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주제로는 이공계생이라면 살면서 수백번도 더 들어봤을 그 단어, 주기율표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주기율표란, 우주 상에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공적으로 아주 잠깐이나마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원소를 규칙에 따라 배열해놓은 표입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기호로 써져 있어서 안 와닿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탄소(C, 6번), 산소(O, 8번), 질소(N,7번), 철(Fe, 26번), 금(Au, 79번), 구리(Cu, 29번) 등이 모두 다 들어있습니다. 화학과, 화공생명학과, 기타 일반화학이 필수과목인 모든 학과생들은 이것을 외우라고 강요당한 적이 있을 겁니다. 저도 과외를 하거나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주기율표는 외웠나"이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화학 관련 교수님들은 주기율표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살짝 비틀어서 시험 문제로 내기도 하고요.
그럼 이쯤에서 주기율표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의문점이 생기시겠죠, "저게 왜 중요한 것이냐?".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지금부터 해 나가려 합니다.
1. 순서가 '양성자 개수' 순서이다.
간혹가다 화학과 분들도 질량 순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아닙니다. 대체로 번호가 작으면 원자량(질량)이 더 작으나, 대표적인 오류인 52번 텔루르(원자량 127.6) - 53번 요오드(원자량 126.904) 등의 예시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원자에는 +를 띄는 양성자라는 것과 -를 띄는 전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둘의 개수는 화학에서의 여러 가지를 계산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데, 원자 번호는 양성자 수 (or 이온이 아닌 상태에서의 전자 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번호만 기억한다면, 해당 원자가 몇개의 양성자, 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바로 매치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좁은 관점에서, 같은 세로줄에 있는 원소들은 성질이 비슷하다. (수소 제외)
위의 주기율표에서 세로줄 (Group 1~18 이라고 되있는것)에 있는 6~7 원소들은 대체로 성질이 비슷합니다. 대표적으로 1족(첫 째줄)의 경우 금속이고, 무른 성질의 띄며, 물에 넣으면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14족(14번째 줄) 아이들인 C, Si, Ge 등은 모두 반도체의 소재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18족(마지막 줄)의 He(헬륨가스. 마셔도 되는 그 가스), Ne(네온사인에 사용), Ar 등은 매우 안정, 안전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원소 하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면, 같은 세로줄에 있는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하겠구나 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3. 넓은 관점에서, 주기율표를 몇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주기율표에서 같은 색깔은 비슷한 성질을 가지기때문에 일부러 같은 색깔로 표현해 놓은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서 길게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가고, 비슷한 아이들끼리 아무 패턴없이 떨어뜨려 놓은 것이 아닌,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1,2,3번을 종합하면, 우리가 만약 주기율표를 다 외우게 된다면, 그 어떤 원소가 나오더라도 대략적인 성질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주기율표가 중요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지금 이걸 보시는 이공계 몇몇 분들은 (특히 저학년), 저걸 진짜로 외워야 하는가, 몇번까지 외워야 하는가 등의 의문점이 생길 수 있는데, 제 경험상 화학과가 아닌 분들은 20번 까지만 외워도 충분하고, 화학과의 경우 30번까지는 외우길 추천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험에서 주기율표를 주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외워서 손해볼 것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공부할 때 무작정 암기하는 것을 되게 싫어하는데, 주기율표만큼은 예외적으로 외우라고 추천하는 편입니다.
각설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기율표의 탄생에 기여한 과학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대표적으로 '주기율표의 발명가'라고 불리는 인물은 멘델레예프 (Dmitri Mendeleev)입니다.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며, 많은 책에서 주기율표를 고안하고, 만든 사람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멘델레예프가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주기율표를 쓱쓱 그려낸 것은 아니고, 그 당시에 이미 주기율표가 만들어질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멘델레예프 이전의 세대, 돌턴(1766년생)이나 라부아지에(1743년생), 프리스틀리(1733년생) 등의 화학자 세대에는 알고 있는 원소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끽해봤자 산소, 수소 정도?. 따라서, 그들은 일련의 표를 만들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밝혀진 원소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죠. 그 시대 화학자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의 수가 많아봤자 10개 정도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굳이 어떤 규칙에 따라 나열할 필요도, 성질을 쉽게 알려고 할 필요도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발견된 원소의 수가 많아졌고, 과학자들은 이들을 적당한 근거에 의해 분류하여 표로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되베라이너 (세 쌍 원소설), 뉴랜즈 (옥타브설) 등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와중에 멘델레예프가 과학계에 떠돌던 힌트들을 모두 모으고, 거기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더해서 원소들을 원자량 순서로 배열한 주기율표를 만들게 됩니다. (앞서 이것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앞선 가설들도 모두 잘 맞고, 일정한 패턴을 띄게 되어 원소들 간의 성질 차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표로 딱 만들고 확신이 서게 되니,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이 어느 위치에 있고, 어떤 성질을 띌 것이다 라는 것을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는데, 멘델레예프가 있을 거라고 예언한 갈륨, 게르마늄 등이 몇십 년 뒤에 정확히 그 위치에 발견되면서 주기율표가 상당히 좋은 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됩니다.
보통 여기까지가 흔히 알고 있는 주기율표의 역사이고, 저는 잘 안알려진 인물인 모즐리 (Henry Moseley)에 대한 소개를 첨가하려고 합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영국의 과학자로, 당시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의 문제점으로 지목되었던, '원자량 순서로 하면 27번 Co와 28번 Ni의 순서가 맞지 않는다'를 '원자량 순서가 아닌 양성자 수로 하면 해결된다'라고 발표하였고, 이후 모즐리의 말이 맞는 걸로 판명나면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주기율표는 모즐리의 주기율표가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즐리가 멘델레예프보다 인지도가 심히 낮은 것은 그가 29살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입니다. 멘델레예프가 정말 대단한 업적을 세우고도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노벨상 수상에 실패 (앞서 말한 치명적인 문제점 + 그당시 영국/프랑스가 잡고 있던 과학계에 뜬금없는 러시아인 + 2번째 후보에 올랐는데 사망)했는데, 모즐리의 경우 일단 살아있고, 영국인이고,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의 문제점까지 해결했기 때문에 당연히 후보에 오르게 되고, 그 당시 경쟁자도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수상이 확실시 되었습니다.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20대 과학자, 거기에 영국인. 노벨상 까지 받으면 정말 금상첨화.
모즐리가 몇 십년 더 살아서 그런 천재적인 머리로 몇 개의 연구성과를 더 내었다면, 그는 뉴턴-아인슈타인-슈뢰딩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썩 유쾌한 예시는 아니지만, 2차 대전의 맨하탄 프로젝트의 멤버들인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보어, 페르미, 폰 노이만, 파인만 등이 모두 노벨상 수상자이거나 그에 필적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을 보면, 모즐리가 2차 대전때까지 살아있었더라면 훨씬 더 유명한 과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을 모두 뒤로 한 채, 모즐리는 1차 대전 때 자원 입대하여 참전했다가 노벨상 수상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전사하고, '죽은 사람은 노벨상 후보로 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에 의해 노벨상 수상에 실패하고 맙니다. 결국 화학의 상징이자, 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모든 화학과 교수님들의 연구실 벽면에 붙어있는 주기율표를 발명한 두 인물은 모두 노벨상을 못받고 끝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이죠.
문과 분들은 모즐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주제를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이며, 더 정확히는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의 업적에 대해 소개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에서 사진 이외의 그 어떤 글도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다음 시간에는 '테슬라 모델3와 연료전지 자동차의 미래'라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2학번 이형주입니다.
본문에서 주기율표에는 배열 규칙이 있고 그를 통해 처음보는 원소의 성질과 특성을 알 수 있기에 중요하고 외우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주기율표에는 어느정도 규칙이 있기에 규칙과 배열형태 정도만 기억하면 주기율표를 봤을 때 그것을 통째로 외우고 있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주기율표라는 것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저는 예전부터 외우는 것을 당연시 하였기에 현재도 많이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며, 단순히 책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화학과가 아니라면 그냥 규칙과 배열의 형태만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몇 번까지가 되었든 외우는 것은 저희가 수학문제를 빨리풀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고 머리로 곱셈을 하는 실력을 키우는 것과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다른 분야의 사람이라면 그것을 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쓰이는 원소의 질량, 원자량, 물성치 같은 요소를 알고 있는 것은 따로 찾아보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것일뿐인데, 시험에서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고 제시하여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과학이라는 것이 새로운 것을 발견, 발명하는 것이 주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과학에서 기존의 값, 이미 정해진 것들을 외우라고 하는 것이 조금 소모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도 본문에서 밝혔듯이 외우는 거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고, 지금껏 공부하면서 주기율표 외의 다른 부분들을 단순 암기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기율표만큼은 외우는게 확실히 낫더라고요. 물론 학문적으로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20번까지는 외우는게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과외를 하건, 봉사활동을 하건 누군가에게 화학을 가르칠 때 다른 것은 무작정 외우려 하지 말고 이해를 하라고 많이 그러는데, 주기율표만큼은 외우는 것을 많이 추천하는 편입니다.
사실, 저도 이방법이 좋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그 시간이 저는 되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외우라고 많이 하는 편입니다. 선배님 말씀대로 화학에서의 주기율표는 마치 수학에서의 구구단 같은 존재입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하지만 문제를 풀거나 할때 일일이 찾아보는 것은 비효율적이죠.
우리가 수학 문제를 풀때 구구단 표를 가져다 놓고 찾아보지 않듯이, 주기율표 역시 암기해 두면 화학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이런 의견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물론 선배님 말씀 단 한군데도 틀린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맞죠. 하지만 저는 조금 더 현실적인 부분에서 말씀드린 것이였습니다.
제가 보통 남을 가르칠 때, 주기율표를 외우게는 하되 학원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수헬리베붕탄질산으로 외우지 못하게 합니다. 외우는 것 까지는 분명 좋고 도움이 되지만, 최소한 풀네임으로 정확하게 알고 있으라고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런식으로 앞글자만 외우는 애들한테 베가 뭐냐고 얘기하면 답 얘기 못하는 애들이 태반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적으로 외워라 이건 아니고 최소한의 지킬 것은 지키되 외워두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많이 된다 라는 식으로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시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발표 신청만 하고 나갔었는데, 처음으로 올리신 글 보고 용기? 비슷하게 얻어서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쪼록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14학번 안지연 입니다. 저는 장원형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주기율표의 가장 기본되는 원리인 양성자 수의 배열에 따른 원소의 배열은 단순한 지식이 아닙니다. 양성자의 수에따른 중성자 전자의 갯수는 그 원자들간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냅니다. 어떤 물질이 더 가볍냐 무거우냐, 전기가 잘통하느냐 하는 성질은 모든 물질을 설명할수 있게 합니다. 이를 숙지하고 있는것은 다른 과학적 사실들의 이유를 설명할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저는 주기율표를 수학에서의 구구단이 아닌 숫자 그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문제를 풀때 간단한 아라비아 숫자로 형식화해서 많은 수학적 증명,추론을 할때 많은 시간을 단축
시킬수 있습니다. 주기율표를 암기함으로써 어떤 과학적인 추론을 할때마다 거쳐야하는 사고를 건너뛰게 할것이라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수학과 김준수라고합니다.
우선 긴 글 잘읽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오리엔테이션에서 말씀하신것으로 보아 이 수업을 통해 의도하시려는 방향을 생각해 보았을때, 다음글에서는 역사 사실의 전개보다 조금 더 토론가능한 글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듭니다.
ㅎㅎ 의견 수렴해서 하나 더 업로드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이 글보다는 조금 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주제로 준비하였으니 꼭 한번 읽어주시고 의견 나눠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