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우리에게 처음 생긴 밭 !
처음 장만한 나으 괭이,삽,호미....을매나 기특하고 좋았으면 호미자루에 <선우>라고 ...이름을 다 썼을까....
.워낙이 질질 잘 흘리고 다니니 혹여나 길에서 다시 주우면 알아보자고 나름 한 짓이지만,
유성매직으로 이름까지 써놓고 나니 조금 부끄럽달까 쑥스럽달까 (서령..이라고 쓸 걸...팔리게스리...^^;;)
....암튼 오늘 오후 한나절, 쇠스랑과,삽과 괭이, 호미질로 드드뎌뎌 주어진 나의
땅덩어리에 엎뎌 흙이랑 신나게 놀고 있는데, 꼴꼬롬한 퇴비내음에 절고 새삼 호미의 매력에 푸욱 빠져갈 무렵....
엄마아~~~ 하는 소리에 허리 펴고 바라봤던.....
책가방을 메고서 봄볕과 바람을 뚫고 무덤 사이로 두 팔 벌려 달려오는 령을 바라보며
두 팔 벌려 기다리던 순간 ....... 그 몇초의 순간.....
퇴비내음 물씬 나는 흙버무리로 얼싸안던 그 순간.......
마치 억겁의 세월을 기다려왔다는 기억이.......그 순간이......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잔치를 하고 싶었고,
령과 내가 무진장 좋아라하는 해물잡탕을 먹자고 황00점을 갔을 뿐이고,
홀 마다하고 뒷방들어가 조용히 먹자
나름의 치밀함을 보였건만....씨잘데기 없는 짓이었으니....ㅠㅠ
시작은 아랫층 주은맘이었다....다짜고짜 걸려온 전화를 받아 령이랑 함께 있냐는 질문에 답하고 끊어서는...오잉??
내 번홀 어찌 알았지?? 잠깐 의아했을 뿐...
그리고 이어서 학교 교장실에서,교무실에서...걸려왔던...담샘과 교감샘의 다섯차례의 전화를 받고서야
....... !
잔치하러 가자며
집 나서
계단 내려와
경찰서 지나
보건소지나
면삼소지나
황00점 까지 걸어가는 동안....
여지없이 몰아치는 돌풍에 내새끼 날아갈까 무서워
령의 코트 후드를 뒤집어 씌우고선 옆구리에 꼬옥 끼고 걸어왔던것이......!
마치 어린 아이 헤드롹걸어 끌고 가는 모양새라고
누군가가 신고를 했고,
경찰들이 교무실에 몰려왔고,
울 모녀가 용의자였다는 걸....
십분 간격으로 걸려오는 취조풍의 전활 받고서야....
정확한 시간과 울 모녀의 행장과 행적등등을...결국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까지
자백(?ㅠㅠ) 하고 나서야.....
잔치고 뭐고...이미....ㅋㅋㅋㅋ
걱정해줘서 고맙다해얄까....그런 모양새로 길거리 활보해서 미안해다 해얄까.....뭐 어쩌질 못하겠는
어정쩡한 감정으로...대체 누가 신고했는지 궁금한 맘에 , 드링크 한 박스 들고 경찰서엘 들러봤지만,
순찰중 메모에 잠긴 문.....
웜마......!!!
뉴욕양키즈 모자에 썬글래스 쓰고 밭맸다고...
휴지없이 코풀고 침뱉는 거( 불어치는 흙바람에 어찌나 콧물은 쉴새없이 흐르고 입안은 싸락거리던지..ㅠㅠ) 그거, 할배들처럼 터푸하게 해본다고 연습하다가 내 잠바에, 소매에 다 묻었더라고.....
누군가는 분명히 날 지켜봤을지도 몰겄다....흉볼지도 몰겄다
온종일 혼자 땅에 코박고 꼼지락거려도....인적없는 무덤가에 벌러덩 누워 쉬며
하늘과 땅과 나와 바람....뿐....이라 좋아라했던 건....그건 정말 나만의 착각이었는지도....몰,,겄..다....
밭가는 선우.bmp
첫댓글 파일의 행색을 상상하니 ~~~~~ 푸하하 아이고 배야. 신고 당할만 했구먼^^
로그인하게 한~~~ 덕분에 모니터 바라보며 혼자 실컷 웃었습니다. 웜마~~~에 뻑^^ 갔습니다.
글쓴 선우님은 올 초 구례로 내려오셔서 딸 령이랑 마산면에서 행복해 지고 있는 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