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섀퍼의 경제적 자유, 그리고 그늘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 ‘스트레스없는 성공’.
보도섀퍼의 책들은 그가 태어난 독일은 물론,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천만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 설레는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라는 책 역시 이러한 ‘복음서’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섀퍼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이상적인 삶이라고 배워온 우리의 가치관을 흔드는 것으로 ‘경제적 자유’ 강의를 시작합니다. 26세에 일찌감치 파산했던 섀퍼 본인도 보험사에서 일하던 중 ‘지금부터 30분 내에 사표를 쓰라’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쳇바퀴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돈을 버는 분야는 샐러리맨, 프리랜서, 투자가, 기업가, 전문가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앞의 두 가지 부류에 속해 있다면 일단 많은 돈을 벌 가능성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섀퍼가 제시하는 ‘길’은 자신을 전문가로 자리매김(포지셔닝)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1등이 될 수 없다면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서라도 전문가가 되라. 그 분야는 넓은 게 아니라 벽을 뚫는 못처럼 뾰족할수록 좋습니다. 다음으로 돈새는 구멍을 막고 이자와 배당, 시세차익을 돌려줄 수 있는 ‘금전제조기’를 만들라. 마지막으로 기업가에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자질이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쳇바퀴에서 무턱대고 뛰어내리가 발목을 삐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월급을 좀 올리는 선에서 ‘타협’하고 사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최선을 다한다, 끊임없이 배운다,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15번째 계명은 ‘임금인상을 요구한다’입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나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 발견하게 되는 사실입니다.
이쯤해서 누구나 드는 의문 한가지. 그렇다면 보도 섀퍼는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됐을까? 펀드와 주식에 투자하고, 강의와 저술로 돈을 벌어 파산 4년 만인 30세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게 공식적인 섀퍼의 프로필입니다.
독일의 경제평론가 귄터 오거는 ‘사기꾼의 경제-경제는 이렇게 무너진다(창해)’에서 섀퍼의 사뭇 다른 모습을 전합니다. 섀퍼가 세운 ‘섀퍼 재정설계 유한회사’는 2000년 6월 지급불능상태에 빠졌고, 섀퍼는 여전히 170만마르크의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파산자입니다. 그러면서도 강연과 기자회견장에는 롤스로이스와 제트기를 빌려타고 나타나는 ‘허풍쟁이’입니다.
조작된 이미지에 열광하는 독자와 청중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경제적 자유’도, ‘스트레스 없는 성공’도 없다고 오거는 단언합니다. 더 나아가 오거는 심리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섀퍼가 주장하는 방식의 긍정적 사고가 오히려 현실감각을 잃게 만드는 사회 병리적 현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설가 하일성이 이승엽만큼 야구를 잘할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한다면, 섀퍼의 글을 통해 건질 것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