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명절이라 일찍 일어났다. 가족예배를 드린 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받아보니 미국에 살고 있는 큰아들내외의 안부 전화였다.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해 섭섭하다며 미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통화를 끝내고 잠깐 쉬려고 한 것이 그만 깜빡 잠에 빠지고 말았다. 아마 음식을 준비하느라 피곤했나보다. 1시간쯤 자고 깨니 피곤도 풀리고 기분도 상쾌했다.
거실에 나와 보니 손자 ‘예린’이 ‘한결’이가 촐촐하게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얘들아! 오래간만에 할머니와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까?”
‘한결’이가 좋다며 벌떡 일어섰다. 둘이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아 ‘지곡지’라는 연못에 다다르니 연못의 물을 관리하는 조그만 건물과 작고 아담한 다리가 보였다. 다리 난간에 왜가리 한 마리가 우뚝 서서 털 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한참 털 고르기를 하고는 짝을 기다리는지 우아한 자태로 조용히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마치 꽃단장을 한 새각시가 신랑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한결’이도 왜가리를 보고 신기한 듯 손뼉을 치면서 즐거워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오리 두 마리가 헤엄쳐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결’이는
“할머니, 오리가 와요!”
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데 두 마리씩 두 쌍이 더 다가왔다. 모두 여섯 마리가 똑 같은 간격으로 마치 발레리나가 춤을 추듯 헤엄치며 다녔다. 정말 생각지 못한 보너스였다. 집에서 기르는 오리인지 야생하는 오리인지 몰라도, 연못에서 왜가리와 오리를 보니 자연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어린 손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이곳에 데리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못주변에는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들에게 앙증맞은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걸 꺾어다 꽃꽂이를 하면 아주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햇살이 눈부시게 화창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아주 쾌청하다.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게다가 귀엽고 예쁜 손자와 같이 하니 더욱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오토바이를 달려 집으로 오는데 시원한 바람이 더욱 상쾌했다. 오늘은 손자와 즐거운 추억 한 토막을 만든 날이다. 손자가 먼 훗날 할머니와 같이한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