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중동 순방] 朴대통령 뺀 女수행원들, 사우디 방문때 '아바야(Abayah·사우디 전통의상)' 입는다
입력 : 2015.02.28 03:00
[내일부터 8박9일 중동 순방]
사우디 국민감정 고려해 女 전통의상 착용규정 적용키로
여성이라도 악수는 가능… 오찬·만찬때 술·건배는 안돼
얼굴·손·발 빼고 온몸 가리는 '아바야'
여성, 안입고 외출땐 종교경찰이 제재
박근혜 대통령이 1일부터 시작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 과정에서 이슬람 세계의 전통적 복장인 '아바야(전신을 가리는 의복)'를 입을지에 시선이 쏠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순방국 중 가장 엄격하고 보수적인 이슬람주의 국가다. 여성들이 외출할 때는 눈을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덮는 '니캅'과 전신을 가리는 검은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 아랍이 아닌 외국인 여성들도 머리카락을 뒤덮는 히잡 정도는 써야 한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조문차 방문했을 때, 영부인 미셸 여사가 히잡을 쓰지 않아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평상시 옷차림과 큰 차이 없이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신임 국왕과의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27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당국이 정부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하는 고위직 여성 인사에 대해서는 전통 의상 착용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 역시 아바야나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서양식 의상으로 일정을 수행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통역원 등 다른 여성 수행원들은 아바야를 입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대사관은 "관습적인 규정이지만 통상 차관보급 이상이 아닌 여성 수행원들은 전통의상을 착용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관례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지의 관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통상 외국 여성들에게 허용하는 '히잡'보다 더욱 보수적인 '아바야'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국민감정 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무슬림 여성이 전신을 가리는 의복 '아바야(Abayah)'를 입은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때 고위급이 아닌 여성 수행원들이 이 옷을 입을 예정이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메르켈·힐러리 등 女최고위직은 의상 규정서 제외 - 지난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당시 미국 국무장관. 각각 국가 정상, 최고위직 인사라는 점 때문에 히잡 등 이슬람식 전통 복장을 하지 않고 일정을 소화했다. /주사우디 한국대사관
일각에서는 "여성의 공공활동을 제한하는 이슬람 국가인 만큼 정상회담 때 성별이 다른 두 정상 간 '악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악수는 중동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인사 방식이다. 주재국 인사들은 외국 여성 지도자들과 악수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두 정상 간 악수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동 4개국 순방 때는 다른 지역 방문 때와 달리 공식 오·만찬에서 '건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의 특성상 오·만찬 때 일절 술이 오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통상의 정상 오·만찬과 다르게 건배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동포간담회 등에서는 분위기에 따라 주스 등 대체품으로 건배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동포간담회에서 오렌지 주스로 건배를 했다. 이번 순방을 담당하는 의전팀은 수행원들에게 '이번 순방국 중 일부 나라에서는 음주 행위뿐 아니라 주류 반입 자체가 철저히 통제되니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했다.
☞아바야·부르카·차도르·히잡
무슬림 여성이 머리 가리개인 '히잡(Hijab)'을 쓰고 있다. 이슬람 전통이 강한 사우디에서는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 여성들도 히잡 정도는 써야 한다. /히잡 쇼핑몰 '인아야' 캡처
이슬람 국가 여성들이 입는 겉옷은 지역과 종교적 성향에 따라 아바야(Abayah)·부르카(Burka)·차도르(Chador)·히잡(Hijab) 등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바야는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검은 외출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주로 입는다. 공공장소에서 입지 않을 경우 '무타와'라는 종교 경찰이 제재한다. 부르카는 가장 극단적으로 신체를 가리는 옷이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주로 입는데 머리부터 발끝, 심지어 눈까지 망사로 가려놓았다. 보통 하늘색 천을 사용해 헐렁하게 만든다.
차도르는 얼굴만 내놓고 몸 전체를 가리는 옷으로 이란 여성들이 주로 입는다.
가장 잘 알려진 히잡은 얼굴만 내놓은 두건이다. 주로 시리아 여성들이 착용한다. 아랍어로 '장막'이란 뜻으로 '자신을 가리고 숨긴다'는 동사 'hajaba'에서 나온 말이다. 머리카락과 상반신만 가리는 망토 형태의 키마르(Khimar), 딱 붙는 두건에 튜브 모양의 스카프를 덧쓰는 알 아미라(Al-Amira)도 있다. 샤일라(Shayla)는 걸프 지역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긴 스카프를 말한다. 사우디 등의 여성들은 두 눈을 뺀 얼굴 전체를 덮는 가리개도 착용한다. 이를 니캅(Niqab)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