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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영어배움터 스크랩 KAIST 재학생의 영어공부 방법론
김일수 추천 0 조회 95 07.01.16 22:0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영어공부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수학과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우스개 소리 하나. 최불암 시리즈에 (그러니 아마도 한 93-94년도쯤 얘기인 것 같은데) 최불암이 "I know this very well."을 "나는 이것이 very 우물이라는 것을 안다."라고 해석했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어떤 과기대생이 이 얘기를 듣고 "well이 와 우물이고?" 했더란다. 물론 좀 과장된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내가 학교다닐 때 과기대생의 영어실력이라는 게 이런 지경이었는데, 요즘 학부생들 보기에는 아마도 별나라 이야기처럼만 들릴 터이다. 살다 보면 요즘 애들은 꽤 영어를 잘한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데, 우선 90년대 들어 한국인의 전반적인 영어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게다가 과기대 입시에 TOEFL이 반영된 것이 아주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참 이런걸 보면 학생이란 그저 갈구어야 한다는 고래의 진리를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_-). 90년대 초반에 과기대를 다닌 나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우리시대의 과기대생들은 왜 그렇게 영어를 못했을까? 그 답은 매우 간단하다.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안했기 때문이다. 입학시험에 TOEFL이 들어가면서 영어실력들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간단히 유추해낼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만을 보면 즉각 다음과 같은 명제가 도출된다. 갈구면 실력이 는다. 영어 못하는 놈은 하루빨리 도태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이러한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은 사실 현실적으로(또는 계량적으로(quantitatively)) 너무나 근거가 강력하기 때문에 반박하기가 무척 어렵다. 게다가 우리가 그 속에서 교육에 대한 관념을 형성해 온 대한민국의 공교육(public education)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이러한 "갈구고 갈구어짐"의 체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럼 어쩌자는 건데? 갈구지 말자는 거냐? 입학시험에 TOEFL 넣지 말자고? 그래서 아예 애들을 돌대가리를 만들자고?

왜 갑자기 영어 얘기를 하다가 이런 짜증나는 얘기로 빠지냐고? 그것은 이런 종류의 짜증나는 경험들이 우리의 영어에 대한 감정의 기저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학부 입시의 TOEFL 얘기를 해보자. 분명히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TOEFL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또 그만큼 실력을 배양해 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력들이 거의가 무미건조한 단순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순암기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토플공부"라는 과정이 단순암기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가진 "재미"를 전달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로서는 그 토플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일생에 한번 거쳐야 하는 "고역"에 불과하게 되고, 그래서 TOEFL 점수가 어느정도 나오게 되면 남는 것은 단지 영어 자체에 대한 혐오감 뿐인 것이다. 이것은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말이지 TOEFL, GRE점수만 어느정도 나오면 그 뒤로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미국에 가서도. 싫든 좋든 헤엄치며 살아야 할 영어의 망망대해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에도. 그래서 그게 어쨌냐구? 어쨌든 토플성적 웬만큼 나올 정도로 실력을 배양하면 그만 아니냐고? 그것이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사실은 시험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단지 최소한(minimum)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일정수준 이상의 TOEFL점수란 최소한 이정도의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수험자가 갖추었다는 것을 보장할 뿐이다. 실제로 언어생활을 한다는 것은, 화자(speaker)가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하는, 평생에 걸친 도정인 것이다.

정리해보자. 우리는 왜 영어를 못하는가? 영어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하지 않는가? 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왜 하기가 싫은가? 학교다닐 때 워낙 갈궈져서 그렇다. 왜 갈궈졌는가? 공교육의 관료주의(bureaucracy) 때문이다.

영어교육에 있어서 공교육의 관료주의를 가장 극명하게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성문종합영어"(Shit!!!!)라고 본다. 종합영어의 문제가 도대체 뭐냐구? 우선 종합영어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어휘며 표현이며 여러 가지 연습문제의 형식(예를 들어 능동태와 수동태의 상호 변환. 뒤에 소개할 하광호 교수의 책 "영어의 바다에 솟구쳐라" ----아니면 그 저자의 다른 책이었던가?-----에 아주 신랄하게 비판되어 있다)들이 현대사회에서 실제로 요긴하게 쓰이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근본적으로 입학시험을 향해 초점이 맞추어진 책이므로 그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마저도 현실사회에서 쓰이던 것과 거리가 있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상의 문제점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한권의 책에 영어를 종합한다는 발상 자체가 영어에 대한 시각을 고착화하고 협애화하며, 종합영어도 모르는 놈은 아예 영어공부를 할 자격이 없다는 듯한 관념을 형성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께 종합영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영어에 대한 시각이 넓어질 수 있도록, 그래서 조금이나마 영어공부에 "재미"가 생기도록.....사실 나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TOEFL, GRE 관문을 그럭저럭 통과하기는 했지만(어쨌든 UPenn에서 admission이 왔으니까) 성적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고, 미국넘이랑 전화질하기가 그지없이 두렵고, AFKN은 거의 그림만 즐기는 수준이다(그러나 고교 때 영어실력이 거의 바닥을 기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자부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그렇게 살아오는 과정에서 영어라는 것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재미라는 것은, 굳이 표현하자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좀더 쉽게 말해 "어, 하니까 되네?"같은, 뭐 그런 것이었다. 독자 여러분도 부디 이런 즐거움을 누려 보시기를 앙망하는 바이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뭐 그런 기분으로 읽어 주시라.

<기본 방향>

자, 위와 같은 장광설을 늘어놓은 뒤끝에 과연 어떤 참신한 얘기가 나올 것인가? 이런 기대를 하시는 분에게는 무척 미안하게도, 내가 제시하는 영어의 기본 방향은 다음과 같은 매우 짜증나는 것이다. "우선 TOEFL과 GRE를 공부하라".

뭐, 시험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단지 최소한(minimum)만을 보장할 수 있다며? 물론 그렇다. 그런데 그럼 왜 다짜고짜 영어시험 얘기부터 하는 것이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시험이란 어떤 것이든 간에 적어도 최소한(minimum)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시험이라고 하는 제도적 장치(institutional device)의 양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최소한의 영어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TOEFL이나 GRE같은 시험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TOEFL이나 GRE가 요구하는 수준의 최소한의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가장 신속하고 집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서 듣기(listening)능력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이 듣기(와 말하기)라는 것이 현금 한국 영어교육의 대표적인 뜨거운 감자(a hot potato, 이것도 대단히 대단히 중요한 영어 숙어이다)가 되어 있는데, 사실 듣기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렸을 적부터 듣고 말하며 영어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실히 맞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러면, 자기일 하기 바쁜 다 큰 어른들은 도대체 어쩌라는 얘기냐? 가끔씩 "리스닝이 되려면 일단 무조건 AFKN을 듣고 봐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듣는데, 사실 그거야 영어에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쾌척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 얘기지 다른 할 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얘기인 것이다. 맨날 AFKN을 들어봤자 그소리가 그소리 같은데, 득도할 때까지 그짓을 하고 앉었는다는게 도대체 무슨 종교적 신앙심같은 것 없이 가능하겠는가, 다른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무료할 적에 영어청취를 해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정도면 괜찮잖겠냐고? 그렇게 헐렁하게 해서 리스닝이 될성 싶은가? 영어가 무슨 장난인줄 아는가?

자, 여기서 TOEFL공부의 가치가 나타나게 된다. 뒤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TOEFL수험서인 Longman Preparation for the TOEFL Test에 보면 Listening Part A에서 점수를 따는 요령이 나오는데, 그 중에 "비슷한 소리를 피하라(Avoid similar sounds, p.16, Skill 3)"라는 것이 있고, 부록 A에 헷갈리기 쉬운 비슷한 소리들을 비교해놓은 것이 있다. 또 "숙어를 찾아라(Look for idioms, p.55, Skill 17)"라는 것이 있고, 역시 부록 B에 중요한 숙어들을 정리해 놓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토플책 "Lonman Preparation..." 선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것들은 TOEFL뿐만 아니라 실제 듣기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는 절대로 배울수 없는 것들을 TOEFL공부를 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를 보다 등장인물 중 누군가 갑자기 "Better late than never."했다고 하자. native speaker가 아니고서야 그걸 즉각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미리 숙어로 외워놓지 않는 이상? "No sooner than said."는 어떤가? 문법 따져서 이걸 해석할수 있는가? 누가 부탁을 했을 때 "즉각 해드리죠"라고 대답할 때 쓰는 표현인줄을 처음 보고 알 수 있겠는가? 과연 AFKN만 줄창 보고 이런 것을 알 수 있는가?(물론 이것은 AFKN을 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결국 우리는 궁극적으로 AFKN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단지 AFKN청취가 영어공부의 유일한 길인듯한 사고를 경계해야 할 뿐이다.)

간추려 말하자면, TOEFL과 GRE는 최소한의 영어능력을 갖추게 해주고, 그러한 영어능력은 실제 영어생활에 분명히 도움이 되며, 영어공부에 있어서 분명히 어떠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시험을 좋아하는 인간은 없기 마련이고 특히나 태생적으로 반문화적인 우리 KAIST 학생들은 더욱 그럴 터이지만(물론 자기 시험점수가 좋을 땐 예외다...-_-) 시험이라는 특수한 제도적 장치가 자신의 실력배양에 도움이 될 때는 그것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호연지기와 포용력을 과시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쨌건 간에, 떨어지면 인생이 끝장나는 시험이 아니니깐.

그런데 여기까지 나의 논의를 따라온 독자 중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TOEFL, GRE 공부를 시작할 정도의 기초실력도 없는 사람은 어떡하나? 사실 요즘은 학부, 대학원 막론하고 입학할 때 TOEFL을 보느니만큼 시험경험이 아주 완전히 먹통인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워낙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군상들은 전부 모여드는 학교인 만큼(세월이 흘러도 그거 하나는 절대로 변하질 않는다...-_-)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단순히 TOEFL, GRE를 공부하라는 것으로 끝낸다면 그것은 결국 종합영어를 TOEFL, GRE 수험서 몇 권으로 대체하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닐 것이고, 그런 데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도대체 말도 안되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자기 스스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많은 책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우선 영어공부의 "기초"를 다지는 책을 몇 가지 범주로 묶어 소개한 다음 TOEFL과 GRE에 대해 얘기하고, 그 이외에 분류하기 힘드나 중요하고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소개하려 한다. 이 책들은 내가 "어떻게 하면 TOEFL, GRE 수험서가 커버하지 못하는 영어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TOEFL, GRE를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TOEFL, GRE를 잘 볼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도정에서 해후하게 된 책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두며, 이것을 여러분이 영어공부에 대한 자기나름의 시각을 형성할 때 염두에 두어주기 바란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특히 학부생 후배들에게, 당부해 두겠다. 첫째, 절대로 여기 있는 것이 영어공부의 전부라 생각지 말 것. 특히 회화에 있어서는, 실전경험(combat experience)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비디오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봐라. 어학센터에 가면 자막없는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준다. 낮에는 시청각시설도 제공된다. 아무나 이용할 수 있으니 걱정말고 가라. EVC도 해보고 회화 강좌도 들어라. "여기 있는 책 다 못읽었는데..."같은 것에 크게 구애되지 말고 자기 나름대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것이며, 학교가 제공하는 모든 교육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일이다. 둘째, 전공에 치어서 영어공부를 못한다는 따위 소리를 하지 말 것. 그건 아주 편리한 핑계거리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좋은 핑계는 되지 못한다. 그 누구도 전공보다 영어를 열심히 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에 상당히 많은 양의 영어책을 소개할 테지만 사실 그 중에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또는 내가 그렇게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지 영어를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여라. 시간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 집어치워라. 방학때도 시간이 없는가? 나도 전공 안하고 영어만 해본 적은 일생에 단 한번뿐이다(GRE보기 전 한달 정도...). 전공 때문에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그대들은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대들은 인식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그대들의 전공공부가 힘든 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사실 수학과는 이런 문제가 꽤 덜한 편이다. 전공의 성격 자체가 극히 명석판명한(clear and distinct, 데카르트의 표현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 포멀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영어실력이 학업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물리과 같은 극히 개념적이고 패러다임적인(paradigmic) 이론을 배우는 과에서 특히 심각하다. 그런데 수학과 학생들은 KAIST의 다른 과에 비하면 영어들을 비교적 잘하는 편이다. 주된 공부가 책을 읽는 것이어서인지, 아니면 일찍부터 유학을 염두에 두는 학생이 많아서인지...아이러니칼한 일이다.)

<사전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영어 참고서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영어사전이다. 그럼 영어사전은 어떤 것을 보아야 하는가? 영영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을 모두 갖추어 두어야 한다. (국어사전도 있으면 좋다. 어느 언어로건 간에 언제나 말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영영사전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영영사전에 나온 정의를 읽는 과정에서 독해와 어휘가 저절로 훈련된다.(어, 난 어휘가 전혀 기초가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뒤에 소개할 정찬용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pp.95-97에 나오는 방법,즉 단어를 정의할 때 사용한 단어들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걸 또 찾고, 거기서 또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또 찾고... 해서 모르는 단어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하는 방법을 써보라. Longman사전의 경우, 길어야 두 달이면 전혀 무리없이 영영사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방법은 일찍이 내가 고등학교 때 써먹었던 방법인데, 짧은 시간동안 영어실력이 아주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었다. 물론 그때는 "영어공부..."라는 책이 없었으니 그 책에서 배운 것은 아니었고 순전히 내 아이디어였는데, 사실 "몇월 몇일까지 독해숙제를 해와라", 또는 "예습을 해와라" 하는 상황에서는 좀 쓰기 힘든 방법이긴 하다. 사실 그때는 영어수업 진도를 거의 따라가지를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desperate하게 시도해본 방법이었는데 의외로 효과가 좋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과기대에서 본고사로 학생을 뽑았던 관계로 그런 식으로 땡깡을 부리고도 대학에 들어오는 것이 가능했었다. 요즘 학부생들을 고교 내신성적으로 뽑는 것을 보면, 그리고 날이 갈수록 카이스트가 '하나님들이 다닌다는 대학'이 돼가는 것을 보면 난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다. 나같은 놈은 이제 이 학교에 못들어오겠지....)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는 단어의 섬세한, 또는 총체적인 의미에 관해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탕을 영어로 무엇이라 하는가? 물론 candy라 한다. 그럼 candy는 한국말로 사탕이라고 할 수 있을까? Longman 사전에는 candy의 정의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candy n. AmE sweet food made of sugar or chocolate, or a piece of this; SWEET(1) BrE

자, 이 정의대로라면 예를 들어 허쉬 초콜릿바 같은 것도 candy가 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사탕이 아니잖은가? 우리말과 영어의 사이에는 이와 같이 섬세한 차이가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식은 책을 읽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단어를 조우하고 사전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영영사전을 추천하라면 역시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를 우선 들겠다. 이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은 Defining Vocabulary가 존재한다는 것.가장 기본적인 단어 2000개 정도를 정해 놓고, 이 사전의 모든 표제어를 이 단어들만 사용해서 정의했다는 얘기다. 당연히 대단히 알기 쉽다. 요즘 시판되는 버전에는 컬러 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 담긴 내용들이 정말 압권이다. 따로 시간내서 공부해 보시라. "Collins Cobuild Dictionary"도 많이 사용되는 쉬운 사전인데, 이 사전은 용례 중심으로 된 상당히 특이한 단어 정의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Longman 사전도 이 사전의 영향을 받은 듯한데, 난 Longman을 더 선호한다. Defining Vocabulary의 매력 때문에... 어려운 사전으로는 "Webster's New World Dictionary"가 있다. 우선 이 사전은 단어수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장점은 각 단어의 어원(etymology)이 밝혀져 있다는 것. 사실 이 사전에서 쓰는 어원 표시방식은 좀 현학적이라 처음 보는 사람은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거기 대해선 나중에 다시 얘기할게. 또한 웬만한 고유명사의 발음이 다 밝혀져 있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그런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Copernicus, Galileo, Aristotle, Noam Chomsky, Beethoven, van Gogh 는 모두 유명한 사람들이다. 이 이름들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가? 상식대로 읽으면 되잖냐고? 한번 찾아보라, 정말 그런지. Mighty Aphrodite, Andromeda Strain, Apollo 13, East of Eden은 모두 소설 제목 아니면 영화 제목이다.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가? 찾아보고 얘기해라. Joseph, Joan, Isaac 이런 사람이름들 제대로 읽을줄 아는가? Florida, Kentucky, Tennessee의 강세가 각각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가? 이런 단어들이 TOEFL L/C 에 나오면 어쩔 셈인가?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끊임없이.) 사실 이 사전은 편하게 읽으려면 GRE공부를 한번쯤 해봐야 할 정도로 정의에 쓰인 단어들이 어렵다. 그리고 어원이나 고유명사의 발음 같은 것은 요즘은 웬만큼 좋은 한영사전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전을 좋아한다. 웬지 미국 식자층의 세계를 엿보는 것 같아서....^^

그럼 영한사전이나 한영사전 같은 것은 아예 필요치 않은가? 난 그렇겐 생각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특히 영어의 번역어로서 존재하는 한자어(예를 들어 민주주의, 출동, 교양 같은 것들)를 다룰 때 아주 요긴하다. 뒤에 소개할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에 보면 저자가 한영사전에서 "짝사랑"을 찾아본 경험을 얘기하며 열렬히 한영사전 무용론을 외치는데, 내 생각에 그건 좀 지나친 얘기 같다. 잘만 쓰면 없는것보단 훨씬 낫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변영우의 "영어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2,3권)". 이것은 사실 사전이 아니고 그렇게 찾아보기 쉬운 책도 아니지만 사전의 반열에 올렸다. 지금까지 내가 본 어떤 숙어모음보다 내용이 충실하다. 그러나 글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는 좀 기가 질리고... 그래서 사전 정도로 간주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듯 싶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틈나는대로 차근차근 읽어보는 정도의 성의는 들여야 할 것이다.

<어휘>

단어를 도대체 어떻게 외워야 하나? 우리가 살다 보면 "단시일에 어휘력을 늘려주는 기적의 기억법"운운하는 것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기억법"으로 재미를 본 기억이 거의(아마도 전혀) 없다. 예를 들어 단어를 어원으로 분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런 것은 (마치 학원강사한테 듣는 수학수업처럼) 당장 보기에는 재미있고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런 단순한 테크닉만으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어휘력이 생겨나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transmission"을 trans+mit+tion으로 쪼개어 어원을 분석하고 전달 어쩌고 하는 의미를 유추해 내는 건 쉽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자동차에 달린 '밋숑'을 떠올릴 수 있을까? 즉, 좋은 vocabulary book이란 단순히 화려한 암기 테크닉을 과시하는 책이 아니라 단어들을 쉽고 자상하게 잘 설명해서 오감을 통해 명확한 이미지를 그릴 수 있게 하는 책인 것이다.

정말로 어휘력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위하여 우선 한호림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를 추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 자신이 직접 생활 속에서 부딪치며 익힌 어휘들을 초학자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풀어나간다는 것. 생활 속에서 건진 어휘들이므로 정말 요긴하다. 주니어용(2권짜리)도 있고 2권도 있다. 모두 공부해 둘 것. 주니어용에도 쓸만한 단어들이 많다.

다음으로 "Word Power Made Easy". 이 책은 어원 설명을 중시하는 책이다. 조금 전에 어원 같은 테크닉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냐고? 분명 이 책은 어원을 중시하지만 설명이 대단히 자상하다. 철자법이나 문법 같은 단어설명 이외의 영어에 대한 정보도 아주 따끈따끈한 것이 많다. 또 한가지 특징은 어원설명이 대단히 학구적이라는 것. 예를 들어 단어 energy를 설명할 적에 다른 책 같으면 en+erg+y로 쪼개놓고 erg=work해놓고 말 것을 이 책에서는 꼭 그리스어 ergos를 들먹인다. 이런 식의 설명에 익숙해지면 Webster 사전의 어원설명을 읽는 것이 대단히 즐거워진다. ^^ (Webster 사전에서는 그리스어 단어는 그리스 문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리스 문자와 로마자(Latin letters)사이의 대응관계는 이 사전의 'alphabet'항을 찾아보면 table이 주어져 있다.) 요컨대 어원에 대한 나의 태도는 이러하다: 활용하되, 그것이 전부라 믿지 말 것.

다음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Word Smart Junior"이다. "Word Smart"는 근년에 "Vocabulary 33000"을 제치고 GRE수험서의 주종을 이루게 된 책인데, Word Smart Junior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휘로 생각하면 된다.

다음은 콩글리쉬 사냥에 나설 차례다. 스캇 피셔의 "미국에선 안 통하는 한국식 영어표현"을 보라.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읽고 공부하라는 말밖에... .안정효의 "가짜 영어 사전"도 읽어보라. 상당히 두껍고 제목도 "사전"이지만 설명을 자상하게 해서 책이 두꺼워진 것이니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어쩌면 여기서 이 글을 그냥 끝내버려도 될는지 모르겠다. 영어란 어느정도 어휘력만 갖춰지면 나머지는 그냥 닥치는 대로 부딪치며 배워나가는 것이 최고일 수도 있으니까. 아마 앞에 나온 책들을 공부했으면 어느정도 자신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문법이 딸린다고? 정 그렇다면 책방에 가서 예비 고교생용 기초영문법 책을 하나 사서 보라. 실제 영어구사에 있어서는 문법보다는 오히려 관용적 용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면, 영문법이란 것 자체가 언어가 따라야 하는 연역적 법칙이라기 보다는 수많은 관용적 용법들이 모인 귀납적 집합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어휘력을 빨리 늘리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이걸 영어로 뭐라고 하나"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에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는 우리말 어휘나 문장을 종이에 적어뒀다가, 종이 한 장이 다 차면 그걸 영어로 옮기는 것이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라. 한영사전을 찾아도 되고, 지금까지 열거한 vocabulary book들을 활용해도 되고, 전문용어 같은 경우는 도서관에 가서 여러 가지 개론서들을 뒤적거려도 된다. 교양과목 들을 때 교과서에서 괄호속에 나오는 영어단어들을 눈여겨 보아두는 습관을 들이라. 마음 맞는 친구가 있으면 같이 하면 더욱 좋다. 군대가기 전에 당시 내 룸메이트와 이런 것을 퍽 많이 했는데, 어휘력 향상에 지대한 도움이 되었다. 아, 내 친구 허떨이.....

마지막으로 vocabulary book들을 공부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경험들을 나열하기로 하겠다.

1. 표제어를 정의할 때 쓰는 단어에 주목하라

Word Smart Junior p.200에 이런 단어설명이 있다:

PACT(PAKT) n. a formal agreement between two countries; a bargain

자, pact와 bargain중 어느것이 더 기본적이고 실생활에 요긴한 단어일까? 물론 bargain이다. bargain이 pact보다 더 자주 쓰이니까 이런 정의가 주어졌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논리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쉬운 표제어를 어려운 동의어를 이용하여 정의하는 수도 있으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단어를 설명한 것을 공부할 때 표제어에만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무조건 사전을 찾아라.

2. 단어장을 만들라

사전찾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단어장을 만들고 시도때도 없이 들고다니며 외워라. (요즘은 단어장용으로 조그맣게 잘려 구멍이 뚫린 종이가 팔린다. 한빛스토아 2층 문방구에 가보라.)

단어장이 한 묶음이 모이면 다음과 같이 반복학습을 하라.

1)단어장을 들춰보고, 알만한 단어는 빼내고 모르는 단어는 다시 한번 발음과 뜻을 확인 한다.

2)알만한 단어를 모두 빼낸 나머지 뭉치에 대하여 1)을 반복한다.

3)나머지 뭉치가 없어질 때까지 2)를 반복한다.

4)3)이 끝나면 단어장을 모두 뒤섞는다.

5)모든 단어가 알만한 단어가 될 때까지 1)-4)를 반복한다.

맛이 가지? GRE공부를 할 때면 단어장이 20뭉치 가까이 되는데, 그걸 모두 이런 식으로 iteration을 해대면 완전히 두뇌로 역기를 드는 기분이 된다. 뭐 이런 식의 바디빌딩을 항상 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단어장이란 단순반복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두시라.

3.한국어판을 보지마라

Word Power Made Easy같은 경우 시중에 한국어판이 있는데, 절대로 보지마라. vocabulary book들은 영어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학습효과가 높다. 영영사전을 사용하는 것이 학습효과가 높은 거나 마찬가지다.

4.문제를 풀어라

Word Power Made Easy나 Word Smart같은 책들은 본래 SAT를 준비하는 미국 고교생들을 위한 참고서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에는 반드시 연습문제들이 딸려 있는데, 이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결국 이런 책들에 나오는 연습문제라는 것은 유의어(synonym)와 반의어(antonym)와 용례(usage)의 조합을 최대한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러한 다양한 조합을 접하면서 어휘들 사이의 관계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계발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어휘공부는 해도 GRE는 안볼테니 문제같은 것 필요없다"라고 생각하지 말 것.

5. 반복하라

반복만이 단기기억을 장기화한다. 어쨌든 반복하라. 열심히. 최대한 창의적으로.

<발음>

아마도 앞에 <기본 방향>에서 얘기한 "Longman Preparation..."에 나온 듣기문제인 걸로 기억하는데, Part A에서, 여자 목소리가 다음과 같이 물었다: How does the coffee taste?

그러자 남자 목소리가 대답을 했는데, 그게 꼭 이렇게 들렸다.

It is extremely BETTER this morning.

그래서 망설임없이 커피맛이 좋다는 내용으로 답을 찍었는데, 글쎄 답이 완전히 반대의 내용이었다! 테이프 스크립트를 보니 그 문장이 사실은 이런 것이었다;

It is extremely BITTER this morning.

(잘 생각해 보면 앞의 문장은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문장이다. 문법에 맞으려면 "It is extremely GOOD this morning."이 되어야 한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거냐! 내 귀가 어떻게 된건가 하고 부록 A의 비슷한 발음들(Similar Sounds)을 열심히 들어봤더니 어김없이 pit는 '페트', bid는 '베드', sick는 '쎄크'처럼 들리는 것이다. 이런 Shit!!(영화 볼 때 이 대사가 나오면 잘 귀기울여봐 두라. 틀림없이 '셰트' 비슷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면 bid와 bed의 차이는? 현실발음에서는 bed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배드'에 가깝다. 그러면, bad는? 이 bad의 a발음은 아주 있는대로 입술을 옆으로 찢어서 내는 발음으로, 사실은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이다.

자,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영어 발음들은 사실상 영어의 현실발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B-ꑁ, I-螡, D-鑁 와 같은 대응관계가 성립하므로 bid의 발음은 'Ꞩ'이다"라는 식으로 영어발음을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무의식중에 우리 머리속에서 "외국어 표기법 엔진"을 돌리고 있는 셈인데, 김동길 박사처럼 우리 국어의 정체성 자체가 박약하던 시절에 영어를 배운 분들의 영어발음이 대단히 현실음에 가까운 것을 보면 이러한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 체제 자체의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할 생각은 없으나 어떠한 경우에도 외국어표기법이란 단지 근사(approximation)에 불과하다는 것이 교육현장에서 충분히 주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통 미국인들의 한국말 발음을 "혀꼬부라진"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사실 이것은 우리가 영어발음을 인식할 때 생기는 문제가 역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음, modulation(우리말 술어가 뭔지 모르겠다)의 문제들이 있다. Meg Ryan이란 미국 여배우가 있다. 이사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나? 멕 라이언? 이것을 빠르게 읽어버리면 '맹나연'이 돼버린다. 孟羅娟? 중국 여잔가? 우선 g발음은 단어의 끝에 붙었을 때 갑자기 끊겨버리는 거친 발음이 아니라 "그그그..." 하고 좀 끌리는 발음이다.(글로 쓰려니까 표현할 길이 없네...) 또 영어에서는 두 단어가 나란히 발음될 때는 앞 단어의 끝에 붙은 자음은 뒷 단어의 맨 앞머리에 붙어버린다. 따라서 Meg Ryan은 '멕 라이언'이 아니라 '메 그라이언'처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단어들의 연결, 또는 문장을 부드럽게 발음해 내는 것을 modulation이라 한다. 이것은 영어에서의 연음(liaison)의 원칙을 잘 이해하고 평소에 영어를 문장 단위로 구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인데, 사실 나도 잘 못한다. 종이에 써논 것은 어느정도 매끄럽게 읽을 수 있는데, 워낙 영어로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서...

마지막으로 단어들 자체의 발음을 잘못 알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jasmine, robot, ceiling, tear('찢다'라는 뜻의 동사), lead(납), pear, feather, theorem, corollary, ideology, hegemony, bureaucracy, charisma 등의 발음들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다 알만한 단어지? 그러나 과연 다 알만한 발음들일까? 단어의 발음을 잘못 알면 절대로 히어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단어공부를 할 때 단어의 발음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히어링을 많이 해서 잘못 알고 있는 발음들을 계속 솎아내는 수밖에 다른 극복할 방법이 없다.

자, 그럼 도대체 뭘 공부할거나? 우선 이현호의 "입이 열려야 귀도 열려요"를 보라. 가장 쉽고 기초적이고, 자상하다. 그 다음엔 김용권과 Mookie G.의 '영어청취 현지발음으로 제대로 하기"를 공부하라. 이 책은 좀 수준이 높다. 별로 자상하지는 않은데 예문이 숙어 위주로 아주 충실하다. 무식하게 듣고 따라하고 외워라. 설마 테이프도 안 사듣고 책만 읽고 공부하려는 꼴통은 없겠지? 앞에 말한 "Longman Preparation..."도 매우 좋다. 종합영어 얘기할 때 나온 하광호 교수의 "영어의 바다에 솟구쳐라"에도 영어 발음에 대한 좋은 내용들이 많다. 하광호 교수가 그 책에 나오는 내용을 강연한 테이프도 나와 있는데, 여유가 있으면 한번 구해 들어보라.

여기서 한 가지 나의 독특한 훈련방법을 소개하겠다. 위에 나온 책들을 공부한 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노래들을 따라불러보라. 이런 노래들은 철자하게 음악적인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입놀림들이 그지없이 현란하다. 내용들이 상당히 어렵지만 못알아 들어도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그저 입놀림과 멜로디를 즐기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따라하려고 애쓰다 보면 입놀림이 무지 향상된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곡은---디즈니 영화는 아니지만----"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Tim Burton's Nightmare before Christmas)"의 "Kidnap Mr. Sandy Claws"라는 곡이다. 영화도 꼭 한번 보라.

위에 열거한 책들은, 뭐 계속 그래 왔지만, 내 개인적인 선호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니 구태여 이 책들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특히 발음에 관한 한 요즘들어 좋은 책들이 자꾸 새로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또한 발음에 있어서는 철자법이나 문법같은 강력한 원칙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하긴 영어에서는 철자법이나 문법도 그리 엄청나게 강력하진 않지만.... 사실말이지, 미국사람들 중에도 발음이 아주 개떡같은, 말을 아주 씹어 뭉개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그러고 보니 내 한국말도 좀 그렇군...흠흠). 발음의 구분이나 표기같은 것도 사전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러나 발음에 대한 자기자신의 시각과 원칙과 일관성을 세워두는 것은 분명히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독해>

글쎄 뭐 독해에 관해서는... 사실 무식하게 닥치는대로 읽으라는게 가장 좋은 충고같은데... 독해에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원중의 "단숨에 읽는 영어"를 일단 권한다. 이 책은 독해 예문을 주어놓고 시간을 측정하며 speed reading을 하게 하는 책인데, 독해에 대한 자신감을 배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독해력 3배 증강' 어쩌고 화려한 구라를 풀어놨는데, 너무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일찍 절판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가 좀 시원찮아 보이더군....-_- "Reading Smart"(Word Smart랑 같은 회사에서 나온 책이다. 아무 대형서점에나 가면 Word Smart랑 같이 쌓여 있다)도 이거랑 같은 포맷으로 되어 있다는데, 읽어보지를 않아 뭐라 말을 못해주겠다. 읽을 만한 책으로는,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영작편"에 권장 도서 리스트가 나온다(비록 나도 Steinbeck 단편 몇권밖에 못읽어봤지만). 또 Snoopy, Baby Blues, Dilbert 같은 영한대역만화들도 좋은 읽을거리다. 의외로 어휘력 향상에 지대한 도움이 된다!!

<방법론>

여기 소개할 책들은 영어공부의 방법론 또는 일반적인 전략(strategy)에 관한 것이다. 영어를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자기나름의 영어공부에 관한 시각을 서술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외에도 영어에 대한 아주 쓸모있는 정보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자기자신의 전략을 짤 때 많이 참고하라.

정찬용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저자는 해외유학 경험이 있는 삼성맨. 매우 실질적인 5단계로 나누어진 자기나름의 노우하우를 공개했다. 나도 어떻게 이 책의 3단계까지는 도달한 것 같은데, 비디오는 이제 겨우 보기 시작했다.

하광호의 "영어의 바다에 솟구쳐라". 저자는 뉴욕대학 영어교육과 교수. 학구적이다. '암기독본'이 제공된다. 외워 보시라.

안정효의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번역편, 영작편, 영역편". '번역'이라는 실무로부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의사전달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 대단히 정성이 많이 담겨 있다.



자, 이제 드디어 TOEFL과 GRE라는 刀山劍林을 들춰볼 때가 되었다. 당장 TOEFL과 GRE를 봐서 유학을 가는 게 급한 분들은 여기서부터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 이전에 평소부터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고 살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뭐 어쩌겠는가. 인생이 항상 결심대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닌 것이고, 당장 시험을 봐서 유학은 가야 하니깐....

<TOEFL>

여러분, 이제 드디어 "Longman Preparation Course for the TOEFL Test"를 여러분 앞에 정식으로 소개합니다! 사실상 이 책이 나에게 있어서는 '종합영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책 자체가 종합영어보다는 훨씬 내용이 좋지만.... 이 책의 영어에 대한 시각이 종합영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주지해주기 바란다. 예를 들어 가정법에 관해 생각해 보자. TOEFL에 가정법이란 것이 꽤 자주 출현하긴 하지만 의외로 이것이 문법문제(Section 2)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반면 듣기문제(Section 1)에서는 꽤 자주 나온다. 희망이나 후회 등을 나타내는 관용적 용법 중 가정법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다는 것이 일단 가정법이 Section 1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유라 할 수 있겠지만, Section 2에 거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TOEFL이라는 시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자명한 일이다. 생각해보라. 학술서적에 "이몸이 새라면 날아가리.(If I were a bird, I would have flown.)"같은 문장이 얼마나 나오겠는가? Section 2에 나오는 문법들은 오히려 명사의 단수와 복수, 전치사나 접속사의 위치, 동사의 시제, 수동태와 능동태 등의 잘못 쓰면 문장의 의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보통 쉬운 것으로 간주하는 것들에 더욱 비중이 많이 주어진다.(그렇기 때문에 Section 2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문법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독해를 많이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문법적으로 이상한 문장을 접했을 때 의미가 이상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영영사전을 보라. 어쨌든 사전에 나오는 문장들은 문법적으로 정확할 테니까.) 이런 식의 시각으로 영어공부를 하게 되면 종합영어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의사소통의 정확성에 중점을 두게 된다. 물론 그것은, 훨씬 실용적이다. 드라마 '카이스트'에 보니까 대학원 입시준비하는 애들이 "이재옥 TOEFL"을 끼고 다니면서 들여다보던데, 영어공부에 대한 인식이 아주 바닥을 기던 '우리시대의' KAIST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나타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나온 TOEFL수험서의 문제점은 (종합영어도 마찬가진데) 영어와 TOEFL이라는 시험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지를 못하고 단지 어려운 문제만을 잔뜩 모아놨다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한국 토플책은 보지마라.

이 책으로 Listening 공부를 처음 하는 사람은 무조건 세 번 반복한다는 다짐을 하고 임하라. 그런 식으로 무조건 반복하면 문제 자체를 외우게 돼서 히어링이 안 돼도 문제를 풀 수 있게 돼버리지 않느냐고?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정 미심쩍으면 Section 1 마지막 부분에 있는 TOEFL POST-TEST만 빼고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그걸로 테스트를 한번 해보라. 그리고 Diagnostic Test 결과와 한번 비교해 보라. 틀림없이 실력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숙어(idiom)같은 것은 아예 통째로 외워버려야 히어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문제 자체를 외워버리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숙어만 많이 외워도 토플점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물론 이것은 실생활에서의 듣기에도 지대한 도움이 되는 것이니, TOEFL 고득점 테크닉이라고 해서 덮어놓고 닭살부터 돋는 일이 없기 바란다.

이 책은 기초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소개한 것이다. 사실 실제 TOEFL의 듣기와 독해 문제는 이 책에 나온 것보다 좀 더 어려우므로 이 책만 공부해서는 600점을 넘기가 힘들 것이다.(문법은 이 책으로도 충분하다. 문법을 만점 받은 사람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될 것이다.^^ 문법을 만점 받고도 점수가 607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듣기가 얼마나 시원찮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인 영어...-_-) 듣기능력을 더 배양하기 위해서는 "The Heinle and Heinle TOEFL Test Assistant-Listening"을 들으면 좋다. 역시 세 번 반복하라. 더 공부하고 싶으면 ETS(TOEFL과 GRE를 주관하는 미국기업)에서 나온 TOEFL preparation kit를 공부하면 좋다더군...( 620을 넘긴 최재혁(학부 94)이가 한 말이니 믿어도 될 것이다. 걔는 GRE Verbal도 600넘기고 MIT간다. 좋겠네.... 공부 잘해라... TOEFL Bulletin에 보면 어디서 얼마에 구할 수 있는지 나온다.) 모의 TOEFL도 될 수 있는 한 자주 보라. 독해에 대해서는... 글쎄, 할말이 없다. GRE Verbal의 독해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TOEFL독해는 그냥 껌이라는데, 하긴 어차피 대부분 TOEFL과 GRE 공부를 병행해야 할 테니 그것도 괜찮은 방법 같긴 하다.

<GRE>

아, GRE.... 못본 놈들은 '지랄이'라 읽고 잘본 놈들은 '그레'라 읽는다던가? GRE라고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미국대학원 입학 수능시험이라 할 수 있겠는데, Verbal(언어), Analytic(논리), Quantitative(수학)의 세 section으로 각 800점 만점으로 나뉘어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Quantitative는 중학교 수학이다. 공부할 필요 없다. 한번 풀어보라. 그러니 문제는 Quantitative와 Verbal이다. Quantitative에 관해서는 말들이 많은데, 고려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고들 하지만 Top School들은 틀림없이 고려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Quantitative와 Verbal을 합쳐 1200을 넘는 것은 어디서나 요구한다고 하는데, 한국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수학은 만점을 받으므로 사실상 Verbal 400을 넘기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GRE준비에 대한 모든 충고는 일단 다음 한 마디로 시작된다: 우선 "GRE Big Book"을 풀어라. GRE공부의 대부분이 Verbal에 집중되고, 또 그 대부분이 단어들의 단순암기에 집중되는데(Verbal 600을 넘긴 최재혁이의 말에 의하면 자기는 거의 독해에는 신경을 안썼단다. 문제들은 풀어봤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어보면 알겠지만 우선 단어들을 많이 알아두는 것이 선결과제다. 이 GRE Big Book이란 것은 GRE 기출문제 set를 모아놓은 일종의 족보인데, 사실 언뜻 생각하기에 "단어만 많이 외우면 그냥 풀리는 문제들인데 뭘 문제까지 풀어보나, 시간도 없는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다음 예를 보자.

PLASTICITY: (A)purity (B)solidity

(C)rigidity (D)sternness (E)massiveness

plastic의 반대말이 solid인가, rigid인가? solid는 '고체의'이고 rigid는 '강체의'이므로 plastic의 반대는 rigid이다. 즉 무슨 얘기냐 하면, GRE문제를 풀 때는 각각의 단어의 의미를 대단히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단어를 외우기만 해서는 이러한 대단히 정확한 의미까지를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 다른 예를 보자.

CONTROL:

(A)minor variable

(B)weak assumption

(C)improper simulation

(D)group experimented on

(E)expression‎ substuted for

컨트롤! 이 얼마나 쉬운 단어인가! 그런데 주어진 예 중에 이 단어의 반대말 같은 것이 있는가? 이 문제는 control에 '(실험의)대조군'이란 뜻이 있다는 것을 모르면 죽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다. 보통 vocabulary book에는 이런 전문용어들은 잘 나오지 않는다. vocabulary book들의 또다른 문제는 그런 책들은 미국인들에게 쉬운 것으로 간주되는 단어(물론 우리 외국인들에게는 어려운 단어다)는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분명히 GRE에 나온다. 즉 GRE Big Book은 vocabulary book들이 제공하지 않는 시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단어의 다양한 측면들을 조명하는 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의 효율이라는 면에서 보면 Big Book을 풀어가며 단어를 외우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다. 풀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단어장을 만들라. 그리고 두뇌로 바디빌딩을 하라(<어휘>항목의 단어장 사용법 참조).

요즘 GRE수험생들이 선호하는 vocabulary book은 이제 완전히 "Word Smart"와 "Word Smart II"로 대세가 기울었다.("Genius Edition"도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Vocabulary 33000"(일명 바퀴벌레 33000)을 많이 썼다) 이 책들은 자상하긴 하지만 정의에 쓰인 단어들이 너무 어렵다. 뭐 열심히 단어장을 만드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는 것 같다. "Barren's GRE"는 가끔씩 아주 기막힌 예문들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단어설명이 너무 taciturn(아주 중요한 단어이니 반드시 외워두라)한 관계로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자주 나오는 단어를 한 400개정도 뽑아놓았다는 것. 이 list가 아주 굉장한 것인데, 이것만 잘 외워도 Big Book을 풀어보면 대략 500점 정도는 나온다. 그럼 그것만 공부하면 기본은 되는 거냐고? 옛날엔 그랬다. CBT가 나오기 전까진. 이 CBT(Computer Based Test)는, GRE Bulletin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PC를 이용하여 치루는 시험으로서, 문제가 한번에 하나씩 제시되는데 제시된 문제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하며 문제를 맞출때마다 다음 문제가 어려워지며 틀릴때는 그 반대가 되고, 맨 마지막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 그러니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문제를 계속 맞춰서 레벨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내가 GRE를 2번을 봐야 했다!!!!

처음에는 Barren's GRE를 한번 보고 Big Book을 한번 대충 풀었는데, 항상 500정도가 나왔었다. 그래서 GRE를 연습삼아 한번 볼까....하고 봤더니 이게 웬일! 390이 나오는 것이었다! 400이 안됐다! 젠장!! 생각해 보니 그동안 Big Book을 풀면서 친숙하게 맞췄던 단어들이 별로 보이질 않았었다. 알고 보니 진짜로 확실히 아는 단어는 400개 정도 뿐이었는데, 이 단어들은 거의 중간 정도 난이도에 위치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CBT에서 내가 활약할 수 있는 레벨까지 도달하지를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 뒤로 한달동안 Big Book을 이잡듯 다시 보고 Word Smart Junior를 봤더니(내 인생에 유일하게 전공보다 영어를 열심히 한 시절이었다) 점수가 470이 되었다. 휴우...... 충고하고 또 충고한다. Big Book부터 이잡듯 공부하라.

Analytic Section에 대해서는, 처음 Big Book을 풀었을 때 400이 나오질 않아 정말 황당했었다. 근본적으로 두뇌회전과 독해속도가 느린 것이다. 그래서 <독해>에서 소개한 "단숨에 읽는 영어"를 공부했는데, 확실히 독해에 대한 자신감은 붙었으나 GRE Analytic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GRE Analytic은 speed reading이 아닌 것이다. 영어로 제시된 문제의 의미를 지극히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리퍼즐을 빨리 푸는 요령이 중요한데 어느정도 기본적인 요령은 "ARCO GRE"를 읽어보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많이 풀어보는 것 이외에 신통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분투 끝에 두 번째 시험에선 Analytic이 690이 나와 주었다.

Big Book을 다 봤거든 모의 CBT software인 "GRE Powerprep"을 구해 모의시험을 보라. 점수가 엉망이라도 너무 쇼크먹지 마라. 원래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CBT에서는 Dummy Section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ETS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수험자들의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내는 Section이다. 종류는 Verbal, Analytic, Quantitative 셋 중의 하나이다. 나는 두 번 본 GRE의 Dummy Section이 모두 Quantitative였는데, 보통보다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아주 쉬웠다. 그런데 Dummy Section이 Analytic이면 그날 시험은 완전히 종친다 한다. 머리에 아주 쥐가 난다더군....

<기타>

앞에 나온 항목들에 분류해 넣기는 힘들지만 재미있고 유익한 책들.

배진용의 "두 번만 읽으면 되는 영문법". 글쎄, 난 TOEFL본 이후로 문법에 시달린 일이 없는데.... 사실 TOEFL 문법은 Longman Preparation...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문법 콤플렉스가 너무 심하다면 이 책 한 권을 갖춰놓는 것도 괜찮을 듯. 관용적 표현을 잘 다루었다.

역시 배진용의 "두 번만 읽으면 되는 영단어". 기본적인 단어들을 이용한 표현들. 이 책들이 진짜로 두 번만 읽으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진영준의 "당신 영어 잘 해?". 요긴한 표현들.

"TSE 중등 영어교사 임용고시". 국내 유일의 TSE(Test of Spoken English) 수험서. TSE는 각 Part마다 모범답안을 하나씩 만들어서 그걸 완벽하게 외워버리면 도움이 된다는데.... 글쎄, 난 아마 TSE를 안보게 될 거다. UPenn에서는 여름에 TA들을 위한 영어 집중교육을 하는데, 그걸 통과하면 TSE를 안봐도 된다 한다. 그런데 중국사람 몇 명 빼곤 거의 통과한다더군...

이영수의 "문화를 알면 영어가 쉽다". 욕설, 비어, 속어, 기타 영어의 터부시되는 언어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긴 알아야겠지....

박영복의 "생생영어 1,2,3". 영화에 나온 장면들만으로 예문을 채운, 정말 독창적인 숙어집.

<맺음말>

위에 적은 것들은 97년 4월부터 18개월간 공익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그 이후 유학준비를 핑계로 백수생활을 하며 입수한 것들이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긴 했지만 실제로 제대로 공부해낸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제대로 공부한 책들도 태반은 까먹었고... 하기야 본래 어학이란 것이 그렇게 알았다 까먹었다를 반복하며 장기기억을 형성해가는 것이기는 하다. 아마 더 충실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지금보다 영어도 더 잘할 테고 이 글도 더 충실해졌겠지. 그러나 이만큼이 지금 보일 수 있는 전부다. 미국에 가면 수시로 이런 것들을 복습하며 살아야겠거니 하고 다짐하지만, 글쎄 잘 될지... 여러분은 최소한 이 책들의 존재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으니 나보다는 훨씬 시간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좋은 전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나는 이제 머지않아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 이 학교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나는 전혀 교육적으로 혜택받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어쩌다 영재 운운하는 범주에 묻혀들어가게는 되었지만 나로서는 사실 낙오하지 않는 것만도 벅찬 노릇이었다. 내가 대관절 언제부터 그렇게 공부를 잘했었더냐? 나는 죽어라 공부해도 미적분학을 C밖에 받지 못했었고, 다른 건 돼도 수학자는 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제 수학을 하러 미국까지 흘러가게 된 것이다. 그냥 인생이 그렇게 풀려버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그렇게 살았던 것이 불행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사실 여기서 살았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 그 행복했던 시절을 이제 진짜로 걷어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익숙해진 너무나 많은 것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누구도 모른다. 내가 걸어온 길에 남은 것은 단지 시행착오 뿐인 것일까?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주절댄 것도 그 시행착오의 극히 일부분인 것이다. 싫어했던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참 허탈한 일이다. 사람이 철이 든다는 것은 그런 종류의 허탈함이 축적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에 나오는 인용문을 다시 인용하며 글을 맺을까 한다. 정말이지 이만큼 여기에 잘 어울리는 글은 또 없을 것이다.

For it is a tale of books, not of everyday worries, and reading it can lead us to recite, with a Kempis, the great imitator: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2000년 5월 26일 오전 8시 3분

자연과학동 3418호실에서 타이핑하다



Postscript(5월 29일 오후 4시): <듣기>에서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하나 빼먹었다. 테이프를 반복해 듣는 방법에 대하여. 처음에 테이프를 들으면 당연히 잘 안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더 쉬운 테이프를 찾는다든가 하지 말 것. 여기에 소개한 테이프들은 이미 충분히 쉬운 것들이다. 어떤 문장이 처음에 잘 안 들릴 때는 여러 번 반복해 듣고 의미를 파악해 내야 한다. 그래도 들리지 않으면 대본을 확인하고 다시 문장을 반복하며 왜 안 들렸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서 자신의 듣기 습관을 교정해 나가야 한다. (물론 어느정도 이력이 붙으면 모르는 문장은 제껴가며 핵심을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할 테지만, TOEFL 600을 넘기기 위해 분투하는 수준에서는 문장 단위로 철저히 정확하게 듣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 반복을 어떻게 할 것인가? 카세트레코더의 PLAY 버튼이 눌러진 채로 REWIND 버튼을 1초 정도 누르면 '찌지직-' 하면서 되돌아가는데, 문장과 문장 사이의 침묵은 그 '찌지직-' 소리에도 침묵으로 나타나므로 들어보면 한 문장만큼 되돌아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자동반복 테이프니 뭐니 해서 비싸고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데 다 별 소용 없고, 재생과 되감기만 확실히 되는 가장 싼 워크맨이면 족하다. 물론 음향기기를 사랑하는 이들로서는 테이프 버리는 질겁할 소리겠지만 본래 어학테이프란 두고두고 애장하며 듣는 물건이 아니잖은가? 끽해야 3번만 들으면 끝이지. 내 어학공부용 워크맨은 재작년에 5만원 주고 용산에서 산 건데 아직까지도 쌩쌩하고, 찌직거리는 것 때문에 워크맨이 상한다 해도 어차피 토플학원 한달 회비보다 싼 값이니 그리 가슴아플 게 없다.

 

 

KAIST 어느 재학생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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