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 하느님 크시도다’ 작사가 보베르그가 영감을 얻은 스웨덴 묀스테로스 해변 모습. 보베르그는 묀스테로스 바다(발트해)가 보여준 장엄함과 두려움, 평화로움의 감정을 곡에 담았다. |
우리가 즐겨 부르는 성가 ‘주 하느님 크시도다’의 원 가사인 ‘오 위대하신 하느님(O Store Gud)’을 쓴 스웨덴 작사가 겸 시인인 보베르그(Carl Gustav Boberg, 1859~1940)가 이 가사를 쓰게 된 계기는 이렇게 전해진다.
어느 날 보베르그가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자기 집이 있는 묀스테로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평선 위로 잔뜩 번개가 치면서 폭우를 머금었던 먹구름 사이로 가느다랗게 빛이 하늘에서 비쳐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강한 바람이 목초지 위를 거쳐 곡식 들판을 스쳐 지나갔고, 세찬 빗줄기가 한 차례 시원하게 지난 뒤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뜨는 장면을 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창문을 열었고, 창문 사이로 마치 거울과 같은 묀스테로스 해안과 함께 빗물에 맑게 씻긴 숲 속 개똥지빠귀의 지저귐, 은은히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 속에서 평온한 저녁을 맞이한다. 보베르그는 장엄함과 두려움 뒤에 만나게 된 이 평화로움 속에 영감을 얻고 이 가사를 쓰게 됐다고 한다. 이 가사는 1절과 2절로 표현되어 있다.
한편 이 가사의 영어버전 3절에는 지난 호에서 소개했듯이 독일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했던 영국 선교사 스튜어트 하인(Stuart K. Hine, 1899~1989)이 우크라이나 접경 마을에서 겪었던 체험과 관계가 있다. 이 가사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죽음에 관한 성경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외친 러시아 병사들의 탄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됐다.
한편 4절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얽혀 전해온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하인은 친구와 함께 영국 수섹스에 있는 러시아 난민 수용소를 방문하게 된다. 거기서 전쟁 와중에 사랑하는 부인과 이별하게 된 한 러시아인을 만난다. 그의 부인이 그리스도인이어서 그도 따라서 세례를 받은 것이다.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그는 다시 부인을 만나 자신도 갖게 된 신앙을 부인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수용소에 갇힌 그는 생전엔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하늘나라에서 부인을 만나 그 꿈이 이뤄지길 갈망할 뿐이었다. 이런 간절함을 가진 러시아인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하인은 영어판 가사의 4절을 만들어 덧붙이게 된다. 우리 말 가사도 이렇게 작성된 가사들을 비교적 본래 뜻을 충실히 번안해 수록하고 있다.
이 곡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되고 있는데, 우리 「가톨릭성가」에는 “너무 빠르지 않게”라고 표기돼 있다. 이를 보면 서양에서 부르듯이 드럼 비트에 따른 대중가요 분위기가 아니라, 빠르지 않으면서도 장엄하게 하느님을 찬미하는 분위기로 노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때때로 마치 엘리야가 호렙 산에서 바위를 부수는 강풍과 지진, 불이 한차례 지나간 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하느님을 만났던 것처럼 (1열왕 19,11-12) 힘겨운 등반으로 올라선 높은 산꼭대기에서나, 혹은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무지개가 펼쳐진 바다의 평화로움 속에서 그 자연을 만들어내신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이 성가를 부를 때에는 이렇게 만났던 평화 속의 하느님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