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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2 차(슬재→경각산→불재→치마산→염암부락재)
2005년 6월 19일 (일요일) 맑음(무더위)
▶ 개요
*6월 18일 (토요일)
-. 23:00 울산 구 코리아나 앞 주차장 출발
*6월 19일 (일요일)
-. 02:35 슬재 도착
-. 03:30 슬재 출발
-. 05:26 469봉(무덤 봉우리)
-. 05:35 군부대 경고판
-. 05:43 산불 감시초소
-. 06:02 갈미봉(삼각점 확인)
-. 06:40 쑥재
-. 07:35 옥녀봉 갈림길
-. 08:06 측백 조림지
-. 08:27 전망대 바위
-. 08:43 효간치
-. 09:48 경각산 전위봉 (중식)
-. 10:35 중식 후 출발
-. 10:44 경각산 (659.6m, 삼각점 확인)
-. 11:04 전망대 바위
-. 11:20 불재 통과
-. 11:30 활공장
-. 12:59 치마산
-. 14:34 마지막 암봉
-. 14:51 염암부락재
▶현재까지 호남정맥 종주 도상 거리 : 42.2km(사람과 산 종주 지도집 참조)
▶산행기
-. 02:35 슬재 휴게소 도착
안개가 자욱하다. 고향이 이곳 방면인 김내곤 선생이 날씨가 맑다면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 빛날 텐데 라며 아쉬워한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날파리며 모기가 기성을 부리지만 현자 씨가 특별히 마련해준 떡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커피 믹스를 한잔씩 때리고 휴게소를 나선다.
-. 03:30 슬재 출발
이따금씩 질주하는 차량을 피해 17번 4차선 국도를 횡단하여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진 안슬치 마을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퍽이나 인상적인 마을 앞 4각 정자를 지나 축사를 지나고 이동통신사 중계 탑을 지나 계속 임도를 따른다. 갈림길 임도에서 직진을 택하여 잠시 만에 양쪽에 널따란 밭인 지도상의 실치재인 듯한 안부에서 오른쪽 밭고랑을 타고 산을 접하여 소로를 따라 원로를 회복하여 잡목속 등성이를 따르다 작은 봉우리 하나 넘어 환하게 불을 밝힌 군부대 철망을 끼고 전진을 하니 초병의 접근 금지 구령이 떨어진다. 등산로가 아니니 돌아가란다. 낭패다. 어림짐작으로 시작한 들머리부터가 문제였다. 다시 뒤잡아 내려오지만 등로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30여분 오르내리다, 회장님의 지독 판독으로 마루금을 회복한다.
밭고랑을 벋어나 잡목 속 오름길 잡시 만에 오른쪽으로 다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었으나 우린 계속 오름길을 고집하다 낭패를 보았다. 오른쪽이 사면인 정로를 잠시 따르니 얕은 등성이로 북진이 연결되고 임도 같은 널따란 공사도로를 따라 절개지를 내려서니 우리가 운행한 임도는 745번 도로의 절개지를 가로질러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만들어 놓은 다리 위가 되고 오른쪽은 완주군 상관면이고 왼쪽은 임실군 신덕면이다.
-. 05:26 469봉(무덤 봉우리)
널따란 임도와 방화로를 따라 평탄하게 지나가던 마루금이 잠시 오르막이더니 469봉이다. 잡목을 병풍삼고 촉촉이 젖은 잔디로 덥힌 무덤이 한 기 있다. 어둠과 잡초로 인해 삼각점을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했다.(지나친 후 469봉에 삼각점이 있다는 생각이 났음)
-. 05:35 군부대 경고판
-. 05:43 산불 감시초소
큰 특징 없는 트레킹 코스이지만 바람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전신은 벌써 흥건히 젖어 온다. 장재 인 듯한 희미한 안부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며‘이 지역은 폭발물 처리장이므로 출입을 금지 함’이라는 군부대 경고판을 지나고 잡초만 무성한 작은 봉우리의 산불 감시초소를 연달이 지난다.
-. 06:02 갈미봉(539.9m, 삼각점 확인)
서서히 새벽이 열리고 있다. ‘육군’이라고 새긴 시멘트 말뚝이 간간이 보이고 약간의 오름길을 올라 갈미봉이다(06:02 539.9m). 헬기장이 있고 ‘갈담 305 1984 재설’삼각점을 확인한다. 사방은 참나무의 푸른 잎들로 장막을 두르고 있어 조망은 없다. 그 너머로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다. 숨을 고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북진으로 잡고 휘어지며 내려선다.
-. 06:40 쑥재
방화로 같은 등로 오른쪽에 콘크리트 군 초소 같은 막사를 언뜻 지나고 차츰 고도를 낮추더니 쑥재이다. 지도상 임실군 신덕면 월성리쪽으로는 도로표시가 있으나 쑥은 없고 갈대와 쑥대만 웃자라 무성하고 완주군 쪽으로는 희미한 오솔길에 역시 잡초만 무성하다. 차츰 선두와 간격이 벌어진다. 형수님을 두고 혼자오신 이수 형님을 먼저 보내고 퍼질러 앉아 쉰다.
-. 07:35 옥녀봉 갈림길
쑥재를 가로 지르자 서서히 오르막이다. 희미한 4거리 안부를 지나자 고도를 더욱 높인다. 된비알 오르막이다. 암릉을 쉬엄쉬엄 오르지만 벌써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다. 옥녀님이 뭇 남정네의 접근을 쉬 허락지 않으려고 깔딱 고개를 만들어 놓고 체력을 테스트 하나 보다. 겨우겨우 올라서 갈림길에 서지만 조금 비켜 앉은 옥녀님을 뵈옵는 영광을 포기하고 오른쪽 우회 도로로 접어 던다. 안부를 지나며 좌측으로 보이는 옥녀봉의 자태만 보고 위안을 삼는다.
-. 08:06 측백 조림지
-. 08:27 전망대 바위
측백조림지를 지나서 봉우리 하나 넘고 살짝 내려서니 다시 측백 조림지를 지나니 내리막이 시작되며 전망대 바위다. 안개에 쌓인 경각산이 앞을 가로막고 앉아 있어 올려다보아야 하고 가스가 가득 찬 월성리쪽 계곡에는 저수지와 작은 마을이 가물가물 잡힌다. 이제 마루금의 오른쪽은 완주군 구이면 이다. 왼쪽에 임실군을 두고 그 경계를 따라 크게 도는 형상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어이 차 기자! 이런데서 는 한 카트 해야 되는 기라 ‘경각산을 바라보며 조망을 즐기는 대원들’카~! 전망도 조코 제목도 직인다 아이가”
호남종주부터 합류를 하신 학순이 형님이시다.
“역시 형님이 나오시니까 분위기가 산다 아임니까!”
“그래 맞다 니 줄라고 가져왔다 이거 가져라”이수형님이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볼펜을 가져와 챙겨 주신다.
“감사 합니다! 행님들 때문에 내가 이를 악물고 따라 간다 아임니까”
-. 08:43 효간치
숨을 고르고 내려서니 희미한 등로에 온통 잡초 넝쿨로 뒤 덥힌 효간치 이다. 그래도 하얀색과 미색의 인동초가 눈에 띤다. 하얀 인동초는 향기가 좋아 향수의 원료로도 쓰인다고 했는데
-. 09:48 경각산 전위봉 (중식)
다시 된비알 오름길이다. 이미 온 전신은 땀으로 목욕을 하였다. 한걸음, 한걸음 사정을 하며 오른다. 고래 “경” 뿔“각”즉 이름대로 하자면 고래머리의 뿔을 닮았다는 산답게 오름길에서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한다. 바람도 한점 없다. 겨우겨우 작은 봉우리에 서지만 안개와 가스로 조망을 못하니 더욱 답답하다. 잠시 평탄하더니 다시 비탈이다. 마지막 고비 이다. "후다닥" 떡갈나무 잎을 때리는 굵은 빗방울 소리다. 차라리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갔으면 좋겠다. 사진기와 폰을 배낭안에 넣고 소나기에 대비를 하지만 몇방울만 떨구고는 지나가 버렸다. 두런두런 인기척에 마지막 힘을 짜내서 올라서니 중간 그룹이 점심 차비를 하고 있는 경각산 전위봉이다. 오늘부터 중간 중간에 설치키로 한 방향 표시기가 하나 꼬쳐 있다. 철수 솜씨구만
“지금 어디고? 활공장? 우린 여기서 점심 먹을란다. 혼자지만 니도 그기서 먹어 삐라”
현자씨는 보이지 않고 선장님만 식사를 하고 계신다. 오늘은 지난 차주와 반대로 현자씨가 낭군님을 두고 앞서 해 달렸나 보다. 반찬을 낭군님이 가지고 계신다고 했는데? 그러면 현자씨는 밥만 먹나? 모처럼(?) 더운 날씨 덕에 모두를 진이 많이 빠졌나 보다. 식사 시간이 신통치 않다. 너무 많은 땀을 흘린 후라서인지 꾸역꾸역 억지로 한술씩 떠 넣는다. 오수를 한잠 때리면 좋으련만 그래도 일정이 우릴 일어나게 한다.
-. 10:35 중식 후 출발
-. 10:44 경각산 (659.6m, 삼각점 확인)
새로운 기분으로 힘을 내서 오후 여정을 시작한다. 잠시 오르막에 경각산 정상이다. 널따란 헬기장에 이정표를 대신하는 전북 산사랑회의 정상비만 잡초 속에 묻혀서 뎅그러이 졸고 있다. 지도상에는 삼각점이 있다고 했는데? 지난 1주차를 통해서 다진 각오는, 현 위치 파악을 정확하게 하는 한 방편으로 지나가는 정맥상의 삼각점을 꼭 확인하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바쁜 발길을 멈추고 헬기장 풀 속을 헤쳐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바퀴 둘러보아도 없다. 포기를 하고 내려서다 오른쪽 바위 전망대 위에 올라서니 ‘이런! 바위위에 삼각점이라니!’ 가스로 겨우 형체만 보이는 구이 저수지가 아쉽지만 삼각점(갈담 304 1984 재설)을 확인한 기쁨으로 다소 위안을 삼고 발길을 돌린다.
-. 11:04 전망대 바위
정상을 내려서고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서 내리막 참나무 터널을 빠져 나오니 앞이 환해지며 바위전망대다. 불재 너머 가야할 치마산 쪽 마루금이 기를 죽이고, 구이 저수지와 구불구불 도로, 모악산은 가스에 차서 시원한 조망을 허락지 않는다.
-. 11:20 불재 통과
바위 전망대를 내려서서 내리막이다. 소나무 숲길의 가파른 육산길 내리막을 내려오다 말고 아니? 표지기가 없다. 당황하며 다시 뒤돌아 올라간다. 방금 내려왔던 내리막을 다시 올라가는 상황이 되니 힘이 쭉 빠진다. 그것도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전망대를 내려서니 직진하는 희미한 길이 있었는데? 철수에게 폰을 때린다. “똑바로 내려오소! 빨리 안 오고 머하요!” 이런 잘 내려오다 말고 귀신에 홀렸나? 다시 뒤돌아 그대로 내려온다. 가파른 내리막이 한껏 고도를 낮추게 하더니 무덤 군을 지나서 방화로를 따르니 2차선 아스팔트 포장 749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불재다. ‘불재뫔(?)도예원’이있다. 카페 같기도 하고 가든 같기 도하여 물통에 식수도 보충하고 땀에 젖은 손과 얼굴이라도 훔쳐보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지만 인기척도 없고 너무 조용하여 그대로 돌아 나온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잠시 쉴 수 있는 여유가 정녕 없는가? 참 별미 일 텐데…….
-. 11:30 활공장
-. 12:59 치마산
방화로를 따라 활공장을 내려서서 안부에서 오른쪽 소로로 등성이이 올라 오른쪽 마루를 따라 정맥을 이어 간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한 참을 올라서니 삼거리이고 참나무에 종이로 ‘치마산 정상 609m' 라고 부쳐놓은 봉우리이다. 왼쪽이면 지도상 치마산 이지만 고도 상으로는 여기가 더 높아 지도상의 표기를 의심케 한다. 말달릴 “치” 말 “마”라는 이름은 구이 저수지 옆에서 바라보면 말이 달리는 형상이라 하여 부쳐진 이름 이란다. 정맥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다시 천천히 내리막이다.
-. 14:34 마지막 암봉
점심을 서로 떨어져서 먹더니만 오후 들어서는 함께 걷고 있는 현자 씨 부부가 바로 앞서고 있다. 점점 온도는 올라가고 지열도 뜨거워진다. 지루하게 오르내리다 작은 안부를 지난다. 희미한 오솔길이 등로를 가로 지르는 작은 불재이다. 다시 오르막이다. 작은 오르막에도 쉬 지친다. 서서히 체력이 고갈되어 간다. 왼쪽으로 작은 저수지가 잠시보이더니 다시 오르막이다. 이게 마지막이려니 올라서면 다시 거대한 봉우리가(?) 버티고 가로 막고 있다.
‘그래 요기 마지막 이겠제’올라서면 더 높은 봉우리가 비웃듯 내려다보고 있고 피를 말리는구먼.
‘그래 직이라 직여’
선장님도 여간 힘들어하지 않는다. 낭군님 비위 맞추는 현자씨도 안쓰럽다. 오르다 쉬고, 쉬다 오르고 그저께 금요일 저녁에 부린 호기를 여기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한발 앞서 걷는 이수형님도 많이 힘 더나 보다. 하늘이 열리며 사방이 시원하게 뚫린 전망대 바위다. 신기 마을과 들녘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며 가슴이 탁 트인다. 오아시스가 이런 것 일까? 감로수가 이런 것 일까? 철수가 시원한 캔 맥주를 덜고 마중을 올라와 있다. 그대로 부어 버린다. 바위 위 그늘에 한 분이 오수를 즐기고 있다. 신선이 안 부럽겠다.
-. 14:51 염암부락재
철수가 선장님의 배낭을 받아 메고 앞서 내려가고 천천히 내려서니 회장님이 또 마중을 나와 있다. 가파른 절개지를 미끄러지며 내려서니 49번 지방도로가 폭염에 쌓여 있는 염암마을 재이다. 왼쪽이면 임실군이고 오른쪽이면 완주군이다.
“오늘 같이 힘이 들면 다음 차주 산행은 생각하기도 싫겠제.........그래도 내일 되면 다 잊어 삐리고 또 올기다 그지요?”현자 씨가 낭군에게 하는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하는지 하소연 하듯 하며 애마에 오른다.
“그래요! 정맥종주를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