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5년만에 묵혀둔 키보드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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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누군가 피아노를 기증해서 몇 명이 선정되어 피아노를 배웠다.
추운 겨울 차가운 마루바닥을 걸어 왠지 두려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피아노를 연습했다. 어느날은 한참 연습을 하는 데 교장샘이 소파에 앉아 계신걸 알고 화들짝 놀란 적도 있었다. 바이엘을 치고 체르니를 연습하던 중 그만 두었다.
그리고 40대 초반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때 집중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해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어릴적 몸으로 잠시 접해서 그랬던지 학원샘께서 바흐를 치자고 하셔서 바흐의 인벤션 한 곡을 외워서 연주했고 다른 재즈피아노 곡을 몇 곡 연습했다. 그리곤 그만 두었다.
퇴직을 하면서 '엘리제를 위하여'를 꼭 배워보고 싶었다.
그러나 학원은 다니기 싫었다. 그래서 악보와 유투브를 참고하면서 혼자 배워보기로 하고 바흐 인벤션에서 시작해서 몇 곡 정도를 외워칠 수 있게 되었다.
악보를 보면서 걸음마를 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감정을 담아 칠 수 있게 숙련이 되면 피아노를 치는 시간은 오롯이 홀로 놀 수 있어 좋다. 마음이 산란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 그렇게 감정을 부려놓고 나면 조금은 안정이 되고 위로가 된다.
그 중에서 이 곡을 좋아한다.
쇼팽의 왈츠로 잘못 알려진 곡.
어느날 유투브에서 이 곡을 듣고 반해서 악보를 구해서 혼자 연습하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혼자 연습하기만 하는 것이 좀 외로워 녹화를 했다.
층간 소음이 두려워 음량이 작아 다른 소음이 많고 중간에 틀려서 끊기는 바람에 느낌이 덜하다.
너의 결혼식... 슬픈 곡인데 드라마틱해서 내 취향에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