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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일깨워 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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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9.17. 서영남 http://cafe.daum.net/cchereandnow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
동인천 전철역 근처인 화수동 골목길에 작고 허름한 민들레국수집이 있습니다. 온종일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골목길을 오고 갑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온 배고픈 이들입니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화수동은 일본의 식민지 시절부터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마을입니다. 가난한 사람의 서러움을 아는 마을 사람들은 노숙자들이 몰려와서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는 노숙자들 때문에 조금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역사가 60년이 넘는 송현초등학교 2회 졸업생이신 두 분 어른이 마을에서 민들레국수집의 버팀목이 되어주셨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로 남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른께서는 향교 고문으로 계셨습니다. 유림이십니다. 공직생활을 정년퇴직하시고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건물에 조그만 사무실을 마련하셔서 소일거리 삼아서 일을 하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불평하면 다독거리며 달래십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한다면서 후원자를 모시고 옵니다. 점점 국수집 손님이 늘어나자 당신 사무실마저 식당으로 쓰라면서 그냥 내어주셨습니다. 허름한 창고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샌드위치패널로 깔끔하게 지어주셨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겠다 민들레국수집은 월세를 냅니다. 지난 일곱 해 동안 월세가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습니다.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내렸습니다. 월세가 밀려도 독촉조차 하지 않으십니다. 월세를 받으면 받은 돈의 반을 뚝 떼어서 쌀 사는데 보태라고 하십니다. 도리어 적어서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어른께서는 화수동 성당 예비자 교리반에 스스로 등록하셨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옆에서 지켜보니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겠다고 합니다. “모세”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견진까지 받으셨습니다. 또 한 어른은 용원 약방을 운영하십니다. 쌀이 모자랄까 걱정하시면서 자주 쌀을 보내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에게 꼭 필요한 구충제와 응급 약품을 보내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이 아프면 그냥 약을 지어주십니다. 좀 더 못 줘서 미안해합니다 두 어르신의 모범으로 민들레 국수집의 이웃들은 마음들이 참으로 넓습니다. 당신들이 드시기에도 모자랄 텐데 밑반찬도 자주 가져다줍니다.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는 분이 한 분도 없습니다. 그저 좀 더 못 줘서 미안해합니다. 화수시장에 나가면 착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덤을 너무 많이 주셔서 제가 물건 값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좌판을 펼쳐 놓고 마른 생선을 파시는 할머니는 김장철이면 젓갈을 아낌없이 선물해주십니다. 추석 때 손님 대접하라고 조기를 한 상자나 보내주면서도 오히려 적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예쁜 민지와 예지는 “네네 치킨” 가게의 딸입니다. 우리 손님들이 좋아하는 닭튀김을 부모님이 담아주셨다면서 힘들게 들고 오기도 합니다. 손님들이 몇 년 만에 닭튀김을 먹어본다고 말합니다. 동네 중국음식점에서도 짜장을 자주 만들어서 보내주십니다. 우리 손님들은 짜장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짜장밥은 아주 좋아합니다. 사랑이네 아빠는 식용유 판매를 합니다. 국수집에 식용유를 그냥 대어줍니다. 또 식자재 가게를 하시는 분은 고춧가루를 몇 년째 그냥 나눠주십니다. 민들레 국수집이 너무 비좁아서 김치를 담글 때에는 길거리에서 다듬고, 저리고, 버무립니다. 그러면 지나가시는 동네 분들이 거들어주십니다. 대략 보름마다 사오십 포기의 배추로 김치를 담습니다. '김포 채소 가게'에 가서 배추를 주문하면 가게 아저씨가 거의 원가로 재료들을 배달해 주십니다. 국수집 문 앞에 배추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동네잔치가 시작됩니다. 김치 담굴 때마다 동네잔치 지나가시던 보살 할머니께서 보시곤 옷을 갈아입고 커피를 한 주전자 타서 가져 오셔서 거들어 주십니다. 조금 후에 구멍가게를 하시는 지훈이 외할머니가 파도 다듬어 주시고 마늘도 다듬어 주십니다. 새마을 부녀회 회장님도 지나가시다가 보시고는 행주치마까지 챙겨 오셔서 거들어 주십니다. 그러면 어느새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담겨집니다.석분 할머니와 경희 할머니와 성당 할머니는 민들레 국수집 앞을 피해 다니십니다. 할머니들이 지나가실 때쯤인 오후 네 시에는 제가 밖에 나와서 지키고 있어야 예쁜 할머니들 저녁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저녁을 드시려 경로식당에 가시는데 다른 골목길로 비껴가시기 때문입니다. 민들레 국수집에는 당신들보다 더 배고픈 사람들이 와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할머니에게 달걀 프라이를 몇 개 해 드릴까 물어보면 꼭 한 개만 해 달라고 합니다. 두세 개를 부쳐드리면 그렇게 맛있게 드시면서도 한 개만 해달라고 고집부립니다. 행복이란 이웃과 더불어 살 때 선물처럼 주어집니다. 혼자만 잘 살려고 할 때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만,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고 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욕심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나만 고상하게 살고 싶다는 핑계로 보잘것없는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피한다면 자기 스스로 에덴 동산을 도망쳐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은 이웃이 기준이 되는 생활방식 사랑은 자기 자신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기준이 되는 생활 방식입니다. 행복하길 원하면 보잘것없는 이웃을 사랑하면 됩니다. 보잘것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행복은 내 스스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일깨워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영남/ 베드로, 노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 운영 |
첫댓글 감동입니다!! 뭔가 저를 강하게 흔들어 깨우는 느낌입니다.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일깨워주는 행복을 찾으려 떠나렵니다 ^^ 남은 4월달은 더욱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겠네요~
매우 좋은 글입니다. 제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맹목적으로 대하지 말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들레 국수집과 민들레 꿈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민들레 국수집이 나를 일깨워주는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값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항상 감사함을 잃지않고 살아갑니다. 고맙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가난하게 살더라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가족은 물론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로 사는 것이 큰 행복이지요 ^^
사랑이 내 몸 안에서 세상을 향해 그리고 가난한 이웃을 향해 퍼져 나가는 것을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느낍니다. 화이팅!!
참사랑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끼고 갑니다.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끼게 해주는 '민들레 국수집'에 감사드립니다.
민들레 국수집만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합니다^^ 잔잔하고 감동적인 일상이 저를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만들어줍니다~ 가난한 이웃들과 365일 함께 하시는 수사님 화이팅!!
늘 나눔의 신비로 살아가시는 수사님께 주님이 큰 축복을 내려주시리라 믿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 '민들레 꿈' 을 위하여 늘 기도하겠습니다.
작은 터전에서 매일매일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수사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의 바보~ !! ^^
민들레 국수집을 중심으로 해서 가슴 따뜻한 나눔의 연결고리가 구석 구석까지 이어져 나가길 기대하면서.. 민들레 국수집을 응원합니다!
작디작은 겨자씨가 싹이 트고 자라나 큰 나무가 되듯이 이처럼 작고 소박한 나눔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나눔에 동참하도록 해줍니다. 민들레 국수집 짱!!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과 함께하는 민들레 국수집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늘 따뜻한 민들레 국수집 일상에 소중한 그 무한한 나눔을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시종일관 같은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수사님의 따뜻한 일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감동으로 읽고 갑니다.
인간의 모든 소망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것' 이라는 점에서 민들레 국수집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나만이 아니라 이웃의 마음을 헤아리는 그 모습에서 서로의 마음에 감동이 전해지고 서로 아픔을 치유해 주는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남을 민들레 국수집에서 보았습니다.
몇일전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를 KBS뉴스에서 재미나게 행복하게 시청한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모두에게 민들레 엔돌핀을 팍팍 줍니다.365일 수고하시는 주방장님께 감사드립니다^^
VIP손님들의 빈 마음을 가득 채우고자 때로는 고뇌하고 때로는 기뻐하는 서수사님의 인간적 체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주변의 가난한 이웃을 돌아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민들레 홀씨가 더욱 멀리 멀리 퍼져나가길 기도합니다^^ 힘든 이웃들 곁에는 늘 수사님이 계시기에 힘이 납니다!! 아자 ! 아자 !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 나 스스로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아직도 내게 매일 아침 새로운 날들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나누고 나누어도 다 나누지 못하고 나눌수록 넘치고 넘치는 삶의 기쁨을 왜 이제 알았을까!
정신없이 바쁘게 쫓기면서 살아야 하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큰 마음먹고 여가를 내어 나눔을 할 수 있다면 많은 기쁨과 깨우침을 받을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는 한동안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틈도 없이 너무 바쁘게만 살았습니다.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눌수록 우리 자신과 이웃,사회의 고통은 줄어든다는 것을 민들레 국수집안에서 봅니다.참사랑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수사님의 모습이 아름답네요*^^*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