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 아름다운 인생③ /이무경, 임송자 부부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거나 힘든 일을 해도 잠들기 전 반드시 독서를 하는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낀다.”고 하며 남편은 아내에게 “서로가 쓴 글에 대한 냉철한 비판자이자 응원자다.”며 서로를 마주본다. 어우러져 서로 기대어 사는 이무경, 임송자 부부는 참 많이 닮았다. 함께 시를 쓰는 시인이지만 남편은 아내의 시낭송에 푹 빠져 산다.
부부의 매력은 사람의 향기 김포에서 강화를 따라 48번 국도를 가다보면 장기동 비닐하우스 꽃집들 곁으로 그들 부부의 ‘소호석실’이 있다. 문인화가 남편과 시인 아내가 소박하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소호석실은 ‘열려있다’.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어당기는 이 부부의 매력에서 순수하게 증류된 사람의 향기가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달마도사가 웃는다면 이무경씨의 웃는 모습일 것이고 시인 아내 임송자씨의 미소는 오십을 넘긴 나이에도 겁 없는 소녀티가 묻어있다. 이무경화백은 묵향과 돌을 만지느라 몸에서 흙냄새가 나고 임송자 시인에게서는 언제나 고소한 맛 내음이 난다. 그것은 그녀가 그들 부부를 찾아온 지기들에게 손맛 묻어있는 밥상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 부부에게는 참 많은 마니아들이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동구밖’ 카페 회원들이 무시로 방문하는 관계로 찾는 사람은 한번이지만 부부에게는 매일 손님을 맞는 날이다. 그리고 싫은 내색한번 내지 않는다. 소호석실을 열고 들어가면 반기는 부부와 밥상,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행복한 술상도 차려진다. 천장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한편의 교향악이기에 그것에 감동받은 마니아도 적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팬인 부부 62세 이무경씨와 53살 임송자씨는 물장구치는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산다. 아내 초등학교(전북 무주 내도초등학교) 총동문회는 부모를 모시고 매년 행사를 하는데 경상도 대구출신의 남편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따라가 이제는 동문이 됐다. 44회로 폐교가 된 내도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이무경화백에게 45회 졸업생이라는 명예졸업장을 줬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그 자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남편 이무경씨는 시인이자 문인화가이며 수석 수집가이자 아내의 팬이다. 아내 임송자씨 또한 시인이자 낭송가이며 남편의 팬이다. 이무경화백은 파일럿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화가가 되기 위해 미대를 진학하고자 했으나 군대에서 조종사로 근무한 덕에 대한항공에 입사, 국제조종사로 25년을 근무하고 퇴직했다. 조종사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유년시절 꿈이었던 그림에 대한 생각은 문인화로 이어져 (사)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가 됐으며 인천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매년 15년 동안 국전에 입상하고 또 다시 추천작가로 5년 출품해 20년이 지나야 초대작가이니 그 실력이야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느털웃음으로 반기는 이무경씨는 아내가 시를 더 잘 쓴단다.
94년 문학세계로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세계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사)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국제PEN클럽 회원이다. 월간지 수석과 인터넷 수석사이트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돌 이야기’를 펴냈다. 그리고 인천 여천문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무경씨는 아내가 더 시를 잘 쓴다고 진심으로 표현한다.
아내 임송자씨도 시인이다. 93년 문학공간을 통해 등단했다. 임송자씨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교사로 부임했던 소설가 박범신씨의 눈에 띄어 문학수업을 받게 됐다. 69년부터 신사임당백일장 장원을 했다. 하지만 임송자씨는 시보다 낭송을 더 잘한다. 6월이면 현충일 호국보훈의 날에 시낭송을 도맡아 한다. 평소에도 세종문화회관, 남산문학의 집 등에서 시낭송을 하는 날이 적지 않다. 서로의 실력을 더 존중하는 모습에서 더욱 쌓여가는 기량을 발견하는 부부의 모습이다.
‘소호화실’ 문인화 전수 최근 이무경씨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수석의 의미에서 이름한 소호석실을 ‘소호화실’로 바꾸고 문하생들을 모집할 준비를 마쳤다. 임송자씨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해도 함께하는 부부다. 아내 임송자씨는 (사)한국산림문학회에서 펴내는 ‘산림문학’편집위원으로 책을 발간하는 일을 하게 됐다. 이전에도 ‘문화부평’과 ‘야생화신문’편집위원으로 일한 적은 있지만 이번 일에 더 애착을 갖는다.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며 시 한편을 남겼다.
행복 /임송자
피자두 목련 벚꽃 모과나무 제쳐두고
헐거운 지난 날 단단히 조여매듯 은행나무와 은행나무 사이에 빨랫줄을 만들었다
여름이 팽팽하다
그 사람 땡볕아래서 허방한 세월의 녹물같은 땀 줄줄 흘린다
더는 녹슬지 않을 나일론 끈 그 위에 어머니도 널고 나도 널고 그이도 넌다
흔들리지 않도록 드문 드문 빨래집게도 물려주었다
막연한 저 허공의 무게 가쁜하게 받쳐 줄 바지랑대 하늘 한가운데를 찔러 보았다
하늘은 아득하지도 않았다
소호화실-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898-6 연락처 017-33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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