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제도가 특별법상의 절대보전지역 제도이다.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도개발특별법(1991. 12. 31. 제정)이 제정될 당시 무절제한 개발로 훼손되어가는 자연을 보전하고 제주도 고유의 자연적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의 고유한 특성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의 건축, 시설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공유수면의 매립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2010년 7월 28일 기준으로 절대보전지역 지정현황을 보면 제주도 전체 면적 중 10%에 해당하는 188km2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 등도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절대보전지역 제도는 제주의 자연환경보전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강정마을 앞 바다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자 해양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이고, 강정해안가는 올레7코스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이유로 2004년 10월 27일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한편 제주도의 총 면적 중 90%는 절대보전지역이 아니다. 처음에 해군기지 최적지로 선정되었던 화순항의 경우도 절대보전지역이 아니다. 만일 국가안보상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면 화순항과 같이 절대보전지역이 아닌 지역에 건설하면 된다. 그렇다면 구태여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여 구럼비 바위를 파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구럼비 바위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무단으로 해제했다. 중앙정부의 난개발로부터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중앙정부의 개발행위로 인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뉴스타파(제6회)에 의하면 해군이 2009년 9월 22일 절대보전지역 지정 해제신청을 하자 그로부터 불과 3일 후인 25일에 도지사 결제가 났다.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했는지 충분히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만일 이번 해제를 그대로 용인하게 되면 앞으로는 한라산은 물론 성산 일출봉도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 달면 절대보전지역을 함부로 해제하고 마음껏 개발할 수 있게 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자연환경보전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버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더욱 문제는 강정주민들이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에 대해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그 처분의 위법 여부는 전혀 따지지 않은 채 강정주민들에게는 원고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소각하 판결을 했다는 것이다(원고적격이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말한다). 법원의 논리에 따른다면 절대보전지역 지정 또는 해제와 관련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원고적격을 인정받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제주도지사가 특별법과 도조례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제멋대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통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게 된다. 극단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도 얻지 않고 제주도 내 절대보전지역 전부를 몽땅 해제해 버린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다툴 수가 없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로 인해 도지사가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치주의의 보루가 되어야 할 법원이 오히려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