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잘 취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연말 송년회 등 각종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를 맞아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의 전용준 박사가 던지는 경고다.
술이 센 사람은 술이 약한 사람보다 단지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은 것일 뿐, 간 자체가 튼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
전 박사에 따르면 간 손상은 음주량에 비례한다. 소위 술이 세다고 하는 사람은 그만큼 많은 술을 마시기에 간 등 장기의 손상이 더 심하다. 술을 많이, 자주, 오래 마실수록 간 손상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은 는다.
평소 마시는 술의 양보다 더 많은 술을 마시다 보면 몸이 '이 사람에게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고, 그러면 필요에 의해 간에서 알코올 분해 효소를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술에 장사 없다고 과도한 음주에 몸이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알코올 분해 효소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 제동이 걸린다.
술의 양은 마실수록 점점 늘다가 몇 년 후에는 주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억지로 술에 적응하려 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게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속설은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술은 몸에서 두 단계의 대사과정을 거쳐 흡수, 분해된다.
먼저 알코올을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첫 번째 단계와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초산으로 변화시키는 두 번째 단계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알코올 분해효소인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 효소는 두 번째 단계에 작용하는데, 술을 마시고 쉽게 붉어지는 것은 이 효소 결핍으로 알코올이 원활하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효소가 적거나 없는 사람은 술을 마시기만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사람은 혈중 알코올농도가 빨리 올라가고 숙취 증상도 심하다.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 효소는 백인이나 흑인보다 동양인, 한국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 선천적으로 이 효소가 적은 것이니 고칠 방법은 없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안 마시는 수밖에 없다.
도수가 높은 술을 낮은 술과 섞어 마시기 쉬운 상태로 만든 이른바 '폭탄주'라고 해서 간에 무리를 덜 주는 것이 아니다.
간에 미치는 영향은 알코올의 양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여성은 술을 달콤한 음료수나 과일즙에 섞어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하면 마시기 쉬워서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돼 위험하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