 씹어서 다 넘기거나 물이나 와인을 마셔 입안을 정돈한 다음에 말을 해야 한다. 물론 자기가 먼저 말을 할 때에도 음식을 입안에 넣은 채 말을 하면 안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말을 시키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다. 빵은 조금씩 뜯어서 먹고, 스테이크도 작은 조각으로 썰어 먹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식탁에서 대화하는 데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프를 먹을 때는 소리 내지 않고 먹는 것은 식탁 매너의 기본에 속한다. 서양의 것이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는 서양을 중심으로 흘러가므로 서양의 룰과 매너를 마스터해서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외에 주의해야 할 것들 앉았을 때 손은 식탁 위에 가볍게 올려놓는다. 식사 중 재채기와 하품을 하는 것을 실례이고, 특히 트림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쑤시개는 식탁에서는 쓰지 않고, 냅킨으로 입만 살짝 닦는다. 식사 도중에 부득이 자리를 뜰 때는 냅킨을 의자 위에 놓아 식사 중임을 알려야 한다. 냅킨을 식탁 위에 놓으면 식사가 끝났다는 표시다.
품격과 교양을 갖춘 테이블 매너와 대화법 Ⅱ
비즈니스 파트너의 집에 초대 받았을 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파트너의 집에 초대 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우선 초대를 받았을 때 방문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부터 알아보자.
초대장을 받으면 몇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전화를 해서 ‘드레스 코드’를 확인한다. 캐주얼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캐주얼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정도인지, 콤비를 입는 것인지, 면바지에 티셔츠 정도인지. 그러면 아마도 십중팔구 “Please dress comfortably(신경 쓰지 말고 편한 대로 입고 와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행사의 성격이 뭔지, 가까운 친구들 모임인지 등을 확인하고 가는 편이 낫다. 내 경험으로는 우리는 서양 사람보다 약간 격식 있게 입는 게 자연스럽고 편하다. 캐주얼이라고 할 때에는 상하가 다른 콤비에 넥타이를 매거나 매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Is anyone I might know coming?(누가 오나요?)”라고 물어본다. 사전에 알아두면 파티에서 어떤 화제로 대화를 나눌지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Is this a big party?(여러 사람이 오는 큰 파티인가요?)”라고 물어보거나 “Anyone from my field(우리하고 같은 분야의 사람이 오나요?)”라고 묻는다. 캐묻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면서 적절히 파악하고 교양 있게 묻는 게 중요하다.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초대받은 사람들의 면면을 파악하고 어떤 화제로 어떻게 대화할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집에서 하는 파티에 익숙하지 않고 언어도 딸리므로 더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나의 양옆과 앞에 누가 앉는지 알고 가면 큰 도움이 된다.
식사초대를 받고 나서 화젯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갔다가는 괴로움을 당하기도 한다. 영어도 짧은 데다 화제까지 부족하니 자신과 이야기해야할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우두커니 앉아있다 오기도 한다. 나도 25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근무 시절, 미국 외교관의 집에 선데이 브런치에 초청 받아서 간 일이 있다. 초대받은 사람 중에 우리 부부만 동양인이었다. 당연히 배려해 주겠지 했는데 불러준 것까지만 호의였고 전혀 배려가 없었다. 2~3시간 동안 식사하면서 한 마디도 끼지 못하고 있자니 정말 괴로웠다. 식탁의 화제는 어렸을 때 본 TV 만화 영화였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캐나다 등의 사람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같은 TV만화를 보고 자랐던 것이다.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지 집에 돌아와 먹은 것을 다 토할 뻔했다. 그때 식사초대가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화젯거리를 단단히 준비하고 식사초대에 응했다.
식사초대에 무엇을 들고 가면 좋을까? 식당이 아니라 짐으로 식사초대를 받았으면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집으로 초대하는 것은 특별히 친근하게 느낀다는 표시이다. 또 정성을 쏟아서 음식을 준비할 테니 반드시 선물을 갖고 가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꽃다발이다. 서양 사람은 식탁에 꽃을 꽂아놓고 식사하길 즐긴다. 그로 인해 음식이 더욱 맛있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기가 주빈이면 사전에 꽃바구니나 꽃다발을 배달시키는 게 예의이다. 미리 배달시키면 주인이 제일 좋은 자리에 놓아서 고마움을 표시한다. 주빈이 아니면 갈 때 가져가면 된다. 초콜릿이나 한국 특산품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와인은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두는 게 좋다. 가져가선 안 될 선물은 케이크이다. 우리 감각으론 무난한 선물 같지만, 서양은 식사초대에서 디저트 솜씨를 자랑하는 것이 호스티스의 특권이다. 그러니 케이크를 선물한다면 안주인의 디저트 솜씨를 못미더워 해서 사온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한편 선물을 줄 때 호스트가 환영한다고 포옹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인사법이라도 부디 놀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응해야 한다. 꽃은 그냥 주면 되지만, 내용물이 안 보이게 포장되어 있는 선물은 그 자리에서 열어보라고 권하도록 한다. 특히 우리나라 특산품이라면 함께 열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선물의 가치를 알려준다. 너무 값비싼 선물은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대개 5만 원 이하가 적당하다. 서양인 중에는 인삼차 마니아도 있다. 영험한 약효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내 경험에는 한국 김치를 좋아해서 집에 올 때 김치를 사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는 김치용 냉장고에 따로 저장하는 것이 다른 음식의 맛을 변하게 하지 않는다고 귀띔해주는 것도 센스다. 호스트가 코트를 받아준다고 하면 얼른 줘야 한다. 코트를 안 벗는 것도 좋지 않고, 벗어서 아무 데나 놓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 초청한 사람이 다 모일 때까지는 대개 거실에 서서 칵테일을 들며 담소한다. 앉는 경우는 다 앉을 수 있게 세팅되어 있다. “Dinner is ready”라고 하면 식당으로 오라는 신호이다. 보다 격식 갖춘 “Dinner is served”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테이블에 네임카드가 있다면 거기에 맞게 앉고, 네임카드가 없다면 호스트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는다.
모르면 손해보는 식사 초대 매너
초대받은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일반 식당에서보다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식사에 초대받아서 갔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어정쩡하게 나오는 순간을 겪기도 한다. 초대 자리에서 부딪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과 꼭 알아둬야 할 점들을 살펴보자.
식탁에선 ‘절대금연’ 호스트가 담배를 피워도 좋다고 허락하기 전엔 ‘절대금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디저트를 내놓으면서 재떨이를 내온다면 담배를 피워도 된다. 그래도 담배는 다시 한 번 호스트에게 물어봐서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여성이 있을 경우에는 “Do you mind if I smoke?(담배를 피워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은 매너이다. 21세기는 non-smoking의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고급 파티에선 식사가 다 끝나고 코냑과 시가를 함께 돌리는 일이 있다. 커피까지 마시면 “Shall we have Cognac in the drawing room?(이제 일어나서 거실에 가서 코냑을 마실까요?)”라고 얘기한다. 한군데 오래 앉아 있으면 지루하기도 하고 또 대화 상대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장소를 바꾸는 것이다.
맛있다는 칭찬을 입에 닳도록 하라 음식을 먹으면서 명심할 것은 요리가 맛있다는 칭찬을 최소 두 번 이상은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요리를 해서 대접을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고, 어쩌면 안주인이 며칠동안 꼬박 식사 준비에 바쳤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It's delicious!(맛있다)”라는 칭찬 외에 “What kind of sauce do you use?(소스가 뭐냐?)”, “Can I get your recipe for this pasta?(레시피 좀 얻자)”, “You are an excellent cook!(대단한 요리사다)” 등의 말을 하면 음식을 준비한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며 만든 사에게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말자. 아무리 우리보다 서양인들이 집에 초대하는 걸 쉽게 하는 편이라지만, 집에 초대받는다는 건 큰 대접을 받는 것임을 유념하자.
뭐라고 얘기하고 자리를 나오나? 서양은 각자 일어나서 인사하고 가지, 한꺼번에 일어나서 가지 않는다. 식사와 담소도 모두 끝났다면 각자 주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나간다. 주빈이 있다면 주빈 내외가 떠난 후 일어서는 것이 좋은 매너이다. 그러나 주빈 내외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을 때에는 주인에게 초청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다. 물론 적절한 핑계를 대는데 젊은 사람들은 대개 베이비시터 핑계를 댄다. 그렇지 않으면 호스트는 혹시 부족한 게 있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어 일찍 일어서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Pasta was great!(파스타가 좋았다)” 등의 칭찬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초청해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더욱 좋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자마자 일어서는 것은 실례이다.
감사는 ‘Thank you note’로! 서양은 (특히 집으로) 식사초대를 받았으면 꼭 다음 날 ‘Thank you note’를 보낸다. 대개 카드에 짧게 “It was very nice of you to invite us to your home. I would like to return your hospitality in the near future(당신 집에서의 저녁식사가 좋았어요. 당신의 호의에 조만간 답례하고 싶어요)”라고 쓴다. 이 카드를 안 보내면 실례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카드를 보내서 재차 감사를 표시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카드 대신 바로 다음 날 전화를 하는 것도 좋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각각 통화하면 더욱 좋다. 좋은 카드문구는 그날 특별히 있었던 일이나, 화제가 된 요리가 있었다면 그걸 써주면 좋아한다. 타자기로 치는 것보다 자필로 쓰면 더 고맙게 생각한다.
만국공통어, 스포츠로 비즈니스하기
스포츠를 활용하라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즈니스맨들은 외국인과 골프나 테니스를 즐길 기회가 많다. 그런데 스포츠를 보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자기가 할 줄 알아야 한다. 야구를 아무리 봐도 직접 해본 사람을 못 당한다. 물론 모든 스포츠를 다 해본다는 건 무리다. 따라서 경험이 있는 스포츠를 깊이 있게 공부해야 화제로 삼는 데 유리하다. 인간관계에서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최고의 매체가 스포츠다. 그러므로 공통의 운동을 찾아서 같이 하는 기회를 갖는 게 최고다.
내 경우엔 조깅을 좋아해서 센트럴 파크에서 같이 뛰면서 만남을 가진 경우가 많다. 만일 자신이나 상대방이 야구를 좋아한다면 야구장에 가자고 하면 좋을 것이다. 누구나 자기가 즐기는 스포츠를 보러가는 걸 좋아하고 현지인도 표 사서 가기 쉽지 않으므로 초청해서 간다면 효과가 있다. 만약 테니스를 칠 줄 안다면 그걸 이용한다. 서양에선 시내에 테니스 실내코트도 있고, 짧게 1시간 정도만 내서 사교 모임을 갖기 좋다. 우리가 골프를 치지 않으면 사교하기 힘들 듯 서양은 테니스가 그렇다. 그리고 테니스를 잘 치면 상당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농구를 잘한다면 그것도 장점이다. 미국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마리오 쿠모오 전 뉴욕 주지사는 50대일 때까지 취미가 농구였다. 미국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농구모임도 많으니 여기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장소는 헬스클럽이다. 다들 정기적으로 다니고 일상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 지혜, 철학보다 더 좋은 화젯거리는 없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건강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어떤 스포츠를 보러 갈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면 비즈니스 상대와는 해당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보러 가는 게 좋다. 유럽은 단연 축구다. 영국과 프랑스는 럭비나 테니스도 인기다. 미국이라면 단연 미식축구이고, 다음으로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정도이다. 미식축구는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이다. 다른 스포츠는 한 번에 점수가 많이 나야 3점인데, 미식축구는 터치다운으로 보너스까지 얻으면 한꺼번에 7~8점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단체 스포츠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과 도구가 동원된다. 포지션간의 철저한 분업이 이루어지고, 전략과 전술이 체계적이고 다양하다. 미국인들이 미식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일요일 경기가 끝난 후 월요일은 다들 미식축구 얘기만 한다고 해서 ‘Monday morning Quarterback(나중에 이러쿵저러쿵 비판하는 사람)’이란 말까지 생겼다. 따라서 미식축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쉽게 친해진다. 미식축구, 야구, 농구 얘기를 할 수 있다면 허물없이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대개 미국이라면 어렸을 때 이 3종목은 조금씩은 해봐서 자기도 뛰어 들어가 할 수 있다는 기분으로 경기를 본다. 그래서 즐기는 깊이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식축구는 티켓이 비싸고 구하기가 힘들다. 나도 ‘워싱턴 레드스킨스’ 경기의 표를 사려고 했던 적이 있다. 홈구장인 로버트 케네디 스타디움이 5만 5천명이 들어가는데 항상 매진이었다. 그것도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매진이어서 얼마나 힘들게 구했는지 모른다.
역시 스포츠에 관한 최고 경지는 직접 해보는 것이지만 스포츠 뉴스를 보고 선수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두는 것도 비즈니스를 위해 좋은 방법이다. 가령 어떤 선수는 어느 대학을 나오고 배경이 어떻고 특징과 성격이 어떻다는 식으로 말이다. 영어로 스포츠에 관해서 자유로이 대화를 나누려면 영어로 나오는 TV채널의 스포츠 중계를 알아들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할 줄 아는 스포츠의 영어중계를 자주 들어보면서 노력하길 권한다. 서양의 스포츠 해설이나 기사 에세이를 보면 철학이 담겨 있다. 뉴욕 타임즈 스포츠면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기사를 쓴다. 서양 사람의 해설은 급소를 쿡쿡 찔러가면서 한다. 궁금할 만한 것을 집어내서 구석구석 설명해준다. ‘아마 이런 순간에 이런 심리였을 것이다’, ‘지금은 실수라기보다는 실력이다’, ‘태연하게 있지만 운이 좋아서 들어간 것이다’ 식으로 말이다.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면 차츰 외국 비즈니스 파트너와 스포츠를 화제로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색다른 비즈니스로 인상을 남기자
음악회에서 비즈니스하기
요즘은 오페라, 뮤지컬 공연을 보면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접대 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 파트너를 음악회에 초대하는 경우가 늘 정도로 이제 서양 음악은 우리에게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 음악회에 가면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어 단순히 저녁식사 한 끼 먹는 것보다 가까워진다. 또한 음악은 남녀간, 비즈니스 파트너 간에 대화를 자연스럽게 해준다. 그러면 음악회에서 당당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본 에티켓에 대해 알아보자.
왜 서양 음악을 이해해야 하나. 우리 전통 음악이 상당히 수준이 높은데, 서양에 잘 알리려면 국민 개개인의 음악적 교양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서양 음악을 잘 알아야 한다. 국악에도 서양 음악의 합주곡 같은 것이 있다. 국악 연주단이 공연할 때에 외국 손님을 초청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서양 음악도 잘 알아야 자연스럽게 국악과 연결시킬 수 있다. 우리의 판소리는 서양의 오페라와 비슷하다. 오페라가 스펙터클한 버라이어티 쇼라면 판소리는 일종의 1인극으로 볼 수도 있는데, 솔로로서 중창이나 합창은 없다. 우리 문화를 서양인에게 설명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그 사람들의 문화와 비교해서 설명해야 이해가 빠르다. 그리고 남의 것을 제대로 알다보면 우리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서양 문화에 대한 기본 교양이 필요하다.
음악회가 끝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우리는 자기 자신이 들은 곡이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잘 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에서 어느 부분이, 어떤 분위기가, 어떤 음색이 자신을 매료시키는지도 잘 안다. 바로 이런 것들을 편하게 얘기하면 된다. 중간 휴식시간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당신이 도대체 무엇을 느꼈는지 찾아내라. 이를테면 당신은 전체적인 인상이 어떠했는가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음악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 휴식시간에 당신의 진심을 이야기하면 된다. 그러나 휴식시간에 사람들이 음향과 음색, 곡의 구조 등 음악에 관한 것만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음악회에서 음악을 읽는 건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 외에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면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을 기뻐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적인 연주자를 많이 배출해서 화제를 이끌고 가기가 쉽다. 장영주, 장한나, 조수미, 백건우 등의 얘기로 시작하거나, 무난하게 어떤 악기를 좋아하느냐고 말을 꺼내면 된다. 아니면 “나는 어떤 음악을 잘 때 틀어놓는다”고 하거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열심히 듣고 있다. 장영주의 연주가 최고다”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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