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1 AM 10:25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였읍니다.바람 또한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아버지 : '음... 해병아... 저기가 서문이구나...'
어머니 : '휴...'
저 : '.......'
......... ....... ....
드디어...
입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제 부모님과 친구 태식이,대봉이과 포항에 온 저는 전날 도구에 있는 청룡회관에서 하룻밤을 보낸후에
아버님 차를 타고 훈단으로 향했습니다.
저 : '아~ 저기가 전투수영장 이구나!!!'
차창밖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입소를 앞두고 저와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의 입소자들...
그렇게 차를 타고 20분 가량을 갔습니다.
............ ......... ......
너무 빨리 온것일까요.
입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4시간정도...
아버지 : '음... 너무 빨리 왔나 보군... 아직 아무도 안보이네...'
서문에 도착한 부모님과 저는 먼저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서문 앞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아버지 : '해병아! 들어가면 많이 못먹을테니까 배불리 먹고 들어가라!'
어머니 : '그래... 맛있는거 먹어라~'
저 : '예...'
소고기 국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밥이 안넘어갔습니다.
결국 몇술 뜨지도 못한채...
저 : '그만 먹을래요... 생각 없네요...'
어머니 : '왜? 좀 더 먹지...'
아들의 시무묵한 표정을 안타깝게 여기시던 어머니...
점심 겸 아침을 먹고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근처를 구경했습니다. <해병아... 아빠랑 목욕이나 갈까?'
아버지께서는 앞에 보이는 목욕탕을 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그럼 엄마는 어딨어요?'
'내 걱정 말고 아빠랑 목욕탕 같다오렴...'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 ......... .....
서문앞에 있는 목욕탕은 일반 시골에서 볼수 있는 작은 목욕탕이었습니다.
목욕탕에 들어가보니 입소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러명 보였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온 사람들...
혼자 온 사람들...
그리고...
대부분 아버지와 같이 목욕을 온 사람들...
그때서야 왠지 실감이 조금은 났습니다.
제가 현재 있는 곳이 어딘지를 말이죠...
좁은 탕안에 아버지와 같이 들어갔습니다.
'허허~ 너랑 같이 목욕탕 온게 얼마만이더라...'
아버지께서는 저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요...
그동안 학교 다닌다는 핑계로 집에도 늦게들어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아버지와 같이 있는 시간들이 별로 없었던게 떠올랐습니다.
........... ........ .....
아버지께서는 한동안 탕안에서 눈을 감고 계시다가 이윽고 말씀하셨습니다.
'해병아...'
'예...'
'너...잘할수 있지?'
'예...'
'아빠는 말이다... 솔직히 네가 해병대 간다고 처음 말했을때 반대안한게 지금와
서 매우 후회되는구나...'
'???'
'네가 자식 둘중의장남으로 늘 이쁜 아기이고, 어리광 피우는 아들로만 아빠는 생각했어...
그리고 그런 너를 보면서 아빠는 많이 걱정했단다...'
'.....'
'혹시나 네가 해병대 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그곳이 어떤곳 인데....해병생활을 27년여전에 경험한 나는 더욱더 그시절이 생각났다. 과연 얘가 해병대라는 곳을 갈수 있을까
하고... 그리고... 나는 네가 늘 든든 하게는 보였지만 내 아들이 해병대에 가게 될것이라고
상상을 못했지...농담으로만 알았다'
'에이~ 아빠두 참... ^ㅅ^a
'그때 네가 안방 문 박차고 들어오면서 해병대 간다고 소리쳤을때 엄마랑
진짜 놀랐어...'
'......'
'얘가 해병대라는 곳이 어떤곳인지 알고 저러나 하고 말이야...'
'......'
'그리고 그런 너의 생각이 며칠 못갈것이라고 생각했어... 솔직히 이런 말하면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아빠는 해병이 너의 체력이 매우 약하다고
여겼거든...'
'......'
'그런데 그날 이후 네가 미친듯이 해병대 관련 자료를 찾고 심지어 시력 나쁘다고
해서 인터넷카페를뒤지고, 해병제대한 박찬에게 가서 조언을 듣고 온것 보면
서 아빠는 네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더라...'
'.......'
'무엇이 내 아들을 이렇게 까지 몰두하게 하는걸까... 라고 말이야...'
'.......'
'아빠는 말이다...그런 너의 모습을 보면서 해병출신이라는것이 자랑스럽다....'
'.......'
'내 아들이 가는 군대... 아빠는 해병대라는 곳에 참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
'.......'
'아빠는 믿는다...해병이 너의 결심을... 그리고... 내 아들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
이라는 것을 말이야...'
'당연하죠!!! ^ㅅ^;'
'그래... 대견스럽고 장하구나! 우리 해병이가 해병대 간다고 아빠 친구들한테 얼마
나 자랑했는지 몰라...'
'헤헤~ ^ㅅ^a'
'가서도 생활 열심히 하고... 아프거나 힘들더라도 참고 이겨내라... 네가 선택해서
가는 곳이니 절대로 후회하지 말고...'
'예...걱정마세요...'
'이제 슬슬 나가볼까...'
........... ........ ......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여기저기 부자지간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것을 보면서 저는 느꼈습니다.
자식을 군대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다는것을 말이죠...
............ ......... ......
PM 13.105
저 : '음... 여기 적힌것을 보면 2시까지 입소라고 하는데요?'
아버지 : '그러면 조금 일찍 들어가자꾸나...'
어머니 : '사진기 가지고 온것 꺼내봐요! 우리 해병이랑 마지막으로 사진 찍어요..'
서문앞에서 부모님과 민간인으로서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버지와 저...
어머니와 저...그리고 친구들
단 몇장의 사진...
더이상 지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밖에 계속 있으면 저의 결심이 흔들릴것 같아서...
서문의 위병소로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 '어이 해병! 나328긴데... 얘가 해병대 입소자인데 어디로 가면 되나?'
아버지께서는 위병소에 근무를 서고 있는 해병에게 물으셨습니다.
'필~~승 옙! 입소자와 보호자께서는 저기 보이는 도솔관이라는 강당으로 가시면 됩니다!' 필~~승
아버지가 기수를 대자 거수경례를 멋지게 한다.역시 해병대는 한가족인 모양이다,그가 가르킨곳으로 갔습니다.
강당으로 들어가보니 먼저온 입소자들이 보였습니다.
아버지 : '우린 여기 앉자...'
자리를 잡고 앉은후 어머니께서는 저의 손을 꼭 붙잡고 놓으시질 않으셨습니다.
저 : '엄마... 괜찮아... 나 잘할께...'
어머니 : '흐...흑...해...해병아... 엄마는...엄마는 ㅠ.ㅠ'
저는 어머니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친구들과 마냥 신기한듯이 주위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입소자...
애인과 얼마후 이별이라는것을 아는지 붙어있는 입소자...
그리고...
부모님 곁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입소자들...
저 : '저사람들이... 이제 나와 같은 911기구나...'
............. ......... ......
'지금부터 해병대 911기 입소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한 간단한 해병대 소개가 있겠습
니다. 먼저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물을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강당앞에 해병대 정복을 입은 DI들이 나와서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물을 보면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해병이도 이제 저런 훈련 다 받는거야?'
'으...응... 나도 저런거 다 받아!'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신 어머니께서는 아까와는 달리 편안해 보이셨습니다.
이윽고 영상물이 끝나자 다시 들려오는 소리...
'먼저 훈단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드리자면 해병대 입소자들은 해병이 되기까지
6주간의 기본 군사훈련을 이곳에서 받게 됩니다!'
계속해서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
'훈단 2주차가 되면 훈병들은 편지를 쓰거나 받을수 있게 됩니다. 먼저 편지를 보내
실때는 부피가 큰 소포의 반입은 보내실수 없습니다. 특히 과자나 음식류는 보내시
면 절대로 안됩니다. 다만 안경등은 보내실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소개하는 교관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는 입소자의 부모님들...
'또한 훈병들의 의식주는 군방부에서 의거하는 기준으로 나오므로 불편함이 없을겁
니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소리는 부모님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해병대 교육단에서는 훈병들을 무적해병으로 만들기위해 각고의
노력의 노력을 기할것입니다! 걱정마시고 자녀들의 당당하고 멋진 해병의 모습을
기대하십시오!'
.............. ........... .......
'이제 밖으로 나오십시오!!!'
드디어...
드디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입소자들은 줄 앞쪽으로... 보호자들께서는 뒷쪽으로 서십시오!!!'
부모님과 우리들 사이에는 긴 줄이 쳐졌습니다.
줄간격은 십여미터뿐이 되지 않았지만 그 몇미터의 간격이 없어지기까지
2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었죠...
'자! 입소자들은 들으십시오! 저기 보이는 부모님들께 하나,둘,셋 하면 큰소리로
잘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외칩니다! 아시겠습니까?'그리고 큰절을 올립니다!!
'옙!!!!!!!!!!!!!!'
'자~ 그럼 하나,둘,셋!!!!!!!!!!!'
'자~~~~~~~~~~알 다녀오겠습니다!!!!!!!!!!!!!!!!!!!!!!!'
저 : '아빠!!!!!엄마!!!!!!!!!! 나 갔다 올께요!!!!!!! -O-/'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크게 소리친 적은 없었습니다...
저의 목소리가 부모님께 들렸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안납니다.
열의 중간에 있었던 저는 팔짝 팔짝 뛰면서 소리치고 또 소리쳤습니다...
'큰 절을 하자 부모님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흐...흑~~~OOO야~ 잘 갔다와라! 휴가 나오면 연락해!'
'미...미노야~~~~~~~~~~~~ ㅠ.ㅠ'
'OOO 옵빠!!!! 꼭 편지해야 돼!!!! =O='
............ ......... ......
'이제 입소자들은 저를 따라 오시면 됩니다! 모두 좌향좌~'
훈단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후...훈단이 어딨지? =ㅛ=a'
'그래서 따라오라고 하잖아!'
'그렇구나... ^ㅅ^;'
그렇게 교관을 따라서 갔습니다.
'왼발,오른발,왼발,오른발~~~~~잘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면 됩니다!'
'허허~* 착하신 분이네... 왠지 안심이 되는데? ^ㅅ^'
교관의 구령소리에 맞춰서 우리들은 척척 걸어갔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이제 점점 멀어져 보였습니다.
이윽고...
모퉁이를 돌아서 그들이 안보이게 되었을때였습니다.
뒤를 힐끔 돌아본 교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야! 이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놈들아! 똑바로 안걸어가냐! 다리가 개다리로 되어
있냐!!!'
............ ........ .....
D.I (Drill instructer) 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편에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