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동해바다로오~
강릉으로의 기차여행은 동두천두드림장애인야학의 현장학습체험으로 기획되어졌다.
정식 명칭은 [동두천 두드림 장애인야학 -2010 현장학습 겨울바다열차체험 ]이며, 일정은 1박2일, 여정은 동두천 - 청량리 - 강릉 - 삼척(강릉에서 삼척까지는 바다열차) 전차, 기차 모두 합해 가는데만 10시간정도 걸린다. 인원수 총 15명 그 중 휠체어를 탄 사람은 6명.
장애인들이 어디로 여행간다는 것은 그다지 쉽지않다. 대중교통의 하나인 기차여행은 더욱 그렇다.
처음에 기차여행을 떠난다고 했을때 모두들 설레이기도 했겠지만 귀가할때까지 긴장했으리라.. 나를 비롯한 야학 일행은 동두천에서 청량리로 향하는 첫차를 타기위해 밤을 꼴딱 세우다 시피했다.
새벽 4시, 눈도 제대로 못뜨는 내게 기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설레임과 지각, 날씨 걱정으로 설핏 든 잠결에...
어머니와 함께 여행 채비를 서둘렀다. 집을 막 나서는 순간 교장선생님이 준비 다 되었냐고 전화를 해주셨다. 혹시 모를 낙오자 때문에 무척 걱정하신 모양이다. 후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가 그래도 선생인데 지각해서야 되겠습니까?
교장선생님과 야학의 대부분 사람들은 보산역,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동두천중앙역에서 그리고 또 한분은 지행역에서 전철의 첫차를 탔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고, 전철은 우리만 전세 낸 듯 했다. 우리들이 탄 칸만이 왁자지껄 밤을 깨웠다.
1시간을 달렸을까.
우리들은 강릉행 기차를 타기위해 청량리역에 내렸다.
서울에 오니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출근인파 속에서 6대의 휠체어가 비좁고 느린 앨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려면 다른 일행들은 잽싸게 행동해야만했다. 예약해놓은 기차시간에 맞춰야 했기에.
마음이 급해서였을까? 어머니 손에 끌려진 내 휠체어가 청량리역에서 내리려는 순간 전동차 문이 닫히고 나는 그 사이에 끼였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미리 역무원들을 집합시키지 않았다면, 그리고 역무원들이 도와주지않았다면 난 아마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아찔한 순간을 웃음으로 떨어버리고 기차를 타기위해 고고씽~
역무원들의 날렵한 경호로 무사히 강릉행 기차를 탔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차창 넘어의 풍경이 스르륵 미끄러지듯 움직이더니 새벽 7시 드디어 우리들의 기차여행이 시작되었다.
강릉으로 가는 열차안에서 먹은 아침밥은 솜사탕같았다. 교장 사모님이 손수 준비하신 김치볶음밥이 어쩜 그리 맛있을까? 사랑과 배려, 정성이 듬뿍 담겨서였으리라.
청량리에서 강릉까지 거의 7시간 걸렸다.
그 긴 시간동안 휴대폰으로 창밖풍경을 찍기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
드디어 강릉 도착!
기차의 경사로가 올라올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는 마치 곡예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스릴을 교장선생님은 맘껏 즐기시는 모습.. 역무원의 도움 없이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돌려 힘껏 내려가시다니! 과연~
강릉역에서 삼척까지 가는 바다열차를 타게됐다. 우리의 최종 목표인 바다열차체험!
시원하게 뚫린 듯한 창을 마주한 채 좌석이 두 줄로 배치된 바다열차야말로 우리들을 환호케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앞좌석에 앉아 기차안에서 감질나게 봤던 바다를 흠뻑 시야에 담을수 있었다. 강릉,동해,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일대를 마음껏 눈에 넣었다.
드라마로 유명해져 연말연시만 되면 가족이나 연인들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북적거리는 정동진썬크루즈는 대낮이라 한산했지만 그나름대로 운치가 있어보였다.
강릉 통일공원의 커다란 함정도 눈에 들어왔는데 열차의 승무원안내멘트“이승만 대통령 때...” 사진 찍기에 열중한 나머지 들어도 기억이 가물하다.
추암해수욕장의 일출장면은 텔레비전 애국가 장면에 등장하는 곳으로 이 곳 바다에 떠 있는 커다랗게 우뚝 서 있는 바위가 형제 바위라 했다. 과연 의좋게 동해바다를 지키고 있는 형제모습을 닮았다.
멀리 보이는 묵호항도 바다와 어우러져 있었고, 따뜻한 겨울날이라 동해바다는 마치 속깊은 여인의 푸른 치마처럼 팔랑거렸다.
강릉에서 약 1시간여를 바다와 들판을 거쳐 달려와 보니 종점인 삼척이었다. 거기서 우린 잠시 내려서 바람도 쐬고 바다향을 만끽했다.
우리는 왕복으로 예약을 했기 때문에 다시 바다열차에 올라 강릉으로 왔던 길로 되돌았다.
덕분에 갈 때 놓쳤던 풍경을 복습할 수 있어 좋았다. 마침내 신청곡 받는 시간에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흥겨웠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오~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오호~~~”
강릉의 장애인콜밴을 타고 어느 찜질방에서 짐과 몸을 풀고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야학의 학생 중 가장 큰 일군은 태훈씨와 대성이었다. 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때묻지않은 영혼의 소유자로 무거운 짐 운반이나 휠체어를 밀어주는 역할을 도맡아했다.
전청희 사무국장님은 이번 바다열차체험을 기획하고 총 지휘하셨고, 물론 교장 선생님이나 사모님의 적극적 활동이 더욱 이번 여행을 빛나게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녁을 먹은 후 여가 시간에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을 각자 발표했다.
모두들 개성있는 소감을 말했는데 공통점은 감격과 행복이었다. 동두천에서부터 강릉까지 살아있는 교육을 체험한 것이다.
서로 몸이 불편하면서도 더 힘든 사람을 도우며 부족함을 채워가는 모습은 찜질방 사우나에서 더욱 빛이 났다.
야학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계신 왕언니는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태화님을 어머니처럼 챙겨주시고 나 역시 업어나르기를 시도하려는 것을 우리어머니가 간곡히 만류하셨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들...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체험학습이다!
잠은 자는 둥 마는 둥 하다시피, 새벽 2시 반쯤 일어나 어머니와 함께 찜질방에 잠시 누워있다가 샤워실로 들어갔다. 곤히 자는 일행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살짝 나왔는데 샤워를 시작하니 일행이 모두 모였다.
거의 우리 뿐인 샤워실에서 여유롭게 씻고 나갈 채비를 끝내니 어느덧 5시.
콜밴이 우리를 강릉역까지 데려다 주러 기다리고 있었다. 인원이 많아 두 번에 나눠 실어날라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으셨던 강릉시 장애인 콜밴 기사님은 따뜻함이 몸에 밴 분 같았다. 얼굴이 안보일 정도로 어두운 꼭두새벽에 운행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먼길 가는데 먹으라며 김밥까지 사주셨다. 자그마치 20줄...
흔히 우리는 고마움도 잊지 못하고 서운함도 잊지못한다. 마음이 얕으면 서운함이 오래 가지만 마음이 깊으면 고마움을 더 오래 간직하고 잊지 않아야한다. 강릉 장애인 콜밴 기사님께 모두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우리는 강릉역 대합실에서 뜨끈한 컵라면 국물을 후루룩거리며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서울 청량리 행 첫차를 타기위하여.
첫차를 타면 가면서 동해의 일출을 볼수 있다고 했다. 과연 서울보다 해가 일찍 뜨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해돋이를 찍으려고 무진장 바둥댔다.
어느새 해안선이 새색시 볼처럼 발그레해지더니 천지가 환해졌다. 나의 휴대폰에는 그 때 찍었던 발그레한 색의 수평선 사진이 몇 컷 저장 되어있다.
강원도는 곳곳이 다르다는 것을 이번 기차여행에서 눈으로 보았다. 산으로만 둘러싸인 곳, 바다가 블라인드처럼 드리워져있는 곳, 눈이 솜처럼 덮혀 있는 곳, 가을날 말갛게 이발을 하고 봄을 기다리는 넓디 넓은 들판도 모두 강원도이다.
조금씩 피로감이 몰려와 난 그대로 엎어지거나 자빠진 채로 콜콜 했다^^
교장선생님은 한창 잠에 빠져있는 날 툭툭 치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무슨 화가가 이래~ 저런 좋은 풍경은 안보고 잠만 자요? 쿠히히히......”
아무려면 어떤가, 난 행복감에 물든 채 자는데~
우리는 무사히 청량리에 도착했고, 개선장군처럼 동두천에 입성했다.
강릉에서 먹지못한 회를 동두천의 어느 횟집에서 먹으며 소주 한잔에 추억을 담았다.
가슴 속엔 달큰한 기차 여행의 추억이 가득차 있다.
후기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빨리 올리고 싶었지만 소소하게 일이 겹쳐서리...
늦었지만 잘봐주시구요...^^
그림 그리듯 묘사하려니 문장력이 딸리더이다^^;
중간중간 빠진 대목도 있고, 잘못된 부분도 있을거지만,
너그럽게 잘 봐 주시구요~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역시 화가님의 감성은 남다릅니다....잘 읽었구..우리 함께 행복했던 그때의 감동이 다시금 몰려오게 해줌에 감사해요...새해엔 영워니님의 감성이 너울거리는 후기를 몇편 더 만나고 싶네요..달착지근 맛나는 글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와우 구족화가이신 이윤정 샘
마니마니 감동먹었습니다.
이번 기차체험은 여러분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일부분 장애를 극복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봅니다
네넴~ 맞아요~기회 뿐 아니라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렇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