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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도로교통 표지판의 서체에서부터 일간지 중앙일보의 서체, 출근해서 켠 컴퓨터의 윈도 비스타 서체까지 모두 한 업체의 작품이다.1984년부터 한글 서체 개발이라는 한 길만 쭉 달려온 산돌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그 주인공. 현대카드의 성공적인 마케팅, 그 중심에도 산돌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2004년 제작된 현대카드 전용 서체인 ‘유앤아이(Youandi)체’는 경쟁이 극심한 레드오션에서 현대카드가 소비자의 뇌리에 잘 각인될 수 있도록 도왔다. 산돌커뮤니케이션은 그보다 먼저인 2001년에는 삼성 그룹 전용 서체를 만들기도 했다. 아직은 전체 시장 규모가 500억 정도에 지나지 않는 한글 서체 시장. 하지만 기업 서체 등을 통해 잠재적 가치를 확대시켜 나가는 업계 선두주자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석금호 대표를 만났다.(편집자 주) |
기업 전용 서체는 새로운 마케팅 도구
명륜동 주택가. 가정집을 개조한 사옥이 있다. 자음 ‘시옷’이 커다랗게 붙은 벽돌집은 한글 서체를 만드는 산돌 커뮤니케이션(이하 산돌)의 근거지다. 삼성, 현대카드, 중앙일보, 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전용 서체를 위해 이곳을 들렀다. 그런데 사실 10년 전만 해도 기업 전용 서체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정보만 전달하면 되는데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서체를 개발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데는 길면 4개월 정도가 걸린다. 고객사의 이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기업 전용 서체가 스폿라이트를 받은 것은 2001년 산돌이 삼성의 기업 전용 서체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당시 삼성이 원했던 것은 미려하고도 힘있는 서체. 이는 폰트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석금호 산돌 대표는 기업 전용 서체가 기업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CI와 BI 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그 대표적 예가 현대카드. 산돌이 2004년 개발한 현대카드 전용 서체, ‘유앤아이(Youandi)체’는 기업 담당자와 산돌 측 디자이너들이 수백 번 미팅한 끝에 만들어진 작품. 신뢰가 바탕이 된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현대카드의 가치를 기본 컨셉으로 했다. 카드사의 특징을 담기 위해 글자의 가로와 세로 비율은 1대 1.6으로 만들기도 했다. 신용카드와 같은 비율이다. 이렇게 개발된 서체를 현대카드는 TV광고와 인쇄 광고 등에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며 홍보 활동을 했다. 기존의 카드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한 현대카드. 통합 마케팅 프로젝트 실시 이전에는 카드 업계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 전용 서체를 사용하는 기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용 서체를 사용하면 기업의 통일성이 강조되고, 효과적인 통합 마케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천 만원의 개발비용과 긴 개발 기간을 감수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전용 폰트를 사용하는 것이나 소비자들이 감성이 묻어나는 폰트를 사용하는 목적은 같다. 글로 쓰여진 정보 이외의 것을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들의 이러한 욕구를,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실현하는 것이 석 대표의 역할이다.
손글씨와 같은 디지털 서체의 개발은 감성을 담으려는 마음에서부터
산돌이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2000년에 개발된 광수체 때문. 석 대표는 “삐뚤빼뚤한데도 이상하게 정이 가고, 감성이 담겨있는 글씨였다”라고 광수체의 아이데이션을 정리했다. 광수체는 만화가 박광수씨의 필체를 본떠 만든 서체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던 만화 ‘광수생각’의 작가였던 박광수씨는 석 대표의 제자. 석 대표는 광수체를 개발할 당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되던 만화 덕분에 예상치 않은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광수체의 개발은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컴퓨터로 쓴 글씨인데도 손글씨 같은 생소한 모양은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기 때문. 더군다나 읽기도 쉽다. 명조체나 굴림체 일색이던 딱딱한 서체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서체의 수요는 극히 적었다. 신문사나 인쇄 업자들만이 서체를 썼고, 대중들은 인쇄체를 사용할 일이 없었던 것. 그러나 이제는 글씨, 즉 서체가 기계와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는 창이 됐다. 서체는 글쓴이의 감정과 인상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주요한 도구가 된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글 서체는 딱딱한 것들 일색이었다. 정보를 군더더기 없이 전달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기는 부족했다. 그의 말을 빌자면 ‘감성을 가진 서체’, 즉 손글씨와 비슷한 서체를 개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다.
감성을 담은 손글씨 서체이지만 가독성을 포기할 수는 없다. 괴발괴발 쓰여진 글씨를 알아보기는 불가능한 일. 석 대표가 연구해온 이론적인 내공은 손글씨에도 가독성을 불어넣는 일을 가능케 했다. 이제까지 또박또박 쓰이던 서체에 익숙해져 있던 사용자들은 호기심을 가지는 일면, 읽기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광수체와 같은 서체를 점차 사용하게 됐다. 더군다나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손글씨처럼 자신의 감성을 나타내려는 욕구가 생겨났다. 개인 블로그나 싸이월드 같은 사이트에 일상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안부를 인터넷 상으로 주고받으며 감성이 담긴 서체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84년 아무것도 없이 사업을 시작한 그가 어느새 연 매출 30억 원을 올리는 서체 디자인 선두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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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만 해도 한글을 인쇄하기 위해 일본에 돈을 지불했다?
계속 성장할 한글 서체 시장, 그의 목표는…석 대표의 리더십? 그는 그저 같은 일을 먼저 해 온 선배의 입장에서 직원들을 대한다. 그의 철칙은 한가지. 일을 맡긴 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원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0여명의 직원들이 똑같은 모양의 실내화를 신고 일하는 2층 건물은 그래서인지 따뜻함이 감돈다. 석 대표가 큰 소리를 내는 법도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팀장급 직 원들은 불호령을 받는다. 창의성을 잃고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도태되기 때문이다. [출처] IGM Business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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