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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집회 천 명의 도사들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대강당에서는 화산의 전체 대집 회가 한 달에 한 차례씩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적 탐구에서 중대한 발견을 이룩한 도인들이나 성인록에 나오는 비법들의 구문들에 대해 새로 운 통찰력을 획득한 도인들이 그들의 성찰을 나누기 위하여 초청 받게 될 것이다. 아마 어떤 도사는 새로운 약초에 대한 실험에 성공했을지도 모르 고, 누구는 인체의 정문을 열기 위한 보다 빠른 길을 찾았거나, 천체 여 행을 하는 중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에 크 게 축복 받은 사람들이 누구이든 간에 그들은 공동의 선을 위해 사심 없 이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화산에는 많은 도교 분파들이 있었다. 각 분파는 소분파로 나누어졌고 그것들은 더 작게 분류되었다. 사부들마다 제각각 도교에 대한 해석이 달 랐다. 어떤 도인은 만 개나 되는 경전들 중 한 경전의 단 한 문장에 상세 한 주석을 다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부는 해석과 같은 개념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전력을 기울여 명상에 몰두하기도 했다. 과거 수십 년간의 일을 회상시켜 주는 꿈을 꾸며 강한 흥분을 느끼는 도인이 있는 반면, 육체 단련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도인도 있었다. 그뿐인가. 스승과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도교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는 제자들의 수행법도 전폭적으로 용인되었다. 화산의 원로들은 이런 태도를 혼쾌히 받아들였다. 그들은 도교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넘치는 생동감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면 불화의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였다. 사이훙은 일찍 대강당으로 갔다.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 사이에 앉아 얌전히 기다렸다.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 앉은 사이훙은 두 명의 다른 수 도자 사이에 꼭 끼여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개회식을 기다리 는 동안 몇몇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눈 여겨 보았다. 그들 중에는 린 쭝 우와 칭 수이셩, 두루미 도인, 후디에 그리고 대사부의 제자 13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진엔니아오와 츠쑹도 끼여 있었다. 사이훙은 이 두 사 람이 고위 도사들의 지정석에 앉은 것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전에 사이 훙은 그가 동료 수련생들로부터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를 후디에 형에게 말했었는데,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단 말인가! 이 두 사람이 지금 그를 당혹시키고 분노케 하는데도 말이다. 진엔니아오()와 츠쑹()은 대사부의 자리를 노리는 도전자들 이었다. 사부가 고전주의와 정통 주의를 옹호하는 데 반해 그들은 근대주 의와 사회적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이전에 열렸던 집회에서 그들 은 공개적으로 사부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었다. 대신 젊고 혈 기왕성한 사람을 앉히라고 주장했다.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사부에게 공 공연히 비판을 가하는 이 두 명의 나이 많은 제자들의 행위는 하극상의 배신 행위와 맞먹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당황스런 일은 그들의 지지자들 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교육을 맡고 있는 사부들로 그 만큼 영향력이 컸다. 사이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왜 사부님은 진엔니아오와 츠쑹의 도전을 물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일 까? 사이훙은 강단의 상석을 올려다 보았다. 대사부가 화산의 원로들 사 이에 앉아 있는 것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대사부는 확실히 그의 제자들에 비해 훨씬 고매한 존재로 보였다. 사부의 양쪽에 앉아 있 는 도사들도 두 도전자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높은 계급이었다. 생 김새와 어울리는 괴짜 이름을 가진 저 이상한 사람들 - 개구리 신선, 박 쥐 신선, 거북 신선 -은 그들의 지혜 때문에 널리 존경받고 있었다. 대사 부 또한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분이었다. 하지만 사이훙은 도무지 실감 이 나지 않았다. 13명의 제자들은 더 이상 한 가족도 아니요, 그에게 더 이상의 위로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대사부의 골칫거리였다. 그들에게는 일사분란한 통일된 모습이 없었다. 양극으로 갈라져 이제 화산을 두 동강 내고 있었다. 정치가 종교 에 개입되었다. 세 명의 무사를 때려눕혔던 대사부는 새벽의 어둠 속에서 그에게 성인의 가르침을 낮은 소리로 전해 주셨다. 그런데 이제 대소동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고 싶어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징소리의 부드러운 울림과 약하게 들리는 큰 북소리에 묵상을 하던 사 이훙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산의 원로들이 문신()인 문창제군( )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안 참석자들과 함께 서 있었다. 붓과 <하늘 은 문()의 공()을 기약한다.>라는 말이 새겨진 책을 들고 있는 실물 크기의 화상을 정중하게 올려다 보았다. 상냥하게 생긴 주름살 없는 얼굴 이었다. 숱이 많은 검은 색의 긴 머리카락은 진짜였다. 신 앞에는 잘 차 려진 신단과 그의 거처인 큰 곰자리에 기도자들이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 향로가 놓여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이란 말인가. 사이훙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높고 맑은 마지막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사부는 모두들 착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날의 의장인 바이투 은자()를 소 개했다. 대사부의 소개에 따르면, 바이투 은자는 최근 수십년에 걸친 각 고의 노력 끝에 사업 하나를 완성했다. 명상 중에 감각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문(만뜨라mantra:명상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짧은 말, 긴 것은 다라니 dharani) 들의 이론과 그 사용 기법에 대한 책을 저술했 다. 이 책은 이제 화산의 장경각에 남을 것이다. 바이투 은자는 모여 있는 청중들을 위해 이제 중요한 사항들을 요약해 줄 것이다. 그는 연구 결과를 설명할 채비를 갖추고 도사들 앞에 나와 섰 다. 그는 두 손을 포개 잡고 조용히 서 있었다. 얘기를 끝낼 때까지 손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그 자세는 집중력과 명상의 완수를 나타내는 정교한 신호이므로, 작은 키에 풍채가 좋은 그는 타원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 다. 큰 코와 분홍빛 두 뺨이 인상적이었다. 말끔히 면도를 하고 눈송이 같이 흰 백발은 잘 빗어서 상투를 틀고 있었다. 얇은 입술 주위에는 미소 가 감돌았다. 상냥하고 인자해 보였다. [원로 여러분, 수련생 여러분, 그리고 입문생 여러분, 저는 오늘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선배들이 물려준 가르침과 저의 조수들, 제자들과 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늘 저의 발표를 들으시고 부디 지도 편달이 있 으시길 바랍니다. 명상은 최고의 영적인 노력입니다. 명상을 수행함으로써 우리는 무지의 껍질을 벗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본성을 터득할 수 있습니 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우리 내면의 자아와 분리되어 있으며 사실 우 리 가까이에 있는 것을 놓고 멀리 탐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훌륭하신 도사들 중 많은 분이 상이한 목표들, 가령 천둥 마술, 팔괘의 교묘한 술수, 천체 여행 또는 기도 등을 강조한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우 리 모두에게 있어 명상이야말로 영적 삶을 이루는데 중요한 것임을 삼가 지적하는 바입니다. <모든 길은 정상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상은 내면의 관조를 통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분파가 너무 많아 자칫 산만하다는 것입니다. 바깥 으로 끌려 나가기는 아주 쉽습니다. 인류는 그들이 방향을 바깥으로 틀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늘날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극장에서 경 극 감상에 열중하는 관객 같다고나 할까요. 흠뻑 취한 나머지 식별력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연극을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때문 에 인생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생긴 일이라고 가정합니다. 밖으로 나간 그들은 곧바로 직접 행동에 나섭니다. 어쨌든 자신들의 행동이 뭔가를 크 게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서 사업, 여행, 정부, 전쟁터로 뛰어 듭니다. 정말 개탄스런 현상입니다. 의지를 밖으로 돌리면 돌릴수록 더욱 멀리 뽑혀져 나가게 됩니다. 마침내 내적인 개념은 전부 상실되고 맙니 다. 인류는 명상가의 길과는 아주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이런 노력의 결과가 아주 인상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상하이의 빌 딩들은 탑보다도 더 높고 크게 지어졌습니다. 이제는 힘센 동력 자동차와 강철로 만든 선박도 있습니다. 여기 산 위에서조차 때때로 하늘에서 사람 을 실어 나르는 기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런 놀라운 업적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각 나라들은 이제껏 전례가 없는 대 단한 규모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때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여행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일본이 지금은 항공기, 선박, 탱크를 동원해 아시아 의 반을 쑥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섬나라인 영국은 결코 태양 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떵떵거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에너지를 밖 으로 쏟은 까닭입니다.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하는 이 모든 짓들은 바로 도 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명상가는 다릅니다. 그의 목적은 안으로 향합니다. 그의 목적은 도와의 합일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의 적은 군벌과 국가가 아닌 고통과 무지입 니다. 우리는 <성인은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하늘과 땅을 안다.>라는 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성인의 명상의 힘은 너무 위대해서 그 투시력으로부터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이 우주상에 하나도 없다라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 인식력이야말로 명상의 위대한 결실이라고 생 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함정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지식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그것이 내적인 명상의 결과이긴 하지 만 그것도 해를 끼칩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젊은 수행자 여러분 들은 명상력은 해가 되는 골칫거리이니 내면세계로 더욱 깊이 밀고 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새로 발견한 영혼의 힘에 전율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여러분 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그가 오고 있다는 것 을 알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앞날을 예감하게 될 겁니다. 또 다른 사람 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지난 날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정신을 더욱 집중시켜 저변에 깔린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이 새로운 각성에 대해 열광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명상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분수가 넘칠 정도로 뽐내며 여러분은 그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보다야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여 기고 문 밖에 나가지 않고서도 하늘과 땅을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 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신을 쓸데 없는 일로 낭비했다는 것을 깨 닫게 됩니다. 여러분은 멀리 있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어처구니 없이 크게 확대시키는 망원경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명 상가는 공포에 질려 타인이 축복이라 부르는 이런 사물들에게서 도망을 가버립니다. 그들이 새로 발견한 능력은 저주가 되고 원하지 않는 자극제 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서야 더 깊이 뛰어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흡인력에서 벗어나는 자유와 평화는 더 깊은 명상 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명상가는 두 가지 중대한 장애물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 그 자체와 성적 충동입니다. 사 실, 마음은 밖으로 끌립니다. 그리고 성적 욕구는 감정과 욕구 속에서 마 응과 뒤섞입니다. 하나씩 차례로 완전히 정복되지 않는 한, 진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신은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행하는 크 고 작은 모든 것을 조정합니다. 위대한 공적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인체 의 기능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감각 중추의 기능을 통해 우리의 생존 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 은 점점 횡포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쾌락과 고통을 구별하고 자연히 쾌락 을 더 좋아합니다. 곧 더 많은 쾌락을 경험해 보는 쪽으로 모든 존재가 기울어집니다. 약 간 만족을 하면 계속 경험하고 싶은 더 큰 욕망이 생깁니다. 실망을 증오 의 씨앗을 생산하며 기분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근원을 파 괴하려는 결심을 합니다.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결국 완전히 욕망에 휘말 리고 맙니다. 정신과 감각의 노예가 됩니다. 원한을 품은 생물은 만족 추 구를 좌절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대항합니다. 똑같은 사본을 복제하 여 다른 사람에게도 재생산하는 양상이 빚어집니다. 모든 행동, 사고와 집착은 10배로 재생산됩니다. 끝없이 그 결과가 발생하고 사람의 갊을 옭 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이 세속 세계에 우리 소유의 노예를 생산합 니다. 영적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은 지식 때문에 그리고 정 신력 때문에 마음을 악용하기가 훨씬 더 쉽습니다. 그는 지식의 추구와 영적인 경지에 도달하려는 강한 욕망을 정당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 람은 아편과 미색에 빠져 인생을 방비하는 친구와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 다. 정신은 영적 탐구를 하는 데 이용될 수 있지만, 또한 장애물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정신력이 가장 강한 사람조차 성적 충동에는 약합니다. 사람 은 누구나 다 성욕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은 생명의 힘 그 자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이 없으면 인류의 영 속도 있을 수 없습니다. 성은 억압될 수 없습니다. 그래 봤자 성적 욕구 는 더 강해질 뿐입니다. 여자를 멀리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됩니다. 화산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수행자들은 이런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성적 충동을 다스리기는 미흡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상상에 빠져 들게 됩니다. 충동에 이끌려 욕구를 풀기 위해 부끄러운 짓을 저지릅니다. 더러는 인위적 수단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하 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육체의 고행은 그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 방 법은 몸을 해치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을 연마할 수 없게 합니다. 깨달음도 없고, 단지 잔인함과 맹목적인 육체의 훼손이 있을 뿐입니다. 그 결과는 비통함과 증오, 무지에서 비롯된 신앙심만 남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정신적 해탈을 하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진정으로 영생불사의 고지에 오 르고 싶다면, 성적 충동과 싸우지 말고 성 충동을 대신할 만한 어떤 것을 건전한 인격체에 제공함으로써 성 충동의 제어 방법을 개발해야만 합니 다. 외부로 쏠린 마음과 성적으로 충동받는 유기체의 구도는 파괴되어야 합 니다. 욕망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망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감각은 순 화되어야 하고 관능에 한번 짜지면 계속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 해 감각을 내면화해야 합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주문입니다. 주 문은 감각을 달래 줍니다. 그것은 감각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체물이고 정 상적으로 작용할 수 없을 만큼 감각을 분주하게 만들어 감각을 내면으로 유도해 줍니다. 이 주문은 보통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고 성인이 깊은 명 상 속에서 들었던 신의 음성입니다. 신을 자각함으로써 직접 듣는 음성입 니다. 세속적 기원도, 세속적 의미도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그 소리는 세속적 결과에 다시 연결될 수도 없습니다. 주문은 단순히 어떤 소리가 아닙니다. 감각을 만족시키고 마음을 내면 화할 수 있는 소리 또는 그것의 집합체입니다. 사부들은 이 소리를 발견 하고 스스로에게 실험을 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소리를 이렇게든 저렇게 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의미하거 나 목적에 도움이 안되는 소리는 버렸습니다. 마음의 바람직하지 못한 성 향을 깨끗이 씻어주는 소리들만 간직해서 선한 쪽으로 마음을 돌렸습니 다. 가장 주요한 면 중 하나는 애초에 사부가 그 소리를 듣고 깨달았던 그 마음의 상태로 수련생을 인도해 주는 말의 독특한 힘이었습니다. 현인들은 말의 이런 면을 <실을 이용해 미로를 빠져 나가는 기술>이라 고 부릅니다. 꾸불꾸불한 깊은 동굴을 탐험하다가 마침내 보물이 있는 방 을 발견하는 사람에 비유합니다. 동굴 속의 그 장소를 다시 찾기 위해서 는 실패의 실을 뒤로 풀어가며 입구까지 다시 나옵니다. 그가 일단 나오 면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니,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도 보물이 있는 방을 찾기 위해 실을 따라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실은 수행자를 고조된 의식 상태로 이끌 수있는 낱말입니다. 건강에 이로운 다른 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소리는 각각 고요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음성이 되어 나올 때 특별한 소리들 이 특정 기관 속에서 공명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관은 자극을 받으면 강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육체의 건강은 보호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말의 힘은 육체나 명상을 초월합니다. 성격에 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성격은 지나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격은 정신적으로나 구두로 말을 반복함으로써 보상 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 같은 성격이라면 사부는 그의 인품 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어()를 줄수 있습니다. 정반대의 경우에 야 심이 없고 수동적인 학생이라면 의지력과 성격을 단련시키기 위해 화어 ()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문은 수행자가 노력을 더 많이 쏟을 수 있도록 대비시키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합니다. 우리는 주문을 가지고 실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주문들 안에서 가능한 효력의 광범위한 범위를 확실히 탐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연구 는 불완전할 것입니다. 주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희박한 공기에서 금을 불러낼 수 있고 광막한 거리를 가로지르며 우리 스스로를 비물질화 하고 또 재물질화할 수 있습니다. 구름보다 높이 솟아오르고 하계() 에서 온 악마를 노예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걸맞지 않은 일을 강제로 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 우리의 탐구 결과를 문서로 작성합니다만, 그 결과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엄숙한 경고를 덧붙입니다. 세속적인 일에 다시 말려 들고, 주문의 효력을 남용하고 싶은 불가항력적 인 유혹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문은 부적과 같은 용도로 쓰여야 합니다. 즉 치유와 보호, 그리고 영적인 경지에 이르기 위 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혹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미라도 보이면 그 수행자 는 영원히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당대의 도인들의 주문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두루 대 표단을 파견하여 방문하고 탐색하고 다른 도관과 수도원에서 연구를 하게 했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인도, 티벳,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주문들을 수집했습니다. 철저히 연구를 수행하느라 온갖 시도를 다 했습니다. 후속 연구는 여러분 모두에게 맡기렵니다. 하지만 많은 주문들은 그 주문이 원 래 속한 연구에서는 아무런 뜻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소리들은 어떤 언어학적 사고에서 비롯되지 아니하였고 신적이며 우주적인 인식에서 나 왔다는 점을 필히 주목해야만 하겠습니다. 언어에 관한 논의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인데, 제가 말씀드린 주문은 경 전이나 기도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신의 소리는 경전이 나 기도문의 형태로 나타날지는 몰라도, 경전이나 기도문은 반드시 주문 과 동의어는 아닙니다. 그것들은 기도를 하는 데는 중요할 지 몰라도 반 드시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기도가 바로 그 렇습니다. 그것은 정신을 집중시키고 의지가 약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 한 심리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정신을 안으로 향하게 하고 명상가가 자기 완성으로 갈 수 있게 이끌어 줄 목적으로 주문을 구두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사용 하는 데 찬성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문의 사용법입니다. 우리를 신에게 더 가까이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힘이든 소요, 기원 또는 기 도이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주문들은 구두의 전통을 통해 전달되 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책을 저술했지만, 영적 전통의 진정한 전달 은 사부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사슬임을 인정합니다. 여러분 중 누구든 이 기법을 더 탐구하고 싶으시다면, 이 성스러운 노력을 함에 있어 우리에게 동참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로들이 우리의 연구를 검토하신 후, 예의 를 차리실 필요 없이 우리의 잘못을 꾸짖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료 도인 여러분, 저는 연구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증합니다.] 바이투 은자의 14살 난 시자가 다섯 권의 연구서를 내놓자, 청중들에게 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은자는 양손으로 책을 받쳐 들고 대 사부에게 절을 올렸다. 원로들은 모두 기립해서 최대한의 예의를 표하였 다. [내가 화산 전체를 대표해서 받겠소. 여러분의 뜻 깊은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겠소.] 대사부가 인사말을 했다. 대사부는 원로들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단상에서 토론을 개시했다. 이때쯤이면 공개 토론이 벌어진다. 누구든 화산과 도교의 발전 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토론할 수 있었다. 몇 분동안 다른 도교 분파 의 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사이훙은 지루해졌다. 바이투 은자의 발표는 아 주 흥미 진진하게 들었지만, 행정 문제는 싫었다. 사이훙은 진엔니아오가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사부는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다른 수도자들은 조용히 기대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바라보 았다. 진엔니아오는 또렷하게 말했다. 경극 대사처럼 과장되고 화려한 베 이징 사투리를 썼다. [발언권을 요청합니다.] [허락합니다.] 대사부가 응답했다. [여러분, 중국은 5천 년 역사상 최악의 전쟁 와중에 놓여 있으며 사회 의 불안도 극에 달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조국이 열등국의 군대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모를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정신적인 활력 이 쇠하였기 때문이 아닙니까?] 참석자들 사이에서 동의하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진엔니아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도교가 어디에서 이처럼 부패에 직면해 있더란 말입니까? 유일한 중국 의 토속 종교는 시대보다 더 먼저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도교의 가장 큰 경쟁자는 불교입니다. 그들은 웅장한 사찰을 짓고 극락을 약속하며 수많 은 중생들에게 포교하였습니다. 게다가 기독교는 북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양 선교사들이 직접 중국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야만적 종교의식을 벌이고 아기를 구워 먹는다는 소 문이 나도는데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기독교로 더 많이 개종했습니다. 대 다수 수행자들은 최근에 베이징과 상하이에 세워진 성당과 교회들을 보고 중국이 유럽인에게 한 번 더 항복을 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류에게 영혼의 등불을 밝히 겠다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산 위에 떨어져서 우리 자신 만의 성공을 찾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으면서요!] 강당엔 순식간에 대 혼란이 일었다. 진엔니아오의 감정이 표출되어 도 사로서의 눈빛이 흐려졌다. 대사부는 좌중에게 정숙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떠드는 소리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츠쑹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우리의 원칙은 사회에 대한 불간섭입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들은 평생 사회를 멀리하기로 약속 한 출가인들이었다. 진엔니아오는 자신만만하게 청중들을 응시했다. 척척 박자가 맞아 돌아갔다. 그는 꼿꼿이 서서 부드럽고 운기 흐르는 수렴을 쓰다듬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합당합니 까? 아니면 그저 고루한 전통주의자들의 멍텅구리 같은 방침에 불과합니 까? 우리가 도교를 영광스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보수주의 때문입니다.] 사이훙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주장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진엔니아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 은 그를 지지했다. 사이훙은 사부가 진엔니아오에게 반박하기를 기대했 다. 하지만 대사부는 침착하게 집회 광경을 구경할 뿐이었다. <왜 사부님은 반격을 하지 않을까?> 사이훙은 이렇게 반문했다. 가장 나이 많은 제자가 공개석상에서 사부 를 공격하다니 완전히 하극상이었다. 그것은 부친 살해만큼이나 죄악시되 는 일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아무런 처벌도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의 말에 찬성합니다!] 츠쑹이 일어서며 크게 외쳤다. 그의 찌든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그러 나 흥분해서 긴 옷소매를 흔드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도의 본질적 원리는 변화입니다. 우리는 변화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습니다. 그리고 가공할 만큼의 지식을 수집 했습니다. 이제 그 지식을 이용해 인류를 구원할 때가 왔습니다! 세계는 지구를 파멸시킬지도 모르는 전쟁 속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행동을 보일 때가 왔습니다. 수도 생활로는 안 됩니다!] 이어서 진엔니아오가 교활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형제들이여,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험에 이르렀는데 도교 는 어째서 그냥 있단 말입니까? 궐기해서 나라의 정세를 안정시킵시다. 만일 원로들이 현실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 면, 그때는 보다 젊은 세대를 위해 그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네 신분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화산 전체 도관의 명예 원장인 거북 신선이 청천벽력처럼 호통을 쳤다. 작달막한 거북 신선이 비분강개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사이훙은 깜 짝 놀랐다. 그러나 안심이 되었다. 결국 원로들이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 다. 주름진 얼굴이 팽팽히 긴장하더니 두 눈에 벌겋게 불이 붙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느냐? 분명, 너는 도교를 참되게 깨닫지도 못한 주 제가 아니더냐? 네가 제안한 의견은 금욕주의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 다!] 거북 신선은 화산에 있는 전체 도관의 원장이었는데 현재의 대사부를 위해 사직했었다. 그러나 과거의 원장으로서 여전히 무시 못할 정도의 위 엄이 있었다. 좌중은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데 도인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이훙은 전에 그를 동봉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그 남자는 호리호리한 장신이었다. 잘생긴 얼굴은 안색이 깨끗했다. 옷차림은 단정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 했다. [금욕주의가 유일한 길은 아닙니다. 우리들 중의 상당수는 그와는 다른 계율에 따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논쟁을 벌인들 무슨 소용이 있습 니까? 서로간의 갈등은 우리의 소명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거창한 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동정심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만 말합시 다. 이런 암흑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것은 같이 수영하다가 물 에 빠진 친구를 구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짓입니다.] 그가 말을 끝내자 거북 신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토론은 뒤죽박죽입니다. 그대들 젊은이들은 신념이 없습니다. 도는 우리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신조는 훌륭하군요. 그러나 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나의 권 한에 속한다는 것을 아시겠죠? 당신이 물러난 것처럼 지금은 대사부가 물 러날 때 입니다.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동봉에서 온 도인이 말했다. [화산의 정책을 지시하는 것은 당신 소관이 아닙니다. 거북 신선이 날카롭게 반박했다. [우리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칩시다.] 츠쑹이 감히 이렇게 대항했다. [천부당 만부당합니다] 거북 신선이 큰소리를 질렀다. [규칙대로 해야 합니다. 원로들이 이 문제를 의논할 것을 약속합니다. 다음 집회 때까지는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의 토론 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급자로서 명령하는 데 모두 앉으시오.] 셋은 거북 신선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도전하는 회의가 되게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거북 신선은 폐회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이훙은 아무래도 경전이나 중얼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속이 부글부 글 끓었다. 배신감을 느꼈다. 대사부는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다. 그는 진엔니아오의 무례한 도전이 무척 거슬렸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충성심을 최고 덕목의 하나로 가치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났다. 사이훙은 많은 젊은 도사들이 진엔니아오 주변에 모여 드는 것을 보았다. 그가 새로운 지지자들과 함께 중앙 통로를 따라 내려 가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 사이훙은 열이 올랐다. 목구멍에서 쓴 맛이 치밀어 올랐다. [나쁜 놈의 자식 같으니!] 사이훙은 소리를 지르면서 젊은 도사 하나를 떼밀고는 진엔니아오 앞으 로 뛰어들었다. [네가 말썽을 피우고 싶다면, 여기서 나와 한판 붙어 보자!] 진엔니아오는 아주 침착했다. 변함없이 당당한 위엄을 보였다. 그의 기 도하는 자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신성 모독적인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것은 죄악이다. 사이훙.] 그는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이 비열한 놈아, 천벌이나 받아라. 네놈을 작살내서 지옥으로 떨어 뜨 릴테다.] [성미가 급하구나. 불덩어리 같은 머리나 식히려무나.] 진엔니아오가 조용히 말했다. [너를 죽이고 말겠다!] [한 번 해볼 테면, 덤벼라.] 진엔니아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이훙은 돌진했다. 그러나 두 시자가 재빨리 그를 말렸다. 그는 그들 을 뿌리쳤다. 이번에는 후디에가 달려왔다. 세 명이 힘을 합쳐 그를 붙들 었다. 진엔니아오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왔다. 사이훙은 그가 말할 때 씨 근거리는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망나니 같은 자식! 진정하는 게 네 신상에도 좋을 것이다. 너 같은 놈은 붓이나 잡고 있는 게 제격이지.] [죽여 버릴 테다, 이 나쁜 놈아!] 사이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진엔니아오는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싸움을 멈추어라, 사이훙. 오늘 너는 큰 죄를 범했다.] 사형인 칭 수이셩이 말했다. [나는 사부님을 공격하는 저런 괴물은 두고 볼 수 없어!] [우리도 참을 수 없어. 그러나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 대집회는 누 구든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해도 보복을 받지 않는 공개 토론회니까.] 린 쭝우가 말했다. [붙잡지 마!] [먼저 마음을 진정시켜라.] 칭 수이셩이 말했다. [못 해! 당장 저놈의 숨통을 졸라 놓겠어!] 후디에는 사이훙을 뒤로 힘껏 밀었다. [너 미쳤구나. 이제 그만 생각 좀 해봐라. 바보 같으니라구. 그의 무술 이 너보다 몇 배는 더 세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는 너를 묵사발 낼 수도 있었어.] [나를 내버려둬!] 사이훙이 씩씩 거렸다. [안 되겠구나! 그놈을 내 방으로 끌고 가 벌을 주어야겠다.] 대사부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사이훙을 밖으로 강제로 끌어 낸 뒤 남봉 사원을 향해 가파른 비탈길을 올랐다. 대사부는 길을 가는 도중에 말을 못 하게 했다. 사이훙 은 아직 분이 가시지 않았다. 죄를 지은 자는 진엔니아오였다. 그런데도 왜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사부의 서재에 당도해서야 그들은 사이훙을 풀어 주었다. 사부는 책상 앞에 앉았다. 그것은 줄지어 선 책꽂이를 제외하곤 이 휑뎅그렁한 방에 있는 유일한 가구였다. 불빛은 대사부의 등뒤에 복잡한 격자 무늬 창을 붉게 타오르게 만들었다. 사부가 지친 듯 모자를 벗어 내려놓자 백발이 불꽃처럼 작열하였다. [무릎을 꿇어라!] 사부가 명령했다. [사부님, 저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너는 원로들과 <문신>이 보는 앞에서 신성모독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도 죄가 안 된단 말이냐?] [저는 사부님을 보호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보호는 내겐 필요 없다.] [사부님, 왜 반격을 가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는 사부님께 도전을 했습 니다. 왜 스스로 방어하시지 않는 겁니까?] [왜 내가 그런 사소한 문제에 영향을 받아야 한단 말이냐? 나는 믿음과 성실로써 평생 동안 수련해 왔다. 나의 업적과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신을 대하는 데 한 점 부 끄럼 없이 살 수 있는 한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느니라.] [사부님은 당신의 제자가 사부님께 반기를 드는 것을 보시지 않았습니 까? 어떻게 이것을 허락할 수 있으신가요?] [그들 역시 수행자다. 모두들 각자의 관점에는 장점이 있다. 그들은 성 실하게 의견을 나타내려고 노력했을 뿐인 것이니라.] [아닙니다. 그들은 사부님을 타도하려고 했습니다.]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있단 말이냐? 얼마나 어리석은 짓 이더냐? 만일 그들이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러 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단 말이다.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 하는 것은 내가 그들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그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세속적인 권력에 동기를 두고 있다. 그것이 틀렸다는 거야. 도교를 이용 해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 한 내가 그들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사실이지. 나는 그들을 반대하지만, 함께 싸워야 할 필요는 없다.] [사부님, 그래도 이해가 안 갑니다.] 대사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젠가는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니라. 그것 역시 도이니라. 지금으로서는 진엔니아오, 츠쑹과 멀리할 것을 너에게 명 한다. 너 혼자서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거라. 내 말 알아듣겠느냐?] [네, 사부님.] [좋아. 그만 가봐라.] 후디에는 사이훙을 따라 나왔다. [기숙사까지 같이 걸어가자.] 그는 위로를 하려는 듯 말을 꺼냈다. [동봉의 그 자는 누구야?] 사이훙이 물었다. 그는 위로 받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법명은 투오구이()란다. 나는 그를 알아. 사실, 나는 그에게 서 몇 가지 기술을 배웠지.] 후디에가 불쑥 이 말을 했다. [어떤 기술인데?] [네 마음에 들지는 않을 텐데. 남녀가 하나가 되어 깨달음을 구하는 상 합()의 기술이란다.] [오, 성적 유희의 기술을 훈련하는 거로군. 진엔니아오와 츠쑹이 그처 럼 사악한 동맹의 회원의 모집을 하고 있는 줄 내가 진작 알았어야 했는 데.] 사이훙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 점을 잊지 말거라. 상합은 승인을 받은 도교의 일부분이라는 사실 을. 그 나름의 경전, 의식과 계율이 구비되어 있단다. 그 기술을 익힌 사 람으로서 나는 그 효험을 입증할 수 있다.] [형은 도사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도사같이 사는 거야?] 사이훙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사지.] [그의 분파는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변태 영감들이 모여드는 데야. 그 짓만 하다간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갇혀 지내는 거지.] [언제부터 그렇게 고상해지셨나. 흥분하지 마.] [빌어먹을! 형은 사부가 가르치시는 걸 알잖아. 그런 방법은 사악하고 교리에도 어긋난다는 걸 말야.] [그들은 사부의 분파에만 역행하고 있는거야.] [됐어, 형. 그 정도로도 나한텐 충분해.] [너는 시도해 본 적도 없구나.] [제발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 형. 나는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맹세했 어.] [그 길이 너를 하늘나라로 인도하기를 바라자꾸나. 너는 확실히 성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을 테니.] [제발 그만 둬! 말만 하는 것도 신물이 나.] 후디에는 말을 뚝 끊었다. 사이훙은 기숙사로 돌아가 침상에 앉았다. 도관에 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올라오더니 그의 다리에 기 대어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비벼댔다. 사이훙은 잠자코 있었다. 출가인에 겐 가족이 하나도 없었다. 출가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족을 떠난 사람>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완전히 외톨이가 된 적이 없었 다. 대사부와 12명의 동급생이 늘 그의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 그 가족 구조도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최대의 상처임을 깨달았다. 그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런 일은 왕왕 일어나는 거니까. 사이훙은 변화의 여러 단계에 대해 배운 것들을 검토했다. 모든 것은 그 정점이 있 다. 그러나 모든 정점은 무정하게도 바닥을 향해 나아간다. 흥하는 것이 있으면 망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화산과 그이 배움터는 그에겐 완벽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세계는 중국의 미래만큼이나 불확실한 것이 되었다. 그가 배운 바에 따르면 쇠퇴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 기가 싫었다. 기분이 언짢을 때 철학이 그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기분을 더 나쁘게 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이훙은 저녁 종이 울릴 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저녁 수업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사부는 무사태평한 모습이었다. 사이훙은 자신이 할 일이 라곤 학습에 복귀하는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의무는 위안이 되 었다. 그것이 시절이 불확실할 때 어떤 역할을 제공했다. 아마도 중국 사 회가 의무를 그처럼 강조하는 이유도 생의 기이한 불확실성 때문이었으리 라. 의무는 그의 분노와 좌절감, 혼란 상태를 감출 수 있게 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