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기행 그 두 번째 이야기.
전남 화순에 이어서 두번째 남도여행을 떠나보자. 사실 우리지역민들에게 있어 주말여행을 다녀오기가 가장 안성마춤인 곳이 전남지역이 아닌가 한다. 동쪽으로 이동하자니 마산, 부산, 울산 등 도심만 연상이 되며 남해고속도로의 극심한 정체현상은 발걸음을 더욱 쉽게 옮기지 못하게 한다. 그에 반해 산, 들판, 바다 등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더불어 시원하게 뚤린 고속도로 등을 생각한다면 굳이 ‘낭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호남지역이 그만이지 싶다. 핸들을 좌로 꺽어 보성을 향해보자.

보성녹차밭 = 대한다원?
사실 보성녹차를 알리기 위한 보성다향제는 이미 지난 5월 3일부터 6일까지 보성녹차밭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하지만 보성녹차밭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오히려 인파로 붐비는 축제기간을 피하고 중작(中雀)을 수확하는 지금이 가장 짙고 아름다운 녹차잎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녹차의 수도 보성에는 개인소유의 수많은 차밭이 있지만 가장 알려진 곳이 바로 ‘대한다원’이다. 대한다원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특히 경관이 아름다워 영화 ‘선물’, ‘목포는 항구다’, CF ‘SK텔레콤(수녀와 비구니편)’, 드라마 ‘여름향기’, ‘하노이의 신부’ 등의 촬영지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성녹차밭은 ‘대한다원’을 가르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보성녹차밭은 내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일본, 태국, 대만, 유럽 등의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네이버 인조이재팬 여행란을 보면 한국여행지중 보성녹차밭을 추천하는 일본인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누가 찍어도 작품사진이 된다.
대한다원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한결같이 쭉쭉 뻗은 전나무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유명한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숲길에는 비할바 못되지만 아담한 느낌의 숲길은 ‘초록융단’의 차밭을 알리는 ‘전주곡’으로는 손색없이 다가온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비탈진 산기슭에 들어선 차밭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디에서 찍던 누가 찍던간에 셔터를 눌리는 순간 이미 작품을 담아 내는 풍경이다. 새벽 일찍 도착한 분들이라면 차잎을 따는 아낙네의 한 폭 그림같은 모습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대한다원의 바로 옆에는 봇재다원이 있는데 정갈하고 산뜻하게 정리된 느낌은 대한다원만 못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은 대한다원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나뚜르’도 울고 간 녹차아이스크림?
대한다원안의 휴게시설인 ‘쉼터’에는 녹차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층음료점에는 아이스크림, 쉐이크, 커피를 비롯 팥빙수, 쿠키까지 모든 메뉴에 녹차가 들어가며 2층식당에선 녹차자장면, 녹차냉면, 녹차비빔밥 등 녹차를 원료로한 한끼 간단 식사를 즐길 수가 있다. 그 중에서 단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녹차아이스크림이다. 소프트아이스크림에 연한 녹차향이 곁들여진 녹차아이스크림은 초여름의 날씨인 요즘 최고의 간식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녹차밭을 관람한 후 내려오는 길에는 다원내에 있는 작은 찻집을 들러보자. 찻집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어린차잎으로 만든 고급 ‘우전차’를 즐길 수가 있다.
가는길엔 밥먹고 욕먹고..
진주에서 보성녹차밭까지는 넉넉잡아 2시간이면 도착한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 순천을 거쳐 다시 국도를 이용하여 벌교를 지나면 보성땅이다. 보성땅으로 가는 길에 벌교입구에서 쭈꾸미요리를 맛보고 가는 일정도 추천할만하다. 순천시 별량면에 있는 “욕보할매집(동백식당)”은 전국에 알려진 쭈꾸미 전문점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 주인할머니는 대단한 ‘욕쟁이’이다. 옛부터 벌교에선 주먹자랑을 하지 말라 했는데 욕보할매집 욕쟁이 할매 앞에서는 ‘입자랑’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어떤 대꾸던지 할머니는 시종일관 쌍욕을 붙이신다. 모르고 간 사람들에겐 실례가 될 수 있겠지만 다들 소문듣고 왔는지 할머니의 욕지꺼리에 반갑게 화답을 한다. 껄죽한 양념의 짱뚱어탕과 쭈꾸미 볶음이 유명하지만 할머니는 음식맛을 자랑하지 않는다. “맛이 무슨 개뿔이나 맛있어! 좆도 모르는 잡것들이 맛타령이나 하고 있지. 안먹는 것보다 나응께 쳐 먹던가” 그리고 쭈꾸미 한접시를 더 시킬라면 “고마 쳐 먹어. 딴 놈들한테도 팔아야제. 배고프면 밥이나 많이 쳐먹던지..”라고 추가주문을 거절한다. 어쨌던 알고 들린다면 쭈꾸미도 맛있게 먹고 욕도 많이 얻어 먹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 - 율포
진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보성녹차밭에서 우회전하여 율포면으로 향해보자. 차로 10분만 가면 율포해수욕장이 나온다. 율포앞바다는 작년 9월 욕정에 못이긴 70대 노인이 젊은여성 2명을 살인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앞에는 율포해수탕이 위치한다. 이곳은 지역의 자랑인 녹차를 이용한 해수탕을 운영하고 있는데 탕안에서 드넓은 창을 이용해 바라보는 넓은 바다풍경은 과히 절경이라 하겠다. 율포를 거쳐 순천방향으로 나온다 해도 시간상 큰 차이가 나지 않으니 굳이 해수탕을 즐기지 않더라도 이 길을 이용해보심을 권해드린다.

tip
녹차의 종류
녹차는 크게 네 종류로 나누는데, 분류방법은 채취시기에 따른 것이다. 녹차 중에서도 특히 최고급으로 치는 우전은 봄과 함께 찾아온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봄은 축복받은 계절이다.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찻잎에 싱그럽게 감도는 향이 그 어느 때보다 은은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곡우(4월 20일) 이전의 어린 차잎으로 만든 우전(雨前)은 그 맛이 봄처럼 연하고 향기롭다. 맨 처음에 거둔 차라 하여 첫물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곡우가 지난 후 5월초까지 사이에서 거둔 가늘고 고운 차잎을 세작((細雀)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 거두는 것이 중작(中雀)이다. 세작과 마찬가지로 5월에 잎을 따지만 초순이 아닌 중순에 딴다. 이후부터 6월초까지 만든 것이 대작(大雀)이다. 이렇듯 차잎을 따는 시기가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맛의 향과 깊이는 전혀 달라진다. 영양가는 앞서 딴 것일수록 풍부하지만, 다소 떫은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중에 딴 것이 적합하다. 하지만 이 또한 애호가들을 위한 구분일 뿐 실제 보통 사람들의 미각으로는 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우전과 세작 등은 따는 시기와 맞물려 각각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네물차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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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보성녹차밭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다 좋은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천에 있는 다자연 녹차밭도 좋았어요
아이고 가까운데를 못가봤네요. 등하불명이라고... 꼭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초록빛은....늘 맘을 넉넉하고 찬찬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저같이 다혈질 인간에겐 특히나....ㅋㅋ
그리고 겨울에 보성 차밭에선 '빛의 소리 축제'를 합니다. 한 2여년 전쯤 1월 보성에서 1박을 하게 되었는데, 차밭에 아름다운 구슬등을 장식해서 어두워지니 빛을 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빛과 어우러진 보상 차밭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한겨울밤 땅에 별이 뿌려진 것처럼 빛나는 차밭도 보신다면 또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