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서문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이 대규모 스캔들로 변하면서, 말레이시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국영 투자기업 '원엠디비'(1MDB)와 관련하여 7억 달러의 수상한 뭉칫돈 흐름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나집 라작의 '7억 달러 수수설'은 7월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보도와 영국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 <사라왁 리포트>(Sarawak Report)의 보도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여론에 충격을 준 강도는 WSJ의 보도가 더 컸지만, 내용은 <사라왁 리포트>의 보도가 더욱 세밀했다.
<사라왁 리포트>의 설립자 클래어 류캐슬 브라운(Clare Rewcastle Brown: 우측 사진)은 어린 시절을 말레이시아 동부의 사라왁(Sarawak, 사라와크) 주에서 보낸 영국 BBC 출신 전문 언론인이다. 그녀는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재임] 2007~2010) 전 영국 총리의 동생이기도 한 언론전략가 앤드류 브라운(Andrew Brown)의 아내이기도 하다. 클래어 류캐슬은 "사와락 주 산림 벌채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반대자"로 알려져 있으며, 2013년 7월에는 사라왁 주의 공항에서 입국금지자로 체포되어 강제로 출국당하기도 했다.
<사라왁 리포트>는 "사라왁 지역의 보다 정의롭고 투명하며 공정한 미래를 위한 대안 제시"한다는 모토 아래, 그 동안 말레이시아와 관련된 굵직한 탐사보도들을 발표한 기록을 갖고 있다(☞ 참조). 특히 이번 금품수수설 논란이 말레이시아 정국의 대형 스캔들로 변하자, 말레이시아 '통신 및 멀티미디어부'(MCMC)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7월19일부터 말레이시아 내에서 '사라왁 리포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상태이다.
'크메르의 세계'는 말레이시아 정국 및 국제적인 금융 범죄에 관한 보다 심층적 이해를 위해, <사라왁 리포트>의 나집 라작 스캔들 관련 최초 탐사보도를 한국어로 번역했다. 또한 이 번역물은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사라왁 리포트>의 저널리즘에 대하여, 미약하나마 우리의 경의를 표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크세] |
(보도) Sarawak Report 2015-7-2 (번역) 크메르의 세계
[탐사보도]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의 거액 수수 스캔들 계좌이체 내역
SENSATIONAL FINDINGS! - Prime Minister Najib Razak's Personal Accounts Linked To 1MDB Money Trail MALAYSIA EXCLUSIVE!
사태가 충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조사관들은 [국영 투자회사인] 1MDB(원엠디비: 1Malaysia Development Berhad, 말레이시아 개발기업)와 관련된 수십억 링깃(ringgit: 1링깃=약 306원)의 돈이 나집 라작(Najib Razak: 우측사진) 총리의 개인적인 은행계좌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핵심적인 일련의 계좌이체 내용 가운데는, 1MDB 관련 논란의 기업인 '에스알시 인터네셔날 주식회사'(SRC International Sdn Bhd)에서 총 4200만 링깃(약 128억원)의 돈이 나잡 라작 총리 개인 명의의 계좌들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의 '에이엠 뱅크'(AmPrivate Banking 혹은 AmBank)에 개설돼 있는 이 개인 계좌들은 분명하게 "다토 스리 모흐드 나집 빈 흐즈 압드 라작"(Dato’Sri Mohd Najib Bin Hj Abd Razak)이란 명의로 되어 있다.
심지어 더욱 놀라운 점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내 최대 토후국인 아부다비(Abu Dhabi) 정부의 투자펀드 '아바르 인베스트먼츠'(Aabar Investments)가 소유한 스위스의 '팰콘 프라이빗 은행'(Falcon Private Bank)의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2013년 3월에 총 6억8199만9976달러(26억 링깃=약 8천억원)에 달하는 돈이 쿠알라룸푸르의 '에이엠 뱅크'에 개설된 나집 라작 총리 개인 명의 계좌로 이체됐다는 점이다. 이 시기는 바로 2013년 말레이시아 총선(2013. 5. 5.)을 실시하기 위해, 나집 라작 총리가 '국회해산 선언'(2013. 4. 3.)을 하기 바로 직전의 때이다.
'아바르 인베스트먼츠'는 1MDB와 관련된 수많은 금융 이체와 연관을 갖고 있다. '아바르 인베스트먼츠'가 100% 지분을 소유한 [스위스] '팰콘 은행'에서 나집 라작 총리 명의의 '에이엠 뱅킹' 계좌로 돈이 이체된 것은, 말레이시아와 아부다비가 2013년 3월 12일 소위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라는 것을 체결한 지 불과 며칠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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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히 아부다비)와 말레이시아 정부 사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인식 장면(2013. 3. 12). 이 날은 아부다비 국영 펀드가 소유한 스위스의 '팰콘 은행'에서 6억8천만 달러의 현금이 말레이시아 총리의 개인 구좌로 송금되기 며칠 전의 일이며, '국회해산 총선실시' 선언이 있기 3주 전의 일이다. 모하메드 알 자예드(Mohammed bin Zayed: 뒷줄 중앙 좌측)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 군 총사령관과 나집 라작(뒷줄 중앙 우측)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뎀 알 쿠바이시(Khadem Al-Qubaisi: 중앙 좌측) '아바르 인베스트먼츠' 회장과 로딘 웍 카마루딘(Lodin Wok Kamaruddin: 중앙 우측) '1MDB' 회장이 서명을 마친 협정문을 상호 교환하고 있다. 좌측 끝은 모하메드 바다위 알 후세이니(Mohamed Badawy al-Husseiny) '아바르 인베스트먼츠' CEO 겸 '팰콘 은행' 회장이고, 우측 끝은 샤흐롤 할미(Shahrol Halmi) '1MDB' CEO이다. |
이 협정은 [기존에 '쿠알라룸푸르 국제금융지구'(KLIFD)로 불리던 지역을] 'TRX'(Tun Razak Exchange)라는 명칭으로 개칭하여 [대규모 금융복합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에 1MDB와 '아바르 인베스트먼츠'가 50대 50 지분의 합작사(=아부다비 말레이시아 투자회사, Abu Dhabi Malaysia Investment Company: ADMIC)를 설립해서 참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결과 말레이시아 정부는 30억 달러 규모의 보증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 돈의 행방이라든지, 'TRX 개발사업'의 실패 여부, 그리고 '아바르 인베스트먼츠'가 새로운 합작사에 대한 약속 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는 이유 등에 관해 많은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본지가 입수한] 이러한 금융정보에 관한 충격적인 자료들은, 말레이시아 검찰을 비롯하여 말레이시아의 여러 최고위급 사법 관리들로부터 최근에 입수한 것이다. 이 자료들은 1MDB와 나집 라작 총리 개인 금융 사이의 대단히 이례적인 연쇄적 연관성을 보여주며, 1MDB에 관한 조사를 말레이시아에서 최고로 중요한 정치적 위기로 전환시키고 있다.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가 나집 라작의 계좌들로 송금한 4200만 링깃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에서 흘러나온 돈은 특히 충격적인 폭로를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 돈은 [말레이시아의 공적 연기금인] 'KWAP'(Kumpulan Wang Persaraan 혹은 Kumpulan Wang Amanah Pencen)에서 빌린 돈이지만, 회계처리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는 지난 2011년 7월 1MDB의 후원으로 설립됐고, 그 경영 책임자는 바로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Nik Faisal Ariff Kamil)이다. 닉 카밀은 1MDB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조 로(Jho Low: 본명-Low Taek Jho, 刘德祖)의 절친인데, 조 로는 원래 사라왁(Sarawak, 사라와크) 주의 '유비지 은행'(UBG bank)에서 1MDB의 최고투자책임자로 영입된 인물이다.
지난 2010년, 닉 카밀은 1MDB 및 '페트로 사우디'(PetroSaudi) 합작사와 'UBG 은행'이 체결한 계약의 '링크 맨'(link man, 중개자)였다. 이 계약은 1MDB의 자금 2억6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조 로 및 당시 사라왁 주 주장관(Menteri Besar, 멘떼리 베사르)이었던 압둘 타히르 마흐무드(Abdul Taib Mahmud) 두 사람이 소유한 'UBG 은행'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1MDB의 새로운 자회사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의 CEO로 이동했다.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는 2011년 설립 직후부터 즉각적인 논란에 휘말렸다. 말레이시아의 공적 은퇴 연금인 KWAP에서 40억 링깃(약 1조2천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몇년 간 '1MDB 정치위기'가 이어지면서, 정부에 대해 그 돈의 행방을 밝히라는 압력이 가해졌고,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가 발표하는 성명서 및 회계처리 내용에 정보가 부족하다는 불평들이 반복해서 제기됐다. 나집 라작 총리는 결국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를 중앙 정부의 재무부 산하 기업으로 등록시켰는데, 정치적 압력이 계속되자 나집 라작 총리가 직접 나서 가장 최근인 금년 3월의 발표를 통해, 대출받은 돈 대부분을 몽골 기업인 '고비 석탄 에너지'(Gobi Coal & Energy)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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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페낭의 부유한 화교 가문에서 출생한 말레이시아 투자가 조 로(좌측)는 뉴욕에서 "타블로이드 파티 보이"라는 악명을 지니고 있다. 래퍼 스위즈 비츠(Swizz Beatz, 중앙)와 가수 겸 배우 앨리샤 키스(Alicia Keys: 우측)는 조 로의 정기적인 사교회 친구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천사 가브리엘상'(Angel Gabrielle Award) 시상식에서 조 로에게 자선사업 공로에 대한 상을 수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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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좌측 2번째)은 조 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집 라작 스캔들에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 검찰이 입수한 문서들을 보면,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가 [나집 라작 총리의 발표] 바로 전 달(2015. 2. 10.)에 "다토 스리 모흐드 나집 빈 흐즈 압드 라작" 명의로 된 '에이엠 뱅크'의 계좌(계좌번호: 2112022011880)로 1천만 링깃(약 30억6천만원)을 이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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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015년 2월에 이뤄진 자금 흐름 : 'SRC 인터네셔날'은 '간딩안 멘타리 주식회사'(Gandingan Mentari Sdn Bhd)와 '이흐산 페르다나 주식회사'(Ihsan Perdana Sdn Bhd) 등 2곳의 기업 계좌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나집 라작 총리 명의로 된 계좌에 1천만 링깃을 송금했다. 'SRC 인터네셔날'이 최초 송금할 시에는 하루 차이를 두고 500만 링깃 씩 2번에 나눠서 보냈지만, '이흐산 페르다나'는 1천만 링깃을 한번에 나집 라작의 계좌로 보냈다. |
마찬가지로, 2014년 12월 26일에도 각각 2700만 링깃(약 82억4천만원) 및 5백만 링깃(약 15억3천만원)의 자금이 나집 라작 명의로 된 2개의 계좌들(계좌번호: 2112022011880 및 2112022011906)로 송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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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014년 12월에 이뤄진 자금 흐름 : 'SRC 인터네셔날'은 이때에도 '간딩안 멘타리'와 '이흐산 페르다나'의 동일 계좌를 거쳐 송금했다. 그런데 'SRC 인터네셔날'이 최초에 보낸 돈은 4천만 링깃인데 비해, 나집 라작 계좌가 2번에 걸쳐 받은 총액이 3200만 링깃이란 점이 이채롭다. |
수사관들은 'SRC 인터네셔날 주식회사'에서 나집 라작에게로 흘러들어간 자금 흐름을 상세히 밝혀냈고, 이 자료는 국제적인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도 갖고 있다.
본 <사라왁 리포트>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문서들의 사본을 입수했다. 이 자료들은 'SRC 인터네셔날'에서 총 5천만 링깃이 송금됐고, 그 중 4200만 링깃이 나집 라작 총리의 개인 계좌로 곧장 들어갔음을 보충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 자료들은 'SRC 인터네셔날'이 보유한 '에이엠 뱅크'의 계좌(계좌번호: 2112022010650)에서 나온 돈이 말레이시아 기업 2곳을 경유해 나집 라작의 계좌로 들어갔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송금의 흐름은 1MDB 및 재무부가 소유한 기업 'SRC 인터네셔날'에서 출발했다. 'SRC 인터네셔날'의 이사 겸 CEO는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이다. 이후 돈은 2번째 기업인 '간딩안 멘타리 주식회사'(Gandingan Mentari Sdn Bhd)로 보내졌는데, 닉 카밀은 이 기업에서도 이사를 맡고 있고, 'SRC 인터네셔날' 역시 이 기업의 주요 주주이다. '간딩안 멘타리'의 계좌(계좌번호: 8881003806948) 역시 '에이엠 뱅크'에 개설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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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간딩안 멘타리'에서도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
'간딩안 멘타리'로 송금된 돈은 다시금 또 다른 기업인 '이흐산 페르다나 주식회사'(Ihsan Perdana Sdn Bhd)로 보내졌다. '이흐산 페르다나'는 자본금 10만 링깃(약 3천만원)의 기업인데, 주주들 중 한명은 다뚝 수보흐 빈 모흐드 야신(Datuk Suboh Bin Mohd Yassin)이고, 다른 한명은 다시금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이다.
'이흐산 페르다나'의 계좌(계좌번호: 10618000110)는 '에이엠 뱅크'가 아니라 또 다른 말레이시아 은행인 '아핀 이슬람 은행'(Affin Islamic Bank)에 개설돼 있다. '아핀 이슬람 은행'의 이사 중 한명은 다름 아닌 로딘 웍 카마루딘(Lodin Wok Kamaruddin)인데, 그가 바로 1MDB의 회장이다.
첫번째 송금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뤄졌고, 원래 송금된 4천만 링깃 가운데 대부분은 이틀 뒤 2개로 나뉘어져 나집 라작 소유의 계좌 2개로 보내졌다. 2700만 링깃은 계좌번호 '2112022011880' 계좌로 들어갔고, 500만 링깃은 계좌번호 '2112022011906' 계좌로 들어갔다.
(사진) 1MDB 회장이자 '아핀 이슬람 은행'의 이사인 로딘 월 카마루딘은 '1MDB 스캔들'의 핵심 인물이다.
2015년 2월의 계좌이체
수사결과는 금년 2월에도 이전과 동일한 패턴으로 2번째 계좌이체가 이었음을 보여준다. 'SRC 인터네셔날'은 2015년 2월 5일 '간딩안 멘타리'로 500만 링깃을 보냈고, 다음날에도 동일 계좌로 또 한번 500만 링깃을 보냈다. 두 차례 모두 '아핀 이슬람 은행'에 개설돼 있는 '이흐산 페르다나'의 계좌로 즉시 송금됐다.
'이흐산 페르다나'는 2월 10일에 2차례에 걸쳐 손금받은 1000만 링깃을 한꺼번에 나집 라작 총리의 계인 계좌로 보냈다.
계촤이체 내역서에는 이 돈의 목적을 특정한 사업을 지칭하지 않은 채 "CRS"(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프로그램용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업을 위한 기금이 어찌하여 총리 개인의 계좌를 통해 운용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더구나 그 돈은 공적 연금에서 차용한 돈의 일부이다.
스위스 '팰콘 은행'에서 나집 라작에게 곧장 전달된 6억8099만9976달러
1MDB에 관한 이번 공식 수사에서는 또 다른 놀랄만한 계좌이체 내용도 포함됐다. 이 내용은 국제사회 및 미국 당국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충격적일만큼 큰 규모 뿐만 아니라, 이 돈이 뉴욕에 위치한 '웰스 파고 은행'(Wells Fargo Bank)을 거쳐 달러로 결제됐기 때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 내에서 1MDB 스캔들을 지켜봐온 이들은 아부다니의 '아바르 인베스트먼츠' 펀드에서 1MDB 및 조 로와 관련된 이름들이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2013년 3월, 이러한 막대한 자금을 송금한 주체는 스위스의 '팰콘 프라이빗 은행'이다. '팰콘 은행'은 이전에 'AIG 프라이빗 은행'(AIG Private Bank)이라 불리던 곳으로서, 2009년 '아바르 인베스트먼츠'의 자회사인 'IPIC'(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mpany, 국제석유투자회사)가 인수한 후 명칭이 변경됐다.
'팰콘 은행'의 원래 회장은 바로 '아바르 인베스트먼츠' 회장이자 ICPC의 CEO이기도 한 카뎀 알 쿠바이시(Khadem al Qubasi)이다. 카뎀 알 쿠바이시는 1MDB와 관련된 논란이 일고 있는 일련의 게약들 및 조 로와 관련 있는 동시다발적인 여러 개인사업들에서 핵심적인 인사이다.
알 쿠바이시는 금년 초 아부다비 정부의 모든 공식적 직위에서 해임됐다. 그것은 본 <사라왁 리포트>가 일련의 폭로성 보도들을 내보낸 이후의 일이다. 여기에는 그와 1MDB가 체결한 계약들, 그의 방비벽과 베일에 쌓인 부의 축적 과정, 나이트클럽들에서 보여준 그의 대담한 행적들 등이 포함된 것이며, 2012년 '굿 스타'(Good Star)라는 기업으로부터 그의 개인 구좌로 의문의 돈 2천만 달러가 입금됐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본 <사라왁 리포트>의 탐사보도에 따르면, '굿 스타'는 1MDB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사업가 조 로가 지배하는 회사이며, '페트로사우디' 합작사로부터 11억9천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기업이다.
알 쿠바이시의 '아바르 인베스트먼츠' CEO 직을 계승한 후임자는 모하메드 바다위 알 후세이니(Mohamed Badawy Al-Husseiny)이다. 알 쿠바이시와 알 후세이니 두 사람은 '아바르 인베스트먼츠'와 1MDB 사이에 체결된 다양한 계약들 모두에 깊이 개입돼 있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2013년 3월 '팰콘 은행'에서 나집 라작 총리의 계좌로 막대한 돈을 송금할 당시, 알 후세이니는 '팰콘 은행'의 회장 직을 맡고 있었다.
실제로 알 후세이니는 현재도 ICPC의 자회사인 '팰콘 은행'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고, '아바르 인베스트먼츠'의 대표이사직도 그대로이다. ICPC는 최근 논란이 이는 가운데 1MDB의 빚 10억 달러를 지급해주기로 동의하여 1MDB를 구해준 바 있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보증] 약속을 한 것이지만 런던 증권거래소에서는 특정되지 않은 "자산들"을 담보로 35억 달러를 추가로 1MDB에 지급할 것이라고 약속해주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MDB에 대한 추가적인 지급보증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런던 증권거래소'의 공시 내용에는 나집 라작 총리가 ICPC의 주식시장 공시에 있어서 실제로 지급보증 약속을 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진) 존 로(우측)는 나집 라작 총리의 의붓아들인 리자 아지즈(좌측)와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리자 아지즈의 영화사가 첫번째로 제작한 영화 <더 울프 업 월 스트리트> 시사회에 참석한 두 사람이 리자 아지즈의 동업자인 조이 맥팔랜드(Joey McFarland: 중앙)와 함께 한 모습.
흥미로운 점은 '레드 그래닛 영화사'(Red Granite Pictures)가 제작한 2013년 헐리웃 영화 <더 울프 업 월 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에 몇달 동안 고민하다 마침내 사적으로 1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고백한 인물도 바로 알 후세이니라는 점이다. '레드 그래닛 영화사'는 나집 라작 총리의 의붓아들 리자 아지즈(Riza Aziz)가 소유한 영화사이다. (리자 아지즈는 1987년 나집 라작과 결혼한 현 부인 로스마흐 만소르[Rosmah Mansor]의 아들이다.)
그런데 알 후세이니와 같은 월급쟁이 사장이 사적으로 한방에 그토록 거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인지에 관해선 아무도 설명해준 이가 없다. 더구나 그 영화는 자신의 고객의 아들이 처음으로 제작하는 주요한 영화였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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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샌 트롭 클럽'(San Trop club)에서 포착된 ICPC 대표이사 알 쿠바이시의 모습. 그는 사적으로는 '하카산 그룹'(Hakkasan Group)의 회장이기도 하며, '하카산 그룹'을 통해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하카산 나이트클럽' 등 주요 클럽들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
계좌이체의 세부내용
'팰콘 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나집 라작의 개인 계좌로 송금한 것은, 그가 지난 총선 실시 선언을 바로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2013년 3월 21일, '팰콘 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개설된 계좌번호 '8550299001' 계좌에서 6억1999만9988 달러의 돈이 인출됐다. 이 계좌의 예금주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본사를 둔 '타노레 파이낸스 그룹'(Tanore Finance Group)이다. 이 돈은 말레이시아의 '에임엠 뱅크'에 역시 "다토 스리 모흐드 나집 빈 흐즈 압드 라작" 명의로 된 또 다른 계좌(계좌번호: 2112022009694)로 입금됐다.
관련 문서들은 또한 그보다 4일 후인 2013년 3월 25일에도 동일한 계좌를 통해 6099만9988달러가 송금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집 라작 명의의 '2112022009694' 계좌는 그해 8월 30일 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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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013년 3월 '팰콘 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타노레 파이낸스 그룹'의 계좌에서 나집 라작 총리의 계좌로 송금된 흐름도. 두 차례에 걸쳐 총 6억8099만9976달러가 송금됐다. |
말레이시아의 2013년 총선 당시, 유권자 매수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났었다. 따라서 나집 라작 총리가 이렇게 송금받은 돈을 자신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지에 관한 의문이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집권 통일 말레이 국민기구(UMNO) 소속 후보들은 나집 라작 총리가 자신들에게 총리 자신이 서명한 수백만 링깃 상당의 개인적 수표들을 선거자금으로 건넸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수상한 계좌이체 내역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라 이러한 송금과정을 수상한 계좌이체로 규제당국에 알렸는지 여부도 문제가 된다.
계좌이체 내역에 관한 문서들은 이러한 거액의 달러화 이체가 뉴욕에 있는 '웰스 파워 은행'의 국제부를 통해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에 폭로된 내용은 불가피하게도 싱가포르, 스위스, 미국의 규제당국들에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즉, 싱가포르에 지점을 둔 '팰콘 은행'이 미국을 통해 그토록 거액을 정치적 연관성을 지닌 개인의 사적인 계좌로 보낸 과정을 조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압둘 가니 파이탈(Abdul Gani Paital) 검찰총장이 그 동안 집권 UMNO의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의 기소를 악명 높을 정도로 오랜 기간 거부하면서, 말레이시아 자체의 규제당국들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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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he Star) 친여 성향의 압둘 가니 파이탈 검찰총장은 '1MDB 스캔들' 수사과정에서 모든 증거서류들을 확보했다. 이 사건의 기소 여부는 그의 손에 달려 있었는데, 나집 라작 총리는 본 번역문이 작성되고 있던 중인 2015년 7월 28일 전격적인 내각 개편을 단행하면서, 압둘 파이탈 검찰총장도 교체시켜 버렸다. 이번 개각에서는 그 동안 여권 내에서 나집 라작 총리에게 1MDB 총재직에서 물러날 것을 권고했던 무히딘 야신(Tan Sri Muhyiddin Yassin) 부총리도 경질되어, 나집 라작의 신복인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드(Ahmad Zahid Hamidi)가 새로운 부총리로 기용됐다. 아흐마드 하미드는 취임 소감을 통해, "알라신과 나집 라작 총리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의 역할이 드러나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회계상의 측면은 조 로의 측근으로 알려진 닉 파이살 아리프 카밀이 나집 라작 총리 주변의 재정 운영자 측근들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햇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닉 카밀이 2014년 1월 20일자로 '에이엠 이슬람 은행'(AmIslamic Bank)의 쿠알라룸푸르 시, 잘란라자출란(Jalan Raja Chulan) 지점장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나집 라작 총리 개인 명의의 은행 계좌 여러 개를 관리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여기에는 'SRC 인터네셔날' 관련 수사에 연루된 계좌 2개도 포함된다.
닉 카밀은 계좌번호 '211202201188-0', '211202201189-8', '211202201190-6' 등 3개의 계좌를 언급하면서, 자신이 이 계좌들의 잔고에 관한 권리의 "권한 부여자"(Authorised Personnel)로 임명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지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과 예금주(=나집 라작)가 "다양한 해외 일정과 회의들, 그리고 여타 발생가능한 특별한 조건들"을 포함한 일정들을 갖고 있어서, "귀 은행에 이체 및 송금액에 관한 필수적인 지침을 보낼 수 없는 때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특히 내 지침에 반해서 수표들을 긴급히 발행할 계좌들로 현금 잔고를 긴급히 입금시킬 일이 있을 경우엔" 대리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랬다.
이 문서는 닉 카밀이 1MDB의 자회사인 'SRC 인터네셔날'의 단순한 사장이 아니라, 나집 라작 총리 개인 명의의 예금계좌들까지도 관리하는 이였음을 보여준다. 나집 라작의 그러한 계좌들은 'SRC 인터네셔날'로부터 송금된 돈을 받았던 계좌들이다.
이번에 드러난 새로운 정보는 현재 진행 중인 '1MDB 스캔들'과 관련이 있고, 이미 국제적으로도 보도됐다. 이 정보는 말레이시아 금융계와 정계에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막대한 돈이 총리 개인의 계좌들로 이체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이미 그런 변명 시도들은 수없이 존재해왔다), 이번 정보는 무시될 수 없다.
오랜 기간 적립된 공적 연금이 또 다시 총리 겸 재무부장관인 동일인(=나집 라작)에게 맡겨져 또 다시 비정통적이고 불법적인 운용과정을 거치도록 할 수는 없다. 또한 그는 'SRC 인터네셔날'의 돈이 자신의 사적 계좌들로 흘러들어가도록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 관련 게시물 - 말레이시아 검찰 나집 라작 총리 부패 무혐의 종결 - "8200억원은 사우디 왕가의 부조금" (한겨레 2016-1-27) - [브리핑] 말레이시아 총리 나집 라작 부패 스캔들 : 이번엔 스위스 검찰이 5조원 행방을 추적 중 (크세 2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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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말레이시아를 들여다보니...
그 동안 우리가 주력으로 살펴보던 대륙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과는..
아예 그 차원이 다르게 노는군요..
이명박 박근혜도 아부다비(UAE) 자주 갔었는데,
이번 내용은 정치적 상상력 면에서나, 그 수법의 상세함 면에서
한국인들에게도 가르쳐주는 바가 매우 크군요..
만수르도 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진 '아바르 인베스트먼츠'가 개입만 하면..
지구 상 어느 곳으로도.. 못 하는 일이 없겠는데요..
그리고 앞에서
동-말레이 사라왁 주의 주장관을 역임했던
압둘 타히르 마흐무드라는 이름이 보이는데요..
말레이시아에는 엄청난 지역 강자들(=토호들)이 버티고 있구만요..
그나저나..
나쁜 놈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사라왁 리포트>처럼 집요한 언론인들도 존재한다는 게
아주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세밀한 보도네요..읽는 사람조차 따라가기 힘들 지경~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재 민심이 흉흉하여
여러 음모론들이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친정부 관제 데모를 꾸밀 것이란 가벼운 내용부터..
국민들 관심을 돌리기 위한 대형 사고를 꾸밀 것이란 내용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실 분들은
당분간 말레이시아 국적기를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
현지 교민 분의 권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