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바낙스컵 한국낚시경기연맹 랭킹전 우승자 윤재현씨(44)는 7월말초 경기낚시 은퇴를 선언했다.
보석류를 가공해 연간 1백50억원 어치나 수출하는 회사(탑 주얼리)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더 이상 정상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윤씨는 지난해에도 BS코리아컵 바닥대회와 중층대회, 한국낚시경기연맹 삼우빅케치컵, 아쿠아텍배 토너먼트 등 4개 대회 우승을 거머쥔 바 있어 2년간 경기낚시에서 2천4백만원이나 되는 상금을 벌어들인, 민물분야의 명실상부한 챔피언이다.
윤씨는 경기낚시에서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려면 하루 2~3시간 이상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경기낚시의 선수층이 두터워져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윤씨 같은 고수들에게 피나는 연습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공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지난해 인터뷰때도 윤씨는 뭔가 얘기할 듯하다가 말끝을 흐리곤 했다. 그때 윤씨는 “공개를 한다면 반드시 월간낚시를 통해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연재의 시작에 윤씨를 초대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킬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철사편대채비의 마술사’란 별명을 갖고 있은 윤재현씨는 중층낚시와 내림낚시 분야에서도 깊은 이해와 실전 경험을 갖고 있으나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다며 ‘철사편대채비를 중심으로 한 바닥낚시 기법’에 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기낚시의 무대인 유료터나 손맛터를 중심으로 적용해 줄 것을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철사편대채비(이하 편대채비)는 원래 강선의 중앙에 조개봉돌을 가로로 물리고 강선 양쪽 끝에 합사목줄로 바늘을 연결, 마치 지게 형태의 구조를 띤 두바늘채비로 개발됐다. 철사편대채비는 2002년경부터 경기낚시에서 ‘우승테크닉’으로 시선을 끈 바 있다.
이 채비를 사용해 우승을 차지했거나 우승권에 접근한 선수로 윤씨 외에도 박병귀, 맹영수, 선동혁 등이 꼽힌다. 강선을 목줄처럼 사용한다는 점, 입에 걸린 바늘이 빠질 상황에서 다른 바늘이 몸에 잘 걸린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때 경기낚시에서 이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으나 현재는 다른 유형의 채비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기법으로 받아들이는 데 이론이 없는 상태.
윤씨는 이 채비의 봉돌을 2개(주봉돌과 보조봉돌)로 분할하고 그 균형의 비밀을 찾아냄으로써 편대채비를 완성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선 구조를 살펴보자. 원줄과 주봉돌(고리봉돌을 주로 쓴다)은 스냅도래로 연결한다. 스냅도래를 써야만 부력 균형을 세밀하게 조절할 때 O링을 가감하기 편하다(사용법은 추후 설명). 주봉돌 아래 8~9cm 길이의 합사를 연결하고 그 아래 지게 모양의 채비를 단다. 가로로 놓인 길이 5.5cm 강선 가운데 보조봉돌을 달고 양쪽 끝엔 각각 2.5cm 합사 목줄을 연결한다(그림1과 사진1 참조). 바늘의 색을 달리해 붕어가 어느 미끼에 반응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투박해 보이지만 민감한 구조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이지만 편대채비를 가볍게 찌맞춤하면 놀랍도록 예민한 채비가 된다. 기본적인 찌맞춤 방법은 채비를 달고 케미꽂이의 1/3 정도가 수면 위로 노출되게 하는 것이다(사진2 참조).
현장에서 사용할 때는 여기에 중층낚시용 O링을 가감해 찌맞춤 정도를 조절한다. O링은 대ㆍ중ㆍ소 세 가지가 있어 필요에 따라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원줄과 주봉돌을 연결하는 스냅도래에 하나씩 걸어주면 사용 중 떨어지는 일도 없고 제거도 쉽다.
이제 어떤 경우에 얼마나 큰 O링을 달아줘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각자 낚시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대체로 3가지 단계로 나누어 찌맞춤을 한다. 그 중 어떤 찌부력이 좋은지는 상황이 결정한다.
케미꽂이의 1/3 정도가 수면 위로 노출될 정도의 찌맞춤이라면 채비는 강선 부분까지 뜬 상태에서 목줄이 곧게 펴지고 미끼만 살짝 바닥에 닿는다. 또 케미꽂이가 수면과 일치될 정도의 부력 균형에서는 목줄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두 봉돌과 강선은 떠 있게 된다.
케미컬라이트가 절반 정도 잠길 정도로 맞춰지면 보조봉돌과 강선이 바닥에 살짝 닿은 상태일 것이다. <그림2>는 이 세 단계의 찌맞춤을 각각 어분 콩알낚시, 글루텐떡밥 콩알낚시, 손맛터에서 채비가 내려가는 동안 입질이 들어올 때 등등의 상황에 적용해 사용하면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O링 달아 부력균형 미세하게 조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상태의 부력 균형을 연출할 수 있을까. 상황이 바뀔 때마다 찌를 새로 맞춰야 할까. 그러다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찌맞춤을 또 새로 해야 하는 것일까.
이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중층낚시 소품인 O링. O링은 원래 중층낚시의 긴 목줄 2개를 서로 얽히지 않게 달기위한 것으로 줄의 굵기에 맞춰 골라 쓸 수 있도록 대ㆍ중ㆍ소 3가지 제품이 나와 있다.
윤씨를 비롯한 몇몇 전문 경기낚시인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1~2월경에 찌 제조회사에 특별 주문, 본인의 취향에 맞은 동일 제품 4백~5백여 개 중에서 부력이 아주 비슷한 30~40개를 골라낸다. 이것으로 세밀한 찌맞춤을 해서 몸에 익히면 경기 도중 찌가 부러져 새 찌를 꺼내 쓸 때도 언제나 동일한 부력의 찌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낚시인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일. 단골 낚시점에서 최대한 부력이 비슷한 것을 골라 다리에 편납을 감는 방법으로 동일한 부력으로 맞춰볼 수 있을 것이다. 찌 부력이 동일해지면 봉돌을 조절하는 것도 한결 편리하다고 윤씨는 말한다.
<그림3>은 윤씨가 일반인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찌부력 조절법을 표현한 것이다. 우선 자신이 즐겨 쓰는 찌로 강선과 봉돌이 뜨고 목줄이 펴진 상태에서 바늘이 바닥에 살짝 닿도록 찌맞춤을 해보자. <그림2>의 3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여기에 O링을 하나씩 달아가면서 찌톱이(수면 위로 드러나는 케미컬라이트와 케미꽂이가) 얼마나 가라앉는 지, 그때 바닥의 채비는 목줄이 얼마나 구부러지는지 등을 살펴보자.
대(大) 사이즈 O링 하나를 달았을 때와 중(中), 소(小) O링을 달았을 때의 차이는? 또 작은 사이즈 2개를 단 것과 작은 사이즈 1개와 중간 사이즈 하나를 달았을 때의 차이는? 이 각각의 경우를 구분해가며 잘 익혀두면 놀랄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장에서 다른 꾼들이 까다로운 입질에 애를 먹을 때 슬그머니 채비함에서 O링 하나를 꺼내 달아주는 것만으로 몇 마리쯤은 앞서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씨는 이를 어중간하게 익혔다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어떤 크기로 몇 개 달아서 채비가 어떤 상태로 놓였고, 그 결과 입질과 찌올림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실하게’ 알아야만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윤씨는 강조한다.
다시 <그림2>로 돌아가 보자. ①은 붕어가 어분에 흥미를 보일 때(붕어가 어분에 흥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백색 바늘과 금색 바늘-은 <그림1>에서 이미 설명했다) 선택해볼 만한 기법이다. 어분을 잘 먹는다는 것은 바닥이 깨끗하다는뜻이다. 유료터라 하더라도 새물이 유입되는 상류의 마사토 바닥은 대체로 깨끗한 상태가 유지된다. 또 지렁이 등 동물성 미끼를 잘 먹을 때도 효과적이다. 수심 깊은 곳에서 헛챔질이 잦을 때 채비를 이렇게 바꿔보면 상태가 개선된다.
바닥에 감탕이 많을 때는 ②의 상태로 맞춰 미끼가 감탕에 묻히는 것을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글루텐떡밥도 비중이 가벼운 것을 선택한다. ③은 최악의 상황에서 꺼내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 바닥이 극도로 지저분한 곳, 흡입력이 약해서 하는지 마는지 입질할 때, 뜨거운 한낮 손맛터의 붕어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 등등에 시도할 만한 맞춤법이다.
이런 선택을 하려면 바닥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유입수가 있는 상류(수면이 작은 유료터에도 물이 들어오는 곳은 있다)는 상대적으로 바닥이 깨끗하고 하류 쪽엔 침전물이 많다. 물갈이를 잘 하지 않는 손맛터는 대부분 바닥에 앙금이 많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외부 조건을 보아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으면 일단 그곳에 채비를 넣어 보도록 하자.
<그림4>에서처럼 미끼 없이 채비만 넣어 안착시킨 뒤 2~3분 정도 살펴보면 미세하게 찌가 가라앉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곳은 바닥에 감탕이 많다. 봉돌이 천천히 감탕을 파고들기 때문에 찌톱이 가라앉는 것이다. 여기서 무거운 찌맞춤 채비를 쓰면 미끼가 감탕에 묻히거나 미끼 흡입시 더러운 것이 함께 붕어 입으로 들어가면서(붕어는 이런 상태를 매우 싫어한다) 불규칙한 입질이 유발된다. 가급적 다른 자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나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할 상황이라면 <그림2>의 ②나 ③의 찌맞춤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봉돌의 무게 안배도 기법으로 활용
찌맞춤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원줄의 무게다. 낚싯대가 당기면서 잡아주기 때문에 원줄 무게는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비(非) 과학적인 주장이 횡횡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줄 무게가 찌맞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비중이 낮은 모노필라멘트 낚싯줄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낚싯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연히 계산에 넣어야 하지만 제조회사, 길이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이 역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채비를 던지고 원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태를 파악하면서 찌맞춤을 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하다.
윤재현씨는 봉돌에 대해서도 연구를 거듭했다. 중층낚시에서 이미 봉돌의 분할, 위치 등이 채비의 하강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됐기 때문이 이를 응용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윤씨는 말한다.
<그림5>는 주봉돌(A로 표시)과 보조봉돌(B)의 무게 분할을 달리 해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윤씨는 전공(보석 가공)을 살려 동일 무게를 각각 5:5, 8:2, 9:1로 나눠 배치해 보았다(사진3은 8:2와 9:1의 예).
5:5 배치는 종조류가 있을 때 안정적인 입질을 보장한다. 흔히 우리는 바람의 영향에 의한 횡방향 대류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 편이나 종조류에 대해선 무감한 편이다. 찬 공기가 표층에 닿아 표층의 물이 내려갈 때, 바닥에서 찬물이 솟아 아래쪽 물이 밀려 올라올 때 등등의 경우에 종방향 대류가 발생한다. 이때는 5:5 정도로 아래쪽에도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수심이 3m 이상으로 깊은 곳에서도 5:5 비율이 적당하다. 평상적인 상황이라면 8:2 정도의 균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윤씨는 말한다.
개체수가 많은 손맛터에서 집어가 잘 되고나면(혹은 고기가 살짝 떴을 때) 채비가 내려가는 도중에 입질이 들어올 때가 있다. 이때는 9:1의 균형을 갖춘 편대채비가 위력을 발휘한다. 어느 한쪽을 무겁게 만들어서 채비가 바닥으로 빨리 내려가도록 돕는 것이다. 더러 내려갈 때 입질이 들오면 더 좋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불규칙한 입질은 헛챔질을 유발할 뿐이다. 경기낚시의 경우 불규칙한 입질은 종종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또 채비 부분의 무게를 줄여주면 내려갈 때 입질하는 붕어가 느끼는 이물감도 작아진다는 것이다.
윤씨는 경기 도중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채비를 고루 준비해두곤 한다. 일반 꾼도 유형별로 2~3가지 정도 각각 준비해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어느 낚싯대에 어떤 채비가 달려 있는 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낚싯대 보관용 집에 A, B, C 등의 표시를 해두곤 한다(사진 4).
윤재현씨는 철사편대채비의 장점으로 ‘정직하고 분명한 찌올림’을 꼽는다. 윤씨가 제시한 기법이 만병통치약일 순 없지만 잘 익혀두면 평소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챔피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정직한 찌올림’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멋지고 가슴 벅차겠는가.
출처 : 월간낚시 200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