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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데아펠 아트센터의 데아펠 큐레이터 프로그램(De Appel Curatorial Programme)은 1994년 데아펠 아트센터의 전 디렉터이자 현 뉴욕의 쿠퍼 유니언 예술대학 학장인 사스키아 보스(Saskia Bos)가 기획한 데아펠 큐레이터 트레이닝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큐레이터를 교육하는 공식화된 과정이 드물었던 당시, 이 프로그램은 미술사 위주로 진행되던 교육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 하여 참가자들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미술사학도들이 주를 이루었고 교육 내용도 이들이 큐레이터라는 프로페셔널로 성장하는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2006/2007년 데아펠 아트센터의 새로운 디렉터로 임명된 안 드미스터(Ann Demeester)는 현재와 같이 프로그램의 명칭을 바꾸고, 6개월이던 프로그램 기간을 8개월로 연장하는 등 커리큘럼을 재정비하였다. 큐레이터 레지던시나 학과과정 등 유사 프로그램들이 시작되면서 차별성을 두는 한편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현장 경험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확장된 개념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커리큘럼에는 ‘전시의 역사’에서 ‘현대 프로젝트 경영’에 이르는 주제별 워크숍과 함께, 최소 5회의 튜토리얼 세션, 아티스트의 작업실 방문, 뉴델리, 휴스턴, 마이애미 등으로의 최소 7회 이상의 해외 리서치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튜토리얼 세션은 반아베 미술관의 디렉터인 찰스 에셔(Charles Esche), 베를린 비엔날레의 큐레이터였던 일레나 필리포비치(Elena Filipovic), 아티스트인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평론가인 얀 버버트(Jan Verwoert)와 디터 롤스트라트(Dieter Roelstraete) 등과 함께 이루어졌다. 네델란드와 암스테르담이라는 지역은 현대 시각 문화와 퍼포먼스 문화의 다양한 작업들이 끊임없이 소개되는 곳이다. 스테들릭 미술관(Stedelijk Museum), 반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과 라익스 미술관(Rijksmuseum)과 같은 대형 미술관과 함께, 많은 수의 갤러리, 비영리 단체 등에서 전시, 렉처, 퍼포먼스 등이 이루어진다. 본 프로그램에서는 네델란드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과의 미팅, 미술관 방문과 다양한 강연 참석 및 발표, 리딩 그룹의 참여 등의 기회가 제공된다.
2006년 이후 변화된 큐레이터 프로그램에서는 또한 ‘담론에 반응하는 큐레이팅(context-responsive curating)’이라는 큐레이팅의 새로운 실험으로 시도하는데, 이러한 관심은 ‘장소 특정적 큐레이팅(site-specific curating)’의 변화된 형식이다. 이는 도시 개발이 가져온 변화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관심을 갖으며, 매해 특정한 지역을 선정하여, 지역에 대한 직접적 혹은 간접적 은유적 접근을 시도한다. 암스테르담의 교외 지역인 벨머(de Bijlmermeer. 2006/2007), 라이츠 라인(Leidsche Rijn, 2007/2008)이 선정되었다. 2008/2009년 데아펠 큐레이터 프로그램에는 영국, 짐바브웨, 독일, 홍콩, 세르비아, 한국의 총 6인의 큐레이터가 참여하였다. 문화와 관심사가 다른 6인의 큐레이터는 지속적인 토론과독서, 전시 관람과 비평, 리서치를 통해 서로를 알아 가며, 서로의 차이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간다. 총 8개월의 프로그램은 크게 2개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첫 4개월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폴란드 등에 리서치 여행을 가서 각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아티스트, 갤러리스트들과의 미팅을 한다. 사스키아 보스 (Saskia Bos)는 큐레이터란 한권의 제대로 된 전화번호부가 있으면 되는 직업이라 했다. 여기에는 여전히 많은 질문들이 있지만, 유럽에서 활동하는 많은 수의 예술가, 큐레이터와의 만남은 현대예술에 있어서 현 지형도와 관심사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기획은 2차 산업도시에서 완전히 탈피한 서비스업 중심의 선진국으로 발전해나가고자 하는 유럽 도시의 목표가 되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현재, 뉴욕, 런던에서 벌어졌던 예술을 통한 도시 마케팅을 본 따서, 창의력 위주의 미래 산업을 목표로 도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은 디자인을 통한 도시 이미지 개선이 시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의 뒤편에서 페리를 타면 5분 만에 도착하는 암스테르담 북부는 암스테르담 시의 가장 큰 구역이다. 이 지역은 1920년대 사회 부적응자의 거주 지역으로 첫 개발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노동자 계층이 사는 지역으로 발전하였다. 1980년대의 경제 위기 속에서 네덜란드의 조선업과 해운업이 실패하고 북부에 거주하던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면서, 이 지역은 1990년대 후반까지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잘 가지 않는 이민자와 실업자가 주로 거주하는 무법지역으로 통하였다. 2000년대 이후 암스테르담 시에서는 현대예술을 통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이 지역을 변화를 계획하였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는 예술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예술가들이 직접 이 지역을 변화시키게 한다든지, 필름 미술관(Film Museum) 이전 계획과 함께 추가로 2~3개의 미술관이 이 지역에서 개관할 예정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경제 지형도, 물질 사회와 문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경제학자, 디자인그룹 등 도시주의와 관계하는 예술계 밖의 다양한 이들을 초대하고, 동시에 네덜란드에서 현재 이루어지는 다양한 토론과 예술 프로젝트를 따르면서 도시 개발과정에서 예술이 도구화되는 과정에 질문을 던진다. 즉 아래의 네 가지의 카테고리가 본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지점들이다. 전시 제목인 <위크 시그널, 와일드 카드>(Weak Signals, Wild Cards)는 미래학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는, 미래를 예측함에 있어서, 가능성은 적은 이벤트이지만 만약 행해진다면 영향력이 막강한 현상을 이야기 한다. 암스테르담 북부는 현재 도시 개발의 많은 미래들이 예견되지만, 본 프로젝트는 예술이 도시 개발의 목적 속에서 얼마나 도구화되는지에 대한 비평에서 출발하여, 참여한 아티스트와 발제자들의 대안적 미래에 대한 모습들을 상상한다. 플라잉씨티의 <창의력 개발 아시아 (Creative Development Asia, CDA)>는 ‘창조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암스테르담 북부 지역으로 한국의 창의력 있는 인력을 해외로 송출하는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프로젝트이다. 제3세계에서의 저렴한 인력들이 유럽으로 와서 병원과 탄광 등에서 일을 했던 과거에 비해 씨디에이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글로벌화 된 인력 시장에 질문을 던진다. 이는 한국의 높은 실업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한국인이 가지는 유럽에 대한 환상을 말하기도 한다. 데아펠 큐레이터 레지던스와 같은 모델은 아직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아펠 아트센터에서 큐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닌, 과거, 현재, 그리고 가능한 미래를 분석하고 비평하며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본 프로그램은 개인적 관심사나 자서전적 전시, 오락 거리의 제공이 아닌, 현대예술 전시 기획이 가질 수 있는 대안적 사회 참여와 비판의 형식들을 실험하고자 한다. 이로써, 큐레이터는 아티스트의 협력자, 비평의 제공자, 문화의 액티비스트로써 기능해야 함을 8개월의 기간은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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