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뭍에 있는사람들한테만 있고
파도도 뭍에 있는 사람들한테만 있고
낭만도 뭍에 있는 사람들한테만 있어
성산포엔 바람 난 파도만 있고
성산포엔 구멍 난 바람만 있어
성산포의 바다엔 슬픈 낭만만 있다....................
동생과 난 엄마를 모시고 제주도로 떠난다
엄마의 보랗빛 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려 카메라 세레......
92세의 엄마
허리도 굽지 않은 엄마
평생을 한복만 입어 너무 익숙한 맵시로....
15세부터 20세까지 제주도에서 살아 온 엄마.......
엄마의 멀미가 겁이 나서....그러나 그냥 비행기를 탔다
4박5일...엄마의 추억을 찾으러...그렇게 떠났던...동생과 엄마와 셋이서.....
성산포의 일출봉 아래 여장을 푼다
해 뜨는 성......
바람에 밀린 파도 꽃이 베란다까지 올라 오는 곳
안개에 숨어 더욱 애잔한 일출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약속을 하러 다녀 갔던 곳일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사랑의 약속때문에
고민하며 살고 있을까.....
시인 이생진님이 사랑한 성산포를 가슴으로 안아 본다
그리고 숭숭 뚫린 바람꽃을 안아 본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우도 앞 바다 속 잠수정을 탄다
순전히 엄마를 위해서였는데......
유식한 우리 엄마 하시는 말씀....볼거리가 없다....라고
다이버가 유인하는 먹이땜에 모여드는 물고기가 왠지 안쓰럽단다
잠수정 관광은 비싼 돈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고.....모두들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
동생은 패러글라이더면서 과학자라고 해야 하나
엄마를 아주 잘 알아 듣게 설명을 한다
주상절리대......가장 신기하게 생각을 하신다
떢볶이를 세워 둔 것 같다면서 신기해서 자꾸만 내려다 보신다
구운 옥수수의 맛도 제법이다
엄마와 단 한 번 여행을 하지 않았던....
저렇게 좋아 하시는데.....그것도 모르고 멀미 하신다며......
하루 여섯 시간 이상을 달리며 강행군을 했다
4박5일 운전은 내가 맡았다
엄마는 신이 나셨다
엄마의 77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엄마의 기억대로 찾아 나선다
엄마는 성내에서 사셨고 몇 번인가 너무 신기해서 한라산 숯 굽는곳을
갔단다
새벽에 떠나면 밤 중에 집에 오셨단다
그리고 오백장군 이야기도 해 주셨었다
엄마가 제주도를 떠나 올때쯤에 중턱공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영실코스로 좀 더 가까이 5백장군을 접하려 간다
5백장군이 바라다 보이는 곳....
엄마가 오를 수 없어서 주차장에서 바라다 본 5백장군....
엄마는 열다섯 소녀가 되어 있었다
산이 앞에 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고 하셨다
어승생악......
옷 한 벌도 준비하지 않고 입은체로 제주도를 갔기 때문에
치마를 입고 어승생악에 올랐다
오르지 못 하고 오면 너무 후회 할 것 같아서....
엄마는 그늘 밑 평상에 계시게 하고서 동생과 함께...
엄마 슬리퍼를 빼앗아 신고서........
바로 앞이다
한라산이...
훌적 한 번 뛰어 내리면 한라산 중턱에 내릴 것 같다......
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가랑비가 2일째 내리더니 구름과 해가 숨바꼭질하는 3일째...
숨가쁘게 내려 오니 왜 벌써 왔느냔다
엄마는 늘 그렇게 상대방의 입장만 생각하시며 살아 오신 분이다
구두를 신고 산굼부리도 오른다
자연의 신비앞에 감탄사 이외엔 할 말을 잊는다
자연의 섭리앞에 숙연한 마음으로 대신 할 뿐.....
어리목을 돌아나오다
중턱에 차를 새우고 고사리를 꺾는다
엄마는 한복을 걷어 부치고 한 웅큼 솜씨를 뽐 내신다
나는 비싼 스타킹이 올이 나갈까 걱정이지만
엄마를 뒤지지 않을만큼 그늘 진 곳을 찾아가며 땀을 훔친다
엄마가 모슬포 이야기를 많이 하셨었다
그래서 모슬포항도 샅샅이 뒤진다
서귀포에 들른다
폭포 앞에 다다른다
엄마는 신기 해 하신다
고운 한복이 숲 그늘에서 묻어 나는 쪽빛과
햇살 받아 더 크게 쏟아지는 물줄기에 어울어져 한 폭의 그림이다
나의 보랗빛 자켓과 엄마의 보랗빛 한복이.......
한림읍.....
바다지만 왠지 거칠지 않아 보이는 곳 한림.............
해안도로만 따라 가다 보면 조용한 바다가 있는 곳이 한림인 것 같다
한림읍을 돌아 서니 애월읍이다
주방에서도
베란다에서도
방에서도
어느 창문을 열어도 바다가 보이는 곳..
삼 면이 바다인 섬사랑팬션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모자반을 채취하고 있는 바다에 나가 말을 섞는다
뭐든지 많이 가져 가란다
고동을 줍고 모자반을 뜯는다
제주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동과 모자반....
밤이 늦도록 섬사랑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
섬사랑팬션...
커핏잔 하나의 문양까지 마음에 든 곳이다
밥 그릇의 문양도 마음에 들었다
감각 있는 주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시내에서 다시 네 번재 날도 30분을 차를 타고 2박을 하기 위해 다시 간 곳이다
그 곳에서 밤 새 구멍이 나 있다는 제주의 바람도
구멍이 나 있다는 제주도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숙면에 들었다
사라 오름......
한라산을 가기 위해서 사라오름을 지났다는 엄마의 기억으로
사라오름을 가기 위해서 수소문 했지만 아직 사라오름은 등산로가 없다고 했다
산악인들이나 입구를 알까.......
성판악코스로 접어 들었지만 엄마땜에 포기 하고서.......
아쉬움을 안고
성내에 있는 배 부른 동산 ...사라봉에에 간다
엄마가 빨래를 했다는 개울가는 박물관과 삼성혈 사이에
그대로 계곡이 있었고
엄마의 기억으로 객삿골이나 백묵골..아니면 서묵골이라 추측만 했다
한 참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삼성혈이 있었다는....
삼성혈에서 엄마의 추억을 더듬는다
건물이 그땐 한채였다고 해서 안내양한테 물어 본다
어느 건물이 그때의 건물이었느냐고...
용천 이야기를 많이 하셨었다
빗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 다시 바닷가에서 치솟는다는 용천.....
그 물에 배추를 씻어 김치를 담그었다는.....
개울가를 따라 내려 가면 용천이 있었다는......
큰 병원이 옆에 있었고
큰 국민학교가 있었다는...성내..그리고 우체국이 있었고 은행이 있었다는....
돌아 보니 남초등학교일듯 한 곳이었다
관덕정안에선 일본 놈들이 칼 싸움을 하고 앞에선 장이 섰다고 했다
관덕정은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고 그림으로만 남겨져 있었다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우리에게 설명을 하신다.....92세의 노모가....
보라의 여인이 되어....
겉만 보고 오는 제주 여행객들이 많은데...
4박5일을 알뜰하게 보냈다
글라이더인 동생땜에 동생의 추억을
그리고 엄마의 77년 추억을...
그리고 나의 중 3때의 추억을 안고......서.....
엄마는....
바다를 보아도
까마귀를 보아도
노란 쑥갓 꽃을 보아도
져 보았다는 허벅을 보아도
초가집 툇마루에 앉아 다듬이 방망이질을 하면서도
하루방을 깎고 있는 사람을 보아도
갑돌이의 일생이 담겨 있는 탐라목석원에서도
떢볶이를 묶어 세워 놓은 것 같다고 표현 하시는 주상절리대에서도
꽃이..
식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 주는 여미지에서도
한복을 입고 들어 갔던 만장굴에서도...
엄마는....
엄마는 노인답지 않은 자연의 신비를 이해 하시며 감탄을 하셨다
엄마는 처음으로 막내딸과 같이 하는 여행....너무 좋아 하셨다
핸드폰을 사 드렸다
1년 전
먁내 아들이.....
92세의 노모에게 핸드폰..너무 좋은 효도였다
7남매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다(오빠 한 분 먼 여행길 떠남...)
엄마는 핸드폰에서 전달 되는 사랑하는 자식들의 목소리가 들려 올 때마다
감탄을 하신다
어떻게 사랑하는 자식들의 목소리가 손바닥만한 기계속에서 나는지....
막내아들이 설명을 잘도 하지만 신기함을 어떻게 모두 이해 하실까....
궁금하면 단축키를 눌러 자식들한테 손수 전화도 하신다
값진 제주 여행...정말 자랑하고 싶었다
효도는 별거 아니라는 걸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는 추억을 먹고 사는 게 아닐까
어제도 추억이고 오늘도 내일이면 추억속에 묻히고 말 오늘...
오늘을 잘 살아야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으니
결국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하여 오늘을 살고 있다면
오늘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리하여 얼마나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가를........
부모님이 계신다면...
효도 하는 일이 별거 아니라는 걸......
이 글을 읽는 분들 ...
부모님이 계신다면 작은 추억 하나 찾아 드리는 일 한 번 해 보시길....
부모님이 추억속에서나마 미소를 건져 내듯
우리 모두도 먼 훗 날 추억속에서만 건져 낼 수 밖에 없는 미소......를 위해서
2005년 제주도를 다녀와서.
첫댓글 언제나 고마운 누나, 누나의 그 결심이 없었다면 내가 잠시 백수이었던 그 때가 아니라면 우리의 엄마와의 제주 여행이 있었을까? 참으로 귀한 그 여행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인지..
따뜻함 느껴지고 사랑한다 사랑한다...사랑해 라는 단어가 입에서 거품을 품고
가슴져 밑바닥까지..엄마를 사랑했다 외추게 합니다..
어머나 언제 엄마 사진 이 방에 갖다 드렸구나 난 그런지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