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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크게 늘었습니다. 수시와 정시를 통틀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총 118개 대학으로 올해보다 21곳 늘었습니다. 모집 인원도 2만4622명에서 3만7628명으로 1만3006명 많아졌습니다. 전체 정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서울대가 35.6%, 연세대가 20.6%, 고려대가 55.6%로 주요대학들은 최소 20% 이상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합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필수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합격할 수 있을까요? 지난 해(2009학년도)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만큼 도움이 되는 것은 없을 겁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합격자로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지난 번 인터뷰에 소개해 드렸던 신예은 양입니다. 예은 학생은 시대교육 출판사에서 출간된 ‘Live 입학사정관 전형 5인5색’의 대표 저자인데 이 책에는 신 양을 비롯한 7명(5명의 공저자와 2명의 제2저자)의 합격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신 양은 이 책을 기획했고 필자들과 일일이 접촉해 원고를 받아냈습니다. 이 책에는 7명의 합격생 외에도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인터뷰와 기고도 실려 있어 현재까지 나온 입학사정관제 도서 중에서 가장 알짜배기 정보들을 모았다는 평입니다. 지난 가을에 저는 이들을 마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세대답게 블로그와 카페 등을 통해 주로 온라인 만남을 이어오다가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확장하였으나, 7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들로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합격 체험기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참석자 프로필 (사진 위에서 아래쪽으로 시계 순)
- 박용흘: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한국외대 불어과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
- 박계숙: 가톨릭대 사회과학부(잠재능력 우수자 전형 합격)
- 양영경: 건국대학교 정치학과(KU리더십전형 합격)
- 김세일: 동국대학교 물리학과(자기추천자전형 합격)
- 정성우: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다빈치전형 합격)
- 신예은: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계열(리더십특기자전형 합격)
- 조은선: 경희대학교 무역학과(네오르네상스전형 합격)
- 진행 : 신진상(크레듀엠 입시 연구소 소장)
◆자신이 꼽는 합격의 비결?
▶신예은 : “고 3초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딱 나를 위한 전형이란 생각이 들어 여러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를 외울 정도로 들락날락거렸죠. 저는 혼자 힘으로 미국에 교환 학생을 다녀와서 출판사에 직접 출판 제의를 하여 교환학생 경험담을 책으로 출간하고 고 3 때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는 국가 간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폴란드 파견단으로 선발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자기주도성과 문제해결능력이 입학사정관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양영경 :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저 역시 그것을 평가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문서화, 기록에 남기려고 했어요. 차곡차곡 정리해 두지 않았다면 단시간 안에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조은선 : “경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경희대 입학사정관 전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 동안 계속되는데,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용흘 : “면접에 대한 철저한 대비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법과 인권 관련 활동을 많이 해서 사회법 전문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는 외대 불어과를 지원했는데 면접에서 프랑스 사회법의 의미와 발전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한국외대에서 프랑스어를 익힌 뒤 프랑스로 로스쿨 유학을 다녀와 사회법 전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이곳에 지원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런 것은 사전에 외대학보 등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박계숙 : “임기응변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경상남도 진주 출신이라 사투리가 심한 편입니다. 저는 “튀어야 산다”고 생각했고 그걸 억지로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면접에서 상황을 주도하며 교수님의 뜻밖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합격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준비하면 좋을까?
▶김세일 : “성격이 외향적인 학생이 좋을 듯해요. 입학사정관제를 위해서는 비교과가 중요한데 비교과라는 것이 외부 활동이잖아요?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외향적인 학생들이겠지요.”
▶양영경 :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어울릴 듯해요. 활동을 할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겠다는 사람보다는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해야 하는 게 유리합니다.”
▶정성우 :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성적도 중요합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공부이며, 학교 내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지요.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위주로 판단한다고 하는데, 그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은선 : “많은 대학들이 수능의 최저 등급제를 입학사정관제에는 적용하지 않으니까 수능 모의고사가 좋지 않은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합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편집자 주 :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보통 십 대 일 이상이다) 절대로 수능 공부를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에서 교과서적 지식을 묻기 때문에 수능 공부를 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거든요.”
◆본인이 생각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은?
▶박계숙 : “저는 수능 성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입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5지선다에서 맞는 것을 고르는 능력인데 사실 그 문제를 맞혔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알면서도 헷갈려서 틀릴 수도 있고요. 그런 시험 한 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입시 제도보다는 여러 것을 고려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훨씬 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 같아요.”
▶신예은 :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전에는 성적만 챙기면 됐지만 앞으로는 비교과영역 활동을 형식적으로 하지 않고 학생들의 균형 있는 인성 계발과 창의적 재량 활동을 중점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소녀로, 꿈을 찾는 소년들로, 봉사의 기쁨을 아는 인간으로, 자연을 돌불 줄 아는 자연인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일 : “입학사정관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많이 하게 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지요. 일찌감치 롤 모델을 정하고 그 인생 과정을 본받는 과정에서 꿈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어떻게 준비했나?
▶조은선 : “면접의 승자는 면접관의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희대 면접은 모두 3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어요. 1차 개인면접에서는 자신의 특기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 진로계획이 구체적인지, 학과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등을 따졌습니다. 2단계는 칠판에 글을 써 가며 제시문에 대해 설명하기였고 마지막 3단계는 집단 토론으로서 30분씩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지요.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다운 발상을 하는 것, 그것이 학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예은: "면접 학원을 다닐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혼자 힘으로 준비했습니다. 학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학창시절동안 품앗이 과외 외에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던 기록을 깨기 싫어서이기도 했지요. 대신 구술면접 교재를 사서 어머니나 아버지와 마주보고 앉아 하루에도 몇 시간씩 실전 면접처럼 시간을 재고 문제를 푸는 훈련을 했습니다. 혼자 거울을 보면서 표정과 눈빛, 말투를 연습하기도 했지만, 자신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학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아닌 부모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영경 : “자기소개서는 스펙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요. 하지만 입학사정관 제도는 스펙을 보는 제도가 아닐뿐더러 스펙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연계성이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살아 온 인생의 경험이 나의 꿈을 향해 얼마나 집약돼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키포인트였습니다. 살면서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미친 사건, 실패의 경험, 그로부터 얻은 교훈, 일상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 남이 보는 나의 모습 등을 솔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김세일 :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니 어떤 내용을 쓰고, 어떻게 하면 나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자기소개서의 내용은 나의 장점들을 알릴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어렸을 때 내가 꿈을 가지게 된 동기와 함께 일찍이 구체적인 꿈을 정하고 확고한 신념으로 남들보다 먼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준비해 왔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또 자기소개서를 다 쓴 이후에는 계속 반복해 읽어보며 이상한 부분을 다듬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심사위원이 사전에 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짧은 글에 나의 모든 모습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거지요.”
▶박계숙 : “자기소개서를 쉽게 쓰려는 것은,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소개서는 내가 쓰지만 평가하는 것은 내가 아닌 입학사정관들이지요. 그래서 저는 제가 쓴 자기소개서를 친구들과 선생님께 보여주고 의견을 들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읽었을 때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드는지 평가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었지요. 질문이 하나 하나 완성될 때마다 다른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듣고 계속해서 수정해 갔습니다.”
◆수능과 논술 내신 준비와 어떻게 병행했나?
▶박용흘 : “솔직히 저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영어와 수학을 주로 사교육에 의존했고 방학 때는 논술을 듣기도 했지요. 고 3때는 수능 탐구 영역 인강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입학사정관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고 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수능, 논술, 내신을 모두 준비할 수밖에 없었지요.”
▶정성우 : “저는 수시 1학기 전형에 합격해서 수능 최저 등급을 채울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수능을 치렀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옆에서 긴장하는 게 티가 나는데 저는 아주 편한 마음으로 문제를 풀었지요. 긴장을 하지 않으니까 확실히 문제를 빨리 풀게 되더군요.”
▶양영경 : “저도 입학사정관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내신 수능 논술 모두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논술을 준비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통합적이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 때 쌓아두었던 배경지식들이 입학사정관제 면접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위한 독서 어떻게 해야 하나?
▶양영경 : “고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어요. 읽을 시간이 부족했고요. 대신 신문을 많이 읽었어요, 그것도 빨리 읽으려고 노력했지요. 그것 자체가 입학사정관제 대비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김세일 : “저는 편향적으로 제가 읽고 싶은 책들만 읽은 편이었어요. 도서관에 엄청 자주 다녔는데 과학책 그 중에서 물리책을 좋아했지요. 전공과의 관련성을 독서로 확보한 셈인데 그런 것들이 전공 관련 상식을 키워주었고 실제 면접에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계숙 :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이르는 시기에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솔직히 시간이 부족했지요. 저는 소설 읽기를 좋아했는데 소설을 읽더라도 작품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박용흘 :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인터넷 블로그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려진 덜 다듬어진 글을 제 스스로 다듬어 본 것이 논술 준비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지요.”
◆입학사정관은 어떤 사람들인가?
▶양영경 : “건국대는 특혜나 형평성 시비가 일 정도로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학생들을 챙겨주는 편이에요. 학교에서 명함도 만들어주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방송)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조언도 주시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은선 : “경희대는 입학 후에 입학사정관과의 유대가 다른 어느 학교보다 강한 편입니다. 입학사정관과 합격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1대 1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프로그램 안에는 동문과 교수님의 강의와 입학사정관과 함께 하는 등산으로 단합을 다지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어요. 자주 전화도 걸고 인생에서 소소한 상담도 언제든 받아주는 고마운 분들이에요. 저는 4년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서 보내주는 일본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학교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요.”
▶신예은 : “입학사정관 면접 때는 예리한 질문으로 긴장을 하게 만들었지만 정말 편하고 좋으신 분들입니다. 저희를 무척 신뢰하시는데요, 예를 들면 전국에서 600명의 고등학생이 모이는 리더십 캠프 오프닝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맡기시기도 하고, 아무 지시 없이 몇 백 명의 아이들 인솔을 부탁하시기도 했지요. 리더십을 인정해서 뽑은 너희들이니 리더십이 우수한 너희들에게 학생들 관리를 맡긴다면서 걱정조차 하지 않으세요.”
▶정성우 : “저희 학교(중앙대)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표를 먼저 보시고 저희에게 건네주십니다. 입학사정관제로 뽑힌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하는지 무척 신경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안착하려면?
▶박용흘 : “입학사정관제가 갖고 있는 불투명성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지 그렇잖아요? 제도는 좋지만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라고. 논술만 하더라도 초반의 바칼로레아 같이 참신한 형태였다가 채점의 편의를 위해 정답이 있는 통합 논술로 바뀌면서 본고사 비슷한 것으로 변질됐듯이 입학사정관제도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성적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교과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애매하거든요. 지난 해 고려대 수시에서 문제가 되었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정성우 : “저는 성적으로 입학이 결정되어야 하는 현행 입시 제도의 문제점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대학교가 뽑고 싶은 학생을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야 학교 발전이란 것도 있을 수 있고요”
▶신예은: "입학사정관 전형은 결과뿐이 아닌 과정도 보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어요. 높지 않은 내신 점수를 가지고도 비교과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도 있거든요. 객관적 평가 외에도 주관적 평가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선발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기도 해요."