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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그 시절 난 꿈속에서도 늘 바쁘게 살았다..!
꿈속에 온갖 세상을 섭렵하며..별의별 일을 일으키고..밤새 뭔 꿈을 그렇게 많이도 꾸는지..
어디서인지..하얀 교복입은 여학생들과 노닥거리더니..우리는 어느새 삼봉가는 다리를 걷고 있다
내가 뭔가를 열심히 애원하는데..그 여학생은 웃는 듯 자꾸만 앞서 달아나기만 한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거리가 좁혀지지가 않는다
뛸려고 하면 다리가 안 떨어지고....환장하겠다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그 여학생을 잡았는데..그 옆에 우리 수학 선생님이 서 있는게 아닌가..?
“으악...”
그렇게 긴 밤을 지새는 청춘은 사랑을 하고 싶었다
<사랑만 하며 살고싶다>
시계의 초침 소리만큼
짧디 짧게 흘러가버리는 세월은
넘나들지도 못하는데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들은
사랑만해도 짧다
나는 사랑만하며 살고싶다
[출처] 좋은시추천 / 사랑만 하며 살고싶다 - 용혜원|작성자 enee
새벽잠이 깊었는지..창문 유리창을 넘어온 겨울아침 햇빛이 눈부시다
“일어나 조반 먹어라..” 할머니 목소리다
부지런도 하시지 새벽일찍 일어나시면 아침군불을 때신다
새벽 식어가던 아랫목 따스함이 나를 유혹한다..더 주무시라고...
“끙~”
광목 이불을 감고 한바퀴 굴러 이불속 기지개를 켠다
“안먹어요”
“애비한테 또 경치지 말고 한술먹고 또 자거라”
어느새 들어오셨는지 걱정스런 투로 말씀 하신다
“밥먹어라..”
이번엔 엄마가 부엌 쪽에서 한마디 하신다
“에이~으으으~”
일어나려고 하는데..
“이누무시키 .. 내버려 둬.."
“윽~”
아부지 성화를 내 어찌 이기랴..
“얼른 일어나가거라..”
할머니가 등을 떠민다
얼른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앞뜰 밭에 서리가 하얗다
“으이크 추워~”
부엌문을 열고 세수대야를 집어 드는데
“오빠 가마솥에 뜨신물 있어..”
여동생이 마루로 통하는 문을 열고 눈짓을 곁들여 가마솥을 가리킨다
“알어..!”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밖으로 나왔다
상수도물은 얼어 붙은지 오래 됐고..
집앞에 있는 샘둥지로 나갔다
두어 바가지 퍼가지고..얼굴을 씻는데 정신이 버쩍든다
근데 이샘물은 신기하게도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고
여름엔 냉장고처럼 차가운 웃기는 샘물이었다
여름에 보리차 끓여서 담가 놓으면 그렇게 시원해 질 수 가 없다
대충 고양이 세수치레를 하고..안방으로 들어 갔는데..
밥상이 차려지고 식사가 한창이다
아부지 눈치를 보면서 앉아 한 숱가락 할라는데..
“야..넌 뭔놈이 그렇게도 말을 안듣니..?”
“............”
“공부도 안하고 ..빌어먹을래..?”
“할일 없으면 뒤싯골 뽕나무 밭에가서 꿩이나 잡아보든지..”
“그걸 무슨 수로 잡아유..지가..?”
“마루밑에 쥐약 나온거 있으니까..거기다 콩을 불려가지고 뿌려놓고..아침에 가봐 이놈아..”
우리 아부지는 가끔 이렇게 사람 환장하시는 소리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잘 하신다..존경 스럽다
“아니 나한데 잡힐 꿩 새끼가 어디 있어..씨발..!” 속으로 한마디하고 밥을 먹었다
“이누무시끼 형처럼 공부나 잘 하던지..!”
“아이 정말 썅~” 속으로 욕이 절로 나온다
우리 아부지 형하고 비교하는데 정말 미치겠다..매사에 형과 비교한다
이럴땐 형이고 뭐고 꼴도 보기 싫어진다
모범생 형을 둔 죄로 골탕은 내가 먹고 온갖 혜택은 걔가 다 받고...참내..
먹는 것도 좋은 건 다 형부터고...이래서 원한이 쌓여 가는데
꼭 마지막에는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된다나..귀가 따갑게 듣는 말말말....지겹다
그렇다고 형이 나에게 못되게 하는건 아닌데..늘 아부지가 한술 더뜬다
이런 일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여름 방학때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니던 형이 내려왔다..친구하나와 함께
수재 형이라고 서울 토박인데 부자 집 아들이라나..?
형이 내려올라 치면 온식구들 모든 관심이 형에게만 집중 된다
먹는 거 입는 거 자는 거...모든 게 우선이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저거 어디가서 죽지도 않나..? 그런 생각도 한적이 있는데...
하루는 집 뒤안에서 형이 친구들과 담배도피고..술 먹고 토 하고 노는게 아닌가..?
“어라..너 잘 걸렸다...한번 혼나 봐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부지 돌아오시길 눈 빠지게 기다렸다..
다 일러바치면 그다음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 하니까
신나게 주절거리며 노는가 싶더니..형 일행들이 어디론가 나가버린다
저녁이 다되 가는데....
아부지가 들어 오신다
대문짝 옆에 붙어 있던 난
그때 만해도 수해나기 전 이라 우리집은 큰대문이 안마당 바깥마당을 갈라 놓으며 서있는
동네에서 제법 큰집에 속하였다
“형은 어디갔냐..?”
아부지가 나를 보시더니 한 말씀 하신다
“야..금방 나갔는데유..”
“그래..?”
찬스다 흐흐~
“근데 아부지..?
“왜..?”
“저기요..?
“저기 뭐..?”
하루 종일 준비했던 고자질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부지 ..아까 형아가..친구랑 술 먹고 취해서 토하고 담배 먹고 그랬대요..!”
“뭐라고..? 이누무 시키가..?”
아부지 눈고리가 치켜 올라간다
“넌 이제 죽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눈에 불이 번쩍한다
“이놈이 형제간에 우애없이 ..일러 바치기나 하고..너 뭐가 될래..?”
아부지가 내 싸대기를 갈긴 것이다
“엥..?”
이건 또 뭔 상황이야..?
예상외로 나만 신나게 혼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형에 대한 울아부지 신뢰는 절대적 이었다
억울하지만 어쩌랴..형보다 잘 하는게 없는데..잘 생긴 거 빼고 흐흐흐~
그 사건 이후로는 형이 무슨 짓을 하던 절대 관심 없게 된 것 이다
대충 한술 뜨고 내방으로 건너 왔다
“쥐약으로 꿩을 잡아..?”
“그거 말 되나..?”
식후행사로 꼬불쳐 놓았던 청자를 한 대 빼물었다
한모금 깊숙이 빨아서..후~ 내뱉고는
입속 남은연기로 도너츠를 그린다 “
뻑~뻑~“
“오늘은 모하지..?
이생각 저생각..잔머리 끝에..
“아차 ~ 이영실..펜팔 그거 있었지..?”
몇일 전에 접어 두었던 펜팔편지 쓰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 오늘은 청춘사업 구상이나 해야겠다
편지지를 찿아 펴놓고는..볼펜을 집어 들었다
“안녕 하십니까..?”
“저는 어디사는 아무개입니다” 로 시작해서...
“안개처럼 흐릿한 영혼이 긴 잠에서 깨려 합니다.
파주라는 곳이 저에게는 생소 하지만...마음이 가는 데는 거리가 문제가 안되겠지요
“영실” 이란 이름 두 글자가 저에게는 크게 각인 되었답니다
각설하고....
저도 성인이 되 가면서.. 뭔지 모르게 늘 허전한 마음이 절 괴롭혔 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변치 않는 좋은 만남의 인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쪼록 답을 주신다면..하늘아래 최고의 영광으로 알고 그대의 빛이 되고자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중략....
그리고 기도 하겠습니다..“저를 부르는 그대의 노래를..” 등등으로 치장을 하고..
작년여름에 강가에 놀러가서 웃통 벚고 구봉이란 친구와 찍은 사진을 동봉하였다...
가능하시다면 그대 모습도 함께 보내주시면 오랫동안 간직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로 끝을 맺었다
읽어보고..또 읽어보고..고치고..삽입하고...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편지를 떠나 보냈다
“이제 기다려 보는거지 뭐 혹시 알어 퀸카일지..?“
그렇게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가면서 몸살 나게 놀았고..또 그렇게 나태해지고....
아랫목이 따끈따끈 한 게 움직이기가 싫다
노곤한 기분에 때 아닌 이른 낮잠이 찿아온다
늘어지게 한잠 주무시는데..꿈속에 누가 나를 부른다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꿈은 아니고
철뚝넘어 윗동네 사는 한 살 아래 친구 명성이 놈이었다
“뭐해..?”
“들어와..!”
“담배 없냐..?”
“거기 찿아봐”
턱짓으로 책상을 가리켰다
우린 담배를 한 대씩 물고 긴 호흡을 한다
영양가 없는 얘기가 늘어진다
근데 이친구는 어릴때부터 노는대는 도가 튼 친구였다
술이며 담배며 이자식 때문에 배웠으니까..!
내가 이친구를 알게 된 건...몇년전 중2때 였다
그당시 난 시골에서 구경하기 힘든 스케이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시골은 나무 게다짝 에다 구식 스케이트 날을 붙이고,
옆면에 작은 못을 박아서 고무줄로 신발에 묶고
타는 시절이 었는데...그때 말로 구두발 스케이트를 가지고 있었으니 시골아이들의 시선을 끌 수 밖에..
난 그 당시 아부지 직장이 있는라 제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제천에서 다니고 있었고 주로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이곳에 내려 와 있었다
그러니까 1년이면 거의 반은 이곳에 내려와 있었던 거다
그무렵 동네 개울 얼음판에서 놀다가 알게 되었는데..이친구도 이전에는 어의곡이라는 동네에 살다가
이동네로 왔단다
자연 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한 살 아래지만 절친이 되었다
그해 어느 봄날...이친구가 ..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그래..”
“우리집에 놀러가자..”
“좋아..”
그리고는 그 아이를 따라 걔네 집으로 향했다
그는 나를 집 뒤안으로 데려 갔는데...
근데..이자식이 가마니 를 멍석처럼 깔아 놓고...그 위에 막걸리 주전자가 있고..대충안주가 차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어 이거 뭐니..?”
“야 우리 친구하게 되었는데..한잔해야 되지 않겠냐..?”
“뭐라고..?”
그 당시 나로서는 깜짝 놀랄일이 었다
“혼나면 어쩔려구 ..난 술도 못 먹는데..에이 참..”
나는 속으로 멍~하고 있었는데...
그 녀석 중 1 열네살..난 중2 열다섯 살...이 나이에 술상을..? 나는 놀라고 있었다
순진 한 내색을 하기가 싫었던지..“그래..”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사기 그릇에 한잔 가득 따르더니...
“자 한잔해.” 하면서
주전자를 나를 주는가 싶더니 자기 잔을 내미는게 아닌가..?
그렇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술을 먹게 되었는데..
첯잔을 몇모금 들이키는데..생각보다 먹을 만 하였다는 거다
쓴맛이 있으면서..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괜찮은 듯 하다
김치에 콩나물을 안주 삼아 두어 잔이 돌고 나니까...어찔해 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동네 기집애들 의 족보를 아는데로 알려 준다
저밑에는 누가살고..윗마을엔 누가있고..등등 뭔지 모르지만..호기심이 발동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주거니 밭거니 어느새 술 한 주전자가 다 비워졌다
근데 이녀석 뒤적뒤적 주머니를 뒤지더니..담배를 꺼내는게 아닌가..?
이름하여 “금잔듸” 휠터도 없는 시골형 담배...
“야 어쩌려고..”
내가 겂먹은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한잔 먹었으면 한 대 피워야지..!”
나로서는 그당시 상상도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자식 너무 자연 스러운 거다
“너 피울줄 몰라..?‘
“응..!”
“한번 해봐..”
“아니..뭐 난 안되는데..” 내가 꼬리를 내렸다
“참내..! 이런 것도 못하고 뭐여..?
순간 괜히 쪽팔림을 느낀다
“자~” 담배 한 개피를 내민다..
기죽기 싫어서..슬그머니 받아드는데 기름라이터를 켜 대는게 아닌가..?
대충 불이 붙었고 나는 그 자식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자식 한모금 들이키더니..“후~” 하고 코로 연기를 내뿜는다
이 골초 자식이..어이가 없다
나도 한모금 들이 마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콜록~캑캑..” 기침을 해댄다
“흐흐흐흐~ 진짜 초보구만..”
그가 능글 거린다
“내가 가르쳐 줄게 따라 해봐..!”
담배를 조금 빨더니 “흡~” 하고 들이 마신다
“이렇게 해봐..” 하면서 나를 쳐다 본다
난 조심 스럽게 한모금 입에 물고 “흡~” 하고 아주조금 들여 마셨다
“킁~!” 소리가 절로 나는데 머리가 띵하다
몇 번인가 흉내를 내고 일어서는데..이게 웬일..?
머리가 핑핑 돌면서 중심을 못 잡을 정도의 어지러움이 찿아왔다
발걸음이 휘청거리는데 꼭 몇바퀴 맴돌다 갑자기 멈춘것 처럼 휘청거린다
순간 통제불능... 즉, out of control...!
“흐흐흐 깔깔깔~”
이자식 우스워 죽겠단다
그렇게 술 담배를 경험하게 한 놈이 바로 이 놈이었다
그날 저녁 이녀석과 또 한번 웃지못 할 일을 벌이고 말았다
한참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 즈음에...
“야 개울건너 상철이네 놀러나 가자..!”
내가 한마디 던진다
“그럴까..?”
상철이는 고등학교 절친인데..개울건너 시멘트 공장 사택에 사는 놈이다
부산에서 부모님 따라 이사 온 놈인데 보통이 넘는 야무딱진 놈이다
이놈도 어린나이에 한량이 다되어 있었고..나와 함께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는 악동 중
악동이었다
술 잘먹고, 음악 좋아하고, 잘 놀고, 여학생 잘 꼬시고..흐흐흐~
그당시 난 학교 밴드부 소속이라 더욱이 나와 죽이 잘도 맞았다
명성이 놈은 나하고는 친구인데..상철이 에게는 형이라고 부른다
감히 나에게 처럼 맞먹지 못하던 시절이 었다
한해 선배가 제일 무서웠고..우리 친구들이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논둑길을 가로질러 개울다리를 건너 상철이네 집으로 향했다
개울 양쪽으로 거대한 시멘트 공장이 산처럼 들어서 있고..그옆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초입 무렵에
상철이네 집이 있었다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풍요로운 넓은 논 이 있었고..맑은 개울물이 흐르던 때묻지 않은 곳이 었는데
공장이 들어 선 이후 자연환경은 거의 개판 수준으로 변했다
아마도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그의 부모님은 시멘트 공장 내 매점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늘 혼자 있는 날이 많았고..자연 스럽게
우리의 은밀한 아지트가 될 수 밖에 었었다
“상철아 있냐..?”
“어 들어와..!”
현관 문을 여는데..댓돌에 몇컬레 신발이 놓여 있다...누가 왔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와라..!”
못보던 친구들이 두명이 보인다
청주인가에..사는 상철이 친구란다
“인사해 예날에 살던 동네 친구들이다..”
“그래..?”
“박 아무개입니다..”
“이 거시기입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근데 이 친구들 행색이 차림새 하며 꽤나 세련되 보인다
큰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땟깔이 촌놈들인 우리와 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거기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멋진 친구들 이었던 걸 로 기억된다
담배 한 대씩 피워 물고는 각자 사춘기 무용담을 쏟아내고..히히덕 거리는데
상철이가 ..
“야...먼데서 친구들 왔는데..저녁때 뭐 하까..?”
“오미네 집에 가서 한잔 쭉~?”
내가 맡 받았다
“그것도 괜찮지만...뭐 좀 색다른 거 좀 없나..?”
“글쎄......!”
“................”
나는 재빨리 잔머리를 돌려 궁리를 한다
“어 참...”
“명성아 나와봐..!”
내가 명성이를 부르며 방문을 열고 나가고..그가 뒤 따른다
“야 오늘 밤 닭 몇 마리 어때..?”
“어디서..?”
“멀리 갈 수는 없고....동네에서 한건 하자..!”
“그럴까..?”
“좋아..!”
방으로 들어 갔다
“상철아 우리가 안주거리 좀 잡아 올테니까...물 끓여 놓고 기다려라.!”
“뭐 할라고..?”
“그런게 있어 두고 봐..! 우리 지금 갔다가...올께”
“언제 오는데..?”
“어둑어둑 해지면 올께 기다려..!”
그리고 명성이와 나는 집으로 향했다
“근데 어디를 털지..?”
“우리 작은 할머니 집 어때..?”
“굿..! ”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연장통을 꺼내 놓고 만능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은 열쇠를 잠가 놓기 때문이다
그때 아부지가 들어오시다..내 방문을 여신다
“안녕하세요..?” 명성이가 겉치례 인사를 한다
“또 뭔짓들 하냐..공부는 안하고..?”
“아니 그냥 뭐 좀 만들려고요..!”
“똑 같은 놈들끼리 만날 공부는 안하고..쯔쯔~”
명성이놈도 우리 아부지 한테 미운털이 박힌지 오래다...미운 짓만 하고 다니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아부지 눈치에 잠시 주춤 하다가
작은 줄톱 조각을 갈아서 열쇄모양을 만들었다
해가지고 이내 어둠이 깊어 질 무렵 조용히 집을 나섰다
바로 옆집 작은집 앞으로 접근했다..그집 닭장은 삽작문을 들어서서 집옆으로 돌아 뒤로 돌아가면
뒷마당 둔덕에 위치해있다..그러니까 유사시 탈출이 어렵다는 거다
살그머니 닭장 쪽을 향하는데...갑자기 뒷마당 불빛이 비치더니..사람 떠드는 소리가 난다
흠칫 살피는데 가만히 보니까 숙모님이 작은 할머니와 불빛에 뭘 퍼 담고 있는데, 금방 끝 날것 같지가 않다
잠시 살피다가 조용히 손짓을 했다....나가자고..!
명성이가 뒤를 따른다
“야 여기는 안 되것다..위험해..!”
명성이가 어쩌자고..?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어이~ 철뚝 넘어 천스방네 집 어떠냐..?”
“그집 마당에 닭장 참 이쁘게 지었던데..!”
“괜찮을까..?” 명성이가 걱정스레 대답한다
“여기보단 쉬울 것 같다...오케이..?”
“그래.!‘
우리는 우리집을 돌아서 철뚝길로 올라갔다
“멍멍명~”
누구네 집인지 개짓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데...
“저 개새끼 올여름에 보자...확~ 된장 발라 줄 테니까..!”
명성이가 한마디 한다..
“킥킥킥~” 웃음이 터졌다
“야 이 새끼야..! 누가 너 된장 바르라고 준다냐..?”
“씨발~ 확 서리해오지 뭐..씨~”
“새~끼”
“끌끌~” 거리면서 그집 문앞으로 접근했다..조용히....
집안 움직임을 살피는데...희미한 호롱 불빛만 간신히 새어나올 뿐...쥐죽은 듯 하다
“오케이~”
명성이가 엄지손을 들어 보인다
“끙~"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대문 옆 나뭇가리 옆으로 몸을 숨기고 망을 보기 시작하고, 명성이는 순식간에 아까 만든
만능키로 닭장 문을 열었다
그가 어둠속에서 슬그머니 닭장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바깥에 누가 오는지 신경을 곤두 세웠다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섬찟 하구만~”
나 혼자 중얼 거리는데..
“야~아 일루 와봐..!”
닭장 문을 열고 명성이가 손짓을 한다
“저 새끼가 미쳤나..? 남에 집에서..” 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다가갔다
“왜~에”
“이런 씨발~ 닭은 안보이고 토끼만 있어..”
“토끼면 어때 새꺄..?
“그게 아니고..이놈에 토끼가 자꾸 구멍으로 도망을 가서 못 잡겠어..!”
명성이가 되 받는다
이집 닭장은 흙벽돌로 지었는데 아래에 조그만 구멍으로 통로를 내고 밖에는 망을 쳐서 토끼가
드나 들 도록 해놓은 구조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안에서 잡으려면 구멍으로 도망을 가니 환장 하겠다는 거다
“어쩌라고..?”
“바깥에서 안으로 몰아 봐..!”
이자식이 간이 부어도 그렇지 밤중에 남에 집에 들어 간 것도 쫄아 죽겠는데..뭐..? 토끼를 몰아..?
기가 막힌다
그는 이런 놈이었다
“에이 씨~ 어텋게..?”
“괜~찮~아~”
으이구 괜찮단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조용히 닭장 바깥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으로 토끼 몇 마리가 보이는게 아닌가..?
“고놈 참 안주거리네...!”
살며시 다가가서 안쪽으로 몰았다
“후다닥~”
“쪼르르륵~”
이놈이 미꾸라지 처럼 도망다닌다
닭은 밤이 되면 잘 움직이지를 못해 살며시 움켜쥐기만 하면 되는데..이놈은 별 다르다..
이제는 간덩이가 아예 부어버렸는지 겂없이 나댄다
이리 몰고 저리 모는데..!
바깥 쪽에서 사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야~ 잠깐만..!”
내가 잽싸게 바깥으로 나오며 몸을 낮추고 소리나는 쪽을 살피는데....
“저벅 저벅~”
“에헴~”
자세히 보니 이집 아저씨가 길을 따라 올라 오는게 아닌가..?
“으메~ 지랄 났네..!” 가슴이 덜컥한다
“야~” 숨어 사람온다“
난 바삐 옆에 있는 나뭇가리 옆으로 몸을 숨겼다
명성이는 빠져나올 시간이 없어 닭장속에 그대로 숨어있는데....속으로 피가 마른다
그집 아저씨가 마당으로 들어 서더니..힐끔 닭장 문을 살피는 게 아닌가...?
그러는가 싶더니...
“아~ 이 놈들 토끼 훔쳐간 거 아니여..?”
닭장문 자물쇄가 열려 있으니..눈치를 채신거다
안채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여보~ 남폿불 좀 가지고 와봐..!”
마루문이 열리더니
“왜요..?”
아주머니가 머리를 긁으면서 밖을 내다 본다
“아 닭장 문이 열려있어..도둑놈이 든거같애..빨리..!”
“알았어요..”
머리가 하얘진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불을 가지고 오기 전에 이아저씨가..궁금했던지
닭장문을 열고는 머리를 집어 넣고 안을 살피는게 아닌가...
이거 참 돌아 버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린 이제 죽었네....” 속으로 오금이 저리는데
그 순간에도 아부지 얼굴이 떠 오른다.. “으이구~” 속이 탄다
닭장 안이 워낙 어두우니 잘 보이지가 않는가 보다
닭장 문을 닫고 몸을 돌리더니
“빨리 가져와봐..!” 재촉을 한다
아주머니가 남폿불을 들고 나타났다
“아~ 우리 불쌍한 명성이는 어쩔꼬..?”
숨을 죽이는데...
아저씨가 불을 받아 드는 순간..
“벌컥~ 우당탕~”
갑자기 닭장 문이 확 열리더니..시커먼 놈이 튀어 나오고...
문앞을 지키던 아저씨가 놀래서 벌렁 뒤로 자빠진다
“아이쿠~ 덜퍼덕~”
“에구머니나..~”
아주머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저~저~저놈들 잡아라..!”
그 순간 명성이가 내 앞을 가로 지르며 줄행랑을 치고...
나도 후다닥~ 그 뒤를 따라 튀기 시작했다
“여기도 한 놈 있다~”
아저씨의 절규같은 외침을 뒤로하고 우리는 삼거리 쪽으로 내 달린다
아마도 그 속도 였으면 달리기 금메달 감인데 말이다
앞을 보니 히멀껀 하게 사람이 나타나는 듯....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담장이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한손을 짚으며 뛰어 넘었다
이건 완존히 장애물 넘기 선수 같았다
“헥헥~”
그렇게 정신없이 한참을 내달려 매포가는 신작로 쪽으로 접어들어 노둑길을 따라 시멘트 공장 담장옆
철길로 올라섰다
“야야~ 천천히 가자 임마..학학~”
내가 숨을 차며 소리를 질렀다
명성이도 숨고르는 소리가 거칠다
을메나 놀랐을꼬..? 닭장 안에서.....
“야 너 잘 뛴다.. 졸나게 빠른데..?”
내가 한마디 뱉는다
“아이~ 씨발 뒈질뻔 했네..!”
한참을 헥헥 거리다가....철길 선로에 걸터 앉았다
숨이 아직도 거칠다
디게 놀란 대다가..그렇게 내달렸으니 한참을 오죽하겠는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를 쳐다보며
“골 때릴뻔 했네..그지..?”
“아 그놈에 토끼새끼 땜에.. 그렇게 안 잡히냐..?”
그래도 토끼 타령이다
디게 아쉬운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야~”
거기서 잡혔으면...아무리 서리라도..동네 망신에...울아부지 몽둥이에..
생각만 해도 오싹하는 기분이다
이동네 저동네 갖은 서리 수도 없이 해봤지만, 줄행랑은 오늘이 처음이다
“재수가 없을 라니까..!”
“가자..”
우리는 철길을 따라 동네를 가로지르는 철다리를 건너 상철이네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자식들 부엌에 물을 설설 끓여놓고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야~ 뭐가지고 왔냐..? 으찌됐어..?”
상철이가 보챈다
“닭이고 뭐고..황천길 갈뻔했다 야..!”
“왜 뭔일인데..?”
“그게 말이야..”
이렇쿵 저렇쿵 조금 전 일들을 읊어 댔다
“깔깔랄~”
“히히히~”
“흐흐흐~”
아이들이 배꼽을 잡는다
실컨 무용담을 쏟아내고...
“근데 어쩌냐..? 손님대접 멋지게 할라 했는데...조졌다 야~”
내가 미안 한 듯 주절 거렸다
“뭐 어때~ 죽다 살아 왔는데..간단히 쇠주나 한잔하지 뭐~ 먹은 걸로 하고”
“비상식량으로 하지 뭐~”
상철이가 분위기를 잡으며 라면땅에 다가(생라면에 스프를 버무린것) 김치..마지막으로 꼬불쳐둔
꽁치 통조림 하나..그런데로 술상이 차려지고...
소주병을 딴다 “뽕~”
“자 한잔해..수고했다..흐흐흐~”
모두들 종이컵에 한잔씩 가득..단숨에 들이킨다
대 여섯 병을 먹었나..? 술이 떨어진다
“가만 있어봐..”
상철이가 방문을 열고 나가더니 시커먼 댓병을 들고 들어 온다
으메 약주다..골때리는 술..! 약주..!
술이 술을 불렀다
온갖 잡담을 주고 받으며 술이 바닥을 드러내고...하나둘씩 비실대기 시작한다
명성이와 난 밖으로 나왔다 “가자~”
개울을 건너 비틀비틀 집으로 향했다 “그건너~” 를 흥얼거리면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
“밥먹어라~”
아침인가..?
머리가 뻐개진다..어제밤 약주를 들이킨 죄다
속은 더부룩 ...정신은 몽롱한데 먹긴 뭘 좀 먹어야겠다
안방으로 건너갔다
김치를 썰어 넣은 콩국이 먹음직 스럽다
우리엄마 나 술 먹은지 어찌 알았는지..! “감사합니다 오마니~” 속으로 머리 숙이며
밥을 국에 말았다..막 한술 뜨는데...
어머님 왈...
“여보..”
아부지가 쳐다보는데..
“아 글쎄 엊저녁에 철둑 넘어 천스방네 집에 도둑이 들었대요..!”
“으메~” 넘긴 밥알이 올라오는 듯 숨이 막힌다
“어떻하지..?”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하는데...
“뭔 도둑..?”
아부지가 되 물으신다
“글쎄 닭 도둑놈이 닭장에 숨어 있다가 도망갔대요,,!”
엄마가 신이 나서 얘기하시는데..
“이런 마~한 놈들...닭서리 꾼이구먼..못 잡았대지..?”
“하도 어두워서 잘 못 봤다는데..동네 애들 같기도 하다 그러구..ㅉㅉ~”
엄마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오금이 저린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내참~ 다행히 들킨 건 아닌 것 같고
후다닥 말은 밥을 먹어치우고..일어 서려는데..
“ 너 행여나 닭서리 같은 거 하지마라..알았재..?”
아부지가 퉁명스럽게 얘기 하신다
“난 그건거 할 줄 몰라요..!”
“괜히 큰일 난다..”
“예이....!”
내방으로 건너 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는....
“깜깜해서 우린 줄 모르겠지 뭐..!” 라고 자위 하면서...
들어 누웠다....
머리가 무겁다....담배생각도 없고...술..? 생각만 해도 올라 올 지경이다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하루 종일 자다 깨다...
저녁 때가 다 돼서야..두통이 가라 앉았다
저녁을 먹고는 어둠이 까맣게 내려앉은 ..밖으로 나왔다
올빼미처럼... 슬슬 명성이네 집으로 향한다
명성이네 사랑방에 숨어들었다
이놈도 하루종일 머리가 뻐개 졌단다
아침에 밥상머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낄낄낄~”
한참을 웃으면서 노닥 거린다
또 심심해진다
“바람이나 쐬자..!”
밖으로 나왔다
철다리를 왔다갔다 하며 서성 거리는데....
“테레비나 보러 갈까..?” 춥기도 하고..“
“그래..!”
우린 철길 옆 형식이네 아랫집 으로 향한다
그 당시는 텔레비전이 귀한 때라....저녁이면 동네 TV가 있는 집에 어른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연속극을 보거나 했다...인심 좋은 시절이었지..!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아이들 몇몇 아주머니들이 잔뜩 모여 앉았다
기억나지 않는 연속극을 보는데......
아주머니 들이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도둑놈 제발 저린다고..했나..?
괜히 불편하다..명성이와 눈을 마주치며..
“찡긋..” 테리비젼에 열중하는데
“어제 그 천스방 아저씨네 닭 도둑놈 난 누군지 알어,,!”
“끙~”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니 동네 입 가볍기로 소문난 아무개 엄마였다
그러면서 우리를 힐끔 거린다
명성이 자식이 씨익~ 웃더니 낮짝 두껍게스리...
“언제 도둑 들었어요..”
“아 저 아래 천스방네 몰러..?”
아주머니가 쏘아 붙인다
난 좀이 쑤신다.....동네방네 소문이 난게 틀림 없다
증거는 없지만 동네 사람들 심증이 우리를 향하는 모양이다
난 은근히 걱정인데..
명성이가 한 술 더 뜬다
“어떤 새끼들이여..걸리기만 해봐라 남에 동네 와서 ”쌰~앙~”
난 속으로 킥킥~ 거렸다
“새끼 참~”
아주머니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쳐다 본다
잠시 어색한데.....
그냥 앉아 있을 일이 아닌 듯 싶어
슬슬 문치를 보는데..
“재미없다..! 가자...”
명성이가 일어선다...나도 못이기는 척 따라 일어선다
걸어 나오면서....“에이 그 노친네~그놈의 주둥아리 를 그냥~”
명성이가 투덜 댄다
“야~ 그런데 우린 줄 확실히는 모르는 눈치지..?”
내가 물었다
“이제 알면 어쩔 건데..맘대로 하라 그래..”
늘 이런 식이다
하옇튼 재미있고 골 때리는 친구임에 틀림 없다
“야..! 오늘은 일찍 들어가 잠이나 자자..”
“그래...! 잘 들어가라...”
터덜터덜 집으로 향 한다
할머니는 벌써 잠이 깊으시다
난 내자리에 조용히 누웠다
이생각 저생각 뒤척이는데 잠이오지 않는다
“친구대접 하려다...큰일 치를 뻔 했네..쩝~” 스르르~ 잠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저렇게 몇일 몇날이 흐르면서...그 사건은 이내 잠잠해지고
그렇게 흔들리고..저렇게 흔들리고...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난 청춘을 꽃피우며
아주 팔자 좋은 사춘기 고등학생 황금기 세월을 죽이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중에서]]
분홍빛 내 편지 물고 강북으로 간 제비는 언제 올려는지....?
다음 4편은 [님 찿아 700리] 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기대 하세요....!
첫댓글 그때 그시절 서리는 애들 장난거리라고 ᆢ다시 못 올 기억 저편 다음편 기대
그때 그시절 노래가사 간간히 시 대신 써 놓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