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현의 아세안 레터
시속 160㎞ 고속철 아래 쌓인 청구서… 라오스는 어떻게 '中 부채 함정'에 빠졌나
비엔티안·루앙프라방(라오스)=안준현 특파원
입력 2026.08.07. 03:00업데이트 2026.08.07. 09:38
10
쓰레기통까지 중국어, 빚으로 삼킨 '소중국'
옛 후견국 베트남도 불안하게 주시하는 중
안준현의 아세안 레터는
안준현 하노이 특파원이 동남아시아 경제, 산업, 정치, 사회 소식을 전합니다. 여름휴가지로 익숙했던 동남아시아는 이제 한국 대기업 생산기지가 자리 잡고 유학과 취업 교류가 늘면서 경제·산업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의 생생한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달 28일 라오스의 옛 왕도 루앙프라방 기차역. 승강장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 이름이었습니다. 외벽에 붙은 ‘루앙프라방’은 라오어(ຫຼວງພະບາງ)보다 한자(琅勃拉邦)가 훨씬 크고 또렷했습니다. “샤오신 자자오(발 조심하세요)” 같은 중국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승차 검색대에서는 중국인 직원이 승객들을 향해 “주안선(몸 돌리세요)”을 연발했습니다. 역 구내 쓰레기통에도 한자가 찍혀 있었고, 역 앞 상가 간판도 대부분 중국 간체자였습니다. 공사장 인부들끼리 주고받는 말도 중국어였습니다.
압권은 검문이었습니다. 엄연한 주권국의 국내선 역인데, 공항 출입국장처럼 모든 수하물을 헤집었습니다. 구내 한쪽에는 아예 중국 입국 서류를 미리 작성하라고 별도 공간까지 마련돼 있었습니다. 라오스 땅에서 라오스 기차를 타는데, 중국 입국을 준비시키는 역인 셈입니다. 동남아와 유럽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경관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이 아름다운 도시의 첫인상은, 중국 윈난성 어느 변방 도시와 좀처럼 구분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