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경주에서는 최초의 백두대간 종주자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 누가 대간에 갔다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들이 갔다는 소리도 못 들었고 갔다해도 제대로 했는지도 알길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만큼 백두대간 종주를 정확히 마루금을 따라 종주를 했다. 총 1238km의 종주, 지금 생각해 봐도 내게는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내가 다녀온 뒤로 경주에서도 대간종주자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며칠전에 내가 주선하여 백두대간 종주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종주자는 총 5명(이상현, 최상면, 권종훈, 최현찬씨)과 곧 대간에 도전하는 김동영과 대간지원자 이은경씨다. 이상현은 내 제자로 단독연속종주에 성공한 청년이다. 최상면씨는 그 보다 조금 빨리 출발했지만 사정으로 좀 늦게 끝낸 역시 단독 종주자이다. 월성중학교 권종훈 선생과 내남교도소의 최현찬씨는 최근에 산악회의 지원을 받아 구간종주에 성공한 분들이다.
우리는 화기애애한 자리를 만들었다. 대간에서의 이야기들, 고생했던 것, 기뻤던 것들, 느낀 것들을 얘기하며 밤늦게까지 얘기의 꽃을 피웠다. 산이라고 하는 것이 이처럼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도 곧 거리낌없이 가까워지게 만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즉석에서 우리들의 모임, 가칭 <백두대간모임>을 비공식적 모임으로 시작하자고 의견을 제시했고 모두가 대찬성이었다. 우리 6명과 곧 대간을 시작하는 김동영과 또 대간에 다녀오는 분들로 결성되는 잠정적 모임인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만나서 이런 모임으로 시작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간을 타면서 느꼈던 대간보존이다. 우리는 백두대간을 사랑하며 그 대간이 온전히 지속적으로 보존되기를 희망한다. 대간은 우리의 고유한 산줄기로 우리 민족의 척추로 우뚝서서 억겁의 세월 동안 우리 국토를 지탱해 왔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곳이 우리의 삶의 터전이었다. 우리들의 조그만 모임과 그 모임의 활동, 그리고 국토를 사랑하겠다는 정성들이 백두대간 보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백두대간의 친구들, 역시 그들은 인격자들이 되어있었다. 애시당초 그런사람들이 대간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자기 것을 찾겠다는 의식이 없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가치를 어떻게 느낄 수 있겠는가?
술에 취해 건천으로 향해 달리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주 백두대간 보존회, 여러분들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