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배달' 촉발한 교촌치킨,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본 배달비 1000원 인상이선목 기자 입력 2021. 07. 22. 14:22 수정 2021.
서울·경기 일부 가맹점.. 본사 "배달비는 가맹점 재량"
교촌, 코로나 사태 속 사상 최대 실적.. "배달 증가 덕"
자영업자 배달 수수료 부담 커져
물가 관리 손 놓은 정부 '레임덕' 지적도
국내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들이 최근 기본 배달비를 1000원 인상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배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커진 배달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모양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지 1주일이 된 19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거리 식당가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교촌 가맹점에서는 이달 들어 기본 배달비를 기존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 배달 수수료와 인건비, 재료값 상승에 따른 경영상 부담이 이유다.
교촌에프앤비(339770) 본사는 이번 기본 배달비 인상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교촌 관계자는 “일부 가맹점들이 최근 기본 배달비를 인상한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이는 해당 지사와 가맹점 재량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배달비는 매장 운영 시 가맹점에서 전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으로, 본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교촌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처음으로 소비자에게 기본 배달비를 부과한 기업이다. 2018년 5월 1일부터 건당 기본 배달비를 2000원을 소비자에게 부과했다. 교촌이 배달비를 소비자에게 부과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 유료화가 확산했다. 당시 교촌이 여론의 반감이 상당한 치킨값 인상 대신 배달료를 올리는 방법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촌 관계자는 “당시도 (가맹점에) 유료 배달비 도입을 권고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치킨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교촌, bhc, BBQ 등 주요 3사 합산 매출은 1조1826억 원에 달했다.
교촌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4476억 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4% 증가한 410억 원을 기록했다. 가맹점당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전체 가맹점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배달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체 가맹점의 배달 매출은 전년 대비 대비 21%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결합(O2O) 서비스 산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식배달 거래액(음식가격+배달비)은 20조1005억 원으로 전년(14조36억 원) 대비 43% 증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의 배달비 부담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이 배달앱 주요 3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할 배달 비용은 음식 판매 가격의 30% 수준이었다.
주요 배달 앱마다 수수료 부과 방식은 다르지만, 2만원 짜리 음식을 2㎞ 거리에 배달했을 때 음식점 업주의 수입은 평균 1만3400~1만4600원(67~73%)으로 조사됐다.
한 치킨브랜드 가맹점주는 “각종 물가와 수수료, 인건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에 소요되는 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증가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배달 앱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단건 배달 서비스도 자영업자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일반 배달에 비해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 팁과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정권 말기 정부의 물가 관리 장악력이 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본사가 가맹점의 부담을 최대한 감내했어야 했지만, 물가 관리에 손 놓은 정부의 레임덕에 오히려 소비자에게 배달비 부담이 전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사상최대 실적을 낸 주요 식품기업들은 올 들어 잇달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007310)는 냉동피자와 케찹, 캔참치와 부침가루·튀김가루, 들기름, 컵밥, 즉석밥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진라면 등 라면 주요 제품 가격을 12% 가량 인상한다. 앞서 CJ제일제당(097950)은 컵밥, 스팸 등 육가공 제품의 가격을 8~10%, 동원에프앤비(F&B)도 최근 참치캔 제품 가격을 11% 올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배달비나 음식값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상 폭이 상당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