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인취사와 프랜크린시 연꽃농장 방문기

본지에 연꽃관계 기사가 지난 6월호에 나간 이후 연꽃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 같다. 이 기사를 보고 아리조나주, 뉴멕세코주, 캘리포니아주, 버지니아주, 메랠랜드주, 보스톤, 콜로라도주,뉴욕등 미주 여러지역과 본국에서도 전화가 왔다. 스님도 여러 분 있었고 사찰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또 어느 분은 집안에 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키우고 있는데 꽃이 피지 않는 걸을 보니 혹시 이것은 가짜 연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문의하였다. 연꽃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이다. 본지는 앞으로 연꽃에 대해 연꽃을 기르는 법, 분갈이 하는 법, 연꽃을 이용하여 음식 만드는 법, 연꽃과 관련된 불교이야기, 연꽃 자수 등 연꽃과 관련된 기사들을 계속해서 실을 예정이다.

혜민스님과 정현스님
필자는 지난 6월과 7월 연꽃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며 연꽃을 보급하는 본국의 인취사와 미국 노스 캘로나이나 연꽃 농장을 다녀왔다. 이 기사는 이 방문지를 중심으로 해서 쓴 글이다.
6월 20일 필자는 공주 마곡사 뒤에 화림원이라는 토굴에서 수행하고 있는 정현스님과 함께 이곳에서 멀지않은 인취사(仁翠寺)에 갔다. 이곳은 백련을 많이 재배하여 연꽃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보급하는 곳이고 백련시사(白蓮詩社)라는 연꽃 축제를 주최하는 곳이다. 축제는 연못에서 해오고 있는데 내용은 연꽃을 보고 시와 수필 백일장을 비롯하여 그림그리기, 사진촬영 등이다. 앞으로는 심청이 선발을 통해서 효도사상을 선양하는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 할 계획이다. 올해가 8번째로 올해부터는 <온양연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아산시와 공동주최한다. 백련시사는 이 축제안의 한 프로그램이 되는데 장소는 인취사이다.

충남 아사시 신창면 읍내리에 있는 인취사는 조계종 마곡사 말사로 백제무령왕 19년에 창건된 절로 알려져 있는데 고증은 없다고 한다. 이 절 주지 혜민스님은 장설봉스님 상좌로 이곳에서 주석한 지가 30년이다. 법당 앞에 있는 요사채는 400년이 된 건물이라고 하는데 60년대에 한국에서 흔히 있던 초가집을 연상시켰다. 들어가 방을 보니 벽은 굽었고 문도 네모 반듯하게 맞지않아 문을 닿으면 모서리에 틈이 많이 생긴다.
들어가면서 보니 입구에 비닐하우스가 몇 개 보이고 연꽃을 키우는 커다란 프락스틱 용기들이 수 백개가 가지런이 놓여있다.
스님께 인사드리고 미국에서 보내 온 노란 연꽃(황련)을 비롯하여 연꽃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님이 연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전으로 최완수 씨가 이끄는 간송회에 가서 연꽃을 얻어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꽃은 꽃 끝이 붉으스레 한 꽃이었다. 그러나 현재 인취사는 주로 백련을 키우고 이 백련을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이 백련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 금당리 금당부락 금당지 연못에서 자라는 연꽃과 같은 연꽃이다. 이 금당지는 140여년 전에 이룩된 연못으로 전각이 하나 서 있다. 이 금당지 산 연꽃을 전라도 광주에서 한 뿌리 구해서 인취사에서 연못에 재배하여 본국 전국에 보급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연꽃을 하나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스님은 본국에서 연꽃 보급의 가장 앞자리에 서있게 되었다. 스님에 의하면 ‘요리는 백련 요리가 맛이 있고 법당은 5백년 앞을 내다보고 터를 잡으며 연못은 3천년 앞을 보고 터를 잡는다’고 하는 등 연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필자가 도착하기 전에 인취사에서 노란 연꽃이 피었다. 본국에서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면 무척 기뻑할 일이다. 이 황련은 본국의 한 식물원에도 있지만 꽃이 별로 아름답지 않아 미국에는 아름다운 황련이 있는데 본국에 황련이 없으니 알아봐서 구해달라는 서세옥 화백의 말씀을 듣고 필자가 황련 씨를 정현스님편에 보내 이를 혜민스님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꽃이 핀 것이다. 한번은 아예 화분에서 뿌리채 한국에 들고 가기도 했다. 황련은 2종류인데 다 한국에서 피었다. 필자 방문시에는 한 종류는 꽃이 피었다 지었고 다른 한 종류는 연 잎이 힘차게 나와 있었다. 스님은“ 백련은 잎은 청초한데 비해 이 황련은 자태가 아주 도도하다”고 말했다.
인취사는 매년 화분 1,000개에 백련을 심어 이중 좋은 뿌리를 연꽃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분배하고 있는데 스님은 “화분은 통이 클수록 좋고 연못을 만들려면 물의 깊이는 1미터가 이상적이다. 큰 연못에서 연을 재배할때는 2미터에 하나씩 심는 것이 가장 좋고, 연꽃은 햇빛이 가장 중요하므로 햇?騈? 연못을 통과하여 복사열이 상승할 수 있는 연못이 가장 이상적인 연못이다. 만약 연못에 햇빛이 투과하지 못하면 연못이 점점 퇴화 되고 그대로 놔두면 꽃이 피는 기간이 짧고 결국에는 연꽃이 피지 않고 연밭이 되고 만다. 연못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햇볕이 많이 드는 곳이어야 하며, 연꽃이 농약에 약하기 때문에 과수원 주변은 피하여야 하고, 태풍이 한번 지나가면 연꽃이 안 올라오고 연못이 쓰리기 장이 되기 쉬으므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피해야 하며, 물의 온도와 연꽃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물이 차가운 곳은 좋지 않다”고 아주 자세하게 말했다.
“화분으로 재배할 때 중요한 것은 이것의 크기로 화분이 작으면 연이 스트레스를 받아 점점 작아진다. 연못에서 재배할 경우 연 뿌리는 5미터를 뻗어가기 때문에 큰 화분을 사용하여야 하며 싹이 나올 때 거름이 너무 많으면 연꽃이 죽게되니 조심하여야 한다.”고 싹 나올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화분으로 재배할 때 영양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연꽃에 가장 좋은 거름은 돼지 분료이지만 이것이 충분히 발효해야 한다. 아무리 빨리 사용한다 하더라도 6개월 이상 발효된 것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발효기간을 강조했다. “화분에서 흙의 높이는 20 Cm정도가 좋고 물은 잎이 많이 올라오면서 부터는 화분 가득하게 담아야 한다. 줄기에 비해 연 잎은 굉장히 큰데 이것을 지탱하는 것은 연의 줄기가 나무와 달리 가운데가 텅 비어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스님은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꽃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연꽃은 온도와 아주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데 연꽃이 성장할 때의 온도는 섭씨 20~22가 좋고 꽃이 필때는 섭씨 26이상이어야 하고 섭씨 22 미만일때는 생육이 정지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집에서 화분으로 기를 때 물을 주는 경우 수도 물을 바로 받아 주는 것은 피해야 하고 물을 물통에 받아 화분과 함께 놓고 햇볕을 받게 한 다음, 물이 필요한 경우에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찬 수돗물을 바로 주면 성장이 후퇴하게 된다’고 한다.
스님을 따라 스님께서 손수 만들었다는 연못으로 갔다. 연못을 한바퀴 돌았더니 연꽃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800평이라는 연못에는 연잎이 자라고 있었고 하얀 백연도 드문 드문 피었는데 노랑나비를 비롯하여 여러 나비들과 잠자리가 날아다리고 방아개비등 메뚜기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메뚜기를 본 것은 실로 퍽 오랜만이어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연꽃 중에서도 백련이 특히 향기가 뛰어나고 백련의 뿌리가 음식도 맛이 있다고 한다. 스님에 의하면 연 꽃 재배는 식용 연을 위한 뿌리 농사가 있고, 스님처럼 꽃을 보기 위해 연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혜민스님의 연구와 노력으로 인취사의 연못은 6월부터 9월 초까지 끝없이 꽃이 나온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꽃이 피기 위해서는 매년 봄에 연못의 물을 빼고 연뿌리를 캐, 이 뿌리를 줄기에 따라 잘라서 다시 심는다고 한다. 화분에서 재배할 때도 꼭 분갈이를 매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 그러니까 연못이 크고 깊어 물을 뺄 수 없는 연못은 연꽃 재배지로는 부적당한 셈이다. 물을 넣고 빼는 시설이 필요없는 조그마한 연못인 경우는 물이 많으면 발동기를 이용하여 물을 뺄 수 있다.

이 인취사에는 서세옥 화백, 법정스님 등 사회적 저명인사들을 비롯하여 연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기도 하는데 연꽃을 가져 간 많은 사람들이 연을 가져가기만 할 뿐 그 뒤로는 소식이 없어 조금 아쉽다고 했다.
인취사에는 세계 각국의 여러 종류의 연들이 모이고 있다. 하얀 연꽃, 빨강연꽃, 노란 연꽃 등 세계의 아름다운 연꽃들을 모으고 있다. 우리의 화제는 파란 연꽃 즉 청련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청련의 이름은 분명히 법화경을 비롯한 경전의 이름에도 등장하고, 또 태자서응본기경,증일아함경,과거현재인과경,수행본기경 등에 나오는 부처님 전생설화중에서 선혜 행자와 구리 선녀와 사이에 얽히 이야기에도 푸른 연꽃이야기가 나온다. 혜민스님은 스님대로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 알아보기로 했고 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청련을 찾아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본지에서 알아본 결과 현재까지 메릴렌드주, 프로리다주 올랜드 부근, 텍사스 주 휴스톤 부근, 노스켈롤라이나 주 Franklin시에 연꽃 농장이 있다. 그리고 작년 본지에서 취재했던 버지니아 연꽃농장은 현재는 문을 닿은 상태이다. 또 미국에서는 L.A와 로스케롤라이나 프랭크린 시 Perry's Water Gardens에서 연꽃 축제를 하고 있다. 그중 Perry's Water Gardens 연꽃 축제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끼고 한다. 올해는 7월 1일부터 7월 4일 까지 연꽃 축제를 하였다. 올해로 19년째인 이 연꽃축제는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고 단지 농장을 개방하여 연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꽃을 구경하게 하는 행사였다.
필자는 미니 밴으로 필자를 포함하여 7명이 함께 뉴욕에서 출발하여 7월 1일 밤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새벽에 출발하였다. 날씨가 맑아 우리 일행의 마음도 함께 가벼웠다. 미국의 땅덩어리가 넓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교대로 운전을 해가며 부지런히 달렸다. 81번을 타고 메릴랜드 주, 버지니아 주를 거쳐 노스켈로라이나 주를 달렸다. 점심은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었다. 이 도로변에는 휴게소 시설이 좋아서 김밥을 잘 준비해 오거나 전기밥솥과 반찬을 준비해 와서 밥을 해도 되겠다. 내년에 오게되면 이렇게 하고 싶다.
노스켈롤라이나에 들어서 애팔라치아 산맥을 달리게 되자 한국의 설악산이 생각났다. 높은 산봉우리에 구름이 감겨있고 설악산을 연상시키는 산맥이 수 없이 나타났다. 온도가 높고 산이 높아서인지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울창한 푸른 나무들이 거대한 푸른 띠를 만들었다. 노스켈로나이나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 지역이 미국에서 가장 풍경이 뛰어난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Black Mountain이라 불리는 이 산을 가을에 한번 다시 가고 싶다.

연꽃축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까지 이므로 우리 일행은 쉬지도 않고 차를 몰고 왔는데 오후 4시를 넘겨 도착하였다. 연꽃 농장은 14에이커로 제법 큰 규모였는데 시간이 늦어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미리 준비해간 종이로 만든 연등, 연등 차걸이, 진각종에서 만든 연꽃 모자 등을 가지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텐트를 치고 사람들이 서너명 모여있는 곳은 햄버거를 파는 사람들이었는데 동양인인 우리들이 갑자기 연꽃모자와 연등 등을 들고 나타나자 아주 깜짝 놀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것도 멀리 뉴욕에서 차를 타고 왔다니 놀랄 수밖에. 굳이 억지 비유를 들자면 독일 문학인 헤르만 헷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조그만 모임이 강원도 속초에서 열리고 있는데 갑자기 예상치 않았던 한국에 있는 독일대사관 사람들이 참석한 경우와 비숫한 상황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들의 텐트에 연등을 달아주고 연꽃모자를 선물로 주자 그들은 햄버거 장사고 뭐고 다 그만두고 우리에게 햄버거를 주고 모자를 써 보면서 좋아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들이 놀라는 모습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농장의 주인인 Perry D. Slocum씨는 연못 가까이에서 노인 몇 분과 함께 있었다. 나는 그 분께 인사를 드리고 연꽃 모자를 선물로 주었다. 오늘은 마침 그분의 88번째 생일이라고 하며 우리 일행의 방문을 아주 기뻐했다.
Perry D. Slocum씨는 연꽃이름에도 이 분의 이름이 있고 또 연꽃을 포함한 수생식물에 관한 책의 공동저자이기도 하여 연꽃이야기를 할 때는 빼 놓을 수 없는 분이다. 이 분은 뉴욕주에서 태어났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주 코넬의대에 진학하였으나 2년 과정을 마치고 의대가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그는 60년 전인 1938년부터 연꽃에 관심 가졌으며 이후 세계 각처를 다니면서 연꽃을 살피게 되었다. 연꽃은 재배가 쉬워 여행하면서 특별히 배운 것은 없고 연꽃 구경을 다니면서 연꽃을 수집하였다.
이 연꽃농장은 2년전 세상을 떠난 부인의 소유의 농장이었다. 나는 이 Slocum씨에게 관심사인 푸른 연꽃과 검정연꽃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푸른연꽃과 검정연꽃은 본적도 없고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Slocum에 의하면 미국에서 수생식물중 수련(Water Lily)이 가장 많이 알려져 널리 보급되고 있고 연꽃이 2번째로 보급되고 있지만 처음에는 수련을 좋아하다가 연꽃을 알면 수련보다 이 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 연꽃은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Slocum씨의 아들도 만나는데 그는 플로리다 올랜드 근교에 사는데 그도 역시 그곳에서 연꽃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오랜 시간 달려온 피곤도 잊은채 연꽃농장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았다. 이 농장의 연못들은 인취사 연못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신 숫자가 많았다. 연꽃도 바로 발아래 있어 손만 내밀면 바로 연꽃을 만질수가 있어 마치 우리 집에 있는 연못같은 친밀감을 주었다.
미국에는 연꽃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여기 저기 조그만 연못에 한 종류 연꽃들을 있었다. 필자는 황련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황련이 조금 늦게 피는 연이기 때문에 핀 꽃이 없었다. 여기 저기 연못을 구경하던 나는 아주 빨간 큰 연꽃을 보는 순간 아 저 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그 꽃을 보느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농장에 오기 전에 연꽃을 사랑하시는 서울에 계시는 원로 화백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아주 가까이서 아주 자세하게 오래동안 연꽃을 보십시요”라고 연꽃 감상법을 알려주었다. 이 분 말씀대로 가까이 가서 다시 자세하게 보았다. 틀림없었다. 연꽃은 오전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오무라 든다. 시간이 오후라 꽃이 활짝 핀 상태는 아니지만 색깔이 아주 빨갛고 꽃 잎이 아주 컸다. 본국에는 없는 연꽃이었다. 이 꽃은 꼭 한국으로 가야 할 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꽃 뿐만 아니라 5~6가지 연꽃은 그 모양이 뛰어난 것이 있었다.
이 Slocum씨가 저술한 책에 의하면 “<Nelumbo nucifera>라 불리는 연꽃은 인도에서 신성한 꽃으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는 낮에 피는 나일강의 청련(N. Caerulea-실제로는 수련)과 밤에 개화하는 백련이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연꽃의 땅을 망각의 나라라고 서양의 시에서 부른 것은 작은 북부 아프리카 산 식물 Ziziphus Lotus에 열린 열매를 먹고 자신의 과거, 즉 집이며 가족을 모두 잊어버렸다는 <호머이야기>에 그 고사가 유래한다.
산스크리트 문학에서 또한 연꽃은 종교적인 상징으로 널리 쓰였다. 연꽃을 소중히 여기는 힌두교 기풍은 힌두의 땅 인도에서 일어난 불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고대 티벳 네팔인들은 부처가 연꽃에서 환생하였다고 믿었으므로 이들 역시 연꽃을 존귀하게 여겼다.
연꽃은 시의 소재로도 사랑을 받았는데 인도 시인들은 연꽃(Nelumbo)의 각 부분이 사람의 모양을 닮은 것으로 묘사했고 중국인들은 연꽃을 여성미의 상징으로 보았다. 한편 일본인들은 연꽃이 진흙속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다 하여 순수의 상징으로 여겼다. 동양의 신상이 커다란 연잎 위에 있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다. 티베 등에서 끊임없이 쓰이는 주문인 “옴마니반메훔”도 해설하면 “연꽃 가운데 있는 보석이시어! 그 뜻대로 이루소서”라는 뜻이다.
가장 먼저 연꽃을 이용한 이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었다. 고대 이집트 무덤의 석관의 장식이나 벽화 혹은 기둥 장식등에 연꽃이 자주 등장한다. 이집트 인들은 연꽃을 식용으로도 사용한 바, 그 씨를 갈아 빵을 굽기도 했다. 연꽃의 사용도 눈에 띄는데 이집트 상류사회애서는 몸에 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향과 향기가 좋은 꽃으로 향내를 풍기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청련(Nymphaea caerulea)는 그 대표적인 재료였다.
향료의 사용은 산 사람이나 주거지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미이라를 닦고 둘러쌓는데 까지 쓰여으니 때로는 관속을 온통 꽃으로 가득 채우곤 했다. 특히 여성의 미이라가 관에 꽃을 넣는 것은 순수하게 한다는 뜻과 재생의 의미가 있었다. 파라오 무덤의 미이라를 싸는 천에 연꽃잎의 화환이 나온 것을 보면 이집트 인들은 연꽃에 삶과 죽음의 세게를 혹은 인간과 신성의 세계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이집트 왕이 그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 연꽃을 공양하는 기록으로 보아도 이들의 연꽃을 성스럽게 여기는 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
연꽃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쓰였을 것이다. 귀족집안에 도유식을 거행할때면 하인이 문간에서 하객들에게 연꽃을 한 송이씩 나눠주었다. 하객들은 그 연꽃을 손에들거나 머리에 꽂고서야 그 집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이것은 그 하객이 화평할 뜻으로 왔다는 뜻이다.
필자는 전에도 말했지만 작년에 우연히 서울에서 연꽃을 사랑하는 원로화백을 만나 뒤부터 연꽃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작년부터 연꽃을 구해 화분으로 기르고 있는데 작년에는 뉴욕 기온이 7월이 갑자기 낮아지는 바람에 꽃봉이 올라오다가 성장이 멈추어서 꽃이 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10여종의 연꽃을 구해 키우고 있다. 이렇게 연과 인연을 맺은 지가 일천하기 때문에 연의 아름다움과 연꽃 기르기의 재미를 잘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본지를 통해 연과 인연을 맺을 사람들을 위해 연을 오래 전부터 사랑하고 키워오는 원로화백의 말을 빌려 연꽃 기르는 재미를 써 보겠다. 원로화백의 말에 의하면 “연꽃은 꽃도 아름답지만 꽃이 없는 경우도 파란 연잎이 모양도 아름답다. 그리고 꽃이 진 뒤에는 연밥이 익어가는데 그것을 보는 재미도 또한 즐거운 일이다. 연꽃은 꽃에 따라 피고 지는 시간이 다르지만 나는 연꽃 화분이 몇 개 있기 때문에 7월부터 한동안 집에 항상 연꽃이 피어있다. 그리고 연꽃은 향기가 좋다. 이 향은 연꽃에 따라 향기가 나는 시간이 다르다. 향기가 많이 나는 시간이 있고 적게 나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이 향기는 연꽃 가까이서 맡는 냄새가 아니라 바람을 타고 오는 향기가 좋다. 즉 바람도 물결이 있어, 이 물결을 타고 오는 냄새가 코 끝에 닿을 때 냄새가 기가 막히다.”
우리 일행은 로스케롤라이나 연꽃농장에서 연꽃 향수를 파는 여인을 만났다. 필자도 한 병을 사서 내 처에게 주었는데 냄새가 아주 좋다고 하였다. 이 향수는 이집트에서 만든 향수라고 한다. 앞으로 이 향수를 보급할 예정이다.
이번 연꽃축제의 참가는 참 재미있었지만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돌아오기가 아쉬웠다. 또 청련은 없다는 Perry D. Slocum씨의 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이다. 경전에는 분명 청련이라고 구절이 많이 나온다. 이 청련이 이집트와 같이 수련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있는데 알지 못하는지. 청련은 앞으로 중국이나 인도를 중심으로 더 찾아볼 일이다.
돌아오면서 우리 일행은 뉴욕부터 연꽃 동우회를 결성하여 앞으로 미국불교인들과 함께 연꽃축제를 뉴욕에서 열 계획을 굳혔다. 이 일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꽃을 잘 재배할 수 있도록 내년 3월경에 인취사 혜민스님을 초청하여 연꽃재배 강좌를 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2001년 8월호
첫댓글 이 연꽃농장 기사 사진도 흥미롭네요. 사진 좀 더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모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